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몸치의 댄스일기37 (짜릿하고 상큼한 그 맛-탱고)
(2004. 8. 22)
모던 댄스를 배우기 시작한지 이제 1년이 넘어섰다.
그 동안에 왈츠를 중점으로 하면서도 모던 5종목의 맛은 다 본 셈이다.
처음에는 왈츠만 사람의 마음을 빼앗고 댄스의 전부인양 호들갑을 떨었다. 각 종목별로 독특하고 독자적인 매력과 마력이 공유하고 있는 걸 맛보고서는 오히려 갈 길이 너무 멀고 긴 것 같아 기가 질리기도 했다.
토요일 오후에 내가 늘 연습하던 곳으로 가니까 몇 팀이 개인레슨을 받고 있었다. 특별히 단체 모임이나 강습이 없어서 연습하기에 딱 좋았다.
이미 이곳 강사님들은 안면이 있어서 눈인사를 하고서 내 연습에 들어갔다.
작년에 내가 처음 입문할 때 이때쯤에는 광적인 댄스 멤버들이 토요일이면 누가 부르지 않아도 한 둘씩 모이기 시작해서 대여섯 명은 항상 모이는 고정 멤버들이 있었다.
올해는 이상하게도 아무도 없다. 작년 멤버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이제 나 혼자서 연습하니까 왠지 또 다른 허전함과 그리움이 밀어닥쳤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올해는 그런 걸 자주 실감했다.
댄스 아니면 못 살아가고 세상에서 오로지 댄스만이 자신들을 살아가게 하는 활력소인양 하더니만 지금은 어디서 무엇들을 하고 있을까.
지난 일들을 생각하며 연습에 몰두했다.
요즘은 주로 탱고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연결된 동작은 물론 각 부분 동작들 워킹과 프로그레시브 링크,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탱고의 골격인 이 동작들에 중점을 두었다.
이제는 탱고다운 맛을 내기 위한 스타카토, 바디 비트 액션들.
사부님이신 김정현 원장님께서 그런 동작만 타이밍 맞춰서 제대로 된다면 탱고는 다 되는 거라는 말씀 한 마디에 계속적인 반복 연습에 매달렸다.
김원장님한테서 개인레슨 시간에 맛 본 그 짜릿하고 강렬한 느낌.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그리고 부드러움 속의 날카로움.
탱고!
사실 난 처음에는 왈츠에만 몰두되어 탱고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탱고도 왈츠와 같은 시기에 시작하여 지금껏 레슨을 이어 온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룹 레슨이나 단체강습도 빠뜨리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그러나 탱고의 맛을 감지하는 데는 왈츠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왈츠만큼 시간적인 연습량이 적은 탓도 있었지만 애당초 탱고음악의 박자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동작을 하지 않을 때는 조금 들리는데 탱고 자세만 취하고 워킹이 시작되면 혼란스럽고 헷갈려서...
처음에는 모든 음악에 대해서 공포증을 느낀 건 어쩔 수 없는 나의 음악 감각에 대한 한계였다.
유난히도 왈츠보다 탱고 쪽이 더 곤혹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슬로우~ 리듬을 못 잡아내서 박자가 매번 틀렸다. 퀵 박자는 들리는데 슬로우의 박자를 놓쳐서 서둘거나 빨리 동작을 취하다보니까 틀리게 되어서 도저히 탱고를 못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최근 어느 날 우연히 탱고 음악이 귀에도 들어오고 몸에도 와 닿고 가슴속에도 스며들었다.
그 순간의 감동은 드디어 탱고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듯 했다.
진즉에 맛보았던 왈츠의 그 감동에 버금가는 그리고 색다른 야릇하고 미묘한 아주 짜릿하고 황홀한 감정이 몸과 마음에 와 닿았다.
새로운 환희의 순간들이었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흥분을 감출 수 없어 가슴이 쿵쿵 뛰었다.
탱고 음악에서 바로 그걸 찾아낸 건 아니었다.
탱고보다 한 발 앞서 슬로우 폭스트롯에 심취를 했는데.., (물론 왈츠는 예외로 하고.)
폭스트롯의 음악도 몸으로 맞추기에는 슬로우 박자와 첫 퀵 박자가 어려워서 매번 틀리곤 해서 사부님이신 김원장님이 지켜보다가 목소리를 높게 만들었다.
난 김원장님 앞에만 서면 음악에 대한 주눅이 들어서 더 못하는 편이었다. 음악 공포증 박자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음악 없이 나 혼자 할 때는 모든 종목을 훨훨 날듯이 하다가도 음악을 틀고 하면 원장님 앞에서는 쩔쩔 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차에 시디플레이어를 다시 달고 차에서 모던댄스 곡들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 덕분인지 어느 날 갑자기 폭스트롯의 음악이 귀에 와 닿고 마음에 내 가슴 깊숙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연습하면서 음악을 들으니까 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폭스트롯에 대한 느낌과 감정은 다음에 다시 한 번 쓸 계획이다.)
그 다음부터는 탱고음악도 들렸다.
탱고 음악이 귀에 가슴에 몸으로 받아들여지는 그 때부터 나의 댄스는 자신도 모르게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됨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감동 자체가 달랐다. 동작이 부드러워지고 날카로워 지고 매끄럽고 희열감이 몰려왔다가 다시 파도처럼 밀려왔다.
정말 좋았다.
탱고가 이래서 감성이 상대적으로 더 예민한 여성분들이 좋아하는구나 하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단체반이나 동호회 여성분들이 탱고 음악도 탱고댄스 자체도 좋다고 하는 걸 수없이 들어왔다. 나의 사부님이신 김원장님도 탱고를 가장 좋아하신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었다. 휴대폰 닉네임까지 [탱고]라고 사용하신다는 말은 어떤 여성 회원에게서 들은 바도 있었다.
상대방을 집어삼킬 듯 매와 같은 날카로운 눈빛. 쫙 펼친 가슴과 미사일처럼 겨눈 양어깨. 하체는 엉거주춤 구부리고 상체는 쭈욱 세워 올리고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쾌감과 뿌듯한 무엇인가를 맛 볼 수 있었다.
몸이 세워진 상대방과 함께 홀딩하고서 컨택이 되어 지면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그 무엇!
강렬하고 열정적인 템포와 부드러운 리듬. 탱고 음악에 몸을 실어 살짝 살짝 쳐주는 바디 비트 샤프함 짜릿함 상큼 상대방과의 바디에서 꿈틀대는 심장 박동.
이 맛을 알고부터 탱고에 더욱 매료되어 탱고의 워킹과 링크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연습에 더 매달리게 되었다.
2004. 8. 22
[댄사모] 댓글
cbmp
강변마을님 여전히 열심히 연습하셔서 좋네요...댄스일기 올려 주셔서 감사.... 04.08.22 23:21
답글 은희
잼나요.. 04.08.2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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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 27 다음카페 [사즐모]에 “예전글”이란 제목으로 재탕으로 올렸던 댓글.
댓글
바람돌 07.01.27 10:18 첫댓글
왈츠와 탱고 보기만 해도 좋은 춤... 왈츠 이야기엔 겨우르님이 1덩 댓글을 다셔야 격이 맞는데, 늦잠 주무시나?..지송...ㅎㅎ
겨울나그네 07.01.27 10:26
탱고??.... 왈츠가 어떻게 왈치 비슷이라도 해져야 탱고를 배워볼꺼네유.....ㅎㅎㅎ
눈동자2 07.01.28 03:08
청노루님의 탱고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지네요. 지금 탱고 베이직 교습중인데 시간이 없어 연습을 못하네요. 살짝 살짝 쳐주는 바디비트. 샤프함. 짜릿함. 상큼함 상대방과의 바디에서 꿈틀대는 심장박동~~~ 느끼고 시~포~여!!!!
엘비스님 07.01.28 14:12
어느 한 가지 춤도 각기다른 멋과 색이 있는 거죠 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