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양, 새 여신의 동물 >
동물을 길들여서 사육하는 시대가 되면서 숫양이 숭배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숫양이 생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실제 신석기시대 정착지에서 발견되었던 동물 뼈 중 0%가 양 뼈와 염소 뼈였다. 숫양의 털로 따뜻한 옷을 지어 입었으며, 양고기는 주요한 양식으로 삼았다.
기원전 7천년기부터 숫양이 등장했던 문양들을 살펴보면, 쐐기, 평행선, 뱀 똬리, 삼선, 그물망이 있다.
이는 숫양을 새와 뱀 형상 여신의 신성한 동물로 간주했다는 뜻이다.
숫양이 한 번 숭배의 대상, 즉 종교의 영역으로 편입되자, 이 전통은 계속 이어지다 순동기시대에 이르러 숫양의 경제적 중요성이 퇴색했지만, 숭배는 계속된다.
> 신석기시대 항아리와 인장에 나타나는 숫양 뿔의 계단 모티브
(위 그림) 아나톨리아와 그리스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 토기에는 여신의 문장만큼이나 빈번하게 숫양 뿔 모티브가 관찰된다. 기하학적 단계에서 자연적인 모티브에 이르기까지 문양이 다양하고, 짙고 옅은 담황색이나 갈색, 붉은색으로 표현.
이 문양 중 '계단'디자인이 나오는데, 계단 같은 숫양뿔이 컵의 몸체에 그려져 있고 쐐기 문양이 있는 손잡이 위쪽으로 새부리 모티브가 관찰된다.
기원전 5천년기 이탈리아 남동부의 세라달토 용기를 보면 숫양이 계단 모티브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환상적으로 정형화된 숫양 머리가 손잡이로 만들어졌고 손잡이 위에도 등장한다.
< 숫양 몸에 등장하는 여신 상징들 >
(위 그림) 숫양의 몸에 그려진 특징 중 줄무늬의 상징성이 선명하게 부각된다. 붉은 줄무늬 문양이 있는 양 테라코타인데, 목 부분에 절단선이 있어 이 양이 희생제물임을 알리는 표식일지 모른다. ( 후기 신석기시대)
(위 그림) 숫양 테라코타에 그려진 다른 문양은 평행산 삼선이나 사선(四線)의 그룹을 구성한다. 평행선 그룹들은 양털을 나타내고 양털의 풍성함을 상징한다. 풍요를 나타내는 하천 모티브 상징은 여기서는 온 몸이 털로 덮여 있는 풍요로운 양털로 쓰였을 것이다. (기원전 3700~3500년경)
< 새 여신과 숫양이 합성된 이미지 >
(위 그림) 여신의 동물은 여신과 함께 등장하거나, 여신과 동물의 특질이 합쳐진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결합의 결과는 특별한 신화적 이미지의 창조로 이어진다.
- 새 머리나 입이 달린 신상
- 숫양 뿔을 지닌 여신상
- 미앤더 문양 등
(위 그림) 은, 루마니아 남서부 기원전 4500년경 출토된 것의 복제품이다. 이 유물엔 미앤더 문양이 음각되어 있다. 중앙에 거대한 부리를 가진 숫양 머리가 있고 양 측면에는 계단 모티브 위에 숫양 머리가 각각 장식되어 있다.
(위 그림) 기원전 4천년기, 사르데냐의 페르푸가스에서 거대한 돌로 만든 무덤 벽면에 나선형 뿔을 지닌 커다란 숫양 머리에 올빼미 부리를 한 장엄한 부조가 발견되었다.
(위그림) 숫양과 새가 합성된 항아리와 형상 : 127그림은 날개 달린 숫양인데, 크레타섬과 후기 미노아 문명의 인장에 두루 나타난다. 숫양과 새 여신의 친연성은 선명하게 관찰되는데, 앤 로스에 따르면 숫양 머리를 한 뱀은 켈트 전통에서 전형적으로 숭배하는 동물의 형상이며 가장 인상적인 모양이다. (기원전 1500~1450년)
< 그물망 문양 >
초기 신석기시대에 그물망 문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물망은 처음부터 띠나 마름모, 삼각, 사각, 원 같은 틀로 두꺼운 경계를 설정하여 표현함으로써 중요성을 강조한 듯하다.
- 틀 속에 있는 그물망 문양과 관련된 것들은 평행선, 지그재그, 삼선, M자, 쐐기다. 그물망/물의 은유는 그물망 모양의 사
각 띠로 빗물을 묘사하는 이미지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 틀 지워진 그물망 문양은 시작을 의미하는 상징들과 함께 등장한다. 예를 들어 알, 음문, 자궁, 물고기-부레 모양, 식물의
새싹이다.
프랑스 동굴의 지붕과 벽면에 등장하는 그물망 문양은 평행선과 X자 문양 그룹들과 연관되어 관찰된다. 이 동굴에서는 틀이 없는 십(十)자 선, 안에 X자나 십자가 그려진 수많은 사각 문양과 함께 그물망 문양이 나타난다. 대개 이 문양들 옆에는 들소, 말, 다른 동물들이 관찰되는데, 이 사각형 속 십자 문양은 사각 속 그물망 문양과 상징적인 연관이 있는 듯하다. 이는 동굴에서 재생의 여신을 숭배했다는 표상이다.
(위 그림) 이 여신상들에 나타나는 그물망은 여신의 신체 아랫부분이나 자궁 부위 삼각형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 뚜렷이 나타난다. (기원전 5000~4500년) 그물망은 물과 연관된 우주와 연결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생명의 원천, 인간과 동식물의 출산과 연결된다. 음부 주위 삼각형, 자궁과 알의 친연성은 생명을 출산할 수 있는 배아기의 물질을 상징한다.
(위 그림) 그물망 문양이 때로는 여신상의 몸 전체 혹은 하체에만 나타난다. 두드러진 젖가슴과 특이한 팔, 강조된 엉덩이.
( 기원전 5800~ 5500년)
(위 그림) 틀 속의 그물망이 있는 문양
- 132 그림 : 수직 띠나 마름모, 삼각형, 자궁 모양의 틀 속에 있는 그물망 (기원전 4200~4100년경)
- 133 그림 : 미케네 문명에서 발굴된 자궁이나 알 모양의 틀을 채우고 있는 그물망 문양 (기원전 1500~1300년)
- 134 그림 : 물항아리에서 자주 관찰되는 마름모 틀 속의 그물망 문양 (1.기원전 3600~3400년 /2. 기원전 2500년경)
< 그물망과 격자무늬 >
그물망 문양과 격자무늬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듯 하다. 격자무늬는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그물망 문양의 변형으로 볼 수도 있다.
(위 그림) 목이 둘 있는 항아리가 구멜니차에서 불굴되었는데 목 하나에는 격자무늬가, 다른 하나에는 그물망 패턴이 장식되어 있다. 그 아래 항아리 몸체에서는 평행선, 물의 흐름, 부리 모티브가 관찰된다.
- 드라크마니의 예에서는 그물망 모양 측면에 체스판 문양이 열 지어 등장해 상징적인 의미를 강조한다. (루마니아, 기원전 4500~4300년경)
(위 그림) 출산의 여신인 화신. 무덤에서 출토된 이 유물은 사슴과 물의 상징이 서로 연관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 유물은 철기시대 출토 (아테네. 기원전 925~900년)
< 주둥이가 튀어나온 사람 모습을 한 항아리, 조각상, 동물 모양 토기 >
(위 그림)그물망은 물 항아리나 주둥 이가 있는 항아리에 규칙적으로 나타나며, 초기 청동기시대 주둥이가 있는 항아리에서 그물망 문양이 관찰된다. 물 주둥이에 장식된 그물망 문양은 사각, 마름모의 틀이나 기둥 속에 그려져 있다.
삼각형 속에 그물망 문양이 있고 양옆의 반원 틀 속에 격자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목둘레에는 삼각형 모양 그물망 문양
(그리스, 기원전 3천년기 초기) - 위 첫번째 그림
알 모양의 항아리. 항아리 가운데 있는 그물망, 상부 중앙에 집중된 사각형이 두드러지고 그 주변의 사각 틀 속에 그물망 문양. 초기 청동기시대 (기원전 3천년기 초기)
(위 그림) 새 모양의 주둥이가 있는 물 항아리. 몸체에 구획된 그물망 문양이 있으며, 젖가슴이나 젖꼭지가 표현되어 있다.
(위 그림) 자각돌에 음각을 한 여신상. 젖가슴 사이에 그물망을 채운 마름모 문양이 있고 그 아래에 쐐기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얼굴에는 물고기 모양의 둥근 입과 커다란 눈이 있다.
(위 그림) 그물망과 여성 자궁 부위 삼각형 연결. 목과 팔은 뱀 모양, 구멍이 뚫린 젖가슴으로 물이 나온다. 몸에 장식된 그물망 문양은 생명의 물을 담은 저장고를 상징하는 듯하다.
(위 그림) 팔에 아기를 안고 있는, 온몸에 뱀 무늬가 그려진 테라코타. 왕관과 팔에는 쐐기 문양, 왼쪽 어깨 위에는 그물망 문양의 원반이 달려 있다. (그리스, 기원전 14세기)
(위 그림) 양이나, 야의 뿔 모양 용기들. 마름모 속에 그물망 문양이 나타나 있다. 숫양과 그물망이 어우러진 이미지는 신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 유물에 이르기까지 나타난다.
* 숫양과 그물 문양이 어떻게 연결될까? 상징적으로 숫양의 털과 음모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인
들은 현재도 양털을 성적인 상징으로 간주해서 갓 혼인한 이들의 침대 위에 양털 한 줌을 올려놓는다고 한다.
첫댓글 책을 읽어가면서, 더욱 더 인류의 절실한 필요에 따라 그것을 인간이나 동물의 뼈 혹은 동굴에 새기면서 간절함을 표현했음을 깨닫습니다. 그것은 가벼이 말할 수 없는 예술이며, 숭고한 의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차 문양들이 구체화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젖줄, 생명수, 출산.. 최초의 탄생과 생명유지에 대한 그들의 기원에 겸허한 마음까지 듭니다. 한 가지, 인간의 뼈에도 문양을 새겨놓은 걸 보면서, 삶과 죽음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죽음이 남겨놓은 뼛조각에 최소한 두려움은 느끼지 않았던 것 같아서요.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상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드디어 엄마와 아기이라는, 상징적이고 기호적인 문양이 아닌, 인적 교류를 느껴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