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사회의 이질성과 동질성
이장을 읽으면서 특히 관심이 갔던 부분은 남한과 북한의 ‘민족’에 대한 생각이었다.
북한의 경우, 70년대 주체사상이 등장하면서 민족적 집단주의가 강화되었고 여기에 반외세, 민족해방, 민족자주 등 ‘민족’이 북한 지배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에게 ‘민족’은 강한 동질성과 귀속력을 지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식민이나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이후 세대에게 ‘민족’은 실제가 없는 구호에 머물 가능성도 크다는 데 공감되었다.
반면 남한의 경우, 해방이후 민족을 배반한 자들이 또 다른 외세에 결탁하여 자신의 반민족적 행위를 은폐하고 지배층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민족’은 기피 대상이었을 것이 뻔하고, 80년대까지는 기피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이 정치적 색채를 지닐 때는 탄압의 대상이었다. 민주화 이전 남한의 지배세력의 정당성의 기반은 ‘민족’이 아니라 ‘경제성장’이었다. ‘반민족 행위자’라는 오명 대신 ‘경제부흥자’라는 타이틀로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민족’은 반공이데올로기 속에서 교과서에 어쩌다 등장하는 허울 뿐인 말이 되었다. 남한에서 남.북한이 ‘민족’이라는 이름의 하나의 공동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의문스럽다. 남한은 이제 철저히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고, 사람들은 통일을 손해 보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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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남들과 구별되는 몇가지 문화적 공통사항을 지포로하여 상호간에 전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 (다음 백과사전)이라고 한다. 남한과 북한은 오랜세월 동안의 공동생활, 언어, 생활 관습 등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지적했듯이 70여년 간 남한과 북은 다른 경제 및 사회 체제에서 완전 분리되어 살아왔고, 이 간격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남.북한이 공히 통일을 논할 때, 같은 ‘민족’이라는 공동체성과 더불어 서로 달라진 부분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좀 더 평화적이면서 대안적 접근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