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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랑진(三浪津), 뭔가 일본인 이름인 것 같은 삼랑진은 밀양, 양산, 김해의 접경지역으로 밀양강이 낙동강과 합쳐지는 곳으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옛날에는 포구와 조창이 있어 이 부근의 쌀을 한양으로 실어날랐던 조운의 기능을 하던 중요한 곳입니다. 지금도 철길로는 경부선이 지나고 경부선에서 갈려나가는 경전선의 출발점이며 고속도로와 국도가 얽혀져 있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그러니 사람 삶이 번성하리라 생각했는데 기차에서 내려 본 시가지는 60-70년대의 모습이 뒤섞여있는 자그맣한 소 도시 입니다. 중심로를 걸어가다 보니 우리 어릴 적 장터에서 볼 수 있었던 만물점, 일본식풍의 상가 건물들이 한때 누렸던 풍요의 흔적을 보여 줍니다.
20-30분쯤 걸어 낙동강변으로 나가 삼랑진교를 건넘니다. 자동차용 멋진 도로와 철교가 양쪽으로 있지만 이 다리는 차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걸로 봐 일제시대 쯤에 지어진 것일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다리 입구에 콰이강레스토랑 이란 이름이 있어 트러스트교 형식의 다리의 모습이 영화에 나오는 콰이강의 다리를 연상시킨다는 공감을 합니다. 옛날, 포구가 있던 자리가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부근엔 객주집과 사람들이 들끓었던 곳이 있었겠지요.
삼랑진교 다리를 건너서 건너편 강변길로 가기 위해 작은 산 하나를 넘어 한참을 돌아갑니다. 동네이름이 마사 라네요 내리막 길을 걸어 내려간 동네에는 50-60호의 아담한 동네가 있습니다 길옆의 매화나무는 가지는 꽃망울들 가득 맺혀 굵어져 가고 있습니다만 마을은 흡사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들어둔 세트장처럼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마사 마을 모습입니다
강뚝은 엄청난 넓이의 모래를 쌓아 놓아 강변으로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강변 습지에서 자라난 키작은 관목과 숲들이 강가의 풍경들을 서정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걸어가면서 강 양쪽에 보이는 나즈막한 산과 그 주변의 마을 그리고 논과 밭들 물론 나는 그런곳에 살아본 경험은 없습니다만 걸어가면서 내 기억속의 어떤 순간 어떤 풍경과 편집되어 이 풍경들이 전혀 생소하지 않게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물가에 앉아있던 검정물새들이 내발소리를 듣고는 푸드덕 날아오릅니다., 모래 준설과 강변을 정비하는 공사 땜에 이 녀석들의 입지가 좁아져 졌군요 갑자기 자동차 한대가 다가오더니 중년의 남자가 나를 부릅니다. 환경단체들이 뭔가 문제점을 찾을까 온 것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이러니 공사장으로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음 동네(대산면 북부리)에는 제법 큰 마을이 전체가 비어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왜 마을을 비웠느냐고 물어보니 상습 침수 지역이었던 이 마을 은 이번 강 정비 사업으로 보상을 받고 이렇게 빈 마을이 되었답니다., 사람의 온기가 없는 빈 동네는 으스스한 뭔가 기분이 안좋은 느낌이 들어 빨리 벗어나고 싶습니다.
동네 한가운데 작은 동산이 있고 그 위엔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기우는 햇살에 멋있게 보이는군요 좀 힘들지만 그놈 구경안하고 갈수는 없지요. 5시경 저 멀리 작게만 보이던 하남읍으로 입성하여 황토방 모텔에 자리를 잡습니다.
봄이 오는 강촌마을엔 농사 준비로 한창입니다 텅빈마을과 집 대문을 농기계가 지키고 있네요
다시 강가로 나가기 위해 아침 택시를 이용합니다. 나이 지긋한 운전기사는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열열한 지지자였습니다. 가뭄이 들었을 때 수량이 적어 걸래 한 장 빨기도 꺼려지는 오염된 물이 흐르는 강보다는 항시 맑은 물이 많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것과 해방 전 일본의 어떤 유명한 분이 40년이 내로 낙동강은 준설을 해야 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는데 벌써 55년이 넘었으니 한참 전에 했어야할 일을 지금에서야 하는것이라고 .... 그런 예기를 하느라 내릴 곳에서 부터 한참 지나서 내려줍니다.
도로가 강변으로 바짝 붙어있고 별다른 길이 없는지라 부득히 도로를 따라 걷게 됩니다. 보행자를 위한 배려가 없는 일반 도로를 그것도 공사 덤프트럭들이 굉음을 내려 다니는 길 한쪽으로 위험스럽게 걸어가자니 여간 피로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바닥의 모래는 펌프로 빨아올려 물은 버리고 모래는 다른곳으로 실어나릅니다.
저 멀리 함안 보공사장이 보입니다. 얼마 전에 저기서 환경론자들이 올라가 시위를 한다고 메스컴에 보도되기도 했던 곳인데 이제 80%정도 공사가 진행되어 전체의 골격이 다 완성이 된것 같습니다. 주변에는 보공사를 찬성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있습니다. 아마도 여기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낙동강 정비 사업을 지지하고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낙동강 뿐아니라 온 나라의 강이란 강은 모두 파헤치고 있는 저 수많은 장비들은 만약 이일을 하지 않았다면 뭘하고 있을까요? 이 공사가 끝나면 또 어떻게 쓰게 될까요?
물집이 생긴 아픈 발바닥 때문에 절름거리며 남지로 들어서 이번의 구간을 마칩니다.
함안보 공사현장입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의 남지 시 가지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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