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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2(관모봉~태을봉~슬기봉~수암봉)
수리산은 안양시와 군포시 그리고 안산시,시흥시에 걸쳐있는 산이다.
그리고 수리산를 이루는 주요 봉우리를 손꼽으라면 주봉인 태을봉이 있고
수암봉,슬기봉,관모봉이 주요 멤버들이다.
수리산의 주요 봉우리를 모두 종주하려면 들머리 접근성이 용이한
안양동의 성결대학교 입구가 내가 매 번 이용하는 곳인데,
명학전철역사에서 1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접근의 편리함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관모봉을 필두로 태을봉,슬기봉 그리고 수암봉으로
이어지는 연릉을 순서대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결대학교와 성문중학교 정문을 바라보고 쭉 뻗은 차도를 따르다가
학교정문에 거의 다다를 무렵 왼쪽의 주택가 고샅으로 접어 들어야 한다.
그러면 고샅을 벗어나자마자 수리산림욕장 입구가 나오는데,
이곳이 관모봉을 오르는 여러 들머리 중의 한 곳이다.
입구에는 "수리산 산림욕장"이라고 쓰여있는 입간판이 서 있으며,
운동기구도 여럿 보이고, 수리산 등산안내도와 관모봉까지의 거리는
1970m라고 알리는 친절한 안내팻말도 눈에 띤다.
근처에서 어린자녀 셋을 이끌고 숲길 산책을 방금 나온 비교적
젊은 여성이 어린 자녀들과 밀당을 하고 있다.사내아이 두 녀석들은
오르막 계단을 저만치 앞서가며 젊은 엄마 애간장을 끓이게 하고,
막내 딸인 듯한 여자애는 힘들여 비탈진 산길을 오르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칭얼거린다.
칭얼대는 여자아이를 구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막 길을
오르는 모녀,하룻강아지처럼 천방지축거리며 키득거리는 두 어린 아들들,
모습은 안보이는데 어느 숲 어느 나무가지에서 울려퍼지는지
숲속의 요정인양 지절대는 산새들,도시의 소음도 사라진 초여름 숲속은
녹향의 은근함과 아직도 가시지 않은 아카시아 향이 은밀하게
코끝을 자극한다.활엽수들이 드리운 시원한 그늘의 능선길,능선 왼쪽의
산아래에서 들려오는 차량들의 엔진소음이 사라졌다가는 들려오고
들려오는가하면 사라지고 갈마들기를 거듭한다.
송전철탑을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관모쉼터를 만나게 되는데
이미 도착한 등산객들이 소나무 그늘아래에서 땀을 식히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쉼터를 뒤로하는 산길은 다시금 땀과 인내를
요구한다.시원한 그늘의 산길은 차츰 땡볕에 그대로 노출이 되고,
산길은 삐죽삐죽 불규칙적인 굴곡의 돌길로 모습을 바꾸며 멧부리로
산객을 안내한다.해발 426m의 관모봉이다. 그동안에 없었던
데크전망대가 새로 생겨서 편안한 위치에서 조망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해가 뜨는 쪽으로는 관악산과 삼성산이 화려한 몸매를
자랑하고 해가 지는 방향으로는 수리산의 주봉 태을봉이 위엄을 과시한다.
관모봉(冠帽峰)은 글자그대로 머리에 쓰던 쓰개를 총칭하기도 하거니와
갓을 나타내면서 벼슬을 상징하기도 한다.
관모는 관(冠)자와 모(帽)자를 합친 말로 이 봉우리의 형상이 방향에
따라서 뾰족하게 보여서 관모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모봉에서 태을봉까지의 거리는 0.74km,병목안 시민공원으로의
하산길이 나 있는 삼거리봉이기도 한 관모봉을 내려서면
밋밋한 숲길이 기다리고 땀을 식히고 호흡을 가다듬다보면
가플막진 오르막이 기다렸다는 듯이 모습을 나타낸다.
팥죽땀을 흘리며 힘겹게 올라선 멧부리는 태을봉 직전의 무명봉,
태을봉은 아직도 땀과 인내를 더 내놓으라 다그친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300m에 불과한 거리,턱밑이나 다름없다.
해발 489.2m의 태을봉(太乙峰)은 널찍한 헬기장 구실을 하는
멧부리다.한반도의 지형을 닮은 커다란 정상 빗돌이 우뚝하고
그 옆으로는 삼각점이 반듯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 태을봉은 옛 기록에 의하면, 옛 이름은 태을산이었다고 하고,
현재 수리산의 주봉인 태을봉이 옛날에는 태을산이라는 독립된
산으로 불리었다고 한다.태을(太乙)의 의미는 동양사상에서 우주의
본체, 즉 천지만물의 출현및 성립의 근원을 뜻하며,풍수지리에서는
큰 독수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 내리는 모습을 매우 귀한
지상(地相)으로 꼽는데,그런 현상을 천을봉,태을봉이라 한다고.
태을봉을 뒤로하고 슬기봉 방면으로 발길을 옮긴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 산길을 따르면 병풍바위 암릉길이 기다린다.
날등을 따르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위험스러운 구간이니
가급적이면 우회로를 따르기를 당부하는 안내문이 눈에 띤다.
그러나 어지간한 이력이 붙은 산꾼들이라면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지싶다.요철이 심한 구간마다 로프가 친절하게 매여져 있으며
손발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크게 겁먹을 구간은 아니다.
병풍바위 암릉 구간,바위는 이미 태양의 열기를 흠뻑 빨아들여
군불지핀 온돌처럼 뜨뜻한 온기가 이미 가득하다.
그런 가운데 일렁이는 바람이 마냥 고마울 뿐이다.
날등의 잇점이란 조망의 우수성이다.
그러나,사방팔방 화려한 조망의 유혹에 홀린 눈길이 이성을
어지럽힌다면 실족에 이어 후회막급의 횡액을 감수해야만 하는
구간이 시시때때로 발밑을 위협한다.칼바위 능선을 내려서는 내리막
산길도 암릉의 날등을 이어가는 산길 못지않게 가파른 절벽이나
다름없이 내리 꽂히는 산길이다.어렵사리 내려선 안부,한복판에
커다란 바위가 골리앗처럼 자리하고 있는 삼거리이기도 한 상연사
갈림길이 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암릉을 내려서기 무섭게 오르막 바윗길이 또 다시 앞을 가로 막는다.흰색
바탕의 차돌바위가 노송들과 한 팀을 이루며 날등을 잇는다.바위들 사이를
어렵사리 돌아서 손과 발을 총동원하는 액션을 취하며 차돌바위 구간을
내려선다.밧줄바위 능선을 내려선 것이다.위험하다는 암릉구간을 빠져
나오면 곧바로 데크계단길이 앞을 막아서는데,슬기봉 계단이다.이리구불
저리구불 이어지는 데크계단 을 오르면 노송들과 너럭바위가 어울린 비교적
밋밋한 봉우리를 만나는데,이 멧부리는 슬기봉의 전위봉이자 군포시와 안산시,
그리고 의왕시 일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전망대이며 곧바로 맞닥
드릴 슬기봉의 역할을 대신하는 멧부리이기도 하다.
해발 469.3m의 슬기봉은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등산이 불가능한
곳이기에 이곳 전위봉이 슬기봉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군부대의 주둔으로 등산이 불가능한 슬기봉은 수리산 연봉중에
태을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슬기봉의 전위봉을 내려서면,군포도서관 갈림길을 만나고,
임도오거리 방향으로의 하산길이 나 있는 삼거리 갈림길도
잇달아 만난다. "수암봉 가는 길"이라는 명찰이 붙은 데크계단길을
들어선다.슬기봉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슬기봉의 북쪽 산허리를 끼고 이어나가는 산길,가파른 산허리
벼랑을 따라 데크계단길이 구불거리며 산허리를 감돈다.
낙석이나 눈과 비를 피하기 위함인가? 아치형의 투명한 지붕구간도
지나게 된다.산행내내 모습을 보이곤 하던 초록색깔 축구공 모양의
구조물을 머리에 얹고 있는 구조물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산길은 그 곳을 애써 외면하며 우측의 8부능선의 허리춤을 에돌아
구불거리며 몸을 낮추어 산길을 만들어 나간다.
산길은 이제 수암봉(秀巖峰)을 타깃으로 삼았는지 데크계단길 입구
에도 버젖이 "수암봉 가는 길"이라는 안내문을 올려놓았다.
가파른 오르막 끝에 오른 포장임도,초록의 축구공 모양의 구조물이
함께 한 군부대 입구,수암봉으로 가는 길은 우측의 내리막 포장도로를
따라야 하는데,머지않아 임도 좌측으로 공터가 나오고 구석에 사각정
쉼터도 자리하고 있는데, 그 옆으로 "수리사 가는 길"이라는 팻말을
달고 있는 오르막 산길이 나온다. 수암봉으로 가는 산길이다.
공터 입구에는 차광망과 파라솔을 치고 간단한 식음료를 판매하는
간이식당도 눈에 띤다.가풀막진 오르막 산길,로프가 매여 있으며
계단도 받쳐주는 오르막 산길이다.녹음이 어둡게 드리운 오르막,
땅내와 부엽내 그리고 녹음에서 우러나오는 녹향이 그윽하다.
달아오른 몸의 열기를 가라앉혀 주는 바람이 해가 지는 쪽 안산뜰에서
시름없이 불어온다.능선길은 밋밋하게 이어진다.
길섶에 알림판이 눈 길을 끈다.2013년 5월에 이곳 주변에서 중공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한 전투에서 숨져 간 미군과 터키군의 유해를 발굴한
지역이며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호국보훈 의식을 고취하고자 이곳에
알림판을 설치하였다는 국방부 유해발굴단의 알림판이다.
곧바로 삼거리 갈렛길과 철망 울타리가 앞 길을 가로 막는다.
좌측으로 뻗어있는 산길은 너구리산 정상을 가리키고 수암봉은 우측을
가리킨다.군사보호구역을 위한 울타리를 왼쪽켠에 끼고 산길은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한다.안산 수암동으로의 하산길이 나 있는
갈림길을 지나고 오른 붕긋하고 펑퍼짐한 둔덕이나 다름없는,
참나무와 군데군데 소나무가 어울려 그늘을 드리운 별 특징없는 봉우리,
봉우리 곁에 부대옆봉이라고 쓰인 119안내말뚝만이 특징을 짓는다.
초록의 삽상한 기분이 감도는 밋밋한 산길을 따르면 푸른 숲 사이로
수암봉의 툭 불거진 봉우리가 연신 산객을 부른다.
푸른 숲 그늘을 빠져나오면 널찍한 헬기장을 지나게 되며, 곧이어
널판지와 각목을 사용하여 만들어 놓은 간이쉼터를 만나게 된다.
수암봉의 턱밑에 이른 것이다.마른 목을 적시고 숨을 고른다.
보기에도 된비알 산길이 가늠이 되는 구간,이런 급경사는 단숨에
내처 올려쳐야 산행의 묘미가 있지, 숨이 가쁘고 무릅이 어떠하다고
쉬엄쉬엄 오르는 습성에 맛을 들이다가는 산행의 묘미를 잃고
마는 법이다.노송들이 헌걸찬 몸매를 자랑하며 끌밋하게 줄을 잇는
오르막 산길,이렇게 일단 산객의 구미를 끌어 당기는 산길은 계단길을
내놓으며 난이도를 높여 나간다.후끈 달아오른 몸에서는 팥죽땀이
샘솟듯이 흐르고 헐떡임을 부추긴다.
고난의 시간은 대개 길게 마련이고 쾌락의 환희는 순간에 불과하다고
했다.그러나 모든 일은 순간을 위한 부단한 행위의 결과물에 다름아니다.
신통치도 못하고 성에도 마뜩찮은 수확물을 거두기위해 불철주야
혼신하는 열의는, 노자의 말을 빌리면 자연법칙에 따른 행위이지
인위적인 작위를 하지않는 무위(無爲)나 다름없는 행위이다.
실제적인 행위가 엄연히 행해지고 있는데 인위적인 작위(作爲)가
아니라니, 갈대는 몸을 흔들고 싶어서 흔드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바람)에 의해서 흔들려질 뿐이다.본질은 자연법칙은 본능적인
행위일뿐 인위적인 작위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산꾼들에게 오르막 비탈을 오르는 일은 일상(日常)의 행위이고
정상으로의 등극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다.오르는 일이 가혹한 고난을
수반하는 수단이었다면 그에 대한 댓가는 당연히 비례하는 것이 으레적인
현상이다.그러한 으레적인 현상을 추구하며 무거운 고난을 마다않는 것이
대개의 산꾼들이 갖고있는 심리현상이 아니겠는가.
해발 395m의 수암봉(秀岩峰)!
산봉우리가 흡사 독수리의 부리와 같다고 하여 "취암(鷲巖)이라고
불리었으나,조선말엽에 모습이 수려하다 하여 수암봉으로 개칭이
되었다고.멧부리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진 수암봉 정수리에서
안산시를 바라보는 해가 지는 쪽으로 데크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여느 전망대에 비할 수 없는 조망을 즐길 수 있으며, 일몰의 장엄함도
맛볼 수 있는 일몰전망대이기도 한 곳이다.
이제 수암봉에서 창박골로 날머리가 정해졌다면 북쪽의 주능선을
따라야 한다.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산길은 의외로 순하고 밋밋하게
이어진다.헌걸차게 숲길을 지키는 노송들의 끌밋한 몸매와 한결 호젖한
분위기로 바뀐 산길은 한갓지기까지 하다.수암봉을 오르기 전에 만났던
형태의 쉼터를 지나고, 두어 곳의 언덕이나 다름없는 멧부리를 거푸
넘어서면 한남정맥의 북쪽능선과 창박골 갈림길,맞은쪽 북쪽능선은
목감사거리 방향의 하산길이 기다리는 한남정맥이며, 오른쪽 창박골
방향은 오늘 산행의 날머리 장소로 이를 수 있는 산길이다.
산행안내팻말에는 창박골까지는 1510m라고.
울창하게 우거진 녹음이 드리운 산길에는 그늘이 비교적 깊게 드리워져
있다.산길 왼쪽으로는 군사지역이므로 정해진 등산로 이외에는 접근을
금지한다는 접근금지 안내문이 눈에 띤다.최경환성지 입구 갈림길을
지나고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무명봉을 넘어서면 병목안 시민공원은
이제 1000m밖에 남지 않았다는 안내팻말이 반갑게 모습을 드러낸다.
시민공원을 찾은 입산객들과 산행을 마치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차량을 이용해서 공원을 방문한 차량들의 꼬리를 무는 행렬,
따가운 햇살은 여전하고 이제서야 겨우 입산을 시작하려는 게으른
탐방객들로 제법 병목안 공원은 북적거린다.10여 분 차도를 따라
창박골 버스정류소로 이동을 한다.
오늘 산행은 애시당초 마음 먹은대로 안전하게 마무리를 했으니,
이제는 늦지않게 우리들 누구나가 미리 누려보는 천국이라는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 갈 일만 남았다. 그러한 천국으로의 인도(引導)는
단테의 베아트리체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에드몽 단테스의
메르세데스가 이끈다고 마다하겠는가.
(2015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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