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청평강기 VS 절명곡
선지가 무골선을 거두니 흙먼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동시에 곧 불덩이같이 작열하는 태양이 다시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여 찬란하게 내리비치기 시작했다. 그는 기세 좋게 가가대소를 하고서 입을 열었다. “으흐흐, 그 누가 감히 노부의 무골선의 일격을 받을 자신이 있으랴!” 이런 위엄 있는 기세는 확실히 사람을 놀라게 할 만큼 대단했다. 금령대 위에는 모두 절세의 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그러나 무골선의 광적인 일격을 받는 데에는 모두 자신이 없는 듯했다. 돌연, 비류신이 한 걸음 나서며 호통을 쳤다. “내가 곧 당신의 일격을 받아보겠소.” 선지가 어이없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허허, 그럼 네가 받아 보아라.” 무골선이 움츠렸다가 활짝 펴졌다. 그 순간 이미 한 줄기 사나운 광풍이 비스듬하게 몰아쳐 왔다. 쉭쉭하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헤아릴 수 없는 경기가 마치 굉장한 파도같이 중첩하여 비류신의 몸을 향해 밀려갔다. 그 위세는 금이나 돌을 쪼갤 것 같이 사나워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사방의 검은 구름과 다시 해를 가릴 정도로 흙먼지가 일어나는 까닭에 사람들은 거의 눈을 뜰 수 없었다. 이토록 사나운 경풍은 군웅들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비류신은 드디어 그 한줄기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아니 그 위에 사라진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정말 천하에서 보기 드문 이 일선(一扇)의 공격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도록 만들었다. 선지는 앙천대소를 했다. 그 표정은 아주 득의만면해서 여러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 “이 휘몰아치는 수법에는 모두 견딜 수 없지. 그래도 누가 감히 미친 소리를 하겠는가?” 그의 말이 막 끝났을 때였다. 갑자기 비류신의 몸이 금령대 아래에서 나타났다. 그는 몸을 뒤틀어 솟구치더니 거침없이 금령대 위로 올라왔다. 백의사괴는 동시에 움찔 했고 마음속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무골선이 이렇게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다니… …” 비류신은 백의사괴의 얼떨떨한 모습을 힐끗 훑어보고 냉소를 쳤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눈썹을 치켜세우고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 “무골선도 고작 이 정도에 지나지 않았군요. 귀하의 열양신곡(烈陽神曲)을 한 번 받음이 좋겠소!” 선지의 안색이 눈 깜작할 사이에 크게 변했다. 그는 표정을 굳히고 말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동시에 분노가 어린 눈을 부릅뜨고 똑바로 비류신을 노려보았다. 선해가 음산하게 웃으며 침묵을 깨뜨렸다. “당신들은 모두 다 죽었소!” 이때 남의소녀가 불쑥 냉소와 함께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럼, 당신네들도 살지는 못해요.” 백의사괴는 안색들이 모두 달라졌다. 그녀의 말은 분명히 그들의 마음속을 꿰뚫은 모양이었다. 남의소녀는 사괴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열양신곡은 진력을 소모하기가 이를 데 없어요. 우리들은 대부분 수십 년 쌓은 공력이 있어요. 만약 우리들이 진력으로 겨룬다면 곡(曲)이 그치거나 사람이 죽거나 해야 승부가 판가름 나는 거예요.” 이 말은 그들의 약점을 바로 찌른 것이라 백의사괴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놀랐다. 그리고 남의소녀의 넓은 견문에 새삼 두려움을 더 느꼈으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실력을 나타내야 할 것이라고 깨달았다. 선악이 흉악스럽게 웃어댔다. “형님, 주저하지 마십시오. 일이 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현재에 와서 물러설 수도 없습니다.” 비류신이 냉소를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급류를 만나면 서슴지 않고 물러서는 것이 아무래도 상책일 것이오!” 선천의 애꾸눈이 부르르 떨렸다. “더 이상 생각해서 망설일 때가 아니다. 어서 열양신곡을 탄주(彈奏)하여라.” 이렇게 잘라 말하며 그는 발을 굴려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번개같이 몸을 한 바퀴 돌리며 소리쳤다. “사상귀원(四象歸元)이다.” 이때 백의사괴는 신형을 나누어 각각 금령대의 사방을 하나씩 맡고 우뚝 섰다. 군웅들은 모두 금령대 중앙에 선 채 포위되었다. 순간 선우휘는 기이하게 생긴 검 한 자루를 뽑아들었다. 그 검은 광채가 눈부셔서 마치 가을호수의 물과 같았고 또한 한 마리 금사(金蛇) 같기도 했다. 검에는 작은 구멍이 다섯 개 있었는데 그것은 윙윙대는 바람소리를 희미하게 내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은 검의 위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남의소녀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열양신곡을 한 번 펼치자 천지가 근심과 원망에 싸이며 주위 십리 안의 초목마저 시드는군요. 이는 생사가 달린 싸움이니만큼 우리들 역시 인정을 돌볼 필요 없어요. 여러분은 각자 자기의 위치를 굳게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을 거예요.” 선우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음! 낭자는 열양신곡에 대해서 이해가 깊군요. 기왕 그러하니 적을 물리치는 계책에 있어서 낭자가 지휘하시구려!” 금령대 아래에 있던 군웅들은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하지만 한바탕 소란이 일더니 그들은 이미 반 이상 가고 없었다. 혹시 자기네가 의견을 말했다가 뼈도 남기지 못할 참화를 당할까봐 두려워한 때문이었다. 선우휘는 고개를 돌려 금령대 아래를 힐끗 내려다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철아! 너는 어서 십 리 밖으로 물러가거라. 그랬다가 세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와서 이 아비의 주검을 거두도록 하여라.” 그는 생사를 건 이번 싸움에 대해서 자신이 없는 듯했다. 부득불 한 걸음 물러서는 타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어서, 표면적으로 아주 홀가분하게 말했지만 내심은 몹시 불안하고 어두웠다. 그렇다고 그것을 군웅들 앞에서 더구나 자기 아들 선우철의 앞에서 도저히 드러낼 수 없었다. 선우철은 몸을 굽히며 애걸했다. “아버님, 이 자식은 아버님과 더불어 생사를 같이 하려 하옵니다.” 도장맹주 선우휘는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섭게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 도장맹은 무림을 오만하게 호령하고 있거늘 어찌 하루라도 주인이 없을 수 있느냐? 이렇게 말해도 물러가지 않는다면 이 아비는 너부터 먼저 죽이겠다.” 청풍검 선우철은 아버지가 오늘 이토록 노하는 것을 보자 크게 놀라 몸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그는 뜨거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이윽고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짓을 하여 애통해하면서 고수들을 데리고 발을 떼었다. 그는 그래도 얼른 갈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구슬프게 부르짖었다. “아버님, 옥체를 보중하십시오. 자식은 세 시간 후에 곧 아버님을 뵈러 오겠습니다.” 지령보의 고수들 역시 명령을 받고 떠나갔다. 그렇게 북적대던 광장에는 순식간에 몇 사람만 남았을 뿐 모두들 가버렸다. 이제는 오직 박애정과 백미, 백살, 철장대로만 남아 멍청히 서서 못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학철두 만은 한 걸음 한 걸음 금령대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남의소녀는 유유히 탄식을 했다. “아, 여러분도 가도록 해요. 만일 내가 죽으면 여러분들은 오늘의 이 일을 나의 아버님께 전해 주십시오.” 그러자 철장대로는 철장을 휘두르며 말을 받았다. “우리들은 모두 가지 않겠소이다. 낭자가 죽으면 우리들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외다.” 성미 급한 선지가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당신들은 이제 죽은 뒤의 일에 대해 모두 다 말했소? 혹시 아직도 못한 말이 있다면 시원스레 얼른 말 하시오.시간이 지나면 말하려 해도 하지 못할 테니까… …” 남의소녀가 분노어린 눈길로 그를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 선우휘를 보고 입을 열었다. “대장주의 구멍이 다섯 개 뚫린 기형(奇形)의 검은 수혼고와 겨룰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비류신의 잔금섭혼신편은 무골선을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조금도 서두르지도 않고 당황하지 않으며 조리가 있게 말했다. 그야말로 일파를 지휘하기에 충분한 장수의 재질을 가지고 있었다. 군웅들은 이제 그녀에 대해 충심적인 마음이었다. 그녀는 다시 지신도 소대천에게 시선을 옮겼다. “당신은 고화룡과 함께 검으로써 무공적(無孔笛)을 상대함이 가장 좋아요. 아울러 소성(嘯聾)으로써 돕되 반드시 그 피리 음률을 제압해야 돼요. 특히 기억해둘 것은 당신들의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절대로 안심해서는 안돼요.” 순천진인과 신독괴살수는 남의소녀가 지휘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임무를 부여하는데 유독 자기네 두 사람만은 모른 체 하며 냉대를 하자 울컥 화가 치밀었다. 두 사람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낭자, 혹시 우리를 잊은 건 아니오?” 남의소녀는 그들의 마음을 훤히 알겠다는 듯 깔깔대고 웃었다. “참! 그렇지만 두 분께서는 이미 부상을 당했기에 진원(眞元)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아요. 그러니 가만히 앉아서 운기조식하는 것이 나을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두 분은 한 시각도 지탱할 수 없어요.” 이번 일은 여느 때와 아주 다르게 되었다. 아무튼 여러 사람들은 본래의 자기 신분을 까맣게 잊었고, 일체의 명예와 이익을 머릿속에서 깨끗이 몰아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개 소녀의 지배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순천진인과 신독괴살수는 비록 불만은 있긴 했지만 그녀의 말을 듣자 사실인 만큼 별 도리가 없었다. 조금 전 그들은 잔금섭혼신편집을 빼앗으려다가 몰래 적으로부터 한 수 당한 적이 있었다. 남의소녀는 이렇게 말한 뒤 갑자기 소매를 위로 향하여 한 번 떨쳤다. 그러자 소녀의 왼손에는 남빛 팔찌가 들려 있었다. 그래서 남빛이 뚝뚝 떨어져 마치 자색 안개가 덮인 것 같았다. 사괴의 우두머리 선천이 아주 무거운 소리로 길게 탄식했다. “아! 오늘 낭자께서 미리 우리들의 수법을 통찰하시니 장하오. 우리 형제는 봉래산에서 온 이래 이번이 아마 처음으로 겪는 대전이 될 것 같소이다.그러니 이 기회를 이용하여 열양신곡의 위력이 어떠한지 한 번 시험해 보겠소이다.” 이어서 그는 고개를 돌려 명령을 내렸다. “동생들, 시작하게!”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나머지 삼괴는 대답과 함께 즉각 수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한줄기 금빛이 작열하는 태양의 광선을 맞이하며 허공에서 번쩍 그어갈 때 여러 사람들은 모두 극히 강한 자극을 받아 눈을 뜰 수 없었다. 남의소녀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남빛 팔찌로 급히 자색의 광채를 일으켜 선악의 거울에서 반사되는 금빛과 한데 어울리도록 했다. 그러자 금빛은 순식간에 아주 약해졌다. 둥! 사람의 심신을 빼앗는 북소리가 울리는 가 했더니 곧 사라졌다. 그것은 물론 선천이 동고(銅鼓)를 친 소리였다. 여러 사람들의 심혈은 들끓어 올라 하마터면 몸을 지탱하지 못 할 뻔 했다. 하지만 수혼고를 상대할 수 있다는 남의소녀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선우휘가 어찌 방심하고 있을 수 있으랴.그는 재빨리 심후한 내력을 발휘해서 손에 쥐고 있던 괴검으로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소리를 내었다. 그리하여 심금을 울리는 그 소리에 저항했다. 한편 선지의 무골선은 가볍게 흔들리며 느릿느릿 덮쳐졌으나, 그 질풍은 마치 파도치듯 뻗쳐나갔다. 이어서 천만 근의 기세를 띠고 금령대의 가운데에 있는 군웅들에게로 몰아쳐 가 여러 사람들의 신형을 비실비실 흔들리게 했다. 비류신의 잔금섭혼신편은 무림 세계의 지보로써 때때로 기이한 소리를 내긴 했으나 무골선과는 맞상대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가끔 핍박되기까지 하여 휘둘러 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몰래 전신의 진력을 운행하여 선지에게 죽어라고 저항했다. 그는 한 시각 한 시각 최선을 다해서 저항해 가는 것이 손을 묶고 죽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얼마나 더 나은지 알고 있었다. 백의사괴의 병기 중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아무래도 선해의 무공적이었다. 그의 입가에서 일종의 기이한 피리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귀를 찢을 듯 날카롭다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그로 인해 군웅들이 몸에 걸친 장포(長袍)를 부풀려 흩날리게 하면서, 동시에 기이한 열로 모두 땀을 비 오듯 쏟게 했다. 지신도 소대천은 비록 일대의 검사(劍師)였으나 시종 초식을 발휘할 수 없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검으로 반쯤 찔러 나가다가 저항력에 부딪히자 할 수 없이 초식을 바꾸어 새로이 찔러갔다. 풍운류랑인 고화룡은 두 손을 굳게 쥐고서 입에서 용이 울듯 길게 부르짖었다. 부르짖는 소리는 몹시 높아서 무공적이 잇달아 내는 피리소리를 가까스로 누르기 시작했다. 이처럼 대치하는 장면은 그다지 오래 지탱할 수 없었다. 순천진인과 신독괴살수는 일신의 무공이 헛된 것 같았다.우레 같은 소리를 듣자 머리가 아찔하고 눈앞이 캄캄해졌으며,귀가 멍멍하고 심장이 떨릴 지경이었다. 비록 땅바닥에 단정하게 앉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열양신곡에 감염되어 머리는 무겁고 발은 가벼워 마치 수중에 있는 것같이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일시에 흙먼지가 흩날렸고 괴이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북소리, 피리소리가 귀에서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용의 울음소리, 검에서 나는 소리, 바람소리 등이 한데 어울려 전대미문의 처절한 악곡을 이루었다. 잠시 서로가 사력을 다해 버티어서 쓰러지지 않았으나 장내의 군웅들은 벌써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이때였다. 번쩍 인영이 뒤집혔다. 그들은 바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순천진인과 신독괴살수였다. 그들은 맨 먼저 금령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더니 지각을 잃고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선지는 이를 보자 소리쳤다. “이제 한 시각만 더 부채질하면 그들은 곧 끝장납니다.” 무골선의 위력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아주 증대했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반 시각을 더 지탱해 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아, 부평초같이 떠도는 삶을 사랑하여 목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안간힘. 그러나 이건 이미 목숨을 건 싸움이었기에 안간힘을 쓴다 해도 별도리가 없었다. 군웅들은 그야말로 생사를 잊어버릴 듯한 그런 망아경(忘我境)에 빠졌다. 사방에 자리를 잡고 있던 백의사괴는 이때 반쯤 주저앉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수염과 머리털이 노한 듯 꼿꼿이 서 있어 심히 힘이 드는 듯했다. 그들은 각자 숨을 헐떡였으며 더욱이 눈물까지 흘렸다. 꽈르릉, 뚝, 우지끈! 갑자기 무서운 굉음이 일어났다. 구름에 닿을 듯 하늘 높이 서 있던 백 년 묵은 큰 나무가 열양신곡의 위력에 진동되어 중간 깨가 뚝 부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사방의 갈대는 비취빛의 푸름에서 누렇게 변했고 떨어진 잎들은 어느새 시들어버렸다. 부근 일대는 처참하게 변해서 아주 황량한 곳이 되어 귀신이 울부짖을 듯한 그런 곳으로 화하고 말았다. 비류신은 잔금섭혼신편으로 거의 백 초를 휘둘러댔으나 여전히 무골선을 제압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마음은 점차 안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발걸음은 들떠서 중심이 잡히지 않았으며 기혈 역시 은근히 뒤집히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이미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몸은 점점 비틀거렸으며 호흡까지 아주 부자연스러워졌다. 그래서 진력을 다한 것 같아 벌써 균형을 유지할 수 없는 듯한 모습이 드러났다. 남의소녀는 남빛 팔찌로부터 시시각각 서릿발같이 차가운 자색의 광채를 번개처럼 뻗치고 있었다. 그래서 선악이 거울을 가지고 뻗쳐오는 금빛 광채를 덮쳐갔다. 그녀는 우뚝 선 채 걸음을 옮기지 않았으며 날카로운 눈초리로 이따금 장내를 쓸어보았다. 그녀는 자기네 측이 위기에 처해있어 곧 패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열양신곡은 이미 여러 사람의 심장을 직접 상해서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 같았으나 각자 속으로는 모두 중상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힘없는 소리로 호소했다.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이들 역시 우리와 비슷한 꼴이 될 거에요.” 이 말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선우휘의 검은 다시 본래의 위세를 회복했고 지신도 소대천의 성월검 역시 잇달아 살초를 펼치기 시작했다. 풍운류랑인 고화룡은 내내 목청이 터지도록 모든 힘을 다해 부르짖었으나 이제 무공적의 피리소리에 부르짖는 소리가 묻혀 버리려 했다. 하지만 남의소녀의 말에 새삼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갑자기 하늘의 구름까지 뻗칠 수 있도록 크게 호통을 치자 피리소리와 세력의 균형을 유지했다. 이때였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퍼져 작열하는 태양을 가려서 한 가닥의 광선도 통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신의 도움인지, 하늘의 뜻인지 열양신곡의 기이한 곡은 갑자기 거두어지고 평정이 회복되었다. 무골선은 헛되이 휘둘러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피리소리가 걷히자 선해의 거구는 한바탕 호되게 전율하더니 북소리마저 미약해지다가 이내 잠잠해지고 말았다. 거울의 금빛이 뚝 그치니 모든 것은 정상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금령대 위의 군웅들은 모두 장승처럼 우뚝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선악은 안색이 샛노래지면서 흉악한 눈길을 뻗치며 한탄하듯 말을 꺼냈다. “하늘이 나를 돕지 않는군. 어떻게 할까? 아! 이게 정말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 그러나 선해는 오히려 체념하지 않고 굳세게 대꾸했다. “형님, 우리들도 이미 호랑이 등에 탄 격입니다. 이젠 어쩔 수 없으니 아예 당장 최후의 네 마디 절명곡(絶命曲)을 탄주합시다.” 선천이 길게 탄식했다. “우리들은 봉래산에서 얼마나 자유자재로 소요했던가, 소대풍의 망언을 너무 믿었구나. 결과가 어떠할지 아직 모르지만, 오늘 우리는 실로 치욕을 불러 들이… …” 선지가 차마 더 듣고 있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말을 가로챘다. “이미 만들어진 배를 다시 나무로 되돌릴 수 없는 법, 형님은 여러 말 마십시오.” 그는 무골선을 폈다 뻗쳤다 하는 사이에 다시 생사를 초월한 듯한 그런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남의소녀가 냉소를 쳤다. “나는 이미 청평강기(淸平剛氣)를 연마했으니 절명곡이 비록 무서운 힘을 지녔다고 하나 나를 감히 어찌하지 못할 거예요.” 백의사괴는 그 말을 듣자 가슴이 크게 섬뜩했다. 네 사람의 얼굴에는 각각 공포와 두려움의 기색이 역력하게 어렸다. 그들은 분명히 청평강기란 네 글자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선천이 놀란 소리로 부르짖었다. “낭자의 말이 진심이오!” 남의소녀는 업신여기듯이 쌀쌀한 눈초리로 그를 훑어보며 말을 받았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난 열양신곡으로 인해 상해야 되지 않을까요? 이 사실을 여러분들은 믿을 수 없다고 못하겠지요?” 백의사괴는 그녀가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일부러 사람을 놀라게 하려는 수작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생각이 들자 한편으로는 각자 마음속으로부터 이번 싸움의 승부를 헤아려 보기 시작했다. 선해가 매섭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용과 호랑이가 싸우면 반드시 하나가 죽소. 오늘의 이 싸움에서 당신네들 아니면 우리들이 죽을 것이오. 계집애야, 너는 죽기를 기다려라.” 그는 무공적을 번쩍 들어 다시 입가로 가져갔고, 선지 역시 기이한 거울을 쳐들기 시작했다. 선천은 그것을 보고 가만히 탄식하더니 억지로 수혼고를 퉁겼다. 남의소녀는 가느다란 눈썹을 곤두세우고 물었다. “이제 작열하던 태양은 사라졌어요. 당신네들은 절명곡의 위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다고 자신을 갖고 있는 거예요?” 선천이 쓴 웃음을 지으며 억지로 말을 받았다. “우리 형제는 진력이 이미 절반이나 없어졌소이다. 더구나 이제는 찬란한 태양이 도와주는 위력이 없으나, 나는 절명곡에서 오성의 위력에도 여러분들은 견디어내지 못할 것이오.” 남의소녀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여러분, 시작해요. 그러나 절명곡은 네 마디의 시결(詩訣)로 짜인 거예요. 만약 여러분들이 네 마디 시결을 십 리 밖으로 보낼 수 없다면, 내 생각으로는 우리들이 아직도 능히 맞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 백의사괴는 그 말을 듣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두 눈에서 기이한 빛을 드러내며 몰래 공력을 모으고 있는 무공이 기절(奇絶)한 이 고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은 금령대 위의 무림 정영(精英)에 대해 까닭모를 경의를 품었다. 노한 바람소리가 울렸고 미친 듯한 회오리바람이 사방에서 일었다. 그 위력이 가히 놀랄 만해 금석을 쪼갤 듯한 절명곡이 다시 탄주되기 시작했다. 절명곡은 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물론 사람이 죽지 않으면 곡이 다하지 않는 것이며, 곡이 끝나면 사람도 죽는 일종의 사람과 곡이 함께 돌아가는 수법이었다. 살음(殺音)이 회오리쳐 일고 사방에서 일진의 풍랑이 휘말아 일었다. 하늘이 노하고 사람이 원망하는 듯, 대지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한 시간이 지났다. 두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한 시간이 흘렀다. 청풍검 선우철은 아버지의 명령대로 고수들을 데리고 멀리 십 리 밖으로 나가서 머물러 있었다. 그는 실신한 표정으로 아득하게 보이는 금령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제 다만 한 층의 연막이 보일 따름이었다. 귓전으로 시시각각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이때 일체를 망각하였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바랄 뿐,그 외의 모든 일은 그에게 있어 이미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그는 실력이 심후하기 이를 데 없었으므로 능히 기성(奇聲)의 침습에 억지로 저항했다. 다른 사람들은 견디지 못해 다시 오 리를 물러났다. 이제 그 자리에서 오직 그 혼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는 자기가 이미 지신도 소대천의 암산을 입었으며, 뿐만 아니라 열양신곡이 비록 그지없이 강맹하여 무형 중에 사람을 헤치면서도 오히려 상처를 치료하는 좋은 음곡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때 그의 몸에 입은 독이 벌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신곡에 의하여 제거되었다는 것을 그는 알 수 없었다. 갑자기 그는 눈을 번쩍 떴다. 순간 한 줄기 인영이 네 가지 침중한 물건을 끼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커다란 기대에 사로잡혔으나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나타난 사람은 바로 행적이 묘연하여 헤아릴 길이 없는 문생(文生)박애정이었다. 박애정은 백미, 백살 두 자매를 지상에다 팽개치듯 내려놓고, 다시 왼쪽의 겨드랑이에 낀 학철두와 철장대로를 땅바닥에 던져 버렸다. 흑룡강 일파는 남의소녀만이 열양신곡을 저항하는 정도였고 그 외 백미, 백살 및 학철두 등 모두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했다. 철장대로는 가까스로 대항할 수 있었으나,몸의 진원이 너무 소모되어 어찌할 수 없었다. 벌써 정신을 모아 뜻을 운공할 수 없었으니 어찌 저항할 수 있으랴! 네 사람은 바닥에서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이 박애정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얼마나 심후한 공력이 있기에 심신을 찢는 듯한 열양신곡의 침습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만약 이런 점을 들어 말한다면 아직까지 무림에 이런 인물이 있다고 소문을 듣지 못했는데… …’ 청풍검 선우철은 아버지의 위험을 걱정하고 있었다. 여태껏 그는 굳세고 오만하게 남에게 기죽은 소리로 말을 건네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 순간 사정이 아주 달라졌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용기를 내어 박애정에게 다가갔다. 그는 초조한 나머지 다급하게 물었다. “여보시오, 저쪽의 일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박애정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리더니 금령대 쪽으로 발을 떼었다. 청풍검 선우철은 그런 모습을 보자 화가 불끈 치밀어 올랐다. 그는 즉시 흉악한 생각이 떠올랐다. 얼굴에 살기가 어렸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형장에게 감히 묻겠소만, 이 불초는 형장께서 한 번 돌아볼 가치도 없는 존재란 말입니까?” 박애정은 고개를 돌려 웃더니 태연하게 대꾸를 했다. “자기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주제에… 알고 보니 귀하는 틀림없는 얼간이구려! 나는 선우휘에게 정말 용같이 뛰어난 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이렇게 대하고 보니 소문이 진실은 아니군 그래!” 이렇게 말하고서 그는 몸을 돌이켜 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는 선우철을 조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오만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청풍검 선우철이 길게 웃음을 터뜨렸다. “좋소! 귀하는 미쳐도 사랑스럽게 미치고, 또한 저주를 받도록 미치는구려. 이 선우철이 비록 재주가 없다 하나, 귀하가 도대체 무엇을 믿고 불초의 면전에서 미친 소리로 날 희롱하는 거요?” 순간 은빛 무지개를 그리는 검광이 마치 한 마리 은룡과 같이 바로 박애정의 가슴을 향해 덮쳐 내려갔다. 박애정은 어이없다는 듯 날카롭고 긴 웃음을 터트리며 별안간 신형을 솟구쳐 앞으로 내달았다. 이렇게 해서 그는 선우철이 공격하는 일 초를 보기 좋게 피했다. 그의 동작은 가뿐하고 날렵하기 짝이 없어서 털끝만큼도 허점이 없었다. 그는 몸을 안정시키고 나서 코웃음을 쳤다. “나는 이토록 많은 시간을 소모하여 당신과 어울리기를 원치 않소. 다음에 물론 당신의 청풍검법을 가르침 받을 수 있으리라 믿소. 지금 이 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구원의 손길을 바라고 있소. 바로 당신의 아버님 역시 구해야 할 사람들 중 한 사람이오.” 말을 마치자 그는 바람처럼, 아니 번개같이 신형을 움직여 앞으로 내달았다. 청풍검 선우철은 움찔했다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그를 뒤쫓으며 소리쳤다. “당신이 얼마나 무공이 센지 모르지만 감히 안하무인격으로 말하다니… …” 그는 천제유운(天梯流雲)의 보법을 펼쳐 미친 듯이 박애정을 쫓으며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상대방에게 미칠 수 없어 이를 바드득 갈았다. 갑자기 공중에서 절명곡 네 마디가 울려왔다.
큰 눈이 천지에 가득하니 이제 협검(俠劍)으로써 노닐고 싶네. 인간의 즐거움을 얻으려거든 함께 봉래산으로 가 놀아보세!
이것이 바로 절명곡의 시결 네 마디이다. 이때 백의사괴는 절명곡의 위력을 모두 발휘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의 ‘놀아보세’가 막 끝났을 때 선우철은 벌써 가슴이 불타듯 뜨거워짐을 느꼈고 기혈이 뒤집혀 입으로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냈다. 그래서 신형이 안정되지 못해 발걸음을 옮기기 곤란할 지경이 되었다. 십 리 밖에서도 이런 위력이 있을진대 금령대 위에서는 어찌 요행을 바랄 수 있을 것인가? 정말 그 위력은 대단해서 도저히 대할 도리가 없었다. 박애정까지 몸을 약간 휘청거리고 걸음이 좀 비틀거려 조금 전처럼 그렇게 빨리 달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 순간 절명곡의 침습을 바로 받으며 억지로 버티어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다 순간적으로 발생했듯이 그치기도 역시 갑작스러웠다. 사방은 마치 죽어있는 듯한 적막으로 뒤덮여 고요하기 짝이 없어서 일체가 본래의 평정으로 돌아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금령대 위의 군웅들은 공력이 비교적 높은 사람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입가에 선혈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선해는 벌써 눈앞이 불거지고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진 채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선지는 선악과 더불어 오장이 뒤집혀 혈맥이 터진 채 죽어갔다. 백의사괴 중에 공력이 제일 높은 선천만 진원을 많이 잃었는데도 아직 목숨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는 금령대 위의 군웅들을 쓸어 보았다. 모두 입가에 선혈을 흘리며 땅바닥에 기절해 있었다. 그는 비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언뜻 지혜가 떠오르지 않았더라면 이 순간 여러분들은 모두 죽고 말았을 것이오.” 그가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키자 눈같이 하얀 네 마리 대붕(大鵬)이 동시에 그의 곁으로 내려왔다. 그가 간신히 대붕을 타고 손을 뻗쳐 지휘하자 새들은 천천히 공중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슬픔에 찬 그의 노래가 구슬프게 들려왔다.
인간 세상에 어려운 일도 많아 밤이 되면 비단 휘장 헤쳐내리네. 입은 옷 어느 샌가 누더기 되면 이 마음 한결 서글퍼지누나. 나서는 호기(豪氣)가 제법 강하나 도중에서 뜻을 꺾으니 어이 하랴. 벗과 만나 말 한마디 생각 못해서 그냥 침묵으로 돌아옴이여!… …
노랫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그 소리는 대붕이 날아감에 따라 점점 하얀 구름 속으로 멀어져 갔다. 이때 갑자기 한 줄기 인영이 금령대 아래로부터 번쩍 뛰어 올라왔다. 그는 금령대 위의 광경을 훑어보고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이번에는 아주 떼죽음 했구나.무림은 이제 유아독존(唯我獨尊)이로다. 하핫! 정말 통쾌, 통쾌하구나.” 그는 흉악하게 웃어대면서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잔금섭혼신편을 주워들고 다시 선천이 가져가지 않은 채찍집까지 주웠다. 별안간-- 귓전에 가볍게 꾸짖는 소리가 들렸다. “소대풍, 당신의 고심과 독계가 모두 성공하였군요.” 그는 너무나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러자 남의소녀가 바로 그때 깨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힘없이 바닥을 짚고 안간힘을 쓰면서 몸을 반쯤 기울이더니 그를 향해 저주의 눈빛을 보내며 노려보았다. 월광검 소대풍은 가슴이 섬뜩했다. 순간 그는 흉악한 생각이 불쑥 떠올라 흐흐흐 하고 음흉하게 웃었다. “이럴 리가… 어찌 이럴 수가… 아직 후환을 다 제거하지 못하다니.”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남의소녀에게 다가갔다. 분명히 그는 좋은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일거에 남의소녀를 죽여 모든 후환을 깡그리 없앨 심산이었다. 남의소녀는 그의 흉측한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으스스 몸이 떨렸다. 상대방의 표정에서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대항할 계책을 짜내기에 급급했다. 이윽고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탄식을 했다. “나는 이제 죽었구나. 그러나 당신도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월광검 소대풍은 그녀의 침중한 말에 움찔해서 불현듯 걸음을 멈추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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