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종종 거리고 다녔더니 허기진 배를 채워야 될 것 같은데 집에 들어가도 먹을 것이 없는 것은 뻔하니 남편에게 저녁을 사달라고 문자를 보낸다. 당근 오케이다. 집에까지 가는 것보다 코다리찜 음식점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르다.
어느 나라에서 왔을까, 러시아산일까, 멀리서도 왔다. 큼지막한 접시에 따끈한 코다리찜이 푸짐하게 나온다. 통통한 무를 나박나박 썰어서 매운 고추 길게 반으로 잘라 양념을 한 맛이 달작지근하면서 매콤한 맛으로 코다리와 같이 먹으면 완성맞춤이다.
반 토막으로 잘라진 코다리를 먼저 꼬리부분부터 먹기 시작했다. 늘씬하게 빠진 살이 결 따라서 자를 대듯 일렬로 쭈욱 발라진다. 살점이 부서지지 않아서 좋다. 옆 부분의 가시는 잘 골라내고 발라진 살을 마른 김에다 올려서 콩나물과 함께 허기진 입으로 쏘옥 들어간다. 매콤한 맛이 혀끝을 자극하며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달라붙은 위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없는 입맛이 알싸하게 되살아난다.
머리 부분은 굴곡진 곳에 미로처럼 숨겨진 살들을 젓가락으로 잘 헤집고 찾아 꼼꼼하게 해체한다. 아쉬운 살 한 점 보물 찾듯이 알뜰하게 먹으면 코다리의 머리는 완전 해체가 되고 나중엔 머리는 어디로 갔는지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온 몸뚱아리 내 몸을 위해서 아낌없이 내주는 최후까지 맛보면서 이기적인 위는 이제 그만 들어오라는 신호를 준다.
매운맛을 완화시키기 위해 간이 거의 되지 않은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오뎅볶음, 양배추샐러드로 입가심을 해주고 짭쪼름한 바다향이 나는 미역국을 삼삼하게 마셔 주면 뱃속이 편안해지는 게 코다리찜의 끝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