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 유적답사 기행문-
백발이 제 몬져 알고 즈럼길로 오더라
답사 다녀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펜을 들었다. 생활인이다보니 생각지 못한 시간배정이 아쉬울 때가 많은데 이번이 그 경우다. 2012년 11월 13일 가을비가 서운치 않게 내리던 날, 그 가을 속에 충북 단양과 함께 했다.
지난 4월에 독립기념관에서 본 독립운동가외에 우리 고장에도 나라를 생각한 위인들이 계셨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임병규 전 남양주 향토사료관장님의 힘있는 연설은 처음부터 진지하셨다. 그 분에게서 자세하게 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고장 독립운동가를 간단하게 소개하련다.
첫번째, 남양주시 오남리 출신 하상태 선생, 지금의 묵현리에 가면 지자체에서 소홀히 한 결과 “하상태지묘”라고 씌여진 비석만 있다고. 하장군의 부인이 일기를 써서 보관 되어 오던 것이 어찌어찌하여 지금은 한림대학교 소장본으로 남았다고 역성을 내신다. 역성을 낼 만도 하시겠단 생각이 든다.
두번째, 남양주시 조안면 출신 김용기(장로) 독립운동가. 천안의 독립기념관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큰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 배경이 조안면 봉안리 김용기 장로님의 생가란다.
“조국이여 나를 믿으라”
“조국이여 나를 따르다”
벽면에 써놓고 여운형 선생의 동생(여운용)과 어깨동무하며 찍은 사진이 봉안교회에 있단다. 봉안마을이라하면 구황식물의 저장법을 최초로 개발한 이상향 마을이었다고.
세번째, 교육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분으로 진명여고를 창설하신 남양주 덕소리 출신의 이종숙 선생이다. 지금도 진명여고에서 스승의 날이면 백발의 노인들이 참배를 오신단다. 선생의 장학사업에 은혜를 입으신 어르신들, 그 당시 학생 교복을 입고 참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눈시울이 절로 적셔지며 참 교육과 스승의 은혜를 알 수 있으시다고.
네번째, 사관학교 첫 교장 선생님이신 이철영 선생이다. 남양주시 가곡리의 땅 40만평을 팔아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을 배출한 분으로 남양주시 이광길 시장님의 선조라고 한다. 8형제중 6형제가 독립운동을 할 정도로 독립운동가의 핏줄로 맺어진 형제들이란다.
다섯번째, 너무나도 잘 알려진 윤동주 시인은 남양주시 마석출신, 시인은 독립운동차 북간도 용정리로 건너갔으며, 또한 글로 독립운동을 하신 조지훈선생도 남양주시 마석우리에 묻혀계신다.
사인암
단양 사인암은 남조천변에 병풍처럼 넓은 바위가 직벽을 이루며 위엄을 자랑하고 있는 곳으로 추사 김정희가 이곳을 두고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 그림과 같다고 찬양했을 정도로 그 경관이 특이하고 아름답다. 단양8경중의 하나이기도하다. 고려시대 경사와 역학에 능통했던 역동 우탁 선생이 정4품 벼슬인 사인 재직시 이곳에 머물렀다는 사연이 있어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였던 임재광이 사인암이라 명명했다고 전하며, 암벽에는 우탁의 글이 남아 전해진다.
(사인암)
옛 문인들은 흔히 문인들의 족적을 많이 남긴 곳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글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 금강산이라면 남한에서 가장 많은 글씨가 새겨지거나 남겨진 곳은 사인암이다. 직체가 높은 어르신들의 전유물인 전서체가 눈에 띄게 많다. 고려말 충신 정몽주와는 절친한 친구사이로 개성에 있던 우탁 선생이 이곳 단양 사인암에 내려와 세상의 시름을 잊었던 곳이다. 바위에는 바둑판과 장기판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우탁 선생을 찾아온 중앙 정계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조선시대 남인이 정권의 주체였던 시절에는 남인들과 다산 정약용선생이 선산, 단양을 오가며 사인암에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의 저서 <여유당전서>를 보면 그 기록이 전해진다.
오늘은 비가 꽤나 떨어진다. 사인암에 새겨진 우탁의 시조, <탄로가>가 선명하다. 모두 3수로써 늙음을 한탄한 주제를 담고 있다. 작자가 충선왕의 패륜을 극간하다가 진노를 입어 예안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닦고 후진을 양성하며, 새로 들어온 주자학을 연구하다 보니 어느덧 백발이 되어 인생의 늙음을 안타까워하여 읊은 것이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白髮) 막대로 치려터니
백발이 제 몬져 알고 즈럼길로 오더라.
(* 몬져 : 먼저 / * 즈럼길 :지름길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다른 한 손엔 가시를 쥐고/
늙어가는 것을 가시덩굴로 막고 오는 백발은 막대기로 치려고 하였더니/
어느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
(우탁의 탄로가) (사인암에 새겨진 전서체 글씨)
단양8경
우리나라의 경관 지정은 조선시대 겸재 정선의 ‘관동 8경’, 퇴계 이황의 단양군수 시절 ‘단양 8경’ 등이 유명하다. 그 중에서 단양8경은 충청북도 단양군에 있는 8곳의 명승지를 지칭하는 말이다. 중국 북송 때의 ‘소상 8경’,보다 더 아름답다고 칭찬이 자자했던 곳이다. 도담 삼봉, 석문, 사인암, 구담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있다. 정도전과 토정 이지함 선생 등 많은 학자들이 그림에 단양 8경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충주호 1 )
장회나루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청풍을 거쳐 충주까지 가지만 난 청풍에서 다시 장회로 돌아오는 1시간 30분간의 코스를 선택했다. 수경분수, 단양팔경중 옥순봉과 구담봉, 금수산, 제비봉, 만학천봉, 강선대, 신선봉, 두무산을 관람할 수 있다. 입담 좋으신 선장님과 도선사의 능숙함에 놀랍고 신명나는 유람이 되었다. 아늑하고 부드러우면서 온화한 색조의 단양 단풍 속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충주호 2) (옥순대교)
2년전, 충주의 탄금대, 탄금호 중앙탑을 찾았을 때 공부했던, 한반도의 중앙인 충주를 차지하기위해 삼국이 서로 전쟁을 치러야만 했던 이유를, 역사의 얘기가 가까워졌다.
고수동굴
(동굴입구.....산더덕, 고무신)
등우산 서쪽 기슭의 동굴 입구에는 앙증맞은 고무신들이 줄지어서 전시회를 하듯, 색깔별로 골라 사가란다. 동굴로 들어가려면 편한 신발을 신으라는 것이다. 나도 동자승되어 불공드리러 가는 숙연한 마음으로 동굴견학을 시작하련다.
이 동굴의 정식명칭은 단양 고수리 동굴이다. 1976년 9월 1일 천연기념물 제256호로 지정되었다. 규모는 주굴 길이 600m, 지굴 길이 700m, 총연장 1,300m, 수직 높이 5m이다. 동굴 안에는 종유석·석순·돌기둥·유석 등을 비롯하여 곡석·석화·동굴산호·동굴진주·동굴선반·천연교·천장용식구 및 세계적으로 희귀한 아라고나이트가 만발하여 석회암동굴 생성물의 일대 종합전시장을 이룬다.
특히 상층부의 대광장에는 길이 10m에 달하는 대종유석이 비단폭처럼 줄을 지어 내리뻗고, 동굴 안쪽에는 인공적으로 다듬어진 것처럼 정교한 많은 기암괴석들이 늘어서 있어서 웅장한 지하궁전을 방불케 한다. 그들 기암괴석 중 백미를 이루는 것은 사자바위로, 자연석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그 바위의 형태가 뛰어나서 동굴의 대표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동굴안에는 높이 13m의 유석인 종유벽을 비롯하여 수많은 석순, 아름다운 석회단구 및 거대한 종유폭포 등이 발달되어 또 하나의 이색적인 지하전당을 이룬다.
동굴 안을 흐르는 동굴류는 생물서식에 유리한 조건이 되어, 동굴 속에서는 화석곤충으로 널리 알려진 고수귀뚜라미붙이를 비롯하여 옆새우·톡톡이·노래기·진드기·딱정벌레 등의 동굴곤충 및 박쥐 등 풍부한 동굴 생물상을 볼 수 있다. 고수동굴의 경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인 미국 버지니아주의 루레이 동굴과 맞먹는다고 한다.
(고수동굴 내부)
독립운동가에서부터 동굴까지 공부한 오늘은 굳이 색깔로 표현하자면 진한 갈색같다. 날씨도 한 몫 했지만 내 고장 안에서 독립운동가가 많이 배출되었음에도 온통 밖으로 관심의 추파를 보내고 있었다는 것에 부끄럽다. 천혜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어서 그에 감사하며, 일 년 동안 전국답사를 하면서 내 역량의 길이는 얼마나 자랐을까 점검해보련다. 오늘을 계기로 단양이 고향처럼 다가서기를...,
우탁 선생의 염려처럼 백발이 먼저 찾아들기전에 활발히 다른 고향을 찾는 행진은 계속되리라. (2012.11.13 충북 단양 답사)
첫댓글 시인 윤동주 선생이 남양주 마석 출신...새로운 사실 알았네요. 남양주 시민으로서 우리 자긍심을 가집시다.
우탁의 '嘆老歌' 시조는 지금도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덕분에 단양8경 구경 잘하였네요. 감사 감사~~~
감사합니다.
저도 윤동주 시인이 마석출신인줄은 이번에 알았습니다.
저도 언젠가 "탄로가"를 본 것도 같은 데 어어디서 봤나 했더니 교과서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