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와 함께하는 문화유산 답사에 가기 위해
여름 휴가 일정을 맞추었습니다.
휴가 전날, 폭우 속에서 호남 샤니(손행오 노조위원장-17회 선배님)에서
빵 열 박스를 싣고 왔습니다. 선배님은 휴가중이더군요.
매일우유에서 협찬해 준 음료와, 기타 과자며 캔디 등을
200개의 봉지에 나눠 담는 작업을 하였지요.
처리해야 할 업무도 남은 탓에 공장 일 하랴, 떠날 준비하랴
분주함과 설레임이 뒤엉킨 채 온몸은 땀으로 푹 젖었습니다.
밤길을 달려 장흥에 휴가 보고차 내려갔습니다.
모처럼 휴가인데 부모님께도 봉사를 해야했지요.
아침을 지어 식사를 하고, 설아를 데리고
강진 무위사에서 일행과 합류했습니다.
관광버스 다섯대에 장애우 126명과 그 부모 38명,자원봉사 30명과
교사 15명이 나눠 타고 나머지 한대엔 한교조 인원과 고교생들이,
그외 저처럼 차를 가져온 일행까지 총 277명이 떠나는 대규모 이동이었습니다.
정신 지체 장애우들이라 이동이 불편한 친구는 드물었지만
거의 일대일 케어를 요하는 환우들이었지요.
마음이 아프다는 거.. 본인보다 주변에서 돌보는 이가 훨씬 가슴 아프다는 것
경험을 통해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이 천사처럼 거룩해 보였습니다.
휴가철인지라 편도 일차선 도로가 구간 구간 정체되어
우린 곧바로 완도 청소년 수련관으로 향했습니다.
정도리 구계등 가는 낯익은 표지판이 보이고
때이른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대며 환하게 우릴 맞아 주더군요.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한 수련관은 완도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멀리 시원스레 바다가 펼쳐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습니다.
비온 뒤라 쾌청한 날씨에 한낮의 태양이 이글거려도
산위에서 부는 대륙풍인지, 바다에서 부는 해풍인지
습습했지만 더할나위 없이 시원한 자연풍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해신 촬영지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먹은 동동주와 파전의 취기로 숨을 헐떡였지만
오후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물을 가둔 대형 풀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었지요.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물장구치며 개구장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노는 모습을 보노라니 아무도 아픈 것 같지 않았어요.
여름 한낮의 놀이가 그들에게 자연 치유력을 선사했음 좋겠어요.
저녁 레크레이션은 행사의 하이라이트지요
친교의 시간이라 명명했듯이 모두들 하나되어 웃고 즐기는 장이었어요
대형 선풍기만 도는 실내 체육관에 가득찬 열기에도
지칠줄 모르고 일사불란하게 화합하고 게임하며,
부상으로 주어진 선물에 환호하는 그 친구들이
비록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다해도
정녕 행복해 보였던 건 순전히 제 착시였을까요?
풀벌레 울음과 함께 반딧불이 불 밝히는 무공해 여름밤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시원한 맥주 파티지요.
한교조 선생님의 지인으로부터 공수해 온 완도 활어회를 맛보며
세상을 좀더 예쁘고 아름답게 느끼며 살아야겠다 다짐해 보았습니다.
잊을 수 없는 그 여름밤의 밤공기 모두에게 나눠 드리고 싶습니다.
뒷날,해양 경비정 두척에 나눠 타고 우리는 완도 근해를 돌았습니다.
명사십리(鳴沙十里)가 파도에 부대껴 우는 모래가 십리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더군요. 모래가 유명해서인 줄 알았는데요.
무식이 또 드럼 쳤습니다. 흐흐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유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광주 정신지체인 애호협회에 속한 장애우와 가족들은
만족했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 마련해준 한국교원 노동조합과 광주교육청,
그리고 협찬해 준 지역의 기업과 함께 한 가슴 따뜻한 많은 분들께
지금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수줍게 아룁니다.
내년에 또 뵈요....
그리고 우리 친구들도 기회 되시면 가족들이랑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는 시간 함께 했음 좋겠어요.
굉장히 보람될 거예요.
2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