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은 없어도, 아직도 하월시아와 함께 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깊은 가을, 그 모습들을 살포시 남겨봅니다.
볕이 좋은 가을 주말 오후, 서향 베란다로 청아한 빛이 역광으로 드리운 하월시아 담아 봤었구요.
늦봄에 파종했던 실생들의 근황과 변화를 살피면서 기대감과 상상을 가져보고 있기도 합니다.
5월부터 시작했지만 이제서야 활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괘씸한 생각과 기특함이 교차하기도 했구요.
초 가을에 분갈이를 해줬던 녀석들이 이렇듯 두달만에 이전 모습에 가깝게 성장세를 찾는 것을 보면서, 하월시아 식집사의 부지런함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생각해 봤구요.
정상적으로 잘 성장을 이어가는 녀석이지만, 연관된 사연들이 물고 물리니 보는 마음이 그리 좋지 않는 하월시아들도 있어서 고민도 되었구요.
식물은 죄가 없다지만, 모든 것은 추억과 동떨어지지 않다고 여기는데, 여기에 더해서 제가 생각이 좀 많은 타입이라 더 그런 것 같지만요.
정말 작은 소묘에서 시작했지만, 얼마지 않아 대묘 수준의 조직배양 수입묘들 틈새에서 빛을 보진 못한 녀석도 다시금 살펴보기도 했었습니다.
역시나 금이 많은 녀석들은 일반 가정에서 여름을 보내는 것이 녹록치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그래도 살짝 케어해 주니 그 마음을 아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하는 모습에 기쁨과 함께 안쓰러움도 느꼈답니다.
가을 분갈이가 많지는 않았어도, 고민 끝에 센터를 다시 맞추거나 화분 크기를 키워주고 그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보기 좋은 것이었으면 더 빨리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구요.
성장이 느리지 않은 녀석 중에서는 몇 안되는 대품들도 있습니다. 그중에 방금 부부싸움을 했지만 한 이불을 덮고 등 돌리며 있는 듯 부부애를 과시하는 하월시아 모습도 보입니다.
이미 제가 사용할 파종 용기는 넉넉하게 있지만,
아직 입문하지 않은 하월시아 식집사 분들이 보다 쉽고 낮은 비용으로 "실생"을 하실 수 있도록 '파종통'도 수작업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고민들... 거기에다 짧지만 깊었던 기존 고민들을 더 더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16가지 이상의 재료를 혼합한 집밥과 같은 "나만의 하월시아 배합토" 1년 치를 한꺼번에 만들어 보기도 했구요.
적지 않은 금액으로 곁에 둔 "금개체" 개체, 분양 농장에서 이 품종은 고정성이 좋지 않다는 뒤늦은 말을 들었어도 설마했던 녀석, 현실이 되는 순간 우여곡절 끝에 곁을 떠나기 직전에서야 겨우 적심으로 한 개체를 얻는데, 이를 심으면서 씁쓸한 마음도 밀려왔었네요.
그래도, 2년반전에 파종했던 꼬맹이 실생 중에도 몇 아이는 따로 개별 입식하면서 희망도, 상상도, 기대감도 다시금 품어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을의 시간들을 더 즐겨야 하는데, 벌써 다음 주면 겨울에 가까운 계절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걸 알리려는 지, 해는 늦게 지고 더 빨리 지고 있음이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맑고 화사하게 자체 발광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하월시아 식집사 생활을 계속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네요.
이상 하월시안이었습니다.
첫댓글 너무 큰 존재감 입니다 ~~
세상 사는게 다 똑같이 아닐까 합니다 ~~
이쁜 개체들이 함께 있어 그 또한 행복이라 생각 합니다 ~~~
말씀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행복합니다.
취미 생활을 아주 잘 하고 계시는 것 같내요...식집사의 일상 너무 부럽습니다...식물로 인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힐링되는 모습이 느껴집니다...늘 깔끔하게 정리하고 맘을 표현해 주셔서 식물들이 사랑을 많이 느낄수 있는것 같습니다. 주말이내요...식물로 인해 행복한 시간외 되시기를....
감사합니다.
"잘"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월시아에서 시작된 스트레스도 있지만, 힘을 더 많이 받고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선배 취미가분들에 비해서는 적은 개체수라서 관리 범위에 들어와서 그렇게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ㅎㅎ
매번 이렇게 좋게 봐주셔서 너무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