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고양이를 두 마리 기른다.
지난 겨울 이웃집에서 길고양이 한마리가 새끼 6마리를 낳았다.
이 고양이가 새끼들을 끌고 비닐하우스에도 있다가
우리집 주방 앞 테크 밑으로 들어왔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새끼 고양이 두마리만 우리 집에 정착하고
어미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네마리 사체는 아마 비닐하우스 어딘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난 봄 비닐하우스를 철거하며 보니 네 마리 사체가 보이지를 않는다.
개들과 달리 고양이들은 자신들 배설물도 다 땅에 묻어 처리한다니
새끼들 사체도 어디다 묻어버린 모양이다.
두마리가 무럭무럭 자라 제법 많이 컸다.
그런데 이놈들은 나만 보면 먹을 거 안주나 따라다닌다.
밖에 내가 앉으려 내다놓은 의자도 타고 기어올라가
의자에 씌워져 있는 인조 가죽을 발톱으로 다 끍어놓더니
쓰레기 봉투도 뒤지겠다고 다 찢어버려 난감하다.
그런데 야단을 쳐도 왜 그런지 몰라, 멀리 떨어져 멀뚱멀뚱 쳐다만 본다.
그러다 생각이 났다.
성경에 있다는 '저들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릅니다.'
자기들은 쓰레기 봉투에서 냄새가 나서 뒤져봤을 뿐인데 왜 저러나 하곘지.
신이 있다면 그가 보기에 인간들의 행동들도 똑같아 보일까?
윤리나 도덕, 선악의 가치 기준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니
신들이 보기에 가당찮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니체가 그랬나?
신은 선악을 초월한 존재라고. ㅎㅎ
그러니 아무리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신에게 구원을 요청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지.
그러기에 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의미로 죽었다고 한 건가?
고양이들은 날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 많은 종교 지도자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말 안듣는 인간들에게 믿음을 위해 시련을 주는 거라고 주장하나?
첫댓글 고양이 두 마리 모두 집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났다. 두 마리 모두 암컷이고 중성화 수술을 했다. 처음엔 한 마리가 며칠 나갔다 돌아오더니 미미라고 이름붙힌 고양이도 사라졌다. 그 전날 이상하게 자꾸 곁에 와서 부비고 귀찮게 굴더니 결국 주인(?)의 매정함을 알아차리고는 떠나버린 것 같다. 그 후 코코란 놈은 두 번 나타났는데 비쩍 마르고 털도 군데군데 빠지고 영 불쌍해 보여 남은 사료를 줬더니 양이 많았는지 남겨놓고 또 어디론가 떠났다. 미미란 놈은 끝내 안 나타나더군. 버림받은 상처가 너무 컸던가? 코코보다는 미미란 놈이 제법 애교도 있고 잘 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