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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모든 바다 가운데 동해, 서해, 남해, 북해 가 가장 넓었다 네 바다에 각각 용왕이 있었으니 동해에는 광연왕 이요 남해 에는 광리 왕 이요 서해에는 광덕 왕 이요 북해는 광택 왕 이다 남, 서, 북의 세 왕은 무사 태평한데 동해 광연 왕만 병이 들어 천만 가지 약으로도 효험을 보지 못했다 하루는 왕이 신하들을 모아 놓고 의논을 했다 " 가련 하도다 과인이 죽으면 북망산 깊은 곳에 백골이 진토에 묻히니 세상의 영화며 부귀가 다 허사로다 옛날에 여섯 나라를 통일한 진시황도 삼신산에 불사약을 구하려고 동남 동녀 오백명을 보냈고 위엄이 사해에 떨치던 한 무제도 백대(한 무제가 세운 누대) 를 높이 짓고 승로반(불사약 ,이슬을 받기위해 만든 그릇)에 신선의 손을 만들어 이슬을 받았지만 여산(중국의 산)의 무덤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물며 나처럼 작은 나라의 임금이야 일러 무엇 하리오 累代 相傳(대대로 이어 전함) 하던 왕의 기업을 永訣(영원한 이별) 하고 죽을 일을 생각하니 망연 하도다 고명한 의원을 널리 구해 자세히 진찰한 후에 약으로 치료 하는게 마땅 하도다 " 왕이 하교 했다 "과인의 병세가 위중 하니 경들은 충성을 다해 명의를 널리 구하여 과인을 살려서 군신이 더욱 서로 동락 하게 하라 " 한 신하가 出斑奏(여러 신하중 혼자 나가 임금에게 아룀) 했다 " 신이 듣자 하니 오나라 범상군 , 당나라 장사군, 초나라 육처사는 地境(나라 와 나라 사이)에서 제일 가는 호걸 이라 하오니 이 세사람을 찿아 보소서 " 모두 처다보니 수천년 묵은 잉어라, 왕이 신하를 보내 세 사람을 청하니 수일만에 모두 왔다 왕이 전좌(왕이 편전에 나옴) 하고 치사(고맙고 감사 하다는 뜻)하며 말했다 " 선생들이 천리를 멀다고 여기지 않고 누지(누추한 곳)로 왕림 하시니 감사 하노라 " 세사람은 공경하며 대답했다 " 저희는 진세(세상) 부생(덧없는 인생)으로 청운(높은 지위나 벼슬)과 홍진(세속적인 세상)을 하직하고 강산 풍경을 사랑해서 궁벽한 곳으로 임의로 왕래하며 무정한 세월을 헛되이 보내던 중입니다 뜻밖에 대왕의 명을 받자오니 황송 하옵기 가히 없사 옵니다 " 왕이 부탁 했다 " 과인이 병 든지 지금 수년째가 되도록 약 신세를 지고 있지만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있노라, 죽게된 이 목슴을 선생들이 살려 주기를 바라노라 " 세사람이 아뢰었다 " 술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약이고, 색(色)은 사람의 壽限(타고난 수명)을 줄이는 근본 이옵니다 대왕이 술과 색을 과 하게 하시어 이지경에 이르렀으니 수원수구(누구를 원망 하고 누구를 탓 하겠느냐) 하오리까만 혹은 이르되 사람의 소년 한 때의 예사라 하옵니다 아렇듯이 병이 한번 들면 회춘 하기 어렵 나이다 푸른 산에 안개가 걷히듯 , 봄 바람에 눈이 사라지듯 오장 육부가 마디 마디 녹으니 화타(중국의 유명헌 명의)가 다시 살아나도 손을 쓸수 없고 금강초와 不死약이 산더미 처럼 쌓였어도 즉시 효험을 보기 어렵습니다 또 인삼과 녹용을 오래 복용해 재물이 쌓였어도 대신 속죄할수 없고 뛰어난 역량이 남보다 아주 뛰어나다 해도 어찌 할수 없나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늘이 정한 수명이 다해 없어진 듯 하심이 대왕의 병환이 회복 하기는 어려운듯 합니다 " 왕은 세사람의 말을 듣고 정신이 산란해 하면서 말했다 " 그러면 어찌 하면 좋단 말인가 ? 죽을 자는 다시 살지 못하리라,이세상에 한번 맞는 저 같이 좋은 이삼월 복숭아와 자두꽃 과 사오월 녹음 방초 와 팔구월 노란 국화와 아름다운 단풍과 동지섣달 눈속에 핀 매화꽃 이며 저렇듯이 아리따운 삼천궁녀의 아미분대(화장한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 를 헌 신짝 처럼 버리고 나는 속절 없이 황천객이 되겠으니 어찌 가련 하지 않겠는가 ! ? 효험이 없을 지라도 선생들이 묘한 술법을 다해 약방문 이라도 하나 내주시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노라 " 그러자 세사람이 웃으며 대답 했다 千病萬藥(천 가지 병이 있으면 약은 만가지가 있음) 에 對症投劑(병의 증세에 따라 처방 하는일)함은 당치 아니 하옵고 신통한 효험이 있는 한가지
가 있긴 있사오니 토끼의 생 간 입니다 그 간을 구해 더운 김에 進御(임금이먹음)하시면 즉시 평복 하시 오리다 ' 왕은 희색을 띠며 말했다 " 토끼의 간이 왜 좋은가 ? " " 토끼란 것은 천지 개벽한 후 음양과 오행 으로된 짐승 이라 병은 음양 오행의 상극 으로도 고치고 상생 으로도 고칩니다 그러므로 토끼 간이 두루 제일 좋은 것이 옵니다 더구나 대왕은 물속 용신 이시고 토끼는 산속 영물입니다 산은 양이고 물은 음 기운 이라서 간은 나무 기운을 가진것 입니다 따라서 댜왕이 토끼 간을 쓰시면 음, 양이 서로 화합할 것입니다 " 세 사람은 말을 마치고 하직하며 말을 덧붙였다 ' 녹수 청산 벗님 네와 무릉도원 꽃과 바다 들이 있는 촌에서 만나기로 언약하고 왔습니다 대왕의 무궁한 회포를 다 못펴 드리고 총총히 하직 하옵니다 " 세 사람은 말을 마치고 백운산 으로 표연히 향했다 왕은 세 사람을 보내고 즉시 모든 신하를 모아 놓고 말하였다 " 과인의 병 에는 영약이 다 소용 없고 오직 토끼의 生간만이 신효 하다 하니 누가 인간 세상에 나가 토끼를 산채로 잡아 오겠는가 ? " 한 대장이 홀연이 나와 아뢰었다
" 신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인간 세상에 나가 토끼를 사로 잡아 오겠습니다 " 모두 바라보니 머리는 두루주머니(허리에 차는 작은 주머니) 같고 꼬리는 여덟 갈래로 갈라진 수천년 묶은 문어라 왕이 크게 기뻐 히며 말 했디 " 경의 용맹은 과인이 아는 바라 , 경이 급히 인간 세상에 나가 토끼를 사로 잡아 오면 그 공을 크게 치하 하리라 " 왕이 문어를 장차 문성 장군으로 봉 하려 할적에 한 장수가 나서서 문어를 크게 꾸짖었다 " 문어야 ! 내 아무리 기골이 장대하고 위풍이 악간 있다하나 언변이 없고 생각이 부족하니 네 무슨 공을 이루겠다 하느냐 또한 사람들은 너를 보면 영락 없이 잡아다가 요리 저리 오려내어 국화 송이 매화송이 형형 색색 아로 새겨 혼인 잔치며 환갑 잔치에 큰상의 어물 접시 웃기(음식의 모양 내기 위해 얹는 재료)로 긴요 하게 쓸것이다 또 재자가인(재주 있는 아름다운 남자와 여자)놀음상과 남서 한량들 술 안주에 필요한 것이 네 고기 일것이니 이게 두렵지 않겠느냐 ? 나는 세상에 나가면 칠종칠금( 마음 대로 잡았다 놓아 주었다함)하던 제갈량의 신출귀몰할 꾀로 토끼를 사로 잡아 오는것이 여반장(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운일) 일것이다 " 모두 처다 보니 수십년 묶은 자라로 별호(별명)는 별주부 인지라 문어는 자라의 말을 듣고 분기충천(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 모양) 해 두 눈을 부릅뜨고 다리를 엉버티고 검 붉은 대가리를 설설 흔들면서 벼락 같이 소리를 질러 꾸짖었다 " 요망한 별주부야 ! 내 말을 잠깐 들어 보아라 포대기에 쌓인 어린 아이가 감히 어른을 능멸 하다니 ,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는 격 이로구나 네 죄를 의논하고 보면 태산이 오히려 가볍고 하해(큰 강과 바다)는 진실로 알을 지라, 또 내 모양을 볼것 같으면 괴괴 망측 가소롭다 사면이 넓적해 나무 접시 모양 이라 , 저토록 작은 속에 무슨 지략 들었으랴 ! ? 세상 사람들이 너를 보면 두손 으로 움켜다가 끓는 물에 솟구처 끓여내니 자라탕이 별미로다 세가자제(권세 있는 집안의 자식)들이 줄기나니 내 무슨 수로 살아올꼬 ? " 자라가 반박 한다 " 너는 우물안 개구리 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구나 , 자서의 겸인지용(혼자서 몇 사람을 당해낼 슬기와 용기) 도 劍光에 죽었고 초패왕 의 기개세(세싱을 덮을 만한 기세)도 해하성 에서 패 했으니 우직한 네 용맹이 내 지혜를 당할 소냐 ? 나의 재주를 들어보라 만경 창파 같은 물에 청천에 구름 뜨듯 광풍에 낙엽 날리듯 기엄둥실( 물에서 헤엄치듯 떠있는 모양) 떠올라서 사족을 바투끼고 긴 목을 뒤움치고 넓죽히 업디면 둥글 둥글 수박 같고 편편 납작 솥뚜껑인지라, 나무 배는 초동 이며 고기 잡는 어부 들이 무엇인지 몰라 보니 장구하기 태산 이오 편안하기 반석 이라 남 모르게 변화무궁 육지에 당도해 토끼와 마주 치면 잡을 묘계 신통하다 광무군 이좌거의 초패왕을 유인 하던 수단으로 간사한 저 토끼를 잡아올 이 나 뿐이다 네 어이 나의 지모묘락(슬기로운 꾀와 묘책)을 따를 소냐 ? " 문어가 자라의 말을 들어 보니 언즉시야(옳은말)라 하릴 없이 뒤퉁수를 툭툭 치며 흔들 흔들 물러났다 용왕은 별 주부의 손을 잡고 술을 부어 권했다 " 경의 지모와 언변은 진실로 놀랍도다, 경은 충성을 다해 공을 이루어 쉬이 돌아 오면 부귀 영화를 대대로 유전 하리라 " 자라가 다시 아뢰었다 소신은 용궁에 있사옵고 토끼는 산중에 있사오니 그 형상을 알길이 없사옵니다 바라옵건데 성상은 화공(화가)을 불러 토끼의 형상을 그려 주옵소서 " 용왕은 도하서에 명령해 토끼 화상을 그리라 했다 화공들이 둘러 앉아 토끼 화상을 그리는데 각기 한 가지씩 맡아 그리되 천하 명산 승지(이름난 산과 경승지) 에서 경치 보던 눈, 두견과 앵무새 지저귈때 소리 듣던 귀, 동지섣달 설한풍에 방풍 하던 털, 만학천봉(많은 골짜기와 봉우리) 구름 속에서 펄펄 뛰던 발, 두 눈은 도리 도리, 앞 다리는 짤록, 뒷 다리는 길쭉, 두 귀는 쫑끗해 완연한 토끼 모양 인지라 왕이 보고 크게 기뻐하며 모든 화공 들에게 긱기 천금씩 하사 하고 그 화본을 자라에게 건네 주었다 " 어서 토끼가 있는 곳으로 길을 떠나거라 " 자라가 재배 하고 토끼 그림을 갖고 이리 접고 저리 접어 자라 등에다 지려하니 수침(물에 잠김) 될것 이라 생각한 모양인지 한참을 생각 하는듯 하다가 움친 목을 길게 늘려 한편에 집어 넣고 도로 움추리니 염려 없는 지라 용왕이 신기하게 여기고 친히 잔을 들어 권하며 말했다 " 경이 큰 공을 이루어 쉬이 돌아 오면 부귀를 한가지로 하리라 " 즉시 호혜청에 전교해 전곡( 돈과 곡식)의 다소를 생각하지 않고 별주부 애개 시송(임금이 신하에게 물건을 내림) 했다 별주부는 천은에 감읍해 사은숙배(감사한 마음으로 절함) 하고 만조백관과 이별한 후에 집에 돌아와 처자와 이별 할때 아내가 당부 했다 " 인간 세상은 위험한 곳이니 부디 조심해 큰 공을 세워 쉬이 돌아 오시기를 축수( 두손모아 기도) 하옵니다 " 자라가 대답 했다 " 수요장단(생명의 길고 짧음0 이 하늘에 달렸으니 무슨 염려를 해야겠소 돌아올 동안 부모니과 어린 자식들을 잘 보호 하도록 하시오 " 그리고 행장을 수습해 소상강 으로 들어가니 방출화류 ( 꽃과 버들이 피어남) 좋은 시절 이라, 초목군생(모든생물)이 다 스스로 줄거움을 가졌고 꽃이 화려하게 피어 두견화는 향기를 띠고 얼숭 얼숭 호랑 나비는 춘흥을 못 이겨 이리 저리 흩날린다 청청한 수양 늘어진 시냇가에 날아드는 황금 같은 꾀꼬리는 벗 부르는 소리로 수십춘광(봄의 90일동안)을 희롱하고 꽃 사이에 잠든 학은 자취 소리에 자주 날고 가지 위의 두견새 는 불여귀를 화답하니 별유천지비인간(이상향,최고의 장소)이다 소상강 기러기는 가노라고 하직하고 강남서 나오는 제비는 왔노라고 현신(나타남) 하고 조팝나무에 비쭉새 울고 함박꽃에 뒤웅벌 이다 방울새 떨렁, 물때새 찍걱, 접동새 접동, 뻐국새 뻐국, 까마귀 까악. 비들기 구구 슬피 우니 어찌 아니 겅(景)일 쏘냐 ? 천산과 만산에 홍장(붉게 피어 았는 꽃) 찬란하고 앞 시내와 뒷 시내에 흰깁(거칠게 짠 비단) 을 편듯 푸른 대나무와 소나무는 천고의 절개요 복숭아 꽃과 살구꽃은 순식간의 봄 이라 기괴한 바윗돌은 좌우에 층층한데 절벽 사이 폭포수는 이 골짝 물 저 골짝 물 한데 합수하여 와당탕 퉁텅 흘러 가는 저 경개 무진 좋을시고 산천 경개 구경 다하고 나무 수풀 사이로 들어가 사면으로 토끼 자취 살피니 각색 짐승이 내려왔다 발발 떠는 다람쥐며 노루, 사슴, 이리, 승냥이,곰, 도야지, 너구리, 고슴도치, 사자, 원숭이, 범, 코끼리 , 여우, 담비, 성성 이라 자라는 토끼의 자취가 안 보여 움추린 목을 길게 빼늘여 이리 저리 휘들러 살펴 보았다 자라의 뒤로 한 짐승이 오는데 그림과 비슷 했다 그 짐승 보고 그림 보니 영락 없는 토끼 였다 자라 혼자 기뻐 하여 진가(진짜와 가짜)를 알려 할때 저 짐승 거동 보소 풀도 뜯고 싸리 순도 뜯고 층암 절벽 사이로 이리 저리 뛰어 뺑뺑 돌며 깡층 낑충 뛰 놀고 있었다 자라는 음성을 높여 점잖게 불렀다
" 고봉준령(높이 솟은 산 봉우리와 험준한 산 마루)에 산수도 좋다 그대는 토선생 아닌가 ? 나는 본시 수중호걸 인데 양계(육지 와 수중 세계) 에 사는 좋은 벗을 널리 구하는 중 이오 오늘에야 산중 호걸을 만나 기쁜 마음으로 청하노니 선생은 부디 허락해 주시오 " 토끼는 자신을 대접해 청함을 듣고 점잖은 체하며 댜답했다 " 거, 뉘 라서 날 찿는고 , 산이 높고 골이 깊은 이 강산은 경개가 좋은데 찿는 이 뉘신고 ? 수양산에 백이 숙제가 고사리를 캐자고 나를 찿는가 소부 허유가 영천수 에서 귀 씻자고 날 찿는가 부춘산 임자룡 이 밭 갈자고 날 찿는가 면 산에서 불탄 잔디 개자추(면 산에서 숨은 개자추를 찿기 위해 불까지 놓았으나 나티니지 않고 죽음을 택함)가 날 찿는가 한 천자의 스승, 장량(힌신과 함께 한나라를 세운 인물)이 퉁소 불자고 날 찿는가 상산사호(진시황때 상산에 숨어 살던 네명의 신선) 벗님네가 바둑 두자고 날 찿는가 굴원(간언이 받아 들이지 않자 투신 자살한 초나라 의인) 이 물에 빠져 살려 달라 날 찿는가 시중 천자 이태백이 글 짖자고 날 찿는가 주덕송,유영(진나라 시인 이자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 술 먹자고 날 찿는가 석가여래 아미타불 설법 하자고 날 찿는가 안기생, 적송자가 약초 캐자고 날 찿는가 한 종실, 유황숙 (유비)이 모사 없어 날 찿는가 적벽강 소동파(적벽부를 지은 당송 팔대가 중 한사람) 가 뱃 놀이 하자고 날 찿는가 취웅정 구양수가 잔치 하자고 날 찿는가 " 토끼는 두 귀를 쫑 그리고 사족을 부지런히 놀려서 옆으로 와 자리를 살펴 보고 있었다 둥글 넓적, 거뭇 편편 하거늘 괴이하게 여겨 주저할 즈음에 자라가 가까이 오라고 불렀다 서로 절하고 마주 앉자 자라가 먼저 말을 꺼냈다 " 토공의 성화(세상에 드러난 명성) 는 들은지 오래된 지라 평생에 한번 보기를 원 했더니 오늘에야 호걸과 상봉을 하였소 " 토끼가 대답하였다 " 세상에 태어나서 사해를 널리 돌아 다니며 인물 구경도 많이 햤는데 그대 같은 박색은 처음 이로다 담 구멍을 뚫다가 정강이 뼈가 빠졌는가 발은 왜 그리 뭉툭하며, 양반보고 욕 하다가 상투를 잡혔는가 목은 왜 그리 기다란가 색주가(여인이 술과 몸을 파는곳) 다니다가 한량패에 밟혔는가 등은 왜 그리 넓적 하오 사면으로 돌아보니 나무 접시 모양 이로다 농담 이니 노여워 하지는 마시오 " 자라는 토끼의 말을 듣고 불쾌 했지만 참고 말 하였다 " 내 성은 별이요 호는 주부 입니다 등이 넓은 것은 물에 다녀도 가라 않지 않게 하기 위함이고 발이 짧은 것은 욱지에 다녀도 넘어 지지 않게 하기 위함 이고 목이 긴것은 먼 곳을 샇펴 보기 위함 이고 몸이 둥근 것은 행세를 둥글게 하기 위함 이요 그래서 수중의 엉웅 이오 수족(수중 종족) 의 어른 으로 세상에 문무 겸전(문,무를 다 갖춘) 은 나뿐 인가 하노라 "
토끼가 말했다 " 내가 세상에 나서 만고풍상(오랜 고생) 다 겪었는데 그대 같은 호걸은 처음본다 " 자라가 물었다 " 그대 연세가 어떻게 되기에 그다지 경력이 많다 하는고 ? " 토끼가 대답했다 "내 나이로 말 하자면 육십 갑자를 몇번 이나 지냈는 지도 모를 터이오 소년 시절에 월궁의 계수나무 밑에서 약 방아 찧다가 유궁후예(중국 하나라 임금) 의 부인이 불로초를 얻으러 왔가에 내가 얻어주었으나 삼천갑자 동방삭(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처 먹고 장수한 사람) 은 내게 시생(어른 앞에서 자기를 낮추어 부루는 말)이요, 팽조(칠백 여년을 살았다는 요나라 사람)의 나이는 내게 비하면 구상유취(입에 서 젖 냄세가 나는 어린 아이) 요 종과 상전 이라 이러한즉 내가 그대 에게 몇십 갑절 존장(어른)이 아니겠는가 ? " 자라가 이에 대답한다 " 자칭 천자라고 하는것과 다름이 없구나 내가 한일을 대강 말 할터이니 들어 보라' 반고씨(중국 신화 에서 세상을 처음 만든이) 생신 날에 해산 미역을 진상하고 천황씨(중국 태고적 인물)등극 하실때 술 안주 어물 진상 하고 지황씨(상고 시대의 제왕)의 화덕왕(불을 다스리는 신) 과 인황씨 (태고적 삼황의 한분) 의 구주(중국의 행정 구역)를 마련하던 그 사적을 어제 까지 가억 하고 있도다 수인씨( 태고때 삼황의 한분)의 불을 내어 음식 익혀 먹는 일을 나와 함께 했고 복희씨의 팔괴로 용마 하도수(오행상생의 원리) 를 나와 함께 풀어 냈고 신농씨 와 쟁기를 만들어 내고 온갖 풀을 맛 보아서 묘약을 만들어 낼제 내가 참견 했고 탁록(북경 일대) 들에서 치우가 싸울적에 돌기를 내가 천거 해 치우를 잡게 했고 요 임금의 강구요(요 임금때 태평성대를 노래했던 동요)와 순 임금의 남풍가(순 임금이 오현금을 만들아 지은 노래)는 어제 들은듯 줄거워라 우 임금이 9년 홍수 다스릴 적에 그 공덕을 내가 도왔고 탕 임금이 상림 들판에서 비를 내려 달라고 빌던 일이며 주나라 문왕, 무왕과 주공의 찬란 하던 예약 문물이 다 눈에 역력 하도다 이로 헤아려 보면 나는 그대에게 몇백 갑절 왕 존장이 아니 신가 ? 그나 저나 세상 살아가는 재미나 서로 이야기 해 보세 " 토끼가 말했다 " 인간 재미를 말해 주면 오줌을 졸졸 쌀것 이고 그렇게 되면 둥글 넓적한 몸이 오줌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니 그 아니 불상 한가 ? " " 어찌 됐건 대강 말해 보게 " " 심산 풍경 좋은 곳에 산봉우리는 칼날 같이 하늘에 꽃혔는데 배산임류해 앞에는 봄 물이 온갖 연못에 가득 차고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에 많이도 걸렸구나 명당에 터를 닦아 초당 한칸 지어 내니 반칸은 청풍 이요 반칸은 명월 이라 흙 섬돌에 대사리 짝이 정쇄(매우 맑고 깨끗함) 하기 이를데 없도다 학은 울고 봉은 나는도다 뒷 산에서 약을 캐고 앞 내에서 고기 낚아 입에- 맞고 배 부르니 어찌 줄겁지 아니 한가 ? 청천에 밝은 달은 밝게 비춰서 빛나고 만학 천봉에 문이 홀로 닫혀있도다 한가한 구름은 그림자를 희롱하니 별유천지 비인간 이라 몸이 구름과 같아 종적을 알 길이 없으니 세상 시비 없도다 녹수 청산 깊은 곳에 만화 방초 우거지고, 난봉과 공작새의 서로 부르는 소리 아봉, 저봉 풍악 이라 앵무새와 두견새 꾀꼬리 소리 이골 저골 울리도다 석양에 취한 흥을 반쯤 띠고 강산 풍경을 구경하며 곤륜산 상상봉에 흰 구름을 쓸어 치고 지세 굽어보니 태산은 청룡 이요 화산은 백호요 상산은 현무요 형산은 주작 이라 적벽강의 무한한 경개를 풍월로 수작하고 아미산의 반달 빛은 취중에 희롱하며 삼신산에 불로초도 뜯어먹고 동정호 에서 목욕도 하다가 산 속으로 돌아드니 층암은 집이되고 낙화는 자리 삼아 한가히 누웠으니 수풀 사이 맑은 달은 은근한 친구 같도다 소나무에 스치는 바람 소리가 은은 하거늘 돌배개에 높이 누워 취흥에 잠이 드니 어디선가 들리는 학의 소리가 잠든 나를 깨우는 구나 이윽고 일어나 한산 석경( 돌이 많은 좁은 길) 빗긴 길에 청려장(명아주대로 만든 지팡이) 짚고 배회 하니 흰 구름은 천리 만리 덮여있고 밝은 달은 앞 시내와 뒷 시내에 얹혔구나 금릉의 삼산은 푸른 하늘에 반 토막 고개를 내 밀고 진회의 강물은 백로주 끼고 갈라져 흐르도다 도도한 내 몸 산수 사이에 누우니 무한한 경계는 정승 자리를 준다고 해도 안 바꿀 터라 이화, 도화 만발하고 푸른 버들 가지 휘어지니 동서남북 미색들이 시냇가에 늘어 앉아 섬섬 옥수를 넌짓 들어 한가로이 빨래할 적에 물 한 줌을 덤벅 쥐어다가 연적 같은 젖퉁이를 슬근슬쩍 씻는 모습은 요지연(곤륜산 연못에서 벌어진 잔치)을 방불한다 오월 이라 단오일에 녹음 방초 우거지고 녹의 홍상(곱게 차려 입은 젊은 여인의 옷맵시) 미인들이 버들 가지 그네 베고 짝지어 추천하는 모양은 광한루 경개가 완연하다 풍류호걸 이 몸이 절대 가인 구경 하니 아마도 세상 재미 아는 자는 나뿐 인가 하노라 " 그러자 자라가 웃으며 말했다 " 하하, 가소롭다, 우리 수궁 이야기를 좀 즐어 보소! 오색 구름 같은 것에 진주궁과 자개 대궐 반공(높지 않은 공중)에 솟았는데 일월이 명랑 하다 이 가운데 날마다 잔치요 잔치마다 풍류로다 연꽃같은 용녀(용궁의 선녀)들은 쌍쌍이 춤을 추며 천일주와 포도주며 금강초 불사약을 유리병과 호박 잔에 신선하게 담아 대모소반(거북의 등껍대기로 만든 작은 상)받처다가 늘어 놓고 ' 잡수세요 ' 권할적에 심정이 황홀하니 흰 이슬은 강 위에 비켜 있고 물 밫은 하늘을 접했도다 한들 한들 돛대는 만경 창파를 없신 여기듯 떨어진 노을은 외따오기 같이 날고 가을 물은 높은 하늘과 같은 빛일세 평평한 모래에 기러기는 떨어지고 흰 갈메기 잠들 때라 지극히 슬픈 퉁소를 불어 어부사(초 나라 굴원이 지은 글) 로 화답하니 깊은 구렁에 숨은 교룡을 춤추게 하고 외로운 배에 있는 과부를 울리누나 달은 밝고 별은 드문 드문 한데 까막 까치는 남쪽 으로 날아가네 내 말은 다 정말 이거니와 그대 하는 말은 백 가지중 한 가지도 취할것이 없도다 흉한말 감추고 좋은 말만 자랑 하는 것을 내 어찌 모르리오 그대 신세 생각하니 여덟가지 어려움을 면 하기 어렵도다 두 귀를 기우리고 자세히 들어 보라 동지 섣달 엄동에 백설이 흩날리고 층암절벽 빙판되고 만학천봉 막혔으니 어디 가서 발 붙일까 ? 이것이 첫째 어려움 이오 먹을것 전혀 없어 콧구멍을 핧을적에 냉한 땀이 질질 흘러 팔자 타령 절로나니 이것이 둘째 어려움 이오 오뉴월 삼복때 산과 들에 불이 나서 시냇물이 끓을적에 산 에서는 기름내 나고 털 끝마다 누린내라 짧은 혀를 길게 빼고 급한숨을 헐떡일 적에 그 정상이 오죽 할까 이것이 셋째 어려움 이오 춘풍이 산들 불때 풀잎 이나 뜯어 먹으러고 산 으로 들어가니 독수리 두 죽지를 옆에 끼고 살 쏘듯이 달려들 적에 빠르게 바위틈 으로 들어가며 혼비백산 하니 이것이 넷째 어려움 이오 찬방지축 달아나서 조용한 곳을 찿아가니 매 쫏는 사냥꾼이 높은 봉에 우뚝 서서 냄새 잘 맡는 사냥개를 몰며 급히 쫓아올 적에 진땀이 바짝 나니 이것이 다샛째 어려움 이오 죽을뻔한 후에 사냥 포수 일자총(한방에 목표물을 맞히는 총)을 들아 매고 길목에 질러 앉아 탄환 장약에 염통 줄기 겨냥하고 방아쇄를 당길적에 꼬리를 샅에 끼고 간신히 도망처 숨을 곳을 찿아드니 이것이 여섯째 어려움 이오 소리는 우뢰 같고 대가리는 큰산 만 하며 허리는 반달 같고 터럭은 불빛 같구나 칼 같은 꼬리를 이리 저리 두르면서 주홍 같은 입을 열고 써레 같은 이빨 을 딱딱이며 번개 같이 날랜 몸을 동서 남북 편답하니 당당한 산군(호랑이)이라 제 용맹을 버럭 써서 횃불 같은 두 눈깔을 번개 같이 휘두르며 톱날 같은 앞 발을 떡 벌린채 숨을 한번 씩 쉬면 수목이 왔다 갔다 하고 소리 한번 어흥 하고 지르면 정신이 아득하니 이것이 일곱번째 어려움 이라 죽음을 면한후 광야로 달려드니 나무베는 목동과 소 먹이는 아이들이 창검과 몽둥이를 들고 달려 들어 치려 할때 지향 없이 도망 하니 이것이 여덟번째 어려움 이라 이렇듯 곤궁할 적에 무슨 경황에 삼신산에 가 불로초를 먹으며 동정호에 가서 목욕을 할꼬 ! ? 그 대는 다 영웅 이라 이르니 어찌 아니 가소로운가 하지만 실 없는 농담 이니 너무 노여워 하지는 마오 " 이에 토끼는 민망하여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