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야탑역 전철을 타기 위하여 여수천을 따라 내가 좋아하는 18번 ‘종이배’를 콧노래로 부르며 신나게 걸었다. 내가 여수천을 걷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이유는, 두메산골 내 고향(密陽 上東面 麗水洞)은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고향집에서 200여 미터 내려오면 여수천(麗水川)의 징금 다리를 두 번이나 건너야 외부와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를 200여 미터 지나면, 탄천으로 흘러가는 여수천(麗水川: 城南市 麗水洞)을 따라 만들어진 보도로 매일 30분씩 걷는다. 시공을 뛰어넘는 기막힌 우연의 지명일치와 노년의 말초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이 개천을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아름답고 조용한 길이 있다는 것과 전철역까지 하루 운동량에 알맞은 거리라는 것도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수천은 폭 30~50m 되는 자연개천을 분당에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다듬어진 개천이다. 물이 흐르는 양옆으로 인도 겸 자전거 길이 만들어져 어느 쪽을 걸어도 양쪽에 늘어선 풍치림과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봄이면 개천 물 따라 늘어선 버들강아지와 양쪽 길 옆 둔덕 앞줄에는 옛 시골아가씨의 삼단같은 생때머리를 늘어뜨리고 피어있는 개나리꽃과 뒷줄에는 열 지어 현란하게 피어있는 벚꽃은 여의도 벚꽃이 무색하리만큼 주변과 조화로운 경치가 아름답다. 벚꽃의 종류도, 흰 꽃과 분홍색, 연보라색, 겹벚꽃 등 다양하고, 능수버들처럼 늘어진 벚나무의 자태는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일품이다.
여수천의 봄
여수천의 봄
여름에는 수백가지의 잡초가 뿜어내는 상큼한 풀냄새와 물가에 앙증맞은 좁쌀 같은 고마리, 개여위의 분홍 꽃이 널브러지게 피어있다. 그 뒤로는 개천 물 따라 무성한 버들강아지의 뿌리는 열 지어 있어도 웃자란 가지는 제 멋대로다. 유유히 헤엄치는 피라미, 미꾸라지, 이름을 알 수 없는 잔챙이들이 노닐고 있다. 이들을 먹이사슬로 하는 물오리와 황새도 자주 나타난다. 지나는 사람의 귀를 간지럽히는 참새와 뱁새는 수도 없이 말을 걸어온다. 도심 속에 2급수 이상의 냇물이 흘러 피라미 등 물고기가 노닐고, 개천의 둔치와 둔덕에는 억새와 갈대 수백 종의 잡초가 자라는 작은 생태공원을 이루고 있다. 특히 내 고향 산에서나 보았던 향기 나는 꽃 과 열매가 동시에 열리던 박주가리를 여름과 초가을 내내 나만이 따먹는 재미와 향수를 자극하는 군입거리는 즐거움을 더한다.
여수천의 가을
여수천의 가을
여수천의 가을
가을이면 개천가에는 물봉숭아 꽃이 무성하게 떼지어 피어난다. 둔치에는 억새와 촉새가 하얀 털을 뽐내는 도심 속의 억새밭도 장관이다. 흐르는 물소리, 둔덕에는 개망초꽃과 안개꽃을 닮은 잡초 꽃들이 앞 다투어 앙증맞게 피어난다. 늘어선 단풍나무와 벚나무의 찬란한 오색단풍과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어우러지면 그 아름다움은 신비하고 경이롭다.
가을이면 개천가에는 물봉숭아 꽃이 무성하게 떼지어 피어난다. 둔치에는 억새와 촉새가 하얀 털을 뽐내는 도심 속의 억새밭도 장관이다. 흐르는 물소리, 둔덕에는 개망초꽃과 안개꽃을 닮은 잡초 꽃들이 앞 다투어 앙증맞게 피어난다. 늘어선 단풍나무와 벚나무의 찬란한 오색단풍과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어우러지면 그 아름다움은 신비하고 경이롭다.
여수천의 가을
여수천의 저녁노을
겨울에는 꽁꽁 언 개천을 보면 어린 시절 내가 만든 썰매로 언 손 호호 불며 썰매 타던 추억이 입김처럼 피어오른다. 겨울에는 개천 남쪽인도에는 고층 아파트그늘에 녹지 않는 눈으로 빙판길로 변하기 일수다. 그러나 양지바른 북쪽인도는 햇볕을 받아 눈이 쉽게 녹는 것을 보면, 음지와 양지의 인생살이의 기복도 자연의 법칙임을 실감케 한다.
아쉬운 것은, 소음도 공해도 없는 이 아름다운 천혜의 여수천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 안타깝다. 현대인의 성인병과 질병의 근본원인이 과도한 영양섭취와 운동부족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걷는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돈을 주고 체육관과 병원을 가기 전에 이 도심 한가운데 아름다운 자연 속, 흐르는 여수천변을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매일 여수천을 걸음으로써 일거 수십득(一擧 數拾得)을 얻고 있다.
매일 걸음으로써 신체적인 활력을 얻어 나 자신의 건강은 물론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확신한다. 신체적으로 비만과 고혈압예방, 당뇨병,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개천에 흐르는 잔잔한 물소리와 우거진 숲, 수백 종의 풀 등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걸어 감성이 메마른 나의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확실하다.
또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 에너지 절약과 환경오염의 감소, 지구 살리기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고 본다.
걸어며 절약된 차비만큼 생존에 절박한 후진국 아동을 돕는데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도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 것 같아 즐겁다.
나에겐 一擧 數拾得을 할 수 있는 천혜의 여수천이 있어 고맙고 즐겁고 감사하다.
첫댓글 좋으시겠어요~~!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