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차 사역 보고 : 라 팔마 교회를 가다
오늘부터는 다소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의 교회를 가야만 한다. 먼저 푸에르토 에스페란자(Puerto Esperanza) 교회를 택했다. 예전 같으면 당일에 다녀올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같은 방향으로 위치한 라 팔마 (La Palma) 교회도 다녀와야 했기에, 중간 지점인 비냘레스에 숙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가장 저렴한 운송 수단을 먼저 선택하지만 이번 사역은 다소 시간이 부족하므로 우등고속과 비슷한 비아술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이 버스는 쿠바에서 가장 확실하고 빠른 대중 교통 수단이다. 터미널에 가서 배차 시간을 보니 곧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우등고속 같은 버스라고 말은 했지만 하루 한번만 운행하는 외국인 전용 버스이다. 외화 또는 카드로만 예약 결제를 해야 한다. 아무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매우 좋은 운송 수단이다.
(두 번째 타보는 비아술, 승객 대부분이 비냘레스라는 유명 관광지를 가려는 외국인이다)
(비냘레스로 가는 길에 한 컷)
(비냘레스에 도착했다 :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비냘레스에 도착해서 숙소를 정하고 간단한 짐을 챙긴 후 방을 나섰다. 푸에르토 에스페란자 방향의 정류장에 도착해서 상황을 살핀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탈 것을 기다린다. 버스가 올지 택시가 올지 아니면 트럭이 올지, 또는 개인 차량이 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벌써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어느덧 나도 두 시간을 기다렸으나 푸에르토 에스페란자 행 차량은 오지를 않는다. 그 동안 라 팔마 행 차량은 두 대가 지나갔다.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하게 되면, 목적지에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순간 라 팔마 행 트럭이 또 들어 왔다. 더는 주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달려가서 트럭에 올라탄다.
(차량을 기다리는 사람들 : 뒤쪽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까지 약 20여명이 기다리고 있다)
(라 팔마 행 까미용 버스는 벌써 두 번째 지나가고 있다)
(라 팔마 행 화물 트럭에 주저 없이 올라 탔다 : 무더운 만원 버스보다 시원해서 좋다)
(라 팔마로 가는 길에 한 컷)
라 팔마에 차량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반대로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라 팔마에는 매일 5시에 비냘레스로 돌아오는 정기 노선의 버스가 있다. 여러모로 돌아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다. 본능적인 판단으로 순식간에 트럭에 올라 탄 것이다.
라 팔마에 도착해서 교회를 찾아 갔다. 어디였는지 기억이 어렴풋한데, 골목 하나하나 주택 하나하나 예전 장면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교회를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목사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교회에 계신다. ‘한국 사람 John입니다’라는 말에 대번 알아채신다.
교회는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조금 아기자기하게 변한 정도? 지금은 빈 의자들이지만 왠지 많은 성도가 출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들 안부도 묻고, 선교사님 근황도 여쭈어 보았다. 준비해간 헌금을 드리는데, 울컥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신다. 그 동안 무척 힘드셨나 보다. 연신 ‘하나님께 영광을! (Gloria Dios!)’이라는 말을 외치신다.
(자세히 보면 목사님이 울먹이고 계신다)
예전 같으면 1~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숙소로 복귀할 걱정에 다시 부랴부랴 길을 나선다. 충분한 교제의 시간이 없음이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어려운 쿠바 교회에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자체가 그 분들께는 큰 위로가 되고 내게는 작은 기쁨이 된다. 그 분들은 말한다. “하나님은 쿠바 교회를 사랑하고 계신다”고.
교회를 나와 시내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모여 있다. 비냘레스 행 까미용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점심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픈 차에 가게에서 파는 사과 하나를 사서 먹었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쿠바에서 사과는 매우 귀한 과일이다. 바나나 같은 흔한 과일은 길거리 수레에서도 파는데, 사과는 매장에서 별도로 진열하여 판매한다. 맛은 우리나라 사과보다 부드럽고 달콤하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차량이 왔다. 오늘 피나르에서 출발해 비냘레스를 거쳐 이곳 라 팔마에 왔고, 또 다시 어렵지 않게 중간 숙소로 돌아간다는 것이 다른 때와 다르게 무척 수월했다. 정류장에서 2시간을 기다리다가, 비록 라 팔마로 행선지가 바뀌었지만 그래도 큰 시간 낭비 없이 효과적으로 방문을 마친 것 같다. 일정이 꼬이면, 한 두 시간의 차이 때문에 숙소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냘레스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샤워를 했다. 어둑어둑해 질 무렵 마을 중앙에 위치한 공원으로 가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져 본다. 저쪽에 어른과 아이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고 있다. 어수선한 세계 정세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쿠바, 그 안에서 복음을 확장하기 위해 매일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전투를 치르는 쿠바 교회가 평온하게 놀이를 하는 저들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순간이다.
(비냘레스로 돌아오는 차량)
(공원에서 평화롭고 즐겁게 노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