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天道)에 부합하는 활쏘기: 조선철전사법(朝鮮鐵箭射法) 별절궁체(撇絶弓體)에 대하여
국문초록
본 연구는 조선 시대 무과(武科)와 실전에서 사용되었던 핵심 사법이자 전통 정통궁술의 극치인 ‘조선철전사법’과 그 발현 형태인 ‘별절궁체(撇絶弓體)’의 정신사적 근원 및 문헌적 실체를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선의 활쏘기는 단순한 무술적 기량에 머무르지 않고, 『예기(禮記)』 「사의(射義)」에 뿌리를 둔 사상적 실천이었다. 내지정 외체직(內志正 外體直)과 지궁시심고(持弓矢審固)의 원리는 선기옥형(璇璣玉衡)이 상징하는 천지정위(天地正位)와 동서남북·상하의 육방정(六方正) 정신에 닿아 있으며, 이는 『소학(小學)』의 쇄소응대(灑掃應對)와 『대학(大學)』의 혈구지도(絜矩之道)로 외연화된다.
본고는 이러한 사상적 기반 위에서 배꼽과 미간을 과녁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정면거궁이 필연적으로 ‘별절(撇絶)’이라는 독특한 사법적 결과를 낳았음을 논증한다.
아울러 『사예결해(射藝訣解)』, 『사결(射訣)』, 『정사론(正射論)』, 그리고 『조선의 궁술』에 이르는 조선 후기 및 근대의 핵심 활쏘기 문헌을 교차 검증함으로써, 격렬하게 폭발하는 별절궁체야말로 조선 철전사법의 정통이자 문헌적으로 증명된 유일한 본형(本形)임을 밝힌다.
주제어: 조선철전사법, 별절궁체, 예기 사의, 천지정위, 사예결해, 조선의 궁술
-----------------------------------------------------------------------
I. 서론
한국의 전통 활쏘기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무학(武學)과 심학(心學)이 결합된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현대 국궁계 일각에서는 고유의 신체 역학과 사상적 기반이 거세된 채, 20세기 후반 서구식 양궁 자세를 차용한 이른바 ‘턱밑살대 게발깍지’ 형태의 정체불명의 사법이 전통의 탈을 쓰고 횡행하는 왜곡을 겪고 있다. 이는 조선 시대 군사력의 핵심이자 무인들의 정체성이었던 무거운 화살(鐵箭·六兩箭)을 쏘아 보내던 사법 체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폐습에 불과하다.
이에 본 연구는 조선 무과 및 실전 활쏘기의 원형인 ‘조선철전사법’을 올바르게 규명하고자 한다. 조선철전사법의 궁극적 지향점은 신체와 정신을 우주의 질서인 천도(天道)에 합치시키는 데 있었으며, 그 결과물로 도출된 비전(秘傳)의 자세가 바로 ‘별절궁체(撇絶弓體)’이다.
본고는 첫째, 별절궁체가 『예기』 「사의」의 유교적 정신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규명하고, 둘째, 조선 후기부터 근대에 이르는 방대한 문헌 분석을 통해 별절궁체의 구체적인 신체 역학적 기전과 사료적 실체를 증명함으로써 한국 전통 무예학의 올바른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
II. 활쏘기의 정신사적 근원과 천도(天道)의 구현
1. 『예기』 「사의」와 선기옥형의 육방정(六方正) 정신
조선 활쏘기의 사상적 뿌리는 유가(儒家)의 성학(聖學)과 맞닿아 있으며, 그 핵심은 『예기(禮記)』 「사의(射義)」에 명시된 “내지정 외체직(內志正 外體直)”과 “지궁시심고(持弓矢審固)”에 있다.
'안으로 뜻을 바르게 하고 밖으로 몸을 곧게 한 뒤에야 활과 화살을 잡는 것이 견고해진다'는 이 가르침은 단순한 자세 교정 구결이 아니다.
이는 유가 정신세계의 표본인 선기옥형(璇璣玉衡)이 상징하는 ‘천지정위(天地正位)’의 상태를 무인의 몸을 통해 재현하는 과정이다.
즉 동서남북과 상하(上下), 즉 육방(六方)을 반듯하게 바로잡는 ‘육방정(六方正)’의 정신이야말로 천도에 부합하는 활쏘기의 시발점이다.
2. 소학(小學)의 쇄소응대와 대학(大學)의 혈구장(絜矩章)
신체를 우주의 축과 일치시키는 활쏘기는 일상적 실천성과 정치·사회적 윤리성으로 확장된다. 겉으로는 몸을 정연하게 가다듬는 행위로서 『소학(小學)』의 쇄소응대(灑掃應對, 물 뿌리고 쓸며 윗사람을 대하는 일상의 도리)의 엄숙함에 대응하며, 안으로는 상하·전후·좌우의 치우침이 없도록 균형을 잡는다는 점에서 『대학(大學)』의 혈구장(絜矩章, 사방을 재는 자처럼 내 마음을 자로 삼아 남을 배려하는 도리)에 부합한다.
이처럼 유교적 수양론의 정수를 담은 활쏘기는 몸과 마음을 바로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신체를 과녁과 삐딱하게 서지 않고, 배꼽과 미간이 과녁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정면거궁(正面擧弓)’의 신체 구조를 요구한다.
신체를 과녁과 일치시켜 우주의 도리를 몸으로 드러내는 이 수직과 수평의 정위(正位) 상태에서, 비로소 조선철전사법만의 독특하고 맹렬한 역학 구조인 ‘별절(撇絶)’의 궁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
III. 문헌을 통해 본 별절궁체(撇絶弓體)의 사료적 실체
조선의 정통 활쏘기가 ‘별절’의 궁체로 이루어졌음은 조선 영조 대부터 일제강점기 문헌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기록되어 있다. 용어의 미세한 분화는 있으나, 그 신체적 현상과 맹렬한 발시 메커니즘은 완벽히 일치한다.
1. 『사예결해(射藝訣解)』와 『사결(射訣)』의 고증
조선 영조.정조 시대 웅천(熊川) 이춘기(李春耆)가 구술하고 죽석관(竹石館) 서영보(徐榮輔, 1757~1824)가 정리한 『사예결해』에는 별절의 핵심 원리가 “전수별 후수절(前手撇 後手絕)”이라고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앞손(줌손)은 줌통이 부러질듯이 밀어 제치고(撇), 뒷손(깍지손)은 시위가 끊어질듯이 맹렬히 발시하는(絕) 역동성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원리는 실학자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사결(射訣)』에서 더욱 구체적인 신체 궤적으로 묘사된다. 서유구는 줌통이 부러질 듯, 시위가 끊어질 듯 맹렬하게 발시할 때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줌손과 활장의 궤적: 발시 순간 앞팔 상완골두의 강력한 내전(內轉)과 짜임에 의해, 활의 윗고자는 오른발 신발을 향해 떨어지고, 아랫고자는 왼쪽 뒷 겨드랑이에 찰싹 붙게된다.
깍지손의 궤적: ‘우수수배향서(右手手背向書, 오른 손등이 얼굴을 바라봄)’의 형태로 바싹 짜서 당겼던 깍지손은 발시 후 손바닥이 땅을 보며 뒤로 떨어지다가, 최종적으로 오른 엉덩이에 찰싹 붙게된다.
문헌에서는 이 격렬한 역학적 귀결을 직관적으로 ‘별절(撇絶)’이라 명명했다.
2. 『정사론(正射論)』의 절파절현(折弝絶弦)
구한말 왕실 호위대인 금군(禁軍)에서 활선생을 지낸 첨절제사 청교(靑郊) 장언식(張彦植, 1850~1916)의 『정사론(正射論)』 역시 동일한 사법을 증언한다.
장언식은 이를 “절파절현(折弝絶弦, 줌통을 부러뜨릴듯, 시위를 자르듯 쏜다)”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였다. 아울러 “전거정원 후거집방(前擧正圓 後擧執方)”이라 하여 앞손은 둥글게 밀어 정위를 잡고 뒷손은 네모지게 굳건히 잡아 당기는 법을 설명하며, 용어의 차이만 있을 뿐 조선의 무과 철전사법이 완벽한 별절의 메커니즘으로 운용되었음을 재차 확인해 준다.
3. 『조선의 궁술』(1929)에 나타난 완벽한 묘사
근대 유일의 사법서이자 1929년 조선궁술연구회에서 발간한 『조선의 궁술』은 별절궁체가 조선의 유일무이한 정통 사법임을 쐐기 박는 문헌이다.
해당 저서에 수록된 ‘궁체의 종별 11개 항목’(비정비팔, 이마 과녁 마주하기, 줌손 가운데 손가락이 코와 과녁과 일치하기, 각지손 높이 걸머지기, 발시후 불거름으로 떨어지게 쏘기 등)을 왜곡 없이 완벽히 지키고 쏘았을 때 나타나는 최종적 현상을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발시 후 줌손과 활장이 불거름(아랫배) 쪽으로 맹렬히 떨어지고, 화살은 줌뒤(활장의 오른쪽)로 떠서 들어와 맞는 활이 제일 잘 쏜 활이다.”
이는 앞서 『사결』과 『정사론』에서 묘사한 윗고자가 오른발로 가고 아랫고자가 왼 뒷 겨드랑이에 붙으며 줌손이 아래로 떨어지는 ‘별절’의 신체적 결과물을 정확히 한글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문헌 고증적 관점에서 볼 때, 조선의 전통 정통궁술은 ‘별절’ 외에 다른 형태를 상상할 수 없다.
-----------------------------------------------------------------------
IV. 결론
본 연구는 조선철전사법의 외형적 발현인 별절궁체가 유교적 우주관과 신체관의 결합체이자, 수많은 옛 문헌이 증명하는 조선 고유의 정통 사법임을 고찰하였다.
첫째, 조선의 활쏘기는 『예기』 「사의」의 내지정 외체직 정신과 선기옥형의 육방정 구조를 인체로 구현하는 도학적(道學的) 몸짓이었다. 배꼽과 미간이 과녁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신체과녁정면 이마 바루서기 사법체계에서 상하.전후.좌우 대칭의 미학은 소학과 대학의 철학에 부합하는 천도의 발현이었다.
둘째, 정면거궁 상태에서 강력한 철전을 날리기 위해 온몸의 근육과 뼈를 짜서 쏘는 전사경(纏絲勁)에서 역학적 필연성은 『사예결해』, 『사결』, 『정사론』, 『조선의 궁술』에 이르는 모든 사료에서 ‘별절(전수별 후수절, 절파절현)’이라는 동일한 현상으로 증명되었다.
사예결해의 좌액활여, 정사론의 거지고고원원 높은 거궁에 이은 전거정원 후거집방의 만작과 발시 후 줌손과 활장이 불거름으로 떨어지고, 윗고자가 오른발로 향하고 아랫고자가 왼 뒷겨드랑이에 찰싹 붙게 쏘아지며, 깍지손 손바닥이 땅을 보며 떨어지다가 오른 엉덩이에 찰싹 붙게 쏘아지는 이 역동적 궁체야말로 우리 선조들이 수백 년간 다듬어온 진짜 활쏘기의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현대 국궁계에 잔존하는 ‘턱밑살대 게발깍지’와 같은 양궁 모방형 자세는 역사적 문헌과 전통 신체 역학 그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왜곡이자 단절해야 할 폐습이다.
본 연구를 기점으로, 천도에 부합하고 선조들의 강인한 무인 정신이 깃든 ‘조선철전사법 별절궁체’의 학술적 가치가 바로 서고, 전통무예로서의 정통성이 온전히 복원되기를 기대한다.
-----------------------------------------------------------------------
참고문헌
죽석관유집 『사예결해(射藝訣解)』.
서유구, 『풍석전집』 중 「사결(射訣)」.
장언식, 『정사론(正射論)』.
조선궁술연구회, 『조선의 궁술』, 1929.
『예기(禮記)』 「사의(射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