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유통 공룡’인 코스트코가 중소상인 살리기를 기치로 내 건 민주노동당과 관할 북구청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면서 울산 입성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과의 전면전에 나선 쪽은 코스트코가 아닌, 지역 중소상인 및 중소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울산진장유통단지사업협동조합(이사장 황병각·조합원 80여 명·이하 조합). 조합은 코스트코가 입점해야 진장유통단지가 활성화되고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하다며, 만약 북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조합이 직접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코스트코 예정 부지가 대규모점포만 입점할 수 있도록 지정·고시돼있다는 점이다.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대규모점포가 아닌 다른 용도로의 사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민노당과 북구청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코스트코 = 갈등의 시작은 3년 전 미국계 회원제 할인마트인 ‘코스트코’ 한국본사가 조합에 북구 진장동 진장유통단지 283-3번지 일원 대규모점포지구에 코스트코 매장을 신규 설립하겠다는 ‘러브 콜’을 보내면서 비롯됐다.
조합은 코스트코로부터 건축비 명목으로 300여억 원을 빌려 건물을 완공(2011년 10월 예정)한 뒤 빠르면 1년~늦게는 5년 안에 코스트코에 건물을 매각할 예정이다. 단, 건물부지는 매각 대신 장기임대(기본 계약기간 30년)해 주기로 협의했다.
조합은 지난 8월24일자로 북구청에 건축허가 심의를 신청했고, 북구청은 이번 주까지 교통영향평가 사전검토를 마친 뒤 10월초께 건축허가 심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코스트코 허용하면 풀뿌리 유통구조 깨져 = 코스트코 입점을 결사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북구청의 건축허가 심의가 본격 진행되는 시점인 오는 10월을 즈음해 전면적인 여론전을 펼치기로 하는 등 결사반대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노당 울산시당은 “코스트코의 입점을 법적으로 저지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법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것이 민심의 흐름”이라며 “공청회와 주민설득작업, 북구청·북구의회 협조 등을 통해 입점반대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동시에 사업 조정신청, 법률 개정, 집회, 시위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주장했다.
윤종오 북구청장도 “대형마트 입점은 신고제지만 코스트코 입점은 북구지역 중소상인들의 삶에 큰 위협이 되는 만큼 기초단체의 고유권한인 건축허가권을 활용해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년 안에 착공 못하면 과태료 30억원 물어야할 판 = 코스트코 유치에 ‘총대를 멘’ 조합의 사정도 절박하다.
올해 관련법(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2년(2012년 8월) 안에 건축물을 착공하지 못하면 토지금액(150여억원)의 20%에 해당하는 30여억원을 과태료로 물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트코가 입점할 대규모점포지구는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 대규모점포 외의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지정·고시돼있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 95년 지역 도매업자 300여명이 울산시에 유통단지설립을 건의한 이후부터 유통단지사업을 위해 총 50여억원의 자본금을 모았지만, 제대로 된 사업자를 유치하지 못해 수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비로소 코스트코를 유치하게 됐다”며 “코스트코가 들어서면 지방세가 증대되고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상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고, 아직 물꼬를 트지 못한 진장유통단지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안 없나 = 민노당과 북구청은 코스트코 입점을 저지해 중소상인의 생존권은 보호하면서도,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챙겨주고 진장유통단지도 활성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민노당 울산시당 김창현 위원장은 “중소상인 생존권 보호라는 공익적 목표를 위해서는 조합을 설득해야 하지만, 조합원들의 재산권 등 현실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울산시도 이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