오늘은 미리 예고해드린대로 경북 칠곡 소재의 신나무골성지와 한티순교성지에 다녀왔습니다. 남부지방을 휩쓸던 호된 장마비 피해 보도로 많은 걱정을 하였는데 다행히 경북 지역은 큰 문제가 없어 보여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새벽녘 6시에 집결하여 떠오르는 해가 한강 위로 쏟아지며 반짝반짝 물결 윤을 내는 것을 바라보며 서울을 지나 천안을 지나 경북 칠곡으로 향했습니다.
신나무골성지
신나무골은 단풍나무과인 신나무가 많은 지역이라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며, 신나무골 성지는 1882년 김보록(로베르) 신부님이 첫 부임을 하면서 경상도 지역 4대 교구의 초석이 만들어진 곳입니다. 1815년 을해박해 때 신나무골에 처음 신자들이 살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샤스탕 신부, 최양업 신부, 다블뤼 주교, 리델 신부 등 초기 한국교회의 선교 주축이던 파리외방전교회 성직자들의 사목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1대 김보록 신부는 대구에 계산 성당을 지어 대구 지역에 천주교가 진출하도록 교두보를 마련하였고, 2대 보두네 신부는 전주의 전동 성당, 3대 죠조 신부는 부산 영도의 범일 성당, 4대 파이야스 신부는 가실 본당을 지어 대구교구, 부산교구, 전주교구, 안동교구 등 4대 교구의 시발점을 마련하였습니다.
대구교구는 1974년부터 신나무골 성지 조성 사업을 벌이며 선교요람지기념비, 순교 이선이 엘리사벳 유해 안장, 십자가형 한옥 성당, 로베르 신부 초가 사제관 복원 등의 사업을 하여 2019년 현재 모습의 성지로 조성하였습니다.
신나무골 성지에는 병인박해 때 순교한 이선이 엘리사벳의 묘역이 정갈하게 자리잡고 있는데요. 오늘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해 자료를 좀 찾아봤습니다. 이선이는 남편 배정모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지만 착실한 신앙 생활을 한 분입니다. 병인박해가 시작되자 가족은 칠곡읍에서 신나무골로 피신하였고 포졸들은 이곳까지 들이닥칩니다. 부부는 세 아이들과 함께 한티의 사기골이라는 곳으로 급히 피신해 들어오지만 이내 포졸들에게 잡히고 맙니다. 굴 밖으로 끌려나온 남편 배정모는 곧 배교하여 풀려나지만 이선이와 맏아들은 끝까지 신앙을 항거해 그 자리에서 모자가 목이 베여 참수를 당합니다. 오늘 우리가 보았던 이선이 엘리사벳의 묘는 배교로 풀려나는 남편을 보면서도 여린 아낙의 몸으로 서슬퍼런 칼날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아들과 함께 당당히 신앙을 지켜낸 여성의 강인한 의지가 안장된 공간이었습니다. 좀더 사연을 알고 참배하였더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함영진 요셉 신부님이 현재 성지 사목을 담당하시며 오늘 저희의 미사를 주례하시고, 성지 해설도 꼼꼼히 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한티순교성지
우리 순례단은 신나무골 성지에 이어 가실본당 순례를 예정했으나 현재 성전 복구 공사를 진행중이어서 아쉽게도 방문하지 못하고 바로 한티순교성지로 향했습니다.
한티순교성지는 기해박해 이후 김현상(서울 거주)이 박해를 피해 내려와 한티에 터를 잡은 후 교우촌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팔공산 중간의 깊은 산골짜기(해발 600여미터)에 자리한 교우촌입니다. 병인박해 때 이곳까지 들이닥친 포졸들에 의해 선참후계의 참혹하고도 막무가내식 참수가 벌어진 순교터로서 포졸들은 이리저리 흩어진 신자들을 끝까지 찾아가 그 자리에서 참수하였으며 현재 37기의 순교자 묘소가 발굴되어 있습니다. 집단살인 현장이던 당시 현장을 늦게 발견하여 이미 심각히 훼손된 시신을 이장할 수도 없어 발견 자리에 그대로 묘소를 만들었다고 하며 200여년이 지난 현재 발굴을 통한 고증의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깊은 탄식과 울분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무덤이 자리한 14처 십자가의 길을 지날 때마다 김동석 다니엘 해설사님이 목이 쉬도록 열정적인 해설을 해주셨는데, 해설이 더하면 더할수록 우리 순례단은 차츰 말이 없어지고 깊은 침묵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습니다. 아마도 저마다의 가슴에 순교자들을 향한 애틋한 감정의 꽃을 피우는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순례는 여가나 관광 같은 것이 아닌 (나와 세속적인 여러 가지로부터의) ‘떠남’이다.‘ 라는 오늘의 명언이 귓가에 남습니다. 김동석 다니엘 해설사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과 진지한 태도로 해설을 경청하신 우리 순례단에게도 뭉클한 감동의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아침 식사는 백승옥알베르따 감사님이 맛있는 약밥을 준비해주셔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나무골성지의 성물방에도 정성껏 빚은 매듭묵주를 봉헌하였고 성물방 관계자님이 아주 기뻐하시며 감사를 표하셨습니다. 특히 오늘은 지난달에 판매하신 매듭묵주를 단원들에게 각각 전달해주셨는데 손이 아프도록 묵주를 빚어주신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매듭묵주팀과 백승옥 알베르따 감사님에게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매우 귀하고 가치있게 느껴집니다.
8월 순례는 예정대로 순례를 진행하며 9월과 10월 순례는 순공회 13기 신앙의길 순례로 평길단 순례는 쉬어갑니다. 11월에는 세 번째 토요일에 순례가 재개되니 이점 양지하시고 스케줄을 계획하시기 바랍니다. 점차 더워지는 날씨에 건강 관리 잘하시고 기쁘게 8월 순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