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하고 지리산 둘레길을 조성하는 (사)숲길의 이상윤 상임이사님을 집으로 모시는 영광을 누립니다. 댁이 악양 산골이라 합니다. 집에 가는 길에 장을 봐야 한다길래 악양읍(?)에 잠깐 들릅니다. 상가가 제법 있습니다. .

악양 공설 시장 간판인 장승이 눈에 띕니다. 익살스런 장승이지만 눈은 좀 무섭게 생겼네요

상가가 몇 안 되는 작은 시장입니다. 그래도 이곳 주민들에게는 귀한 곳일 겁니다.

정육점에 들어간 이사님 기다리는데 "호래기, 호래기가 왔어요, 싱싱한 횟감 호래기가 왔어요~~" 합니다. 호기심에 따라가 봅니다. 참호래기는 아니고 개호래기 입니다. 그래도 5천원에 제법 많이 주길래 집에 가서 데쳐 먹고자 한 봉지 삽니다.

다시 길을 접어 들어 방앗간에 들러 참기름도 한 병 사십니다.

드디어 집에 도착. 마을에서도 한참 들어가 외따로 떨어진 몇 채 가운에 한 채입니다. 손수 지으신 집이랍니다. 마루밑에 쌓인 장작이 재미있습니다. 태워다 줬는데 밥은 먹고 가라하셔서 염치 불구하고 내립니다. 부러워 할 사람 많을 겁니다 ^^

마당한 켠 자리잡은 장독대에는 해가 잘 들고 수돗가 옆엔 커다란 바위도 자리합니다. 그 옆의 그네는 아직 공사중입니다. 울타리는 아예 없습니다.

장독대옆으로 참나물도 자라고 머위도 자라고 매실나무도 있습니다. 점심에 먹자고 상추도 뜯어오시는 걸로 봐서 근처에 밭도 있으신 모양입니다.

이상윤 이사님 늦둥이 쭌 입니다. 아가씨는 올해 3살 먹은 눈이 예쁜 예슬이.

비오는 날 마음껏 흙칠해가며 놀던 자동차는 흙이 그대로 말라붙어 엉망입니다. 그런 것에 개념치 않는 아이들은 옷을 다 버리는 줄도 모르고 즐겁습니다. 빵빵 여기 타세요 하며 자기 옆자리를 내주는 예슬이는 저보고 자기 옆에 앉으라 합니다. 거길 이모가 어찌 앉느냐 했더니 앉을 수 있다 합니다. 호래기를 작은 오징어 귀엽다며 맛있게 오물오물 먹었답니다.

이사님 사모님은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정말 맛난 점심을 대접받았습니다. 갓 뜯어온 상추와 시금치, 시원한 물김치, 부드러운 된장찌개, 고소한 취나물, 달큰한 매실지, 맛있게 신 묵은지, 보드라운 계란찜........(사진을 안 찍어서 뭐가 또 있었는데 생각이 안 나네요 ㅠ.ㅠ )정성 가득한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뿌듯함을 온 몸으로 느끼며 정말 달게 먹었습니다. 처음엔 빨리 집에 가야 해서 조바심을 좀 내긴 했는데,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에 가기 싫은 친근함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지나가다 불쑥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은 이유겠지요. 지리산 학교에 손님들이 오시나 봅니다. 거기에 내갈 취나물을 직접 데치고 무쳐서 주신다고 계속 종종거리시며 일을 척척 하십니다. 낭창한 몸매에 시원한 이목구비와 말씨가 매력적인 사모님이십니다. 사모님 사진을 못 찍고 객만 찍어 봅니다. 식후 차 한잔씩...

취나물 한 봉지와 배추를 담아 주셨고, 집 앞에 있던 머위도 조금 뜯어 옵니다. 마침 마당에 계신 분이 머위가 좀 쎄다고 줄기 껍질을 벗기라고 일러줍니다. 저는 머위 잎을 주로 먹는지라 좀 작은 듯한 머위잎을 줄기 짧게 끊는데, 그 분이 주신 머위는 잎은 작은 듯해도 줄기가 굵은 것을 뿌리 가까이 끊어 주십니다. 일단 넣어 집에 와서 머윗대 껍질을 벗깁니다. 그러면서 무릎을 칩니다. 구례에서 먹은 나물 중에 들깨에 무친 것이 머윗대인 겁니다. 머위 잎만 먹었던 저는 머위가 쎄질 때까지 안 따먹고 그냥 놔두는 걸 이해를 못했거든요. 쎄지면 쎄지는대로 머윗대를 먹으면 되는 건데..그걸 몰랐던 겁니다.ㅋㅋ
취나물을 데쳐서 반은 사모님이 한 것처럼 국간장에 소금 조금 넣어서 무치고, 반은 우리집에서 먹는 대로 막장에 무칩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사님이 들렀던 방앗간에 들러 참기름도 한 병 사왔습니다. 참기름도 조금 넣어 조물조물,,이것도 저것도 다 맛있습니다.

머위는 데쳐서 이번엔 쌈으로 먹습니다.

얼가리 배추는 물김치로 담급니다. 벌레 먹은 이파리가 있는 것을 보면 약을 많이 안 친 배추일 겁니다. 익으면 시원하니 맛있겠지요. 지리산의 봄은 이렇게도 익어갑니다.

첫댓글 냠냠쩝쩝~~~
침만 흘리고 있심미다...
상임이사님~~
저도 따라 갈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