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178년 만에 고향 제주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손을 걸쳐 178년 만에 세한도가 탄생한 제주로 돌아와 직접 접할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전시가 국립 제주 박물관에서 4월 5일부터 5월 29일 까지 열리고 있다 이는 추사 김 정희가 제주에 유배 당시 그렸던 작품인 세한도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으로 문화적 자긍심과 기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다.
미술품 소장 가 손 창근 씨( 91세)가 대를 이어 간직했던 세한도를 지난 2월 국립 중앙 박물관에 아무런 조건 없이 기증을 해 올해 초 국민의 것이 되었다. 손 창근 씨는 기증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 훈장 중 최고 영예에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금관 문화훈장을 받은 것은 손 씨가 처음이라고 한다.
세한도는 그 의미가 각별한 작품이다. 국보 제 180호로 제자에게 그려준 우정의 대표적인 한국의 문인화이며 진한 문향을 뿜어낸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며 예술가인 추사 김 정희가 1844년 조선 헌정 시절 제주에 유배됐을 당시 59세 나이로 그린 작품이다 김 정희는 위리안치 형을 받고 8년 4개월간에 사회적으로 고립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을 위해 청나라에서 서적 등을 보내주어 위로하던 제자 통역관 이 상적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세한도를 그렸다. 이는 이 상적과 그의 제자 등을 거쳐 100년가량 전송돼 청나라 문인 16명과 우리나라 문인 4명의 찬사의 감상평이 더해져 14,7 미터의 대작, 긴 두루마리에 그려졌다.
소나무, 잣나무 네 그루가 좌우 대칭을 이루며 초가집 한 채를 둘러싸고 있으며 주위는 텅빈 여백으로 처리하여 극도의 절제와 간략함을 보여준다. 세한도 밑으로 찍힌 인장의 글씨는 장무상망이라고 적혀 있다. 장무상망의 뜻은 오래 잊지 말자 라고 한다.
세한은 설 전 후의 매서운 추위를 뜻한다. 김 정희는 제주에 유배되어 세한의 시간을 겪으면서 사람은 고난을 겪을 때 비로소 그 지조의 일관성이나 인격의 고귀함 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을 작품에 담았다.
푸르른 송백을 소재로 시련 속에서도 신의를 굳게 지킨 변치 않는 마음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며 선비의 절조와 제주도에 유배중인 자신의 처지를 아름답게 표현했다.
178년 만에 고향 제주로 돌아온 불후의 명작 세한도, 추사 예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제주에서 감상할 수 있어 행운이고 감사이다. 한 겨울 추위인 세한을 견디면 곧 따뜻한 봄날 같은 평안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는 설레임으로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