總術第四十四 (총술제사십사)
今之常言(금지상언) : 지금 일반적인 용어로
有文有筆(유문유필) : 문장의 종류에 <문(文)>과 <필(筆)>이 있다
以為無韻者筆也(이위무운자필야) : 즉 압운(押韻)하지 않는 것을 <필(筆)>
有韻者文也(유운자문야) : 압운(押韻)한 것을 <문(文)>이라 하였다
夫文以足言(부문이족언) : 대체로 <문(文)>을 지음으로써 언어를 완성시키므로
理兼詩書(리겸시서) : 이론상으로는 언어는 운문(韻文)인 시경(詩經)과 산문인 상서(尙書)을 겸한다
別目兩名(별목량명) : 달리 <문(文)>과 <필(筆)>두 개의 명칭으로 된 것은
自近代耳(자근대이) : 근대에 시작되었을 뿐이다
顏延年以為筆之為體(안연년이위필지위체) : <안연년(顏延年)>에 의하면 <필(筆)>의 문체됨은
言之文也(언지문야) : 말이 “<문(文)>을 이룬 것.”이므로
經典則言而非筆(경전즉언이비필) : 경전(經典)의 문장은 <언(言)>이고 <필(筆)>이 아니며
傳記則筆而非言(전기즉필이비언) : 주석(注釋)인 <전(傳)>은 <필(筆)>이지 <언(言)>이 아니라고 했다
請奪彼矛(청탈피모) : 그러나 그의 논법은 창을 빼앗아
還攻其盾矣(환공기순의) : 도리어 그 방패를 치라는 것으로 논리에 모순이 드러난다
何者(하자) : 어찌하여
易之文言(역지문언) : <역(易)>의 <문언(文言)>은
豈非言文(기비언문) : <언(言)>을 가진 <문(文)>이 아니란 말인가
若筆不言文(약필불언문) : <필(筆)>이 <언(言)>을 가진 <문(文)>이 아니라면
不得云經典非筆矣(불득운경전비필의) : 경전(經典)의 문장을 <필(筆)>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將以立論(장이립론) : 안연지는 독자적인 이론을 세우려 했으나
未見其論立也(미견기론립야) : 그의 이론을 세웠다고 볼 수 없다
予以為發口為言(여이위발구위언) : 내가 생각한 바로는 입에 나타난 것이 <언(言)>이며
屬筆曰筆(속필왈필) : 붓을 통해 나타나게 되면 <필(筆)>이 되고
常道曰經(상도왈경) : 영원한 도리(道理)를 기술한 것이 경전(經典)이며
述經曰傳(술경왈전) : 경전(經典)을 부연한 것이 <전(傳)>이다
經傳之體(경전지체) : 경전(經典)이나 <전(傳)>은 체제(體制)는
出言入筆(출언입필) : <언(言)>으로 시작하여 <필(筆)>로 정착되고
筆為言使(필위언사) : <필(筆)>은 <언(言)>의 사자(使者)가 되어
可強可弱(가강가약) : 강(强)으로도 되고 약(弱)으로도 되어 의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分經以典(분경이전) : 경전(經典)은 진리를 나누어 책으로 나타냈으므로
奧為不刊(오위불간) : 심오(深奧)하여 깎아낼 수 없으며
非以言筆為優劣也(비이언필위우렬야) : 그것이 <언(言)>과 <필(筆)>에 따라 우열(優劣)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昔陸氏文賦(석륙씨문부) : 옛날 <육기(陸幾)>의 <문부(文賦)>는
號為曲盡(호위곡진) : 가장 곡진한 것이라고 소리쳤다
然汎論纖悉(연범론섬실) : 그러나 여러 의론이 섬세하게 갖추었다 해도
而實體未該(이실체미해) : 문학의 본질적인 실체에 관해서는 충실하지 못하다
故知九變之貫匪窮(고지구변지관비궁) : 그러므로 끝없는 변화의 이해를 연구하지 않고
知言之選難備矣(지언지선난비의) : 언어의 선택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
凡精慮造文(범정려조문) : 생각을 짜내어 문장을 짓고
各競新麗(각경신려) : 신기함과 화려함을 각각 추구할 때는
多欲練辭(다욕련사) : 흔히 표현의 연단에만 힘쓰고
莫肯研術(막긍연술) : 창작의 원리를 연구하려 하지 않는다
落落之玉(락락지옥) : 옥(玉)도 다량으로 쌓여있으면
或亂乎石(혹란호석) : 돌과 혼란되기도 하고
碌碌之石(록록지석) : 쓸모없는 돌도
時似乎玉(시사호옥) : 때때로 옥 같을 때도 있다
精者要約(정자요약) : 정묘한 작가의 문장은 요령 있고 간략하지만
匱者亦尠(궤자역선) : 재능이 없는 사람도 간단할 수는 있다
博者該贍(박자해섬) : 박식한 사람의 문장은 해박하고 다채롭지만
蕪者亦繁(무자역번) : 잡박한 사람의 문장도 번다할 수는 있다
辯者昭晳(변자소석) : 또 논리적인 사람의 문장은 명석하지만
淺者亦露(천자역로) : 천박한 사람의 문장도 노골성은 있다
奧者複隱(오자복은) : 심오한 사람의 문장은 복합적이고 은유적이지만
詭者亦典(궤자역전) : 궤변적인 사람의 문장도 전아할 수 있다
或義華而聲悴(혹의화이성췌) : 내용은 화려하지만 운율에서는 빈약하고
或理拙而文澤(혹리졸이문택) : 논리는 졸렬하지만 수사만은 윤택한 것이 있다
知夫調鐘未易(지부조종미이) : 종소리를 조절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張琴實難(장금실난) : 가야금을 연주하는 일도 실로 어렵다
伶人告和(령인고화) : 음악가가 화음을 이루었다고 함이
不必盡宨槬之中(불필진조화지중) : 반드시 납작하고 큰 종이 가진 기능을 다하였다고 할 수 없고
動用揮扇(동용휘선) : 춤추는 부채의 움직임이
何必窮初終之韻(하필궁초종지운) : 어찌 반드시 시종(始終) 완벽한 율조(律調)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魏文比篇章於音樂(위문비편장어음악) : 위나라 문제는 문학을 음악에 비유하였는데
葢有徵矣(개유징의) : 아마도 근거가 있을 것이다
夫不截盤根(부불절반근) : 땅에 박힌 뿌리를 베어 보지 않고는
無以驗利器(무이험리기) : 이로운 도구를 경험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不剖文奧(불부문오) : 문장의 오묘함을 파헤치지 않으면
無以辨通才(무이변통재) : 통달한 재능을 변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才之能通(재지능통) : 자질의 능통이란
必資曉術(필자효술) : 반드시 창작의 근본 원리에 밝음에 힘입어
自非圓鑒區域大判條例(자비원감구역대판조례) : 스스로 구역을 원활히 고찰하여 창작상의 규칙을 대국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豈能控引情源(기능공인정원) : 어찌 안에 있는 감정의 원천을 끌어내어
制勝文苑哉(제승문원재) : 문학계를 제약할 수 있겠는가
是以執術馭篇(시이집술어편) : 이런 까닭에 창작의 근본 원리를 터득하여 문장을 짓는 것은
似善弈之窮數(사선혁지궁수) : 마치 바둑의 명수가 정석을 다 알고 있는 것과 같지만
棄術任心(기술임심) : 창작의 원리를 마음에 맡기는 것은
如博塞之邀遇(여박새지요우) : 주사위를 던져서 우연을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故博塞之文(고박새지문) : 그러므로 주사위와 같은 문장은
借巧儻來(차교당래) : 부귀공명도 전혀 우연히 굴러 들어온 것에 맡기고 있으므로
雖前驅有功(수전구유공) : 앞서서 달려서 공을 세웠더라도
而後援難繼(이후원난계) : 뒤로 도움이 이어지기 어렵게 된다 서
少既為以相接(소기위이상접) : 술이 부족해도 더 보탤 줄을 모르고
多亦不知所刪(다역불지소산) : 넘쳐도 삭감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乃多少之竝惑(내다소지병혹) : 이렇게 첨삭의 단계에서 미혹할 정도이므로
何妍媸之能制乎(하연치지능제호) : 질(質)의 아름답고 아름답지 못한 문제를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若夫善弈之文(약부선혁지문) : 한편 바둑의 명수 같은 문장은
則術有恆數(즉술유긍수) : 창작의 원리에 혹고한 책략이 있어
按部整伍(안부정오) : 질서있게 정석을 정돈하여
以待情會(이대정회) : 정서의 떠오름을 기다린다
因時順機(인시순기) : 시의를 얻어 기회를 따르며
動不失正(동불실정) : 항시 정도를 일탈하는 일이 없다
數逢其極(수봉기극) : 책략이 적중하고
機入其巧(기입기교) : 시기를 교묘하게 포착하면 내
則義味騰躍而生(즉의미등약이생) : 용이 약동하여 생겨나게 되고
辭氣叢雜而至(사기총잡이지) : 언어 표현의 기운이 무리를 지어 모이게 된다
視之則錦繪(시지즉금회) : 눈으로 보면 비단에 그린 무늬가 되고
聽之則絲簧(청지즉사황) : 귀로 들으면 관형악의 오묘한 음악이 되며
味之則甘腴(미지즉감유) : 입으로 맛을 보면 달고 기름진 음식이 되고
佩之則芬芳(패지즉분방) : 몸에 차면 향기로운 풀이 된다
斷章之功(단장지공) : 문학 창작의 공은
於斯盛矣(어사성의) : 이에 이르러서야 왕성하게 된다
夫驥足雖駿(부기족수준) : 비록 준마의 발이 비록 빠르나
纆牽忌長(묵삭기장) : 고삐가 너무 긴 것은 금물이다
以萬分一累(이만분일루) : 만분의 일의 과실 때문에
且廢千里(차폐천리) : 장차 천리의 주파를 망치는 수가 있다
況文體多術(황문체다술) : 하물며 문체의 다양함으로
共相彌綸(공상미륜) : 함께 서로가 연관되어 있는 문학 창작에서
一物攜貳(일물휴이) : 하나의 사물이라도 부조화를 가져오게 되면
莫不解體(막불해체) : 체제를 해체하지 않음이 없게 된다
所以列在一篇(소이렬재일편) : 그러므로 같은 한 편에 나열된 것은
備總情變(비총정변) : 여러 심정의 변화가 통괄되어 있으니
譬三十之輻(비삼십지복) : 이것은 마치 30개의 바퀴살이
故成一轂(고성일곡) : 하나의 바퀴에 집결되어 있음과 같은 것이다
雖未足觀(수미족관) : 이상은 취하기에는 부족한 이론이지만
亦鄙夫之見也(역비부지견야) : 또한 평범한 사람의 견해인 것이다
贊曰(찬왈) : 찬한다
文場筆苑(문장필원) : 운문의 마당과 산문의 정원에는
有術有門(유술유문) : 길도 있고 문도 있다
務先大體(무선대체) : 먼저 전체적인 기초를 굳히고
鑑必窮源(감필궁원) : 근원을 살펴 반드시 근간을 연구하고
乘一總萬(승일총만) : 무수한 지엽을 총괄해야 하며
舉要治繁(거요치번) : 요소를 들어서 세부를 통괄해야 한다
思無定契(사무정계) : 생각함에 일정한 양식은 없지만
理有恆存(리유긍존) : 원리에는 불멸토록 존재하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