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별꽃과 나
변 승열
많은 꽃 중에 나는 향기별꽃을 좋아한다. 남미가 원산지로 얼른 보면 흡사 부추 같다. 그러나 그것은 정녕 부추가 아니다. 원어로는 “아이페이온(Ipheion)”이라고 한다. 왜 나는 향기별꽃을 좋아 하느냐하면 1월부터 반년 가까이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아름답다. 향기가 좋다. 가장 좋은 것은 피고지고 반복하는 무궁화처럼 그 끈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꽃과 오랫동안 사귀면 내 몸에 향기가 난다. 그래서 나는 향기별꽃을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 삼라만상 중에 향기 없는 것이 어디 있을까? 모두 각자 특유한 나름대로의 향기를 풍긴다. 그 중에는 코끝에 직접 와 닫는 향기도 있고,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무형의 향기도 있다.
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놀다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메주 띄우는 냄새 등 꾀죄죄한 여러 가지 냄새들이 몸에 배어있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그런 냄새가 누구든지 당연히 난다는 생각으로 잘 어울려 같이 놀았다. 그러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짝꿍 여학생의 긴 머리카락에서 솔솔 나는 향기에 끌려 끙끙대다가 한방 맞는 경우도 있었다.
향기별꽃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자화부추, 꽃부추, 춘성화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꽃 이름은 우리말인 “향기별꽃”이라 함이 가장 좋다.
초등학교 때는 방학만 되면 시골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 형들이 스케이트 타면서 담배연기를 뿜어대면서 달리는 모습이 마치 자가용에서 뿜어대는 매연과 흡사하여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너도 한 번 태워 볼래? 목구멍 속으로 쑤욱 빨아 댕겨 바.” 동네 형이 권하는 담배꽁초 연기를 목구멍 안으로 당겨보았다. 그 순간 쾍쾍거리는 내 모습이 주위에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담배를 배워, 입에 물고 마치 자가용 운전이나 하듯이 스케이트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가 담배 맛을 알아 몰래 담배꽁초를 주워 피우거나, 바짝 마른 호박잎을 문질러 포대종이에 말아 구석에서 피우기도 해 보았다.
방학이 끝나고 대구로 왔건만 담배 맛 못 잊어 몰래 담배꽁초를 주워 피웠다. 누나들이 “너 몸에 무슨 냄새고, 어디 갔다 왔나? 너 나쁜 짓 한 것 아니가? 시치미를 뚝 뗐지만 머리를 갸우뚱거리는 누나를 피해 밖으로 나와 입을 씻고, 옷을 털고 혼자 쇼를 했다. 이때는 몰랐다. “향기별꽃”이 세상에 있는지조차도 몰랐다.
세상에 모든 생명체들은 대부분 일상에서는 평온하게 본래의 모습을 풍기다가 자기가 위험할 때는 독을 품고, 냄새를 풍긴다. 인간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어떤 위기가 왔을 때 그 사람의 됨됨이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다. “향기별꽃”이 그렇다. 흰색, 분홍색, 보라색, 연푸른색 등이 있어 꽃 색깔부터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자태를 보인다.
성현의 말씀에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성악설”과 “성선설”로 나누어 주장하듯이 동전의 양면이다. 종교를 빙자하여 악행을 저지러거나, 자기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양의 탈을 쓰고 자신의 냄새인 동시에 기풍을 풍긴다. 결국 아무리 포장기술이 좋아도 얼마가지 않아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또 아무리 좋은 향수를 뿌린다 해도 그 썩는 냄새는 희석 되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좋은 일을 하고도 숨기는 이도 있다. 그 향기는 숨길수록 더욱 더 좋은 향기가 세상에 깊숙이 파고 들어온다. 이 세상에는 이렇게 선과 악의 냄새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어쩔 수 없이 공존해야 하는가 보다. 그렇다. “향기별꽃”이 그렇다. 추운 겨울을 구근(球根)은 땅 속에서, 잎은 노지에서 월동 하더니 이렇게 보기 좋은 꽃으로 피었다. 꽃이 도레미송을 부르고 있다. 나를 보라고 부르고 있다. 하기는 보지 않아도 그 은은한 향기는 “향기별꽃”만한 것이 없다.
나는 어느 쪽으로 향기가 많이 날까? 아니면 반반일까? 점수로 환산 한다면 몇 점 정도나 될까? 그나마 난 본성이 악성이 아니라서 남에게 악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나도 때론 인간이었기에 악의적인 행동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치 “향기별꽃”이제부터 막 피고지고를 수도 없이 반복하려고 꽃봉오리를 맺히고 있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여 젊은 시절에 하룻밤 유치장의 철창신세를 ㅃㅂ지고 열 손가락 지문 찍히어 조서가 검찰에 올라가고 여차저차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기소유예로 풀려 난 기억이 새삼스럽다. 나에게도 양면성이 있는가보다. 이 또한 “향기별꽃”처럼 잎줄기가 날카로운 듯 보이나 만져보면 아주 부드럽다. 부추잎 닮았지만 먹지 못한다. 어찌 이리도 “향기별꽃”처럼 양면성인가?
향기별꽃의 꽃잎은 여섯 장이 참 매력적이다. 이름도 낯선 “무스카리 꽃”과 잘 어울린다. 무스카리 꽃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잘 자란다. 아파트의 따뜻한 곳이라 주택보다 꽃을 일찍 피운다. 화단에 심어도 잘 자란다. 긴긴 반년 동안 내내 꽃 피는 향기별꽃과 잘 어울려준다. 가을이 다가오면 꽃 지고 포기 나눈다. 집집마다 한 포기씩 나눔을 한다. 겨울에는 퇴비를 두툼히 덮어 주고 영양제를 준다. 그래야만 이른 봄부터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어 주니까.
나는 유치장 일이 있고 난 뒤부터는 일체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특히 남의 말에 참견하는 것은 스스로도 남들에게도 꼴불견이다. 그렇게 마음을 잘 다스려 아름다운 향기는 아닐지라도 생선 썩는 독한 냄새는 풍기지 말고 너무 어렵게 셈하며 살지는 말아야겠다.
향기별꽃으로 꽃바구니 만들어 벽에 걸었다. 평소 안 하던 모습에서 그 향기 오래 배이도록 하고 싶어서이다. 요즘 신품종 “향기애기별꽃”도 나왔다고 한다.(20230801)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카페지기.
향기별꽃같은 삶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