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시각장애인 온라인 쇼핑 돕는 서울대 학생 소셜벤처 ‘시공간’
- “온라인 쇼핑몰이 모두에게 편리한 공간이 되는 그날까지…”
온라인 쇼핑은 시대의 흐름이다. 스마트폰을 이용, 쇼핑몰에서 상품을 골라 결제하면 내 집 문 앞까지 배송된다. 시각장애인에게 온라인 쇼핑은 어떠할까? 온라인 쇼핑은 결코 쉽고 간편하지 않다. 수많은 상품이 검색되지만, 불명료한 설명을 늘어놓았거나 간단한 이미지만 제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상품이 맞는지, 혹 잘못 주문하면 반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이런 장벽을 해소하고자 서울대학교 재학생 창업 소셜벤처 ‘시공간’은 시각장애인의 온라인 쇼핑을 돕는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픽포미’를 출시했다.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오주상 씨에게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Q. 반갑습니다. 우선 시공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시공간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7명의 인원이 함께하고 있는데, 홍보와 기획 등 자신 있거나 관심 있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시공간의 주력 상품은 시각장애인의 온라인 쇼핑을 지원하는 도우미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픽포미입니다. 이것으로 지난해 제2회 전국 장애‧비장애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인 예비창업패키지 소셜벤처 트랙에도 선정되어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대학교 캠퍼스타운 입주공모전 입상으로 사무 공간을 마련해 더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Q. 장애인에게 시선을 돌린 계기가 있을까요.
A. 대학교 1학년 때 총학생회의 인권안전국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영향을 주었어요. 당시 장애인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교내 불편 사항이나 일상에 어려운 점 등을 접했고, 장애인 접근성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장애인 접근성, 배리어프리의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그뿐, 문제 의식을 갖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이 겪은 일, 내 친구의 어려움이 되니, 좀 더 의욕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책임과 비즈니스․경영을 추구하는 글로벌 대학 연합 단체 인액터스 활동을 하면서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게 되었지요. 이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제고’를 미션으로 활동하는 시공간이 탄생했습니다.
Q. 온라인 쇼핑 접근성을 해결 과제로 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A. ‘2022 장애인 소비자 모바일 거래 실태조사’의 통계를 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92.2%가 인터넷 쇼핑 과정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고, 대부분의 상품 정보가 이미지로 되어 있어 주체적인 선택이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해 교내 시각장애 학생들과 장애인복지관 등을 통해 의견을 들었는데 그곳에서 “결제나 회원 가입은 요령을 익히면 어느 정도 익숙하게 할 수 있으나 구입 과정은 그렇지 않다. 이미지나 간략 설명 등 저마다 제공되는 정보 형태가 달라 상품을 고르는 게 매번 힘들다”고 말해주었어요. 이후 AI와 매니저(사람)가 이용자의 상황과 선호, 여건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 아이디어가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픽포미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Q.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픽포미(Pick for Me)’라는 이름처럼 시각장애 이용자를 위해 상품을 고르는 서비스입니다. 픽포미에서는 이용자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상품을 권해주는 추천 서비스와 이미지나 약식으로 제공된 상품 정보를 상세히 알려주는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는 AI 포미와의 채팅을 통한 방식과 픽포미 매니저에게 의뢰하는 방식으로 나뉘어요. AI 추천 및 분석은 무료 서비스이지만, 매니저 추천‧분석이 이뤄질 시에는 앱 내 사이버 재화인 ‘픽’ 1개를 사용해야 합니다. 회원 가입 혜택으로 3픽은 무료 제공되고, 픽을 전부 사용했을 때는 1픽당 550원으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구독형(멤버십)으로 결제 시에는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픽을 충전할 수 있어요. 현재 픽포미 이용자 수는 70명 전후이고, 한 달 평균 20~30건 정도 의뢰가 들어옵니다.
Q. 매니저와 AI 서비스, 둘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A. 매니저 추천의 장점은 높은 퀄리티입니다. 의뢰 시 1:1 채팅이 개설되고, 이용자가 신청한 의뢰 조건에 맞춰 매니저가 탐색해 3가지 상품을 추천합니다. 의뢰 신청 후 2시간 이내로 관련 리포트를 받을 수 있어요. 상품의 외관 및 색상, 재질, 리뷰 등의 정보와 함께 추천 이유, 상품 링크도 첨부하기에 추천 상품이 마음에 들 경우 조금 더 손쉽게 구매할 수 있죠. AI 포미는 정확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빠르고 넓게 상품을 탐색할 때 유용합니다. 기본 제공 서비스이기에 픽은 필요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서 원하는 상품으로의 탐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한 탐색을 원하시는 분께 적절합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A.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분의 의뢰와 질문이 다 소중합니다. 시각장애인의 온라인 쇼핑을 돕는 서비스라고 하니, 접수되는 상품 의뢰가 장애인 보조기기 같은 좀 특별한 제품이 아닐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추천 의뢰를 보면, 무선 키보드나 피로 회복을 위한 비타민, 여성용 겨울 스마트폰 장갑 등 전자제품이나 식품‧의류와 같은 다양하고 일상적인 물건이 주를 이뤄요. 매니저 추천의 경우에는 색상, 크기, 가격대 등 이용자가 제시한 조건과 시각장애 특성을 고려해 상품을 선별합니다. 간혹 선별이 쉽지 않은 사례가 있곤 해요. 몇 달 전 시각장애인 이용자분이 가습기를 의뢰했는데, 터치 방식은 불편하다는 조건이 있어 버튼식 혹은 리모콘으로 작동하는 종류를 찾아야 했어요. 그러나 요즘 최신품은 터치 방식이 많아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보통보다 시간이 더 소요된 건 물론, 만약 상품을 못 찾으면 어쩌나 걱정했었지요. 여러 번의 고민 끝에 최적의 상품을 골라 알려드리면 “조건이 많아 힘들었을 텐데 딱 맞는 상품 찾아줘서 고맙습니다” 등의 인사를 받아요. 그때 보람과 의욕을 느낍니다.
Q.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 혹은 신경 쓴 점은 무엇이었나요.
A. 개발 초기부터 시각장애인 이용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강북시각장애인쉼터 등과 협업해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시현회를 개최했어요. 그때마다 시각장애인 테스터들이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모습을 관찰했고 “화면 및 메뉴 구성은 간단한 게 좋다”, “사용 설명서는 금방 찾을 수 있게 홈 화면에 있으면 좋겠다” 등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필요한 내용을 쉽게 발견하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령 상품 사이즈를 설명할 때 대부분 센티미터, 미터 등의 단위로 표현하지만, 일부는 ‘점자정보단말기를 수납할 수 있을 정도의 가방’처럼 주변 물건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해요. 그 경우 저희가 점자정보단말기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어야 상품 선별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제품 개발 및 서비스의 출발점은 그것을 이용하는 대상의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소통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Q. 픽포미 업그래이드 계획과 시공간의 비전을 들려주세요.
A. 지금은 추천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조만간 기본적인 상품 검색 기능과 AI 상품 정보 요약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검색 기능의 접근성을 높여 온라인 쇼핑 시에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직접 조건을 설정해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도록 만들 겁니다. 또 AI가 자동으로 상품의 이미지, 상세 정보, 리뷰 등을 요약해 줄 수 있게 업그레이드할 거예요. 아울러 온라인 쇼핑 결제에 불편을 겪는 시각장애인분들을 위해 구매 대행 서비스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시공간의 시는 ‘보다 시’의 한자어입니다. 우리가 보는 공간, 세상을 모두와 공유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지요. 그 이름처럼 온라인 쇼핑의 진입 장벽을 낮춰 온라인 쇼핑 공간에서 장애‧비장애 유무에 얽매이지 않고 모두가 동등한 편리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혜령 기자
* 본 원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고, 사회적기업 도서출판 점자가 제작하는 월간 소식지 <손끝으로 읽는 국정> 3월 제197호에 쓸 기사를 작성한 초안입니다.
초안이기에 실제 월간지에 실린 내용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