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걸어 나간 책
박 병 수
도서관 서가(書架)의 오래된 책들은 하루가 지루하다
사람들의 손끝이 닿지 않는 곳에서 백 년을 기다렸다
심심한 날들은 서로를 읽는다
책 속의 구름은 나무를 읽고
새들은 하늘을 읽었다
신약의 예수는 나귀를 타고 반야심경 갈피에서 한나절 낮잠에 들기도 했다
도감 속 물고기들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나뭇잎으로 흔들렸다
소설 속 상심한 남자가 이웃 시집으로 걸어가 시 한 편으로 살기도 했다
가끔 남자의 낮은 웃음소리에 시집이 화들짝 부풀어지기도 했다
오래된 죽음이 어린 삶을 읽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두 강물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소리가 들렸다
서로를 읽어가다 마지막 구절을 읽지 못하고
침묵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누구도 침묵 다음을 묻지 않았다
폐기목록에 등록된 책들이 불려나간 자리에
돌아오지 않는 어둠을 우리는 알고 있다
새벽이면 오래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서가 끝에 굽은 등을 보이며
결가부좌의 자세로 꽂혀 있던 책
겉표지가 사라지고
책 속의 글자들은 지루한 의미의 그물에서 빠져나와
가까운 교회의 종소리로 흩어지거나
강물의 바람자국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얘기를 묶어 놓은 도서관
검색기로 검색되지 않는
소문처럼 떠돌던 책
노을이 햇빛을 끌고 하루의 뒤쪽으로 사라지고
검은 물감이 번지듯 책들 사이로 오래된 불면이 뒤척일 때
서재 밑 깊은 바닥으로 책 한 권이 떨어졌다
이제는 책이 아닌 그가 일어나
도서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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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5기 김포문예대학 수강생이신 박병수님 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 대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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