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호랑이
이영호
우스갯소리로 한의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밥이 보약이다.” 하는 거와 치과의사에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고살지”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친목 모임에서 듣고 한참 웃었다.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가지 않아도 될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경찰서나 죄를 지어 교도소에 가는 것이고, 또 한 곳은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다. 이곳을 가지 않고 평생을 살다가 갔다면 그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다가 간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이 두 곳을 가지 않고 살아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교도소에 가지 않으려면 정직하고 착하게 법질서를 잘 지키면서 살아가면 되지만, 병원은 그렇지 않다. 항상 건강하게 살아가면 좋으련만 몸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 젊을 때는 혈기 왕성해서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생활하면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있지만, 세월이 유수라 생로병사의 순리는 막을 수가 없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도 때가 되면 시들고, 푸르든 나뭇잎들도 낙엽 되어 떨어지듯이, 인간 역시 자연의 이치와 다를 바 없다. 나이가 오륙십 대를 넘어서게 되면, 오장육부나 감각기관이 점점 망가지기 시작, 몸과 마음의 상태가 좋지 않게 되고, 몸에 이상이 생겨 아프게 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거나 입원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치아 상태가 안 좋아 고생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게 된다. 예로부터 이가 튼튼하면 오복(五福) 중의 하나라고 말하기도 하였는데, 치아를 받치고 있는 잇몸에 문제가 생겨 치아를 잃게 되면, 복을 잃는 것과 함께 먹고 씹는 즐거움이나 행복감을 상실하게 된다고 보았다.
힘없는 사람을 '이빨 빠진 호랑이'에 비유하듯이 나이가 들어 이빨이 하나둘 빠지기 시작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잘 씹어 먹지 못하게 되니 씩씩하고 용감했던 것도 사라지고 결국은 힘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지난 이야기지만 할머니께서 칼라TV가 처음 방영될 때 고기 요리하는 프로를 즐겨 보시고 좋아하시는 것을, 어머니가 눈치채고, 치아가 하나도 없어 잘게 썰어서 먹기 편하게 해드리니, 맛있게 잡수시는 것을 보고 측은하고 서글픈 생각에 우셨다고 했다.
나 역시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은 고생을 했었다.
치아가 흔들리고 음식을 잘 씹어 먹을 수가 없어 치과에 갔더니 풍치로 인해 잇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여섯 개나 발치해야 한다고 했다. 틀니보다는 임플란트 시술을 하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지금은 부분적으로 보험적용이 되고 값이 좀 내렸다고 하지만, 몇 년 전에 임플란트 시술을 한 친구는 승용차 한 대 값이 들어갔다면서, 치아 관리에 신경을 쓰며 산다고 했다.
나는 몇 년에 걸쳐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동안, 비용 부담을 많이 느꼈다. 왜 이렇게 치과 시술비용이 비싼지 모를 일이다. 보철이나 임플란트 시술의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특수장비를 사용하는 것이나, 약 처방에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다. 왜 그렇게 차이를 두는지 속사정을 모를 일이다.
어느 잡지에서 기자가 쓴 글에 임플란트 실제 재료 값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치통으로 고생하면서 비용 때문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많은 서민의 애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서글퍼진다.
내가 아는 한 분은, 먹을 것 입을 것 줄여가면서 열심히 모아둔 돈을, 이제 편안하게 구경도 다니면서 살려고 했는데, 덜컥 암 판정을 받고, 그동안 애써 모아둔 돈을 병원에 갖다 바치고 세상을 떠났다.
영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교육과 의료비용은 국가가 사회보장 차원에서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골골하면서 백 세까지 살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 실정에 군(郡)이나 면(面)단위 에는 종합병원이 없다. 시골에서 아프면 대도시에 나와야 하며, 대학도 대도시에 집중되어있다. 양질의 교육과 의료혜택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린다.
원컨대,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으니, 학교 교육과 의료비만큼은 사회보장 차원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고 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태어나 사는 동안 생의 보람을 느끼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안심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그날이 언제쯤 올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