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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까지] 10
S#1. 거리 (밤)
택시 잡는 세준. 한손으로는 서희 손을 으스러져라 꽉 잡고 있다.
택시들이 휙휙 스쳐지나간다. 열심히 택시를 잡는 세준. 택시 한대, 와서 선다.
세준 : 얼른 타!
차문 열고 서희를 밀어넣는다.
S#2. 택시 안 (밤)
서희, 세준 나란히 뒤에 타고 있다.
세준 : 서울역 가주세요.
서희 : (멈칫 본다)
세준, 서희 손을 꼭 잡는다. 여유있게 쓱 웃는다.
세준 : 해돋이 보러가자.
S#3. 서울역 플랫폼 (밤)
세준, 서희와 막 출발하는 열차로 달려온다.
S#4. 열차 안 (밤)
세준, 서희 나란히 앉아서 간다. 서희, 캄캄한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세준 : (손 젓는 시늉) 밖에 뭐가 보여? 너 눈 되게 좋구나?
서희 : ...(고개 떨군다)
세준 : 내가 너무 감격을 많이 시켰구나?
서희 : (눈물 핑 돈다)
세준 : 인제부터 시작인데...벌써 너무 감격하지마. 내가 감격의 진수를 보여주지.
세준, 서희 손을 잡는다.
세준 : 서희야,
서희 : (눈물 감추려 다시 창 밖을 본다)
세준 : (손으로 서희 고개 돌리며) 봐, 날 좀 보라구.
서희 : ...
세준 : 너...눈이 참 예뻐...니 눈 보면서 널 처음 좋아하게 됐어. 니 눈이 너무 착해서, 이상하게 내마음이 자꾸 아퍼.
서희 : ...
세준 : 그동안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알아? (힘주어 손 잡는다)
서희 : ...
세준 : 인제 이 손 안 놔줄거야. 나 잔다...너두 눈 좀 붙여... (눈 감는다)
서희, 잡은 손과 세준 얼굴을 바라본다. 이윽고 흘러내리는 눈물.
S#5. 민혁집 외경 (밤)
S#6. 동 거실 (밤)
민혁, 장회장 앞에 앉아있다. 화가 잔뜩 난 장회장.
장회장 :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얘기해봐.
민혁 : ...
장회장 : 얘기 해! 어떻게 된건지 있는대로 다 얘기해.
민혁 : ...전 더 드릴 말씀 없어요. 자기 여자친구였던 애가 절 좋아하니까 화풀이로 유릴 이용한거겠죠.
장회장 : 세준이가 그럴 녀석이야?
민혁 : (본다)
장회장 : 그 아이랑 넌 처음에 어떻게 교제하게 된건데?
민혁 : ...저, 그만 올라가겠습니다.
장회장 : 각오해라. 나두 더이상은 니 녀석 사는 꼴 가만히 안 내버려둔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민혁.
S#7. 유리방 (밤)
유리, 불끄고 누워있다. 들어오는 민혁. 불 켠다. 다가온다.
유리 : ...나가 줘.
민혁 : (본다)
유리 : (이불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고) 나 잘거야...나가.
민혁 : (이불 젖히며) 내말 들었으면 이런 일 없었어.
유리 : ...(다시 뒤집어쓰고)
민혁 : 한심한 기집애.
민혁, 돌아서며 표정에 잔인함이 스친다.
S#8. 바닷가 (새벽)
동해안(정동진 같은 곳). 아직 동 트기 전의 희부윰한 바닷가.
세준, 서희 손을 잡고 수평선 보며 걸어온다.
세준 : 작년에 여기로 봉사활동 왔었는데 정말 좋드라구. 올 여름에 너랑 올려 그랬는데, 너 바보짓하구 돌아다니는 통에
생각보다 빨리 오게 됐어. 여기 좋지?
서희 : ...응.
세준 : 서희야.
서희 : (본다)
세준 : ...내 말 잘 들어. 우린 인제 아무것두 무서울 게 없어. 너한테 달렸어. 너만 날 믿고 따라와주면, 우리 정말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어. 어머니두, 민혁이두, 내 눈 한쪽이 또 망가진대두...아무것두 우릴 못 갈라놔...이제 다신 바보짓하지말구
내 말만 따르면 돼...알았지? 그동안 너 나쁜 꿈 꾼거야.
서희 : ...
세준 : 결혼하고, 아이 낳자...누구 아이구 그런 거 난 상관없어. 니가 원하는대로 해. 난 괜찮아. 정말 다 괜찮아...
너 좋으면 그걸로 다야.
서희 : ...
세준 : 대답해봐... 인제 우리 안 헤어지는거다?
서희 : ...
세준 : 인제 안 떠난다?
서희 : (떨구는)
세준 : ...됐어. 안 떠난다구 대답하는 거 금방 들었어.
S#9. 옥탑방 앞 골목 (아침)
민혁 승용차, 와서 멈춘다. 잠시 층계 위를 올려다보는 민혁.
S#10. 옥탑방 앞 (아침)
문을 흔들어보는 민혁. 차갑게 굳는다. 난간 쪽으로 와서 담배 붙여문다.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던져버린다.
S#11. 바닷가 (아침)
서희, 수평선 바라보며 혼자 앉아있다. 이런저런 생각하며 착잡하다.
세준, 뒤에서 온다. 캔커피 두개 들고 있다. 왁 놀래킨다. 서희, 깜짝 놀란다. 곁에 앉는 세준.
세준 : (건네며) 지은 죄가 많긴 많구나.
서희 : (씁쓸히)
세준 : 무슨 생각해?
서희 : 뭐 이런 저런 거.
세준 : (본다)
서희 : ...그동안 오빠 마음 아프게 한 거 미안해..
세준 : (웃고) 알긴 아는구나.
서희 : (잠시 바라본다) 오빠 그런데...
세준 : (굳는)
서희 : 우리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 나 오빠랑 다시 시작 못해.
세준, 막막하게 보다가 양손으로 서희 어깨를 잡는다. 서희, 고개 숙인다.
세준, 손으로 서희 고개를 들어 올린다. 마주보는 두사람.
세준 : 너...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서희 : ...
세준 : 너처럼 스스로를 안 아끼는 사람. 물살 흐르는대로 고스란히 떠밀려가는 사람.
서희 : ...(쓸쓸해지며)
세준 : 바보대회 같은거 하면 너 일등하구두 남을걸?
서희 : ...음.
세준 : 니 꿈이 뭐라구? 뭐, 편안해지는거라구? 내 꿈도 좀 물어 봐주라.
서희 : ...(본다)
세준 : 너 좀 똑똑하게 만드는게 내 꿈이야. 인제 니 마음 속이고 스스로 상처내는 거 그만해.
서희 : ...
세준 : 우선 서울 가서 방부터 옮기자. 그리구 둘이서 결혼식 올리는 거야. 야아, 나 지금 좋아서 죽을 거 같다!
(가슴 짚으며) 내 심장 쿵쿵 뛰는 것 좀 봐. 손 한번 대 볼래?
세준, 서희 손을 억지로 잡고 자기 가슴에 댄다.
세준 : 뛰지?
서희 : 어어...
세준 : 안 뛰어?
서희 : ...안 뛰는데?
세준 : (꿀밤 먹이고)
세준, 잠시 마주보다가 서희를 가만히 끌어당겨 꼭 안는다.
S#12. 장회장 집무실 (낮)
송원장, 장회장 앞에 앉아있다. 흰봉투 하나 내민다.
송원장 : 죄송합니다. 이거라두 돌려 드리는게 도릴 것 같아서요.
장회장 : (착잡한데)
송원장 : 진작 말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장회장 : 그녀석 배짱이 두둑하드구만요.
송원장 : (본다)
장회장 : (씁쓸히 웃는) 너무 미안해 마십시요. 유리가 상철 좀 받았겠지만...그런 일 겪으면서 어른 되는거 아닙니까.
그 돈은 도로 넣으십시요. 세준이 보구 드린 돈 아닙니다. 소망원에 드린 거예요.
송원장 : ...
장회장 : 속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세준이 저두 뭐 고민이 있었겠지요.
송원장 : ...녀석이...저어...(말문 막히고)
비서 들어온다.
장회장 : 미안합니다. 회의가 있어서요.
송원장 : (무안한듯 굽신 일어나며) 아, 네에...
S#13. 단란주점 앞 (낮)
세준, 서희 걸어온다.
세준 : 저녁에 데릴러올께...짐 정리하고 있어.
서희 : (본다)
세준 : 대답해.
서희 : ...응.
세준, 웃는다. 손 흔들고 멀어진다. 민혁, 차 안에서 담배 붙여물고 지켜보고 있다. 분노스럽다.
이윽고 차에서 내리는 민혁. 안으로 들어가려던 서희와 눈 딱 마주친다. 서희, 얼어붙는다.
민혁 : 얘기 좀 할래?
S#14. 까페 (낮)
민혁, 서희, 마주 앉아있다.
서희 : ...미안해요. 인사두 없이 나왔어요.
민혁 : ...괜찮아. 오죽 했음 그랬겠어.
서희 : (멈칫)
민혁 : ...미안하긴 내가 정말 미안해.
서희 : ...
민혁 : 그동안 내내 반성했어. 사람은 이렇게 변하는 건가봐.
서희 : ...
민혁 : 참, 몸은 좀 어때?
서희, 부드러운 민혁 태도에 두려움 느낀다. 용기 낸다.
서희 : 저어...민혁씨.
민혁 : (본다)
서희 : 앞으로 좋은 분 만나서 행복하게 잘사세요.
민혁 : (굳는)
서희 : ...저 이제 안 돌아가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민혁 : (냉소 어리며 본색 드러내는) 갑자기 어디서 용기가 그렇게 났어? 세준이가 그렇게 하라구 시키든?
서희 : ...
민혁 : 너 지금 내 아일 갖구 있어. 세준이 애가 아니야. 너 착각하지마.
서희 : ...그런 거 상관 없어요.
민혁, 어이없다는 듯 본다.
민혁 : 너, 죽고 싶어?
서희 : ...
민혁 : 세준이랑 너랑 둘다 죽고 싶어?
서희 : (착잡한)
민혁 : (다시 감정 추스리고 한숨) 미안하다...잠깐 흥분했었어.
서희 : ...
민혁 : 오늘 안으로 돌아와...너두 나한테 기회를 줘. 나한테두 잘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지. 넌 나랑 그렇게 쉽게 못 헤어져.
서희 : ...죄송해요...저...그만 일어날께요.
민혁 : (긴장하며 보는) ...한서희,
서희, 일어나며 인사한다. 민혁 시선 떨리는데.
민혁 : 오늘 안으로 돌아와! 안그럼 어떤 일 생겨두 나 책임 못져.
서희, 그대로 간다.
S#15. 단란주점 뒷방 (낮)
혜정, 팩 같은 것 하고 있다. 서희, 들어온다.
혜정 : (반가운) 왔구나?
서희, 지치고 두려운 얼굴로 한쪽에 기댄다.
혜정 : 둘이 어디 갔었는데? 어디 멀리 놀러 갔었어?
서희 : 응...
뒤에 앉아 혜정 팩하는 것을 지켜보는 서희.
혜정 : (돌아보며) ...야, 너 혹시 세준오빠한테 애 가진 얘기 안 했지?
서희 : (본다)
혜정 : 그 얘기 절대 하면 안돼. 수술 받으면 아무두 몰라. 나랑 같이가서 애 떼자...
서희, 눈물 핑 돈다.
서희 : 있잖아, 혜정아...
혜정 : 왜?
서희 : 너 여기서 계속 일할거니?
혜정 : 무슨 소리야?
서희 : 우리 같이 ...어디 아무도 모르는 데 가서 돈두 벌구, 너랑 나랑 의지하면서 그렇게 안 살래? 그렇게 살자...
혜정 : 얘 좀 봐?
서희 : (손 잡으며) 싫어?
혜정 : (본다)
서희 : ...가자.
S#16. 옥탑방 옥상 (낮)
올라오는 세준. 송원장, 기다리고 있다. 세준, 굳는다. 다가와 세준 뺨을 때리는 송원장.
송원장 : 못된 녀석!
세준 : ...
송원장 : 아무리 에밀 함부로 봐두 그렇지? 그게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에미 죽일려구 작정한거 아니면
어떻게 그따위 짓거릴 할 수가 있어?
세준 : ...죄송해요.
송원장 : 당장 그댁에 가서 사과해! 당장 백배사죄하구 빌어!
세준 : ...
송원장 : 지금 당장 가.
세준 : 다 끝난 일이예요. 잘못한 거 알지만...가서 더 드릴 말씀 없어요.
송원장 : (다시 마구 따귀 올려붙이며) 망할 자식! 망할 자식! 다신 에미 앞에 나타나지마.
너랑 나랑 인제 정말루 부모 자식 아냐! 너 같은 놈 생각만해두 몸서리가 쳐져!
세준 : ...(고개 숙이고)
송원장, 내려가버린다.
S#17. 옥탑방 안 (저녁)
어두운 방안. 세준, 바닥에 누워있다. 울리는 전화벨. 세준, 전화 받는다.
세준 : 네...
S#18. 유리방 (저녁)
유리, 전화기 들고 있다. 괜히 방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밝은 기분인 척 한다.
유리 : 나야, 유리...(조용히 수화기 들고 있다가) 할 얘기가 없네..얘기할 게 많을 줄 알았는데...(웃으며 명랑한 척) 나 괜찮아..
제발 나한테 미안하다구 자꾸 그러지마....어차피 처음부터 기대두 안했어...오빠랑 내가 인연이 아닌가보다 생각해...
나한테 부담 느낄까봐 전화한 거야...서희씨랑 잘지내...인제 다신 헤어지지말구 잘 지내...
그렇게 좋아하면 꽉 붙들어버려...절대 도망 못 가게...알았어?
S#19. 옥탑방 안 (저녁)
누워서 전화기 들고 묵묵히 듣고 있는 세준.
유리(E) : 듣구 있어?
세준 : ...응
유리(E) : 나 끊어...
세준 : ...
유리(E) : 끊는다니까?
세준 : ...응.
S#20. 유리방 (저녁)
유리, 실망하며 전화 끊는다. 이윽고 눈물 왈칵 쏟는다.
S#21. 도서관 (저녁)
재석,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다. 지영 모습 안보인다. 도로 나간다.
S#22. 캠퍼스 (저녁)
재석, 뭔가 골똘히 생각하며 걸어온다.
S#23. 지영집 앞 골목 (저녁)
대문 앞을 기웃거리는 재석. 망설이다가 벨을 누른다. 인터폰으로 울려나오는 황교수 음성.
황교수(E) : 누구요?
재석, 움찔 놀라서 뒤로 물러선다.
황교수(E) : 누구세요?
얼른 담벼락으로 숨는 재석. 안에서 조용해진다.
재석, 고개 떨구고 있다가 돌아서는데 장본것 들고 오는 지영 모습을 본다. 재석, 확 반갑다. 다가선다.
재석 : 지영씨.
지영 : (물러서며)
재석 : 잠깐 얘기 좀 할래요?
S#24. 커피숖 (저녁)
재석, 지영, 마주 앉아있다. 재석, 결심한듯 본다.
재석 : ...우선, 혜정이 일 사과할께요.
지영 : ...
재석 : 솔직히 말씀 드려서 저 혜정이랑 살았어요. 살다 찢어졌지만 어쨌든 한 일년 걔하구 살았어요.
그리구요, 걔 돈 가져다 지영씨 밥 사주구 그랬어요.
지영 : ...(본다)
재석 : 단란주점에서 노래 불러서 나한테 돈 꿔주면 지영씨한테 다 들어갔어요. 나 죽일 놈이예요.
지영 : ...
재석 : 저요, 전과두 있어요. 소년원에 두번 갔다왔어요.
지영 : ...
재석 : 소매치기, 폭력절도 안해본거 없어요. 지영씨한테 접근한 거요, 그거 좋아서 그런거 아닙니다.
지영씨네 집 돈 많아 보이니까 괜히 한번 그래본거예요. (거짓말인) 혹시 건질 거 없나하구요.
지영 : (굳는)
재석 : 인제 고백했으니까 다신 안 나타날겁니다. 잘사십쇼.
지영 : ...
재석, 꾸벅 인사하고 일어난다. 밖으로 나간다. 지영, 쏘아본다.
S#25. 커피숖 앞길 (저녁)
재석, 속상하다. 휘적휘적 걸어간다. 순간
지영(E) : 나쁜 자식아!
운동화 한짝이 날아온다. 재석 뒤통수에 딱 맞는다. 놀라서 돌아보는 재석.
지영, 씩씩거리며 걸어오더니 신발을 다시 신는다.
재석 : (붉어지며) 지영씨...
지영, 확 밀치고 가버린다. 재석, 쓸쓸해진다.
S#26. 지영방 (밤)
지영, 앓고있다. 황교수, 열을 재본다.
황교수 : 하이구, 뜨거워라...열 좀 보게? 주사 한대 맞을래?
지영 : 괘,괜찮아요.
돌아눕는다. 황교수, 의아하다.
황교수 : 무슨 일 있었어?
지영 : 아,아빠...호,혼자 있을래요.
S#27. 민혁집 거실 (밤)
이층에서 내려오는 민혁. 장회장,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본다. 나가는 민혁 뒤로.
장회장 : 니 카드, 사용중지 시켰다. 회사 나와서 일하면서 월급 받아 생활해라. 일한다면서? 말로만 해본거냐?
민혁 : (돌아본다)
장회장 : 인제 니돈은 일체 니가 벌어서 써라. 앞으로 돈 지급은 일원두 없다. 싫으면 집 나가라.
나가서 풀빵이라두 구워 팔아서 살아보든가.
민혁 : ...
장회장 : 그럴 용기 없으면 회사 나가 일해. 다들 그렇게 산다.
민혁 : ...
장회장 : ...기회 한 번 뿐이야.
민혁 : ...
S#28. 호텔 룸안 (밤)
들어오는 민혁. 친구들, 몇몇 포카 치고 있다.
친구1 : 여어, 왠일이야? 발 끊는다며?
친구2 : 짜식, 며칠이나 가나 그랬다.
민혁, 픽 웃더니 한쪽으로 가서 털썩 앉는다.
친구1 : 머리 좀 봐라...별일은 별일이네...일루 와 앉아. 안그래두 너 없으니까 영 심심하드라.
친구2 : 왜? 무슨 고민 있어?
민혁 : 진호야, 부탁 하나 하자.
친구2 : (돌아본다)
민혁 : (삐딱하니 기댄 채 바라본다. 사뭇 심각하다) ...
S#29. 단란주점 뒷방 (밤)
잠든 혜정. 서희, 조용히 짐을 꾸리고 있다. 혜정 머리를 쓸어올려주며 애틋하게 잠시 보다가 일어난다.
S#30. 단란주점 앞길 (밤)
가방 들고 급히 나오는 서희. 앞을 막아서는 세준. 서희, 흠칫 놀란다.
세준 : (나직이 화난) 가방 이리내.
서희 : ...
세준, 조용히 가방을 나꿔채고 앞서간다. 서희, 할 수 없이 따라간다.
말없이 걷는 두사람. 적당히 떨어진 거리를 두고 걸어간다. 서희, 망설이다 쫓아온다.
서희 : 오빠.
세준 : 니 얘기 듣구 싶지두 않어.
서희 : ...
세준 : ...
서희 : 그런게 아니구...
세준 : 너 도대체...(답답해서 말 못잇고) ...
서희 : ...
세준 : (손 확 잡아끌고) 아뭇소리 말구 따라와.
서희 : (눈물 핑돌며 본다)
S#31. 옥탑방 앞 골목 (밤)
세준, 가방을 들고 온다. 뒤이어 따라오는 서희.
세준 : ...
서희 : ...
세준 : 너 먼저 올라가있어.
서희 : ...
세준 : 가는 거 좋아...니가 정 그렇게 가고 싶으면 가는데, 마지막으로 나랑 하룻밤만 있어줘.
서희 : ...
세준 : 너하고 밥 한끼 먹고 싶어. 아침만 먹고 떠나.
서희 : ...
세준 : (열쇠 내밀며) 받아. 가게 가서 뭐 좀 사가지구 올께.
돌아서는 세준. 서희, 지켜본다. 가슴 아프다.
S#32. 옥상 (밤)
서희, 가방 들고 올라온다. 망설이다가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33. 옥탑방 안 (밤)
들어오는 서희. 불을 켠다. 방 중앙에 상이 펴져있고 케잌과 과자접시, 양초, 과일 등이 놓여있다.
서희, 멈칫 본다. 카드가 하나 놓여있다. 들고 보는 서희. 웨딩마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카드.
세준(E) : 서희야...니방으로 돌아온걸 축하한다. 오빠 소원 좀 들어주라. 나랑 결혼해 주라. 그럼 니 소원 다 들어 줄께.
서희, 오랫동안 들고 바라본다. 눈시울 젖어온다.
S#34. 수퍼마켓 앞 골목 (밤)
세준, 봉지에 음료수, 과일, 반찬 등 이것저것 담아서 양손에 들고 나온다. 표정 밝지 않다.
어두운 골목 모퉁이 돌아서는 세준. 순간, 앞을 막아서는 남자 서너명.
세준 : (멈칫) 뭐죠?
남자들, 다짜고짜 세준을 친다. 미쳐 막을 새도 없이 정신없이 얻어맞는 세준. 발로 차고, 밟고 마구 친다.
쇼핑한 봉투가 저만치 날아가 흩어진다.
S#35. 옥탑방 안 (밤)
서희,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손목 시계를 본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멜로디 카드를 다시한번 열고 본다.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시 접고 시계를 본다. 이윽고 일어나 나간다.
S#36. 수퍼마켓 앞 (밤)
서희, 주위 두리번거리며 온다. 늦은 시간, 인적 뜸하다. 수퍼 안과 이곳저곳을 살피며 다시 뒤돌아 간다.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어느집 대문 앞을 지나가는 서희. 문득 이상한 기운에 돌아본다. 흩어진 비닐봉지.
서희, 불길한 기분에 다시 유심히 본다. 대문 앞에 쓰러진 사람 형체. 세준이다. 피투성이가 돼있다.
서희 : 오빠!
다가가 얼른 안아 일으킨다.
세준 : (눈 반쯤 뜨며) .....
서희 : (멍한) 어떻게 된거야, 오빠...어떻게 된거야...
세준 : 괜찮아...가자...
부축하고 일어나는 서희.
서희 : 누가 이랬어? 누군데? 응?
세준 : ...
S#37. 옥탑방 안 (밤)
세준, 누워있다. 서희, 눈물 글썽이며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다. 약솜과 소독약 등으로 상처를 닦아준다.
서희 : ...병원 가야되는거 아냐?
세준 : 괜찮아...
서희 : 강도 만난거야?
세준, 뭔가 곰곰 생각한다. 이상한듯 가만히 주머니를 뒤져본다. 지갑이 그대로 있다.
서희 : (불길한) 지갑... 그대론데?
세준 : 동네 양아치들이야. 사람들 오니까 겁나서 도망가버렸어.
둘다 불길한 기분 들지만 아무 얘기 안 한다. 잠시 기분 나쁜 침묵 흐른다.
세준 : 걱정마...나 의사 될 사람 아니냐...병원갈만하면 내가 먼저 간다 그러지.
서희 : (가만히 보는)
세준 : (아픈듯 눈을 감는다) 정말 괜찮아...거기 진통제나 좀 줄래?
서희, 글썽이며 물컵과 약을 챙긴다.
S#38. 옥상 (밤)
서희, 밖으로 나온다. 난간 앞에 서며 뭔가 생각한다.
S#39. 오피스텔 앞 복도 (밤)
서희,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결심한 듯 천천히 걸어온다.
이윽고 문 앞에 선다. 벨을 누른다. 조용하다. 문을 열어본다. 열려 있다.
S#40. 오피스텔 안 (밤)
어두운 방안. 민혁, 소파에 앉아있다. 문 열리고 들어오는 서희. 눈 마주치는 두사람.
민혁 : (반가운) ...잘왔다...너 올 줄 알구 계속 기다렸어.
서희 : ...(본다)
민혁 : 앉아...저녁은 먹었니? 짐은 어쨌어?
서희 : ...
민혁 : 화났구나? 화 풀어...우리 서로 노력하자. 니 마음 다 이해해...그동안 너랑 내문제...이런 저런 생각 많이 했어. 반성할께.
서희 : ...
민혁 : 뭐 좀 먹을래?
서희, 조용히 다가온다. 눈빛 퀭하다.
서희 : ...세준오빠 다치게 한 사람 민혁씨죠?
민혁 : ...
서희 : 맞아요?
민혁 : ...(웃는) 그래...그나마 그 정도에서 끝낸 걸 다행으로 여겨. 더할 수도 있었어.
서희 : (질리는데)
민혁 : 다른 쪽 눈, 마저 멀게 할 수도 있었구, 어디 하나 부러뜨려 의사구 뭐구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수도 있었어.
그래두 친구라고, 그동안 쌓인 정을 생각해서 그쯤에서 관둔거야.
서희, 맥이 탁 풀어진다.
민혁 : 마음 같아선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었어. 두번짼 어떤 일이 생길지 나두 몰라.
서희, 주저 앉는다.
서희 : (울먹이며) 민혁씨...제발 그러지 마세요.
민혁 : (기분 상한다) 너...그렇게 세준이 다친게 마음 아프니? 그러지말라구 부탁하러 왔어?
서희 : ...
민혁 : 넌 내가 어떤지는 신경두 안 쓰이지?
서희 : ...(미움 어리며)
민혁 : (절망하며) 어떻게 날 그런 눈으로 볼 수가 있어? 꼭 괴물 보듯이 끔찍하게 보는 구나.
서희 : ...네,끔찍해요.
민혁 : ...(멈칫 한다)
서희 : 민혁씨 참 끔찍한 사람이예요.
민혁 : 그래. 끔찍하게 널 좋아하니까..난 니가 날 못떠날걸 알아. 넌 인정하기 싫겠지만..너 나 처음 만났을때부터 나한테 끌렸어.
왜냐하면...우린 닮았거든. 너나, 나나, 마음 한구석이 비어있는 사람이거든. 넌 날 사랑해.
서희 : ...죄송하지만...저 단 한번도 민혁씨 사랑한 적 없어요.
민혁 : (긴장하며)
서희 : 항상 미워했어요.
민혁 : ...
서희 : 민혁씨처럼 다 가진 사람이 겨우 가슴 한구석 비어있다고 그자리에 절 억지로 집어넣을려구 하는거..
얼마나 미웠는지 아세요? 민혁씨 지금껏 살면서, 배고플때 당장 밥이 없어서 굶어본 적 있어요?
민혁 : ...
서희 : 아픈 척 얘기하지만 다 멋부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민혁씬 누굴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 없어요. (눈물 흘린다)
민혁, 눈빛이 살벌해진다. 다가온다.
민혁 : 넌 지금 내 아일 가졌어. 니 발로 여기 들어와서 아이까지 가졌어. 니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서희 : ...(조용히 외면한다) 아이 지웠어요. 민혁씨가 시키는대로 한거예요.
민혁, 굳는다..긴장 흐른다. 민혁, 서희 멱살을 와락 잡아채더니 한쪽 벽으로 거칠게 밀어버린다. 서희, 맥없이 나동그라진다.
민혁 : 잘 들어. 죽을때까지 너희 둘 갈라놀거야! 세준이 목숨 걸구두 그 자식한테 갈 자신 있으면 한번 가봐!
서희, 두려운 얼굴로 바라본다. 민혁, 쏘아보고 있다. 조용히 일어나는 서희.
서희 : 갈께요.
민혁, 절망스럽다.
S#41. 오피스텔 앞길 (밤)
서희, 기운 없이 걸어간다. 창문으로 내려다보는 민혁 모습. 절망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S#42. 옥탑방 옥상 (밤)
서희, 계단 올라온다.
S#43. 옥탑방 안 (밤)
들어오는 서희. 세준, 잠들어있다. 세준 곁에 앉는 서희. 세준 얼굴을 잠자코 내려다본다.
서희 : ...오빠, 자?
세준 : ...
서희, 눈물 떨구며 세준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서희 : ...나 있잖아...그동안 오빠 많이 보고싶었어...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
서희, 잠든 세준의 머리카락을 가만가만 만져본다.
서희 : 오빠하고 난... 왜이렇게 잘 안될까? 나 정말 오빠하고 재밌게 잘살고 싶은데...
S#44. 옥탑방 외경 (아침)
S#45. 동 방안 (아침)
서희, 잠들어있다. 세준, 눈 뜨고 일어난다. 잠든 서희 모습을 애틋하게 본다.
서희가 들고온 짐 가방을 잠시 바라보는 세준. 착잡해진다.
S#46. 동 부엌 (아침)
세준, 반찬을 만들고 있다. 프라이팬에 생선도 굽고, 밥도 하고, 찌개도 끓인다.
소반에 반찬을 하나씩 얹고 밥을 푼다.
S#47. 동 방안 (아침)
서희, 눈을 뜬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세준 없다. 둘러보는데 상을 들고 들어오는 세준.
세준 : 일어났어?
서희 : (놀라서 본다)
세준 : 자아, 밥 먹자...
서희 : 오빠...괜찮아? 벌써 일어나두 돼?
세준 : 뭐가?
얼굴 쓸며 본다.
세준 : 나 터프하지 않냐? (얼굴 가리키며) 상처 있으니까 더 멋있지?
서희 : (미소)
세준 : 반찬 봐라. 우와, 대단하다? 고등어는 다 탔구 콩나물은 한 보름 된거야. 먹구 죽을지두 몰라.
(물컵 건네며) 죽어두 같이 죽자.
서희 : ...(받고)
세준 : 씻구 먹을래? 먹구 씻을래?
서희 : ...(물 마시며) 안 씻을래.
세준 : (웃고) 야아, 인제 좀 한서희 같다.
서희 : ...(웃고)
세준 : 서희야.
서희 : 응?
세준 : ...너 생각나는지 몰라. 우리 어릴때...뒷산에 감 따러 갔다가 벌에 쏘인거.
서희 : 응...생각나. 오빠가 벌집인 줄 모르구 건드렸다가, 둘다 띵띵 부어갖구 학교두 못갔잖아.
세준 : 아까 거울 보니까 괜히 그때 생각 나드라.
서희 : (웃는)
세준 : 너랑 둘이 똑같이 괴물 얼굴을 해갖구...야, 그때...니 얼굴 진짜 무섭드라...
서희 : (흘기고) 오빠 땜에 그랬잖아...나 그때부터 벌만 보면 막 공포에 질리는 거 알어?
세준 : 그래?
서희 : 꿀만 봐두 무서워.
세준 : 야아, 너 그 정도냐? 나두 그래!
둘이 웃는다.
S#48. 단란주점 룸 안 (아침)
텅빈 홀 안. 들어오는 재석. 혜정, 한쪽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맥주를 따라 마시고 있다.
마주 앉는 재석. 혜정, 눈길도 안준다.
재석 : 나두 한잔 주라.
혜정 : 니가 따라 마셔.
재석, 컵을 빼앗더니 따라 마신다.
혜정 : (본다) 돈이나 내놔.
재석 : 없어.
혜정 : 돈 갖구 오라 그랬잖아.
재석 : 너 나랑 결혼하고 싶어 죽겠지?
혜정 : (흘기는) 누가? 누가 너랑 결혼을 해?
재석 : 그럼 지영이 머리채는 왜 잡았어?
혜정 : 너같은 사기꾼 자식한테 놀아나지말구 정신 차리라구 그랬다. 왜?
재석 : 미안하지만 사기는 아니었어. 나 지영이 좋아한다. 서혜정, 너 가슴 좀 아프겠지만, 나 솔직히 걔 좋드라.
혜정 : ...(떨구는)
재석 : 나 걔한테 잘보일라구 검정고시 공부두 시작했구 학원도 끊었어. 니가 준 돈으루 검정고시 학원 끊었다.
내 주제 파악 못하구 공주같은애 좋아한다구 뭐라 그러겠지만...나 천사 공주같은 지영이한테 푹 빠졌어.
혜정 : 알아. 아니까 강조하지마. 돈이나 갚구 꺼져.
재석 : 근데, 나 못 꺼지겠다. 내가 너 사랑하거든.
혜정 : (미운데)
재석 : 술 잘마셔, 싸움 잘해, 욕잘해, 나랑 너랑 똑같잖아. 우리 살림 다시 차리구 애두 팡팡 낳구, 외로운 사람끼리 잘살아보자..
너 여기 관둬라. 내가 노가다라두 할테니깐.
혜정 : ...
재석 : 사랑한다. 혜정아, 나는 너 사랑해. 지영이 걔는 사랑하는 거 아니야. 좋은거지...
사랑은 싸우구 밥 먹구 살부비면서 하는게 사랑이야.
혜정 : (눈물 글썽하며) 웃기지마. 꺼져.
재석 : (착잡하다)
S#49. 옥탑방 안 (낮)
서희, 세준, 상 치우고 나란히 앉아있다. 침묵 흐른다. 막막하고 괴로운 침묵.
세준, 갈거냐고 차마 못 묻겠다. 바닥만 내려다본다.
세준 : 서희야...
서희 : ...응.
세준 : 나 학교 갔다올께.
서희 : ...응.
세준 : 발표가 있어서 늦을거야.
서희 : ...응.
세준 : (서희 짐가방 본다) 가방 참 크다.
서희 : (본다) 응.
세준 : 뭐 들었니?
서희 : ...옷이랑, 양말이랑, 책.
세준 : ...(가방을 본다)
침묵...
서희 : 오빠,
세준 : (돌아본다)
서희 : 나...여기 있을께.
세준 : (확 밝아진다)
서희 : ...학교 갔다와.
세준 : (믿기지 않는듯) 서희야, 고맙다....
서희 : ...(웃고)
세준 : (손 잡고) 고마워...
서희 : ...있잖아, 오빠...
세준 : ?
서희, 갑자기 세준 목을 끌어안는다. 놀라는 세준.
세준 : 임마, 숨 막혀!
서희, 잠시 그대로 간절히 끌어안고 매달려있다. 이윽고 웃으며 팔을 풀어주는 서희.
S#50. 옥상 (낮)
세준, 층계 내려간다. 서희, 층계 참에서 세준 멀어질때까지 손 흔 들어준다.
S#51. 옥탑방 안 (시간경과)
서희, 벽에 기대고 앉아 짐가방을 바라보고 있다...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서희, 움찔 뒤로 물러난다. 전화 안 받는다.
길게 울리는 전화벨. 서희, 가만히 다가가 수화기를 든다. 그저 아무말 없이 조용히 들고 있다.
송원장(E) : ...누구냐? 서희냐?
서희 : (움찔하며)
송원장(E) : 서희야, 끊지말고 들어라... 마지막이려니 하구 나 좀 만나자.
서희 : ...
S#52. 커피숖 (낮)
서희, 송원장, 마주 앉아있다.
송원장 : 어제 내려갈까했는데 너 좀 보구 가려구 형준이네서 잤어.
서희 : (고개 숙이고)
송원장 : 너 나무랄려구 보자 그런거 아니다...겁 먹지마라.
서희 : ...
송원장 : ...그 녀석 약혼 모임 하다가 도망친 거 들었지?
서희 : (본다)
송원장 : 더 놔두면 무슨 일을 칠지 모르겠드라. 결혼식하다 도망 안친게 그나마 다행이지만...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서희 : ...
송원장 : 서희야,
서희 : (본다)
송원장 : 너 나보구 어머니라구 부르잖니...니가 세상천지에 어머니라구 부르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어?
나두 니 에미노릇 좀 하고 싶다...에미는 자식 못난게 제일 아픈 법이다. 왜그렇게 니 몸 귀한 줄을 몰라?
서희 : ...
송원장 : 어쩔려구 그래? 민혁이한테 가 있다가 또 세준이한테 가있구...이 무슨 낯뜨거운 처신이야?
내가 누구 알까 겁이 다 난다...뭘 어쩌겠다는 거니?
서희 : ...
송원장 : 내가..더두 말구..마지막으로 딱한번만 부탁을 하마..제발 세준이 좀 놔줘라. 내가 어쩐다구 헤어질 니들두 아닌것같지만..
너두 사람이면 그러는게 아니야. 세준이 눈 고쳐서 훌륭한 의사 되고, 좋은 집안 아이랑 결혼하는게 그렇게 속이 상했니?
너두 그런건 아니었지? (손수건 꺼내 눈물 닦는다)
서희 : ...
송원장 : 우리 소망원...장회장님댁 도움으루 유지해왔어...너두 그댁 밥 먹은거나 마찬가지야...
서희야, 에미 한번 살려주는 셈 치면 안되겠니? 제발 빈다...니 앞에서 에미가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으마.
서희 : 원장어머니...
송원장 : ...부탁한다.
서희 : 죄송합니다...저 오빠 떠날려구 했어요...안그래두 떠날 참이었어요.
송원장 : (서희 손을 잡고 운다) 에이구, 이 불쌍한 것아...어쩌다 에미애비 잘못 만나 어린 나이에 버림 받구...
그걸로 모자라서 또 이렇게나 헤매구 다니구...어리석구 불쌍한 것...
서희 : ...(눈물 떨군다)
S#53. 의과대학 (낮)
황교수 지도아래 동기들과 함께 엑스레이 사진 같은 것 놓고 토론하는 세준..활기차게 웃으며 발표하고 있다. (몽타쥬 느낌)
S#54. 캠퍼스 (저녁)
시계보며 뛰어가는 세준.
S#55. 옥탑방 옥상 (저녁)
뛰어오는 세준. 문을 두드린다. 조용하다. 세준, 불길한 예감 든다.
S#56. 옥탑방 안 (저녁)
문 열고 들어오는 세준. 텅빈 방. 서희 짐가방 없다. 세준, 놀라서 도로 뛰어나간다.
S#57. 거리 (저녁)
세준, 뛰어나온다. 어디가서 찾을지 막막하다.
S#58. 거리 (밤)
서희, 짐가방을 양손에 들고 기운 없이 걸어간다.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공중전화 부스가 보인다. 잠시 바라보는 서희.
S#59. 까페 (저녁)
들어오는 유리. 한쪽에 앉아있는 서희. 유리, 마주 와서 앉는다.
서희 : (인사하며) 안녕하셨어요.
유리 : (어색한듯 인사) 예에...
서희 : 저어....갑자기 만나자고 해서...놀라셨죠?
유리 : ...네.
서희 : ...죄송합니다.
유리 : (웃고) 뭐가요?
서희 : ...
유리 : 괜찮아요...저, 마음 다 접었어요. 솔직히 잠깐 죽고 싶긴 했는데 인젠 괜찮아요. 보기보다 털털하거든요.
약혼하다 뛰쳐나간, 그 정신없는 남자는 잘있어요?
서희 : ...
유리 : 말이 좀 심했어요? 저두 쌓인 거 많은데 말로나 풀어야죠. 어쨌든 뭐 굳이 이렇게 찾아와서까지 사과하실거 없어요.
(씁쓸히 웃는)
서희 : (본다) ...그런거 아니구요.
유리 : ?
서희 : 저어...세준 오빠랑 다시 만나주실래요?
유리 : !
서희 : 어쩌면 저보구...주제 넘는다구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 그런데...오빠랑 유리씨 참 잘 어울려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저한테 세준오빠는....(잠시 생각한다)
유리 : ...
서희 : 어릴때부터 남매처럼 자랐어요. 전 부모님이 안계시니까 오빠가 많이 의지가 됐어요.
어떨땐 엄마처럼, 어떨땐 아버지처럼...그랬던 거예요. 남자랑 여자...그런 감정 아니예요. 제 말 믿어주세요.
유리 : ...(서희 마음 짐작이 간다) ...
서희 : 제가 나서서 직접 해명해야 오해가 풀릴 거 같았어요.
유리 : ...무슨 뜻인지 대충 알겠어요.
서희 : (인사하고) 고맙습니다..(시계보며) 저 그럼...늦어서요..그만 가보겠습니다. (곁에 놓인 짐가방 챙겨들며) 조심해서 가세요.
유리 : (가방 본다)...어디...가세요?
서희 : ...
S#60. 서울역 플랫폼 (밤)
계단을 내려오는 서희. 열차 기다리며 한쪽 벤치로 간다. 가방을 내려놓고 기다린다. 열차가 온다.
S#61. 열차 안 (밤)
사람들 거의 없는 밤객차 안. 서희, 한쪽 자리로 가서 가방 올려 놓고 앉는다. 열차 출발한다.
S#62. 옥탑방 옥상 (밤)
세준, 옥상으로 올라온다. 불꺼진 창문 아래 웅크리고 앉는다. 텅빈 눈빛.
S#63. 열차 안 (밤)
달리는 열차 안. 지쳐 잠든 서희, 창가에 얼굴을 기대고 곤히 잠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