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훤당 김굉필(寒暄堂 金宏弼 1454~1504)에 의해 조선의 도학(道學)은 비로소
그 ‘성격’을 갖추게 되었다. 한훤당은 스승 점필재 김종직에게 도학을 전수 받았으나
스승과는 다른 성격의 사상 체계를 이룩하였고, 그의 제자 정암 조광조를 통해
우리 역사상 가장 순정(醇正)한 정치[至治]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였다.
한훤당 도학의 핵심은 『小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 운동이었다.
그 이전에도 다른 도학자들이 『소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지만,
한훤당에 이르러 『소학』은 도학의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것은 도학이 형이상학적 가치의 중시와 추구로부터 인간 현실에서의 근본적
도리의 실천으로 그 성격을 전환함을 의미하였다. 초월적 근원과 진리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는 절대 진리의 현실적 실천을 중시하는 의미하는 지닌 것이었다.
조선은 성리학을 건국이념으로 채택하였지만, 조선조 도학은 한훤당의 신념과
정신에 의해 큰 방향이 결정되었다. 한훤당 도학의 특징은 강한 주체성,
수기적(修己的) 실천성(實踐性), 고도의 이론성, 철학적 순정성(醇正性)을 들 수 있다.
이런 내용으로 인해 조선조의 유학자들은 한훤당이 한국 유학의 통서(統序)를 잇는
조선조 첫 번째 인물〔首賢〕이라고 평가하였다.
한훤당의 도학사상의 현대 우리 학계의 연구 성과는 매우 적은 편이다. 철학적인
분야에서 석사, 박사학위 논문이 한 편도 제출되지 않았으며, 그의 문집인
『국역 경현록』은 출판된 지 40여년이 지나 오늘날 연구자들이 참고하기에 매우
부적합하다. 뿐 만 아니라 한훤당 도학에 대한 단행본 역시 다른 도학자들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한훤당 도학에 대한 철학적 연구성과가 부족한 것은 무엇보다
문헌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연구자들의 소극적인 이해와 인식에도 원인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향후 한훤당 도학 연구의 향후 과제로는
첫째, ‘『한훤당 선생의 현대 소학』’을 새로 편찬하여 널리 보급하고
그 실천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며,
둘째, ‘한훤당학회’ 혹은 ‘훤두도학(暄蠹道學)연구소’의 창립이 요청된다.
끝으로, <한빙계(寒氷戒)>의 현대적 해석과 실천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Ⅰ. 서언
한훤당 김굉필은 조선왕조가 건국된 지 62년 째 되던 해인 1454년(단종2) 태어나
1504년(연산군10) 갑자사화로 종명한 도학자(道學者)이다. 조선은 유교를 정교(政敎)
이념으로 건국된 나라였지만, 일반적으로 조선을 건국한 주체들이 신념화한 유학을
도학(道學)이라고 하지 않는다. 조선 전기 치세와 난세가 부침하던 시기 출현한
한훤당에 의해 조선의 도학은 비로소 그 ‘성격’을 갖추게 되었다.
한훤당은 점필재 김종직에게 수학하여 고려말 정몽주로부터 길재로 이어져온
한국 도학의 통서(統序)를 전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훤당은 스승 점필재와도
다르고 일두 정여창과도 다소 차이가 있는 도학적 특색을 갖추게 되었다.
필자는 그것을 ‘한훤당 도학’*註1)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특히, 한훤당의 도학사상은 수제자 정암 조광조(靜菴 趙光祖 1482~1519)에게
그대로 전수되어 그로 하여금 우리 역사상 가장 순정(醇正)한 도학정치,
즉 지치(至治)의 온전함을 드러낼 수 있게 하였다. 성리학이 우리나라에 수용되고
조선에 의해 건국이념으로 채택되었지만, 조선조 도학은 한훤당의 신념과 정신에 의해 큰 방향이 결정되었고, 향후 조선조의 역사 전개 과정에서 한국 의리학의 성격으로
형성되는 근원이 되었다. 철학사상적인 측면에서 실천지향의 도학적 특성과 방향이
비로소 한훤당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한국도학사 혹은
우리 정신사에서 갖는 한훤당 도학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후 도학은 조선조의 유학을
관통하는 정통사상이자 핵심정신으로서 한국정신사의 맥으로 자리 잡고 전개되었다.
*註2)
그것은 역사적 상황 속에서 춘추대의의 정신에서 의(義)와 불의(不義), 시(是)와 비(非)를 가려 조선왕조 자체의 정통성 자체를 수호해 왔으며, 구한말 제국주의자들이 국권을
침탈하고자 하였을 때에는 죽음으로써 그 침략성을 물리치고자 하였으며,
일제시대에는 국권회복을 위해 국내외에서 의병으로 저항하며 민족의 독립을 회복코자 노력하는 정신적주체가 되었다. 려말선초(麗末鮮初)의 역사적 전환을 통하여
불교에서 유교로의 이념적 전환이 있었지만, 조선조 유학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도학적 전개에 있었고, 그 전환점에 한훤당이 위치하였던 것은 또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상사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선현 한훤당에 대한
오늘날 우리 학문적 연구 성과는 어떤 수준인가?
본고에서는 특히, 철학사상적 관점에서 그동안 우리 학계에서 한훤당 도학사상에
대한 어떠한 연구 성과를 올렸으며, 그 내용은 무엇이며 담고 있는 의의를 함께 조명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한훤당 도학에 대한 현재까지의 석・박사학위 논문 제출 현황 및
일반 연구논문 현황을 분석해 본 뒤, 연구자들에게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한훤당
유문(遺文)의 출간 현황까지 살펴보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한훤당 연구 현황의 성과와 수준을 상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다른 사상가나 도학자에 대한 연구 성과를 아울러 조사해 보고자 한다. 특히 한훤당과 동시대 동문수학한 일두 정여창과 한훤당의 사상을 직접 문하에서 접한
정암 조광조에 대한 연구 성과들과 비교, 고찰해 보면 한훤당 연구 수준과 현황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나아가 향후 한훤당 연구를 위해
이제부터 우리 혹은 우리 학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 뒤,
현시점에서 요청된다고 판단되는 구체적인 사업 혹은 방안을
몇 가지 제안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