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월 20일) 경남 함안에서 손양원기념관 개관식이 있었습니다. 산돌 손양원 목사님이 태어나신 그곳에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세운 것입니다.
2005년 4월에 논의가 시작되어 2015년 10월에 기념관 개관이 이루어졌으니까 꼬박 10년 하고도 5개월이 걸린 셈입니다. 일을 주관한 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기관 단체의 후원과 기도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양원기념관은 부지 3,655 평방미터에 전시장, 갤러리, 카페테리아와 기념품 매장, 기록물 보관실, 사무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계의 권위자들이 설계와 디자인을 맡고 중견 건설업체에서 건축을 맡아 어디 내어 놓아도 뒤지지 않을 문화 복합 공간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공간을 잘 활용하여 손양원의 믿음과 정신을 이어받는 통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손양원의 믿음과 정신은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만열 교수의 이날 기념사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교 전도자요, 한센병 환우의 봉사자며, 일제의 신사참배와 맞서 싸운 믿음의 용사이며, 자식들을 살해한 젊은이를 용서하고 자신의 아들로 포용한 사랑의 사도이며, 마지막으로 자신마저 분단 조국에 희생양으로 바친 순교자였습니다…"
그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궁행(實踐躬行)한 성자였습니다. 이런 그분의 정신을 이어받아 미움이 아니라 사랑을 갈등이 아니라 화합을 분쟁이 아니라 평화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함안이 또 하나의 성지가 되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정신을 맑고 깨끗하게 순화시켜 주면 좋겠습니다.
개관식에 참석해서 느낀 보완해야 할 것 몇 가지를 말씀 드리려 합니다. 이것은 맹목적인 비난이 아니라 손 목사님에 대한 존경과 기념관의 발전을 염원하는 충정으로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먼저 개관 행사장 분위기에 대해서입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 귀결되는 신앙의 사람입니다. 그는 일제의 신사참배도 신앙에 의해서 반대했고, 해방 뒤 국기배례도 말씀에 어긋났기 때문에 반대했습니다. 일체가 신앙에 종속된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정신과는 반대로 개관식장의 분위기는 관이 압도했습니다. 목회자들이 왜소하게 보였습니다. 손양원 목사님 행사에서 관이 주고 교회가 종인 듯 싶은 관계는 저만이 느낀 생각이 아닐 겁니다. 내빈 소개에서도 교계 지도자들이 한참 뒤로 밀렸습니다. 세계적 성자로 일컫는 행사장에 도에서 담당 과장이 달랑 참석한 것으로 볼 때 관이 손 목사님을 보는 인식 수준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개관식에서 행해진 창신고등학교 명예졸업장 수여에 대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손 목사님은 창신학교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것은 착각에서 이루어진 잘못된 일 같습니다. 즉 장자 동인의 일을 손 목사님 일로 착각하고 혼선을 일으킨 결과라는 것입니다.
모 인사가 이런 착오를 아무런 검토 없이 책에 기록한 것을 사실인 양 받아들인 데서 온 해프닝입니다. 손 목사님의 장녀인 손동희 권사도 동인 오빠가 창신학교에 잠깐 다닌 적은 있지만 아버지(손양원)는 다닌 적이 없다고 했고,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만열 교수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역사적 안목이 낮을수록 인물을 우상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 미화하는 것은 소설이나 수필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역사라고 할 수 없지요. 하늘나라 가 계시는 손 목사님도 꾸밈을 바라지 않으실 것입니다. 손 목사님은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존경받기에 충분합니다.
기념관 2층에 가면 손양원 목사님이 책상을 사이에 두고 김구 선생과 대담하는 실물 크기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인물에 대한 조형물은 한 눈에 그 사람으로 파악되어야 제 값을 하게 됩니다. 손양원 목사님의 형상은 잘 표현되어 금세 알 수 있었지만 김구 선생은 그렇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손 목사님에게 맞춰 조성된 것이어서 이해하려고 하지만 백범 김구 선생은 민족의 지도자로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분의 모습을 마음으로 그리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어제 둘러 본 사람들 대부분이 백범 같지 않다는 촌평들이었습니다.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손양원 목사님을 기념하는 단체가 몇 개 있습니다. 여수에 있는 손양원목사순교기념관, 한센인박물관 그리고 애양원교회(지금의 성산교회), 소록도 한센병원 등이 관련 기관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서로 경쟁보다는 협력하는 동역 기관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이상 지적한 몇 가지는 기념관을 운영하면서 늘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들입니다. 손 목사님은 세상을 초월해 이 땅에서 천국 삶을 희구하며 산 사람입니다. 이런 그의 유지가 잘 받들여지고 또 이어져 손양원을 닮은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랍니다. 손양원기념관을 통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