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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 인재도 많이 나는 인심 후한 마을 | ||||||||||||||||||||||||||||||||||||||||||||||||||||||||||||
우리 마을 이야기 55 마령면 평지리 … (3)사곡(모사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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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난 뒤 연일 불볕더위다. 논에서는 구수하게 벼가 익어가는 향기가 풍겨오고, 뜨거운 햇볕에 말리고 있는 새빨간 고추의 매콤한 향기도 바람에 실려온다. 지난 8월14일 마령면 평지리 사곡(砂谷)을 찾았다. 모래가 많이 난다고 해 모래골, 모사실이라고도 부르는 이 마을은 마령면사무소가 있는 솔안에서 임실군 관촌면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나온다. 도로 옆에 인접해 있는데, 주유소와 마령교회 도로 건너편이 사곡이다. 마을은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제법 좁은 골목이 여러 갈래 나 있다. 그리고 주택 여러 채는 최근에 증·개축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덕에 마을이 한결 정돈된 듯한 인상을 준다.
◆마흔 가구 모여 살지만 사곡은 평지리에서 석교 다음으로 작은 마을에 든다고 한다. 마흔 가구에 주민 70~80명이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 지역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 작은 마을이 아니지만 평지리에서는 작은 마을에 속하는 것이다. 비교적 면소재지와 가깝고 교통환경도 좋은 편이지만, 이곳 역시 농촌마을이기 때문에 인구감소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마을을 지탱하는 중심축이 60세 이상 노인들인 것은 물론, 세대구성이 대부분 노부부다. 하지만, 인심만큼은 어느 마을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여러 성씨가 모여 이룬 마을이고, 번화한 면소재지와 가까워도 나그네에게 물 한 잔이라도 건네는 후한 인심이 있는 곳이 바로 이 마을이다.
◆농사 짓기 힘든 모래땅 본래 이 마을은 모래가 많은 땅이라 농사가 그리 쉽지 않다고 한다. 벼농사와 고추 재배가 대부분인데, 다행히 올해는 풍년일 것 같다고 한다. 주민들이 거둔 고추는 새빨갛고 탐스럽다. 다만, 고추값이 지난해만 못한데다 기름값이 올라 고추 건조기를 돌리는데 큰 비용이 들어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못하다. 짐대는 나무기둥 위에 나무를 깎아 만든 오리 세 마리를 올려 놓은 모양이었는데, 머리를 화산방향으로 맞춰놓았다. 나무가 썩으면 다시 세우곤 했는데, 1990년대 경지정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없앤 뒤로는 세우지 않는다. 사곡에는 짐대를 세우는 것 말고는 당산제 같은 마을 전통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매년 중복 즈음에 주민이 모두 모여 잔치를 벌이는데, 화합을 다지는 행사라고 한다.
◆인재를 많이 낸 마을 이런 전통은 사곡에 있는 영곡사(靈谷祠)라는 사당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영곡사에는 면암 최익현, 연재 송병선, 후산 이도복 등을 배향하고 있는데, 모두가 성품이 곧고 많은 서적 편찬에 힘썼다. 또 사곡 뒤편 모정 근처에 있는 산남 애친가(山南 愛親歌) 역시 이 마을이 유학자들이 많았을 거라 짐작게 한다.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비석의 글귀는 산남 이도계(1879~1951) 선생이 어린이들에게 효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마을회관 새로 지어야 하는데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모정은 남자들이 모이고 회관에는 여자들이 모인다고 한다. 아마도 회관이 비좁아 남녀 구분없이 회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이 마을 송경효(68)씨는 "주민 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마을회관은 필요한 것"이라며 "도시로 나갔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마을회관은 이런 귀향인들이 기존 주민들과 화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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