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긴 남자, 걸어서 통찰한 데이비드 리의 건강 칼럼 - 44
여자의 일생 - 갱년기 이야기
집집마다 한 질은 있던 세계문학전집.
에밀 졸라 <목로주점>,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주인공들 삶의 궤적은 다르지만, 기구한 운명의 결말은 어린 마음에도 안타까웠다.
예순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 때문일까?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와 ‘여자의 일생’의 노랫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소설이나 가사 모두, 시대는 다르지만 전쟁을 겪은 세대들 작품이다.
그들에게 비친 여자의 일생은, 동물적 본능적 삶에 내 몰린 시간들이다.
1960년 전후 항구도시 부산은, 그 대표적 현장이었다.
완장 찬 남정네 발길질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고무 다라이,
피 튀기며 바닥에 나뒹구는 고등어.
모이를 기다리는 어린 새들 주둥이를 생각하며, 말없이…,
울분도 함께 주워 담는다.
간도 쓸개도 없는 년이 된 지는 이미 오래전.
완장에게 눈도장 경쟁하다, 다라이들끼리 머리채 잡고 흔들어 댄다.
1도 차이 없는 서글픈 인생들….
마음이 동했는지 서로 부둥켜 안고 대성통곡 한다.
자갈치 시장 고무다라이….
우아함, 고상함, 매너, 매력, 예의는 개나 줘 버려야 했던, 치열한 생존의 상징이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산업화가, 수컷들의 피와 땀인 양 떠들어 댄다.
그 바닥에 가정과 자식을 위해 자신을 지워 버렸던, 그때 그 시절 여자들의 삶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는 갱년기조차 없었다.
폐경의 우울감보다, 남사스러운 늦둥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안도감이 앞섰다.
고달픈 인생길….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내던…, 한 많았던 대한민국 여자의 일생.
옥스퍼드 대백과사전에 ‘화병(WHA BYUNG)…’이라고 큼직하게 새겨 놓고, 세상을 떠났다.
이제 풍요로운 대한민국이다.
삶의 질이 높아진 덕분인지 여성들 평균 수명은 84세다.
곧 100세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녀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해야 한다.
오늘날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폐경 갱년기다.
잘못된 인식으로 인생의 반을 망쳐 버릴지도 모른다.
영어로는 MENOPAUSE 한 단어뿐이다.
폐경이란 말이 부정적 느낌이 든다고,
‘완경기…’라는 말장난으로 현상을 외면하려고 한다.
예쁜 사춘기 딸아이 미니스커트가 튀어 보인다고, ‘평범해, 평범해…’를 외치며, 추리닝을 입히고, 몸뻬로 바꿔 입힌다.
애를 잡지 말고 자신들 무지를 탓해라.
데이비드 리가 말한다.
갱년기는 있다. 그러나 증상은 없다. 현상일 뿐이다.
대표적 현상은 폐경이다.
여자이기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기에 종족보존 의무로써 하는 것이다.
폐경은 의무를 완수하고, 진정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독립기념일’이다. ‘
다 살았다, 늙었다, 여자가 아니다’라고 슬퍼하지 말라.
병역의무를 마치고 제대하는 아들이, 군부대 말뚝 잡고 울고 있는 꼴이다.
군대 생활 돌리도~~~~~~~ㅎ
가임기 때 필요하던 혈액은, 폐경 후 잉여 혈액이 된다.
우리 몸은 필요 없다고 바로 버리지 않는다.
안정화 기간을 가진다.
특정 조직과 기관에 잉여 혈액이 위치하게 되면 심각한 데미지를 입힌다.
때문에 전신을 떠돈다.
한겨울에도 부채질 한다.
열감이다.
가끔씩 문제가 없는 좌우 양볼에 자리 잡는다.
안면홍조다.
임신 출산 시, 몸무게는 많게는 20킬로까지 늘어난다.
조물주는 이를 이겨낼 수 있도록, 호르몬을 조절하여 조골세포를 활성화시킨다.
골밀도가 좋아진다.
가임기가 지나면 호르몬을 조절하여 골밀도를 조금 낮춘다.
골다공증이 온다고 호들갑을 떤다.
현상일 뿐이다.
가임기 때는 자궁 압박을 피하기 위해 엉덩이 허벅지에 살이 붙는다.
폐경이 되면, 복부로 올라와 몸의 중심을 잡아 준다.
갱년기 뱃살이 찐다고 고민한다.
현상일 뿐이다.
기타 현상에 대한 설명은 줄이기로 한다.
그래도 미련이 남으면 전문의 처방이나, 몸에 좋은 것 모두 힘껏 다해 보기를 권한다.
해운대 라이프 여성 독자 여러분!
폐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남은 인생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이 칼럼을 읽은 남편들에게는 입조심을 당부한다.
‘갱년기 별거 아니다. 갱년기 증상은 없다고 하더라.’
제발 눈치껏 살자….ㅎ
다음 칼럼은 등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