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켰더니 어느 유튜브 방송에서 우산을 쓴 무리들이 줄이어 가는 장면이 보였다.
뭔일인가 하고 자세히 보았더니 지난달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닷새 만에 발견된 의대생 사망사건 수사 철저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있었고, 경찰이 그들의 해산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일부 충돌이 빚어졌다고 하였다.
이에 화가난 참가자 일부가 항의하기 위하여 관할 서초경찰서 앞으로 이동해 가는 장면이었다.
나는 신문에서 사건 제목만 읽었고,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는데, 그동안 계속해서 기사화 된걸 생각하니 뭔가 석연찮은 문제는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유튜브를 돌려보니 사건현장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고,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오가며 기웃거린다.
빗속 우산를 쓰고 가는 사람들은 주로 50대가 주축인 여성들인데, 자식 같은 젊은 이의 죽음이 석연찮고, 그 수사과정이 미온적인데 따른 불신이 생겨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들은 1인 시위의 개념과 거리두기를 지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고, 경찰 책임자의 설명을 듣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의하면,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威力) 또는 기세(氣勢)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制壓)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집시법은 '집회․시위는 목적, 일시, 장소, 참가자 등을 경찰서장에게 사전 신고해야 하며, 법원, 국회의사당, 대통령 관저와 군사시설 주변 등지에서 시위하는 것을 금지 또는 제한하며, 교통 불편과 소음발생을 막기 위해 조건을 붙이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회든 시위든 다수인, 즉 2명 이상이 있어야 성립한다. 따라서 1인 시위는 집시법 위반이 아니다.
'1인 시위는 이러한 집시법의 규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도된 시위로 1인이 피켓이나 현수막 어깨띠 등을 두르고 혼자 하는 나홀로 시위'를 말한다.
1인 시위는 집시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시위를 할 수 있으며 별도의 허가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1인 시위는 피켓에 적힌 문구나 시위방식으로 인해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사건장소 한강 시민공원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빗속 1시간 정도를 걸어 서초경찰서 근처에 도착하였으나, 지원받은 듯한 경찰병력이 인도를 가로막고 있었다.
화가난 사람들은 도로를 건너 다른 방향으로의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방어막을 뚫을 수는 없었다.
A4 한장 정도의 작은 피켓을 든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은 우산만 든 여성들이었다.
다리가 아픈지 길바닥에 주저 앉기도 하였다. 그들은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는 경찰서장의 다짐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책임자는 보이지 않았고, 얼마후 질서를 유지시키던 경찰측에서 불법시위에 의한 위법과 코로나 사태에 대한 위험이 뒤따른다는 내용으로 해산을 요구하며, 카메라로 시위자들의 모습을 채증했다.
화가난 일부 여성들은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일부러 내보이며, 주동자가 없는 1인 시위이고, 거리두기를 하는데 무슨 소리냐며, "잡아 갈테면 잡아가라." "우리가 경찰보다 수준이 높다."라고 항의했다.
참으로 경찰도 곤혹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지인들도 경찰이 있었고, 업무상 그들과의 접촉도 많았었는데, 솔직히 경찰인들 언제 그들이 제대로 자유로울 때가 많았겠나?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비가 계속되니 시위는 잦아지는 분위기가 느껴졌고, 나는 휴대폰을 껐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불신의 사회가 되고 말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도 사회 일각에서 여전히 요구하는 공정과 정의는 수십년전에 부르짖던 그 목소리와 무엇이 다를까?
우리가 참여하고 경험했던 부마사태, 5.18만 숭고하고, 작금의 민의의 목소리는 하찮게 여겨도 좋다는 판단이 있을까?
그때는 잡히지 않으려고 저항하고 도망을 쳤는데, 나는 잡아 갈테면 잡아가라. 우리가 경찰보다 수준이 높다라고 거침없이 주장하던 50대 여성, 마치 서부영화처럼 등을 보이지 않던 당당한 모습을 떠올리니, 정말 공권력 행사도 힘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위주체 없이 자식의 죽음처럼 생각되어 1인 시위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까?
누군가는 말을 먼저 꺼내었음직 하지만, 그것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어렵다면 공허할 뿐이다.
경찰의 수준이나 위상도 높아졌다. 예전 그 느낌의 그들이 아니다. 슬기롭게 대처하며 개인적 영달보다는, 집단의 명예를 더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그저 예전 관행처럼 얼굴 사진찍어 증거삼아 연행하고, 무더기로 조서 작성하여 기소해 버리는 것, 그렇다면 이 개방된 사회에서 결국 '경찰이 일반 시민들보다 수준이 낮다'는 곤혹스런 말이 더 강하게 회자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것들은 우리사회의 원망과 불신으로 남아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켜 모두의 삶을 궁핍하게 만들게 될 것이 자명하다.
어느 집단이든 자신들만이 옳고 선택된 것이라는 생각은 철저한 오만이고 착각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 듯, 세상 일이란 돌고 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