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해마다 봄이 되면 벚꽃놀이 축제가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제국 말기 일본에서 가져와 창경궁에 식재된 소메이요시노(染井吉野) 벚나무 300 그루가 그 시작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조선의 궁궐인 창경궁에 어떻게 일본산 벚나무가 무성하게 자랄 수 있게 되었을까요. 그건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바뀌는 조선의 아픈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덕수궁에서 창덕궁으로 이어한 뒤 비통한 마음에 우울해 하던 순종을 위하여,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 그리고 박물관을 조성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은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때 조성 작업의 일환으로 일본산 소메이요시노 벚나무 300그루가 1908년부터 1909년에 걸쳐 창경궁에 식재되었다고 하며 매년 보식과 증식을 계속하여 1933년경에는 2천 그루 이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본래 조선에는 벚꽃놀이라는 놀이문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일본에서 벚꽃놀이를 즐겼던 일본인들은 서울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가까운 곳에서 벚꽃놀이 명소를 찾게 되었고 이에 부응하여 조선총독부는 1918년부터 창경원을 왕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개방하였고 1924년에는 야간에도 개방하여 밤 벚꽃놀이까지 즐길 수 있도록 조치하였던 것입니다.
이후 창경원의 벚꽃놀이 행사는 식민지 서울의 대표적인 오락 컨텐츠가 되었는데 1933년 조사에 따르면 창경원 벚꽃놀이 참석자수는 4월 24일~5월 1일 사이에 주·야간 합쳐서 총 26만명에 달했다고 하니 대단히 인기가 높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벚꽃 축제 명소에는 지금도 대부분 일본산 소메이요시노 벚나무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창원 군항제, 여의도 윤중로, 하동 십리길 벚나무들도 모두 그러합니다. 소메이요시노 벚나무는 일본 에도시대에 식목 장인들이 많이 살던 도쿄의 ‘소메이’ 마을과 일본 최고의 벚꽃 축제 명소인 교토 근교의 산 ‘요시노’에서 따온 이름으로, 벚꽃 잎이 쉽게 날려서 장관을 연출하게끔 개량된 품종입니다. 일본에서 주력하여 키우는 품종이라 쉽게 다량의 묘목을 구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도 가장 흔한 벚나무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제주도가 일본 벚나무의 원산지라는 속설에 힘입어, 우리 국민 정서에 맞는 제주산 왕벚나무를 심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사단법인 ‘왕벚 프로젝트 2050’이라는 단체가 작년에 결성되었는데, 1960년대에 많이 식재된 소메이요시노 벚나무의 수명이 60~80년 사이이므로 2050년까지는 제주도 왕벚나무로 서서히 바꿔가자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하네요.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에서도 열띤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니 많은 기대를 하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