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 경주] 노서리 고분들

[인공연못]

노서리 고분들

경주 노서리의 고분군에는 기록적인 고분들이 즐비하다.

흥미 있는 역사를 상상하게 하는 유물들이 출토된 고분들의 집합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주시가지로 진입하면서 가장 먼저 접하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노서리고분군은 남아 있는 봉분의 형태가 이색적인 풍경을 주기도 하지만 평평하게 봉분이 절삭돼 무덤의 형태를 잃어버린 고분도 많다.

무너진 모습에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는 것도 살펴보아야 한다.

금관이 드러나면서 화려한 신라의 역사가 재조명되는 계기가 된 고분발굴은 일본인들이 토목공사를 추진하면서 흙을 채취하는 목적으로 우리 선조들의 무덤을 훼손시키면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붓으로 세심하게 쓸어가면서 발굴해도 모자랄 고분발굴작업이 역사부지를 메우기 위한 토사채취공사인부들의 무자비하게 거친 삽질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몇 안된다.

일본인들의 만행에 가까운 행위로 고분들이 무차별적으로 훼손되고 유물들이 멸실됐던 것이다.

최초로 고분에서 금관이 출토되면서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금관총과 스웨덴 황태자가 금관을 들어낸 서봉총, 광개토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호우가 출토된 호우총, 횡혈식 석실분이 나란히 드러난 쌍상총, 마구류가 출토된 마총 등이 노서리고분군에 밀집돼 있다.

일본인들의 무자비하게 진행된 토목공사 영향으로 드러난 찬란한 신라의 황금문화인 것이다.

당시 일본인들의 속도를 재촉하는 토목공사와 고분의 유물을 발굴하려던 조심스런 학자들의 배타적인 목적에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성급한 일본인들의 공사강행 속도에 학자들의 섬세한 발굴의지는 많이 제한됐다.

이러한 제한 등으로 일본인들은 고분발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다.

많은 유물들이 훼손되거나 외부로 유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역사가 남아 있는 노서리고분군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노서리 고분들

경주 노서리고분군은 노동의 3기를 포함해 18기의 고분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봉분의 형태가 남아 있는 고분은 8기에 불과하다.

금관총과 서봉총, 호우총, 은령총, 우총, 138호 고분 등등 10기의 고분은 봉분이 없다.

발굴을 하고도 봉분을 원형복원하지 않았거나 아예 봉분이 훼손된 경우다.

141호 고분은 일제시대 조사당시에도 발굴하지 않았지만 봉분이 훼손된 거의 평지 상태였다.

지금도 고분의 터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으로 볼 수 있는 호박돌이 버려진 채로 딩굴고, 경계부위에 돌담의 일부도 남아 있다.

노서리고분군은 일제시대 1930년대 당시만 해도 고분을 든든한 배경 삼아 민가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주택가였다.

일부는 무너진 봉분 위에 집을 짓기도 하고 밭이나 논으로 경작되는 토지로 활용되는 부분도 흔했다.

일본인들이 경주역사를 짓기 위한 토사반출을 위해 노서리고분의 흙을 파내는 작업을 시도할 때도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주택의 담장 경계를 드러내는 형태였다.

삽과 곡괭이로 흙을 파내었기 망정이지 지금처럼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로 흙을 드러내었다면 집이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중장비가 들어갈 공간도 없었지만 말이다.

금관총과 호우총의 발굴도 봉분이 없어 민가의 마당으로 쓰이다가 마당에 호박을 심으려다 호미질에 금목걸이 등이 걸려나오면서 시작된 것이다.

석실에 두 개의 돌침상이 나란히 발견된 쌍상총, 마구류가 발굴된 마총은 발굴되었지만 원형을 복원해 고분공원의 조형물로 남아 있다.

일제시대에 발굴되고도 제대로된 보고서가 남아 있지 않아 금관총은 지난해 중앙박물관이 재발굴했다.

봉분은 복원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고분전시관 등의 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곧 신라시대의 황금문화를 조명하는 관광의 명소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봉총도 일제시대 발굴 이후 평지로 남아 있는 고분으로 중앙박물관이 4월부터 본격 재발굴을 시도하고 있다.

어떠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지 관심이 간다.

역사가 계속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면서 진화하는 장면이 노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서리고분군 중 노동의 봉황대에 맞먹는 거대한 봉분으로 서봉총 서쪽에 위치한 130호 고분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채 우람한 자태로 서봉황대로 불리면서 고분공원의 서쪽 끝단을 지키고 있다.

134호 고분도 쌍분의 형태로 거대한 봉분으로 발굴되지 않은 채 역사를 간직하고 남아 있다.

노서리고분군은 지금도 공원으로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경주시가 도심고분공원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머지않아 아름다운 고분공원으로 단장하고 경주시민은 물론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역사를 간직한 화려한 쉼터공간으로 부활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 황태자와 서봉총

서봉총이 발굴된 것은 1926년이다.

서봉총 발굴은 일본인들의 경주역사(현재 서라벌문화회관)를 짓기 위한 부지매립용 토사가 필요해 흙 채취와 고분발굴의 두가지 목적이 합치되면서 전격 이루어 졌다.

대형 봉분이었던 서봉총 발굴로 신라시대의 고분 축조과정을 상세하게 밝힌 최초의 발굴이었다.

봉분을 형성하고 있던 흙은 사라지고 평지상태로 남아 있다.

서봉총의 주위는 모두 민가 부지였다.

정상 부위는 봉분이 사라지고 평평한 분지 형태로 밭으로 경작되고 있었다.

원래 봉분의 모습은 잃었지만 가로와 세로 52m와 35m의 길이로 높이 7m에 이르는 토사량이 충분하고, 금관총 바로 옆에 위치해 일본 고고학자들은 물론 세계 고고학계의 발굴에 대한 욕망이 합치되면서 고분이 파헤쳐지게 됐다.

학계에 보고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서봉총과 연결된 남분, 데이비드총으로 불리는 봉분이 쌍분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라는 논문이 있다.

서봉총은 북분과 남분으로 이루어진 쌍분이었다는 것. 서봉총이 북분으로 먼저 축조되고 남분이 나중에 축조된 것으로 짐작된다.

서봉총에서 너비 1.8m의 호석이 남분으로 연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부 1천600명이 동원돼 54일간 무자비하게 흙을 드러내면서 학자들의 마음을 긴장하게 했다.

고분을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파내려가는 방식이 아닌 옆에서 부터 흙을 퍼내는 원칙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적석곽이 아래부분에 위치해 유물들이 크게 손상을 입지 않고 발굴할 수 있었다는 관계자들의 후담이다.

서봉총은 쌍분이었으나 남분은 민가 아래 위치해 발굴은 북분만 먼저 이루어졌다.

5년 후에 영국인 데이비드가 발굴비용을 부담하면서 남분 발굴을 제안해 전격 발굴이 진행되면서 남분은 데이비드총으로 이름지어졌다.

데이비드총 발굴결과에 대한 보고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

북분에서 금관이 발굴되었지만 남분에서는 기대만큼의 화려한 유물은 나오지 않았다.

북분이 여자이고 남분의 주인도 여자인 것으로 추정돼 주인공들의 관계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서봉총에서 발굴된 유물은 금관을 비롯해 청동제 초두, 금동금구가 달린 칠기각병, 유리잔, 칠기숟가락, 귀걸이, 유리제 팔찌, 의복 직물편 등이다.

특히 지금까지 보고서 등을 통해서도 잘 공개되지 않고 비밀스럽게 전해지고 있는 것은 토우다.

토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면서도 수량이 수십점에 이른다.

토우 동물의 종류는 개, 말, 소, 사슴, 돼지, 멧돼지, 표범 등과 물고기, 거북, 게, 불가사리, 뱀, 개구리, 도마뱀 등의 파충류까지 다양하다.

사람의 모습을 한 토우는 더욱 다양하다.

승마하는 토우, 배를 젓는 사람, 지게지는 농부를 포함 성적 행위를 리얼하게 표현한 것이 상당수다.

누운 임산부와 시중드는 여자, 작은 배 위에서 자위하는 남자 등의 성적행위가 표현된 토우가 많이 출토됐다.

대형 항아리 동체부에 나체의 남자가 대(大)자로 손을 연결하고 서있는 모습들이 모두 국부를 과장표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성적인 행위들이 표현된 토우가 호우총을 비롯해 주인의 신분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금령총 등에서도 출토돼 이 부분에 대한 역사적 연구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조만간 신라시대 성의 형태에 대해서도 많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마총과 쌍상총 그리고 우총

마총과 쌍상총은 제133호와 137호 고분으로 1953년 6월 국립박물관이 일제히 발굴하고 봉분을 복원한 고분이다.

두 고분은 이미 발굴 이전에 도굴된 것으로 중요한 유물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마구류가 출퇴돼 ‘마총’, 돌침대 형식으로 시신을 눕히는 석상 두기가 나란히 발견돼 ‘쌍상총’으로 이름지어진 고분이다.

쌍상총 주인의 성별 구분은 부장품이 도굴로 멸실돼 알 수는 없지만 부부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마총과 쌍상총은 굴식돌방무덤으로 7세기 중엽이나 더 빨리 축조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서리고분군의 일반적인 돌무지덧널무덤과는 구분되는 형식으로 신라고분의 변천과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우총은 서봉황대로 불리는 거대한 크기의 130호 고분 서쪽에 131호고분으로 데이비드총 발굴성과가 미미하자 1929년에 잇따라 발굴됐다.

발굴 이후 봉분을 복원하지 않아 서봉황대 고분의 그늘에 가려져 평지 형태로 고분으로 알아보기 어렵다.

우총의 내부도 마총, 쌍상총과 같이 횡혈식 석실분 1기가 있다.

길이와 너비가 모두 4m에 이르는 네모난 모습의 방으로 꾸며진 석실벽에 두텁게 회가 발라져 있다.

외부세계로 연결된 길은 잔잔한 돌로 메워져 있다.

석실 내부에서 소뼈가 발견돼 131호 고분이 ‘우총’으로 이름지어 졌다.

우총의 출토유물은 없다.

일제시대 데이비드의 후원금으로 추진된 데이비드총의 발굴에 이은 우총의 발굴에서도 이렇다 할 소득없이 많은 돈만 들이고 건진게 없었다고 전해진다.

지나간 역사에 대한 이야기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역사를 찾아 무덤을 발굴하는 이들의 손끝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에서조차 명백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읽기도 쉽지 않다.

모자이크하듯 하나씩 상상으로 꿰어 맞추어보는 것이 고작이다.

금관총과 호우총을 미리 소개해 이번 편에서는 상세하게 기록하지 않았다.

금관총과 호우총, 서봉총 등등 많은 고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밝혀진 사실들로 추정되는 역사가 떠오르지만 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역사기행의 길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다.

[강시일]

금관총이 드디어 전시관의 형태를
갖추어가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네요
올 연말이면 천마총과 함께
고분의 화려한 내부를 볼수 있을듯 합니다. 기대됩니다.

[강시일]

고분공원이 조성된다면
미로같은 길을 따라 역사속에 묻힌 이야기들을 깨알같이 들추어
오늘 이야기들을 살찌게 할 수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