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鳴聲山, 923m)
명성산은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923m 높이의 산으로
가을 능선의 억새가 유명합니다.
명성산이라는 말은 '울음산'을 한자로 표기한 것인데
918년, 왕건에게 쫓기어 피신하던 궁예가 죽음을 맞았던 산이라고 합니다.
궁예가 망국의 슬픔에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주인을 잃은 신하와 말이 산이 울릴 정도로 울었다고 하여 울음산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마의 태자가 이 곳에서 나라를 잃고 통곡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로 명성산의 북쪽은 궁예 능선 등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고
남쪽은 경사가 완만하고 가을 억새밭은 장관입니다.
산정호수를 들러 억새밭까지 4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아침 짙은 안개 뒤로 궁예능선이 보입니다.
명성산의 일반적인 등산로는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자인사-억새밭을 지나 등룡폭포-비선폭포 쪽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보통 걸음으로도 4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습니다.
이번 코스는 궁예 능선을 오르기 위해 좀 긴 코스를 잡았습니다.
철원 갈말읍 강포리에서 출발하여 강포3교를 지나
궁예능선-궁예봉-명성산 정상-삼각봉-팔각정-등룡폭포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산행의 들머리가 되는 강포3교까지도 차량 접근이 쉽지 않아 강포리 쪽에서부터 걸어가야 합니다.
궁예 능선을 오르는 길이 암릉이고 서너번은 로프에 의지해야 오를 수 있어 산행시간이 길어집니다.
부지런히 걸어서 6시간 걸리는 코스입니다.
궁예 능선에서 본 철원(신철원)과 철원평야
궁예 능선에서는 북쪽으로 철원 평야가 한 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산정호수가 내려다 보입니다.
동서남북을 다 조망할 수 있어서 옛부터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강포 저수지와 강포리
궁예봉 암벽위의 소나무
명성산 주변에는 궁예와 관련된 지명도 많고 궁예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지금은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있어 볼 수는 없지만 궁예가 도성으로 삼았던 철원성이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은신하던 궁예 왕굴도 있고 궁예가 군사에게 항복하는 항서를 받았던 항서받골,
궁예가 단신으로 이 골짜기를 지나 평강으로 도망갔다고 하여 패주골, 궁예가 도주하면서 흐느껴 울었다는
눌치(느치)라는 곳도 있습니다.
궁예봉에서 명성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궁예의 침전'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에 한 사람이 겨우
누울만 한 오목한 곳이 있습니다. 잠자기에는 좀 불편해 보입니다.
명성산 정상에서 서북쪽으로 뻗어나온 궁예능선에서 보면
철원평야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산 속에 묻혀 있는 우물같은 호수라는 뜻을 가진 산정(山井)호수.
일제시대인 1925년에 만들어진 인공 저수지입니다.
김일성의 별장이 있었을 정도로 빼어난 주변 경치를 가졌습니다.
명성산 일대는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지리적 요충지였습니다.
중원의 패권을 다투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고 명성산을 대표하는 이 억새밭은
한국 전쟁 당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며 민둥산이 된 뒤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10월 초나 중순에 이곳을 찾는다면 억새밭의 장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