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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위소보와 쌍아 쌍아는 말했다. "노대감마님과 세째 나리가 해를 입게 되었을 때 수십 명이나 되는 집 안 사람들은 무공을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때 남자들은 오배에게 잡혀 북경으로 가서 죽음을 당했지요. 여자들은 영고탑(寧古塔)으로 허드렛 일을 해주기 위해서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로 보내졌답니다. 뭐 그 장수들의 종이 된다나요. 그런데 마침 길에서 구원해 주는 사람을 만났 고 그 사람이 압송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서 우리 집안의 수십 명의 여자들을 구해 주어서 이곳에다가 안치를 한 것이죠. 그리고 세째 작은 마나님 등에게 무공을 가르쳤답니다." 위소보는 점차 어떻게 된 노릇인가를 알 수 있었다. 이때 날은 이미 훤히 밝았다. 동녘 하늘에서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밤사이 큰비에 산속의 나뭇잎과 풀들은 더욱더 싱그러워졌다. 위소보는 이때서야 어젯밤에 본 여자들이 귀신이 아니라는데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물었다. "그대의 집안에 그토록 많은 영당을 꾸며 놓은 것은 오배에게 해침을 당해 죽은 뭇대감들과 나리들을 모신 것이오?" 쌍아는 말했다. "그래요. 우리들은 깊은 산속에 은거해 살며 외부 사람과는 내왕을 하 지 않는답니다. 부근의 시골 사람들은 호기심에 기웃거리는데 우리들은 언제나 귀신처럼 꾸미고서는 그들을 놀래켜 떠나게 하지요. 그래서 모 두들 저 집이 도깨비집이라고 한답니다. 근 일년 동안 그 누구도 가까 이 다가오지 못했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상공께서 어젯밤 들이닥친 것 입니다. 세째 작은 마나님께서는 우리들의 큰 원한을 갚지 못했으니 모 든 행동에 있어서 은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영당의 위패에는 난을 당 한 대감과 나리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만약 외부의 사람이 보게 된다 면 매우 불편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상공께서 어젯밤 물었을 때도 저는 감히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째 작은 마나님께서는 이후 제가 상공만을 시중들게 되고 장씨 집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고 했으니 이제 무슨 일이라도 더 상공을 속일 수는 없지요." 위소보는 기뻐했다. "그래, 내 그대에게 말하지만 나의 진짜 이름은 위소보라고 해. 계공공 이라고 하는 것은 가짜야. 그대는 우리 위씨 집안 사람이지 계씨 집안 사람이 아니야." 쌍아는 무척 기뻐했다. "상공께서는 진짜 이름까지 저에게 말씀해 주시니 저는 결코 그비밀을 누설하지 않겠습니다." "나의 진짜 이름은 뭐 대단한 게 아냐. 천지회의 형제들은 모두들 알고 있으니까." "신룡교의 그 사람들이 그대들과 소늘 쓰게 되었을 때 세째 작은 마나 님은 밖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들이 주문을 외울 줄 알고 입으로 뭔가 이상야릇한 말을 하는 것도 들었어요......" "'홍교주의 신통력은 광대하며 수명은 하늘처럼 높다.' 이와 같은 주문 은 나도 외울 줄 알지." "세째 작은 마나님께서는 그들이 입으로 주문을 외우면서 남몰래 어떤 다른 법술을 쓴다고 했어요. 그렇지 않을때 갑자기 주문을 외움으로써 공력이 몇 배나 불어 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후 장노삼이 그 대와 이야기를 할 때 세째 작은 마나님께서는 창밖에서 듣고 있었죠. 그리고 다른 사람은 그때 대청의 등불을 모조리 꺼 버리고는 그물로 한 패거리의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 버렸어요." 위소보는 무릎을 탁 치며 부르짖었다. "정말 잘했군.! 그물로 사람을 잡는단 말이지? 그것 참 잘된 일이오." "세째 작은 마나님께서는 장노삼의 무공은 별것이 아니나 요술이 무섭 기 때문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그를 끌어 내 등불을 끄고는 그물을 이렇게 쳐서는......" 위소보는 다음 말을 이었다. "한마리의 늙은 자라를 잡은 셈이로군." 쌍아는 히히 웃고 말했다. "산 뒷쪽에는 호수가 있어요. 우리들은 밤에 종종 고기를 잡으러 가죠. 우리가 호주에 있을 때 장씨 집안의 본가는 바로 태호 가까이에 있었어 요. 그 호수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컸죠. 그때 우리 장씨 집안에서는 어 선이 무척 많아 어부들에게 고기를 잡도록 빌려 주곤 했어요. 세째 작 은 마나님들은 어부가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는 방법을 보았어요." "그대들은 정말 호주의 사람들이었군. 어쩐지 종자가 그토록 맛이 있더 라. 그런데 세째 나리는 어쩌다가 오배에게 해침을 당했지?" 쌍아는 말했다. ""세째 작은 마나님께서는 그것을 문자옥(文字獄)이라고 하더군요." 위소보는 의아하여 물었다. "문자육(蚊字肉;모기의 고기)? 모기에게도 고기가 있단 말이오?" 쌍아는 웃었다. "고기가 아니라 글자라는 말이에요. 우리 큰 나리께서는 공부하는 사람 이거든요. 학문이 깊었어요. 그 분은 눈이 먼 이후에도 한권의 책을 만 들었는데 책에서 만주 사람의 욕을 했대나 봐요......" 위소보는 혀를 끌끌 찼다. "쯧쯧쯧, 대단하군. 눈이 멀었는데도 글을 지을 수 있다니. 나는 눈이 멀지 않았는데도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몰라보니 나야말로 눈뜬 장님이 아니겠소?" "노마나님께서는 세상이 잘못되어 가니 역시 글을 모르는 것이 좋다고 했어요.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몇 집안의 사람들 가운데 난을 당하신 대감님이나 나리들은 모두 다 학문이 깊으신 분들이었으며 천하에 그 문장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문장을 쓰다 보니 그와 같은 화를 일으킨 거래요. 하지만 세째 작은 마나님은 만주 의 오랑캐들이 우리 한나라 사람에게 글을 읽거나 글을 짓지 못하도록 하지만 우리는 글을 읽고 글을 지어야만이 오랑캐들이 자기 뜻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위소보는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도 문장을 지을 줄 아시오?" 쌍아는 헤 하고 웃었다. "상공께서는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쇤네가 어떻게 문장을 지을 수 있겠 어요? 세째 작은 마나님께서 저에게 공부를 가르치긴 했어요. 그러나 겨우 칠팔 권을 떼었을 뿐이에요." 위소보는 아! 하는 소리를 내고 말했다. "그대가 칠팔 권의 책을 떼었다고? 그렇다면 나보다 나은데? 나는 겨우 일곱 여덟 글자를 알 뿐이야." "상공께서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노마님께서는 반드시 좋 아하시겠어요. 노마님은 청나라가 한민족을 지배한 이후 집안을 망해 먹을 자제들만이 책을 읽는다고 했어요." "맞소. 내가 보기에 오배 그 녀석도 글짜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더구 려. 아마도 아첨꾼들이 그에게 그와 같이 들려준 것 같아." "그래요. 우리 큰나리의 그 책은 명사(明史)라고 하는 것이 었어요. 책 안에서 청나라 사람들의 욕을 했지요. 그런데 나쁜 사람이 있었는데 이 름은 오지영(吳之榮)이라고 했어요. 그 사람이 그 책을 가지고 오배에 게 고발을 했대요. 사태가 심각해지자 수백명의 사람을 죽이게 된 것이 고 책을 파는 서점의 주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책을 사 본 사람들까 지도 모두 잡아와서는 목을 베었대요. 상공, 그대는 북경성 안에서 오 지영이라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아직 본 적이 없소. 천천히 찾으면 찾아낼 수 있을 것이오. 쌍아, 나 는 그대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야겠소." 쌍아는 깜짝 놀라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대는...... 그대는 나를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보내려는 것인가요?" "다른 사람에게 주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바꾸겠다는 것이오." 쌍아는 누가를 붉히며 다급해진 나머지 울려고 하면서 말했다. "뭐라구요? 어떤 사람과 바꾼다고요?" "그대의 세째 작은 마나님께서는 그대를 나에게 내리시지 않았소? 이와 같은 선물을 받은 이상 정말 보답하기는 어려운 노릇이 아니겠소? 나는 방법을 강구해서 오지영 녀석을 잡아서는 세째 작은 마나님에게 드려야 겠다는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예물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 아니겠소?" 쌍아는 눈물진 얼굴에 웃음을 활짝 띠우고 오른손으로 가볍게 가슴을 쓰다듬었다. "상공께서는 저를 깜짝 놀라게 했어요. 저는 상공이 저를 내버리시는 줄 알았어요." 위소보는 크게 기뻐했다. "내가 그대를 내버리게 될까봐 그렇게 당황해하다니, 그대는 안심하시 오. 남들이 금이나 은, 진주 보석을 나의 앞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는다 하더라도 그대와는 바꿔가지 못할 것이오." 말하는 사이 두 사람은 산 밑에 도달했다. 하늘은 파랗고 맑았으며 저 멀리 티끌 하나 볼 수 없었다. 위소보는 어젯밤 큰비가 쏟아지던 광경 을 떠올렸다. 그 당시 도깨비집으로 다가가던 그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서 얼마나 낭패한 꼴을 했던가. 지금과는 전혀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었 다. 다만 서천천, 방이, 목검병 그들이 사로잡혀서는 나중에 헤어날 수 있 을지 의문이라는 생각에 안 됐다는 생각과 더불어 근심이 되었다. 그러 나 자기의 재간으로는 어떻게 하더라도 그들을 구할 수 없는지라 더 생 각해 봐야 쓸데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수 마장을 나아가자 하나의 고을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국수집으로 들 어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위소보는 자리에 앉고 쌍아는 한편에 서서 시중을 들려고 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이런 때에는 겸손해하지 마시오. 함께 앉아서 먹도록 합시다." "안 돼요. 제가 어찌 상공과 함께 한 탁자에 낮아서 밥을 먹을 수 있겠 어요? 그것은 너무 버릇없는 짓이에요." "버릇이고 버릇이 아니고 따질 것 없소. 내가 된다면 되는 것이오. 내 가 다 먹은 이후에 그대가 다시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겠소?" "상공께서 다 먹고 나신 후 우리가 떠나면 될 것이에요. 저는 만두를 사서 길을 걸으면서 먹으면 돼요. 지체하지 않을 거예요."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에게는 나쁜 버릇이 있소. 혼자서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나고 만단 말이오. 만약 함께 먹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중에 배가 아프게 된다 면 그야말로 고생을 많이 하게 된단 말이오." 쌍아는 방긋 웃고는 기다란 걸상을 가져와 비스듬히 탁자가에 걸터 앉 았다. 위소보가 가져다 준 국수를 몇 젓가락 먹을까 말까 했을 때 세명의 서 장 라마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거리 쪽으로 앉더니 잇달아 부르짖었다. "국수를 가져와! 국수를 가져와." 한명의 라마가 흘낏 쌍아의 목에 걸린 그 한꾸러미의 명주를 발견하더 니 왼쪽 발굽으로 동료를 슬쩍 건드리며 입으로 쌍아의 목에 걸린 명주 를 보라는 시늉을 했다. 다른 두 라마는 보더니 얼굴에 대뜸 기쁜 빛을 띠우고 눈 한번 깜빡이 지 않고 그 한 꾸러미의 명주 구슬만 쳐다보았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야단났다. 저 세 녀석이 날강도 짓을 할 모양이다." 그는 재빨리 은자를 꺼내서는 국수 가게의 사환으로 하여금 한대의 수 레를 빌리도록 했다. 그리고는 총총히 국수를 먹자 수레에 올랐다. 그 리고는 차부에게 서쪽으로 빨리 달리도록 재촉했다. 수 마장을 나아가게 되었을까. 등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왔다. 위소보는 뒤를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세명의 라마가 말 을 타고 쫓아왔다. 그는 쌍아에게 말했다. "저 세 악인은 그대의 구슬을 빼앗으려고 하는 모양인데 그들에게 내주 도록 합시다. 내 나중에 다시 한 꾸러미를 사줄 터이니 말이오." 쌍아는 말했다. "네. 하지만 더 사실 필요는 없어요." 이때 세 명의 라마가 불렀다. "수레를 멈추시오! 수레를 멈추시오!" 차부는 노새를 세웠다. 세 명의 라마는 말을 짓쳐서 수레 앞을 막았다. 한 사람이 말했다. "두 꼬마들, 수레에서 내리시지." 쌍아는 목에서 그 한 꾸러미의 명주를 풀어서는 수레 밖으로 내밀며 입 을 열었다. "그대들이 이 구슬에 눈독을 들였다면 상공께서는 그대들에게 그냥 내 주라고 했어요. 그러니 그냥 가져가요." 한명의 뚱보 라마가 커다란 손을 뻗치더니 구슬을 받아들지 않고 손을 더욱 뻗쳐서는 쌍아의 손목을 잡아 바깥 쪽으로 끌어당겼다. 위소보는 급히 말했다. "구슬을 요구한다면 더 있으니 함부로 손찌검을 하지 마시오." 바로 그 순간 누런 그림자가 번쩍이는 가운데 그 라마는 붕 떠서는 허 공으로 날랐다. 위소보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좋은 무공이군.) 그런데 그의 몸이 뚝 떨어지는 것을 보니 목을 아래로 하고 다리를 위 로 한 것이 아닌가.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살찐 머리통은 진흙바닥에 떨 어지게 되었고 가슴팍까지 푹 파묻힌 채 두 발을 마구 허우적거렸다. 위소보는 놀람과 기쁨에 얽혔다. 그야말로 그 라마가 보여 준 한수의 무공은 어떤 것인지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두 라마는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며 서둘러 다가가더니 그 라마의 몸을 뽑았다. 그 라마는 온 얼굴에 진흙을 뒤집어쓰고는 낭패한 모습을 했다. 다행히 어젯밤 큰비로 길가의 흙이 진흙으로 되어 있었기에 그 라마는 상처를 입지 않았다.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차부에게 말했다. "빨리 갑시다." 쌍아는 손에 구슬을 들고 물었다. "상공, 이 구슬을 그들에게 주나요, 안 주나요?" 위소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세 명의 라마는 각기 허리에 찬 칼을 뽑아들더니 매서운 기세를 달려들었다. 쌍아는 차부의 손에서 채찍을 받아들어서는 바깥 쪽으로 후려치듯 하더 니 한명의 라마의 손에 들린 칼을 휘감았다. 그리고는 채찍을 움츠렸 다. 그 순간 라마의 손에 들린 칼은 채찍 끝에 매달려서 이쪽으로 날아 왔다. 쌍아는 왼손으로 칼을 잡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다시 채찍을 휘감았고 두번째 라마의 손에 들린 칼도 빼앗아 들었다. 그러자 세 번 째 라마는 한소리 부르짖었다. "어이쿠!" 그리고는 흠칫 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쌍아는 손에 들고 있던 채찍을 다시 떨쳐 냈다. 이번에는 그 자의 목을 감았다. 그 힘을 이요해 힘껏 수레를 앞으로 잡아당겼다. 그녀는 이어서 그의 손에 들린 칼을 빼앗아 들었다. 그 라마는 목이 채찍에 의해 졸려지게 되자 두 눈을 희번득거리며 땅바 닥에 뒹굴었다. 대뜸 온 얼굴에 핏기가 완전히 없어지고 말았다. 나머 지 두 명의 라마는 좌우 양쪽에서 쌍아에게 공격해 왔다. 동료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쌍아는 벌떡 몸을 일으켜서는 왼발을 수레바퀴 위에다 세우고는 오른발을 잇달아 내질러 두 명의 라마의 목 에 있는 혈도를 짚어 땅바닥에 기절하여 쓰러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야 그녀는 그 채찍을 풀어 주었다. 그러나 그 라마는 이미 질식된 지 오래였기 때문에 이미 기절해 있었다. 위소보는 너무나 기뻐서 훌쩍 뛰어 일어나며 부르짖었다. "쌍아, 정말 잘했어. 원래 그대의 무공이 이토록 뛰어났었군." 쌍아는 빙그레 웃었다. "대단한 것이 아니에요. 솔직이 이 세 악인이 쓸모가 없어 그래요." "진작 이럴 줄 알았다면 내가 반나절 동안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인데 말 이야." 그리고 그는 수레에서 내려 한명의 라마를 발길로 차며 말했다. "너희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그 라마는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했다. 쌍아는 그의 허리께를 한번 내찼다. 그 라마는 신음소리를 내지르더니 정신을 차렸다. 쌍아는 말했다. "상공께서는 너희들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신다." 그 라마는 말했다. "소저...... 소저는 혹시...... 신선의 수법을 터득한 것이 아니오?" 쌍아는 미소했다. "빨리 말해라. 당신들은 뭐하는 사람이지?" 그 라마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는 오대산 보살정...... 대문수사의 라마들이외다." 쌍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라마가 뭐고 라마가 아니면 뭐냐. 그 터무니없는 소리, 그토록 이상야 릇한 말을 하다니." 위소보는 말했다. "라마는 서장의 화상이란 뜻이야." 쌍아는 말했다. "알고 보니 그대들은 화상이었군." 그리고 그의 몸을 가볍게 차고는 말했다. "화상인데 어째서 머리를 박박 깍지 않았지?" 그 라마는 말했다. "우리들은 라마이지 화상이 아니외다." "뭐라구? 그래도 입은 살아있군. 상공께서 그대를 화상이라고 하면 바 로 그대는 화상이야." 그리고 그의 허리께에 있는 천할혈(天할穴)을 다시 한번 내질렀다. 이 렇게 되자 그 라마는 그만 뼛속까지 아파오는 고통을 느끼고 참을 수 없어 큰 소시로 살려 달라고 울부짖었다. 그런데 그 아픔은 더욱더 더 했고 울부짖는 소리도 더욱더 우렁차 갔다. 이때 다른 두 명의 라마가 천천히 깨어났다. 그러다가 그가 수퇘지처럼 울부짖는 것을 보고는 깜 짝 놀라서 일제히 서장말로 물었다. 그 라마는 말했다. 그러더니 곧 한 나라 말로 부르짖었다. "나는 화상이오. 나는 화상이오. 소저가...... 소저가 나를 무엇이라고 한다면 바로...... 그 무엇이오. 제발 부탁이니...... 빨리 빨리...... 나의 혈도를 풀어 주시오." 쌍아는 웃었다. "이 아가씨가 말하는 것은 소용이 없어. 상공께서 말하는 것이어야만 돼. 상공, 상공께서는 그를 뭐라고 하시죠?" 위소보는 웃었다. "나는 그가 여승이라고 할까?" 그 라마는 실로 더 참을 수 없다는 듯 재빨리 말했다. "나는 여승이오. 나는 여승이오." 위소보와 쌍아는 일제히 소리내어 웃었다. 쌍아는 왼발을 들어 그의 목 아래에 있는 기호혈(氣戶穴)을 힘차게 걷 어찼다. 그 라마는 즉시 극렬한 아픔이 멎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여전히 끊임 없이 부르짖었다. "나는 여승이오. 나는 여승이오." 위소보는 웃음을 띠고 물었다. "당신들은 출가인들인데 어째서 우리의 재물을 빼앗으려고 한 것이오?" 그 라마는 말했다. "소인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다음에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다음 번이 또 있으리라고 생각하시오?" 그 라마는 말했다. "제가 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백년이란 세월이 흘러 도 감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들은 절에서 불경이나 읽지 않고 무엇 때문에 산 아래로 내려왔 소?" 그 라마는 말했다. "네...... 사부님께서 우리들을 산 아래로 내벼보냈습니다." 위소보는 물었다. "그대 사부가 그대들을 산 아래로 내려보내 금은주보를 강탈하도록 시 켰소?" 그 라마는 말했다. "아니오...... 아닙니다. 우리들은 북경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거기까지 말했을때 한 뚱보 라마가 기침을 했다. 위소보는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라마는 연신 눈짓을 하지 않 는가. 아마도 동료에게 실토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위소보는 이 라마들이 재물을 보고 빼앗을 생각이 나게 되어서는 강탈을 하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본래 만주 사람들은 라마를 믿고 또 황궁에 불러들여 법사를 시키기도 했다. 황실이 그러하니 일반 왕후장상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 때 문에 불문의 계율을 지키지 않는 라마들이 북경에서 제법 날뛰며 법을 어기는 일도 더러 있었다. 그는 본래 그들을 희롱하여 즐거움을 삼은 뒤 풀어 주려고 했다. 그런데 뚱보 라마의 그와 같은 표정을 보고 달리 어떤 내막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입을 열었다. "이 세 녀석은 수작을 부리고 있군. 쌍아, 그들 세 사람이 몸에다가 발 길질을 한번씩 가해 그들 세 사람이 고통에 하늘이 깨어져라 울부짖도 록 내버려 두고 우리들은 떠나도록 하자." 쌍아는 대답했다. "네." 그녀 역시 뚱보 라마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먼저 그의 천 할혈을 발로 걷어찼다. 그 라마는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쌍아는 다시 그 먼저번의 라마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발을 쳐들어서 차려 는 시늉을 했다. 그 라마는 쓴맛을 본 적이 있는지라 재빨리 말했다. "차지 마시오. 내 말하리라. 사부님은 우리들에게 북경으로 한통의 편 지를 갖다 주라고 했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편지는?" 그 라마는 말했다. "이건...... 이 편지는 그대들에게 보여 줄 수 없는 것이오. 남에게 보 여주게 된다면 사...... 사부님이 반드시 우리를 죽이려고 할것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꺼내지 않으면 내가 발길질을 하겠다." 그리고 그는 한걸음 다가섰다. "그 라마는 그의 무공에 한도가 있어서 발길질을 해봐야 아프지도 근지 럽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지라 그가 발을 쳐들자 재빨리 말했다. "아니오...... 나에게 없소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럼 네가 가져 오너라." 그 라마는 어쩔 수 없어 뚱보 라마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뭐라고 쏠라쏠 라 몇 마디의 서장말을 했다. 그 뚱보 라마는 서장어로 대답을 했다. 그는 그야말로 돼지 멱따는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는데 다시 띄엄띄엄 서장말을 늘어놓자 더욱더 듣기가 거북했다. 위소보는 그의 어조로 표정으로 미루어 그가 편지를 꺼내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다가가서는 그의 정수리를 매섭게 발길질했다. 그러자 그 뚱보 라마는 대뜸 기절을 해버렸다. 다른 한명의 라마가 그의 품속에서 기름 먹인 베로 만들어진 조그만 보 따리를 꺼내더니 전전긍긍하며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위소보는 받아 들고 바라보았다. 쌍아는 품속에서 역시 조그만 보따리 를 꺼내더니 펼쳤다. 그리고 한자루의 조그만 가위를 꺼내더니 라마가 꺼낸 보따리에 한 모퉁이를 잘랐다. 그러자 안에는 정말 한통의 편지가 들어 있었는데 겉봉에는 두 줄의 서장의 글이 적혀 있었다. 위소보는 물었다. "이 편지는 누구에게 갖다 주는 것이지?" 그 라마는 말했다. "우리 사백부님에게 갖다 드리는 것입니다." 위소보는 손으로 봉투를 뜯었다. 두 라마는 야단났다고 비명같은 소리 를 질러댔다. 그러고 보니 누런 종이에 몇 줄의 꾸불꾸불한 서장 문자 가 씌어져 있었다. 그리고 아랫쪽에는 부적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는데 매우 이상야릇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이 편 지에 한문으로 적혀 있다 하더라도 위소보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급히 쌍아에게 물었다. "안에 뭐라 씌어 있지?" 쌍아 역시 알아볼 수가 없어 라마에게 다그쳤다. "상공께서는 너에게 이 편지에 뭐가 씌어 있는지 물으신다. 빨리 말해 라. 반마디라도 거짓말을 한다면 나는 너의 혈도를 차 영원히 혈도를 풀어 주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사흘낮 사흘밤을 내버려 두었다가 풀어 줄 것이다." 그 라마는 편지를 보고 한번 읽어 보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건...... 이건......" 위소보는 말했다. "뭐가 이거 이거 이거야? 빨리 빨리 말해." 그 라마는 말했다. "네. 편지에는 사형께서 묻는 그 사람이......" 막 여기까지 말하게 되었을 때 다른 한 라마다 갑자기 뭐라고 말을 했 다. 쌍아는 나는 듯 달려가 그의 천할혈을 발길로 찼다. 그러자 그 라 마의 말소리는 즉시 신음과 울부짖는 소리로 화했다. 첫번째 그 라마는 안색이 변해서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편지에는...... 찾는 그 사람이 우리들이 아무리 찾아 봤지만 찾을 수 없어서 반드시...... 반드시 오대산에 없으리라는 내용입니다." 위소보는 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구르고 말하는 것도 띄엄띄엄 하는지 라 속으로 생각했다. (너희들의 말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너희들의 표정으로 미루어 볼 때 틀림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네 녀석은 너 무나 우둔해서 거짓말도 그럴싸하지 못하구나.) 그는 쌍아에게 말했다. "이 라마는 또 거짓말을 해서 나를 속이려 하는군." 쌍아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를 용서할 수 없죠." 그리고 그녀는 다시 발을 뻗처 천할혈을 걷어찼다. 그 라마는 부르짖었 다. "그대는...... 나를 죽이시오. 우리 사형은 말했소이다. 만약 편지의 내용을 우리가 털어 놓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 세 사람이 모두 다 살아남지 못하리라고 했소이다. 그러니...... 그대는..... 빨리 나를 죽이도록 하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그럼 내버려 두고 우리는 가자." 그리고 쌍아와 함께 수레 위로 올랐다. 그 차부는 두 사람이 나이가 어린데도 세 라마를 죽을 둥 살둥 만든 것 을 보고 그만 탄복하듯 칭찬의 말을 늘어놓았다. 위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앞쪽 고을에 이르거든 아무래도 변장을 해야겠어. 그리고 그한 꾸러미 의 명주 구슬도 거두어들여야겠다." 쌍아는 말했다. "네, 그러죠. 헌데 어떤 옷차림으로 바꾸어야 할까요?" 위소보는 말했다. "남장을 하도록 하시오." 수레가 삼십여 리를 나아가게 되었을 때 한 큰 고을에 이르게 되었다. 위소보는 차부를 돌려 보내고 객점을 찾아 투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은자를 꺼내서는 쌍아에게 옷차림을 바꿀 수 있는 옷들을 사도록 했 다. 쌍아는 나가서 옷을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입었다. 그렇게 되자 준 수하고 깜찍한 나이 어린 서동이 되었다. 이렇게 옷차림을 바꾸게 되자 길에서 다시 남들의 이목을 끌지 않게 되 었다. 쌍아의 무공은 뛰어났으나 세상 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 었다. 길을 가면서 위소보가 모두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도 별로 고명한 편이 못되었다. 종종 삼푼 정도는 올바르다 할 수 있었으나 칠푼 정도는 엉터리 같은 짓을 곧잘 저지르기도 했다. 며칠 후 그들은 하북성과 하남성이 맞닿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하남성 부평현(富平縣)에서 서쪽으로 나아가 장성령(長城嶺)을 지나게 된다면 바로 용가관(龍家關)이었다. 이 용가관은 오대산의 동문(東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돌길은 매우 기구했으며 험난한 편이었다. 그리고 오대산으로 들어서 첫번째의 절이 바로 용천사(龍泉寺)였다. 위소보는 청량사의 위치를 물었다. 그런데 오대산의 범위는 지극히 넓 었다. 청량사는 바로 남태정(南台頂)과 중태정(中台頂) 사이에 있었다. 용천사에서 찾아가려면 길은 꽤나 먼 편이었다. 이날 밤 위소보와 쌍아는 용천사 옆에 있는 노가장(蘆家莊)에서 투숙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양고기로 빚은 만두를 먹고 다시 사탕과 과자 등 을 먹었다. 그리고 낮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낮에 용천사로 가는 길을 묻게 되었을 때 청량사 절안의 화상은 자기가 나이가 어린 것을 보고 매우 무뚝뚝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청 량사로 가는 길을 묻는데 대해 오히려 되묻지 않던가. "그 길을 가자면 멀고도 험난한데 당신은 청량사로 무엇 때문에 가는 것이오." 그리고는 매우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표정을 짓지 않던가. 그 모양은 어 느 정도 양주 선지사(禪智寺)의 시세의 흐름에 밝은 땡초들과 같았다. 따라서 위소보는 청량사로 가 순치황제를 만나 보는 것은 수월한 노릇 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아무래도 방법을 강구해야 겠다고 생각했 다. 그는 사탕을 먹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돈이 있으면 도깨비도 맷돌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화상으 로 하여금 맷돌을 돌리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야기꾼의 수호지에 보 면 노지심이 오대산으로 출가하게 되었을 때 무슨 원의라고 하는 사람 이 절에다가 많은 은자를 시주했다. 그리하여 노지심이 절간에서 마구 소란을 피우고 술과 개고기를 먹어도 노화상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렇 다. 내가 법사를 하는 척하고 절간에 가서 절간에 가서 크게 은자를 뿌 려댄 이후 구실을 만들어 떼를 쓰듯 하지 않고 천천히 노황제를 찾는다 면 노화상은 나를 내쫓아 보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산위로 오르게 된 이후 절간 밖에는 큰 고을이라고는 없었다. 한장의 오백 냥 은자에 해당하는 은표를 바꿀 소도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용천관으로 내려와 부평현으로 나아가 은자와 바꾸어야 했 다. 그리고는 쌍아와 옷차림을 새것으로 갈아입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법사(法事)를 벌이려고 하더라도 뭐가 아는 것이 있어야지. 대뜸 마각을 드러내고 말 것이니 먼저 시험을 해봐야지.) 그리하여 그는 즉시 부평현 성내의 한채의 절간인 길상사(吉祥寺)로 들 어가 부처님에게 몇번 큰절을 올렸다. 지객화상이 파란 종이로 엮은 공 책과 붓, 그리고 벼루를 내놓았다. 위소보는 손을 내저었다. "시주를 하면 하는 것이지 글을 써서 뭐하오?" 그리고 그는 한 덩이에 오십 냥 나가는 원보를 꺼내 내밀었다. 그 화상 은 깜짝 놀라 속으로 이 젊은 시주의 손씀씀이가 세상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크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잇달아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그를 승방으로 모시고는 채소로 만든 반찬과 고기를 넣지 않은 국수를 올렸다. 위소보가 국수를 먹고 있을 때 방장 화상은 한옆에 모시고 앉아서는 젊 은 시주가 마음이 매우 인자하고 부처님에 대한 공경심이 많으니 반드 시 부처님의 보살핌을 받고 이후 금방에 이름이 오르게 될 뿐 아니라 높이 장원을 하여서는 많은 자손들을 거느리고 무궁한 복을 누릴거라고 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우스웠다. (나에게 어떠한 아첨의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좋지만 나는 글자를 모르 는데 장원에 급제한다니 그야말로 이는 욕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도 그는 말했다. "노화상, 나는 오대산으로 가서 커다란 법사를 벌이려고 하는데 아무것 도 모른답니다. 노화상께서 가르침을 베풀어 주십시오." 그 방장은 대법사를 벌인다는 말을 듣고 대뜸 몸을 일으키더니 입을 열 었다. "시주, 천하의 절간들이 모두 다 모시는 것은 똑같은 부처님이고 보살 들이외다. 그대가 법사를 벌이겠다면 우리 절에서 해도 괜찮소이다. 모 든 점에 만족하도록 조처를 하리다. 고생스럽게 오대산으로 올라갈 필 요는 없소이다."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요. 내 법사는 나의 소원이라고 할 수 있소. 반드시 오대산으로 가서 해야 하오." 그리고 그는 다시 오십 냥의 은자를 꺼내고 말했다. "이렇게 합시다. 그대가 나에게 한 사람을 고용토록 해주어 나와 더불 어 오대산 위로 올라가 조수가 되어 일을 처리해 주도록 하구려. 그리 고 이 오십 냥의 은자는 그에게 주는 것으로 합시다." 노화상은 크게 기뻐했다. "그건 쉬운 노릇이오. 그건 쉬운 노릇이오." 그의 외사촌 동생이 절간에서 절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 건을 사들이고 하는 것도 모두 그가 하고 있었으나 화상이 아니었다. 노화상은 즉시 그를 불러와 위소보와 인사를 나누도록 했다. 그 사람의 성은 우씨였고 그 형제들 가운데서 여덟 번째였다. 그러나 그의 언변은 매우 좋은데 그에게 한가지 별호가 있었다. 그 별호는 소 일획(少一劃)이었다. 원래 우(于)자에다가 다시 한획을 보태게 된다면 왕자가 된다. 그렇게 된다면 우팔이 바로 왕팔이 되는 것이었다. 두세 마디가 오고 가는 끝에 위소보와 그는 매우 친해졌다. 위소보는 이와 같은 시정잡배와 어릴 적부터 상대를 해왔기 때문에 대뜸 친숙해 질 수 있었다. 따라서 갑자기 부평현에서 시정잡배 한 사람을 만나게 되자 그야말로 고향 친구를 만난 듯한 감이 없지 않았다. 위소보는 다시 방장에게 법사를 하는 모든 절차를 물었다. 방장은 별로 속이지 않고 아는 대로 모든것을 이야기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화상들의 절차는 퍽이나 복잡하군.) 그리고 그는 다시 이십 냥의 은자를 시주했다. 위소보는 우팔을 데리고 객점으로 돌아가 은자를 꺼내서는 그에게 살 물건을 사도록 했다. 우팔은 은자를 손에 쥐게 되자 매우 민첩하게 움 직였다. 얼마 되지 않아 모든 물품을 갖추게 되었고 자기 자신도 모르 게 한벌의 새옷으로 멋지게 갈아 입고서는 말했다. "위상공, 그대는 큰 부자인데 내가 시종이니 격에 맞는 옷을 입어야 되 지 않겠소. 그래서 새 의복에다가 모자를 샀습니다. 하지만 은자는 세 냥 오 전 밖에 쓰지 않았습니다." 위소보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다시 그에게 옷가게에 가 서는 자기와 쌍아가 입을 화려한 옷들을 몇벌 사서 준비하도록 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신이 나서는 용천관을 지나게 되었다. 그 뒤로는 여 덟 명의 인부가 따르고 있었는데 그들이 지고 있는 여덟개의 짐은 불공 을 드릴 때 사용하는 물건들이었다. 그들은 큰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했 다. 오대산으로 들어서자 수마장마다 한 채의 절간들이 있었다. 용천사를 지나게 되고 태록사(台鹿寺), 석불묘(石佛廟), 보제사(普濟寺), 고불사 (古佛寺), 금강묘(金剛廟), 백운사(白雲寺), 금등사(金燈寺) 등을 거쳐 야만이 영경사(靈境寺)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날 밤 영경사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길을 죽어서 북쪽으로 향했다. 금각사에 도달한 이후 서쪽으로 수마장을 나나게 된다면 바로 청량사였 다. 청량사는 바로 청량산 바로 윗쪽에 있었다. 그런데 중도에서 본 절간과 비교해 볼 때 그렇게 웅장하지도 않았다. 산문은 칠한 지 오래되어 변 질이 된 것으로 보아 오랫 동안 손을 대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위소보 는 약간 실망했다. (황제가 출가를 했다면 반드시 규모가 가장 큰 절간을 선택하였을 것이 다. 어떻게 보면 해대부 폐병장이가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였는지도 모 른다. 노황제는 이곳에서 화상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우팔은 산문 안으로 들어가 지객승에게 북경성의 위 나리가 크게 법사 를 하려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 지객승은 이 일행의 옷차림이 화려하고 또 여덟 지게나 물건을 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즉시 상방으로 모셔서는 차를 대접했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 방장에게 품했다. 방장 징광(澄光)노화상은 상방으로 나와 위소보와 인사를 하고 물었다. "시주께서는 어떤 법사를 하려고 하시는지요?" 위소보는 그 징광화상의 체구가 무척 컸으나 비쩍 말라 있었고 두 눈을 살짝 감고 있는데 전혀 정신이 없는 모양을 보고는 더욱더 실망해서 말 했다. "제자는 대화상에게 일곱 낮 일곱 밤의 법사를 돌아가신 부친의 영혼을 구제하여 주시고 몇 분 돌아가신 친구들의 영혼을 위로해 주셨으면 합 니다." 징광은 말했다. "북경성 안에도 큰 절간들이 무척 많소이다. 오대산에도 절간이 많이 있는데 시주께서는 어째서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특별히 오대산으로 찾 아와 저희 절간에서 법사를 하려고 하시는지요." 위소보는 벌써 그와 같은 질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미 우팔과 상의를 한 적이 있었던지라 입을 열었다. "저희 어머님께서는 지난 달 보름날 꿈을 꾸셨습니다. 꿈에 저의 돌아 가신 아버님이 어머니에게 말씀했죠. 살아 생전에 큰 죄를 지었으니 반 드시 오대산 청량사로 가서 방장대사에게 이레 낮 이레 밤을 두고 불공 을 드려야만이 혈광지재(血光之災)를 해소시킬 수 있고 저희 아버님이 지옥에서 온갖 고통을 당하는 것을 면할 수 있다고 했답니다. 그는 자기 부친이 누구인지 몰랐고 또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도 없었 다. 따라서 그와 같은 말을 내뱉을 때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으며 생각했다. (제기랄, 당신은 나를 낳게 하고는 상관하지 않았소. 그러니 지옥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마땅한 노릇이지. 내가 당신을 위해 공교롭게도 이 레 낮 이레 밤의 법사를 치루게 되었으니 당신은 그저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구려.) 징광 방장은 말했다. "원래 그랬었구려. 소시주, 낮에 생각한 일은 밤에 꿈으로 나타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꿈속의 일이라는 것은 믿을 것이 못된 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대화상, 속담에도 '있다고 차라리 믿었으면 믿었지 없으리라고 믿을 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소? 설사 우리 아버지가 꿈속에서 한말이 진짜 가 아니라 하더라도 법사를 한번 별어서 그의 영혼을 구제한다는 것은 공덕을 쌓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외다. 그리고 만약에 저의 아버님 이 정말 그와 같은 말을 했는데도 우리가 그분의 말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분이 저승에서 우두마면(牛頭馬面)의 무상소귀(無常小鬼)에게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 아니겠소. 그렇게 된다면...... 나로서는 죄송한 일이 되지 않겠소. 더군다나 이 몸은 어머님의 명을 받고 온 몸이외다. 우리 어머님께서는 오대산 청량사의 노방장과 인연이 있다고 했소이다. 그래 서 이 법사를 반드시 귀찰에서 하려는 것이외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 우리 어머니와 연분이 있었다면 그거야말로 희한한 일이지. 당 신은 양주의 여춘원으로 가서 밤손님이 돼 본 적이 있소?)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