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끝자락쯤에 마을 아우의 도움을 받아서 버섯목으로 사용할 참나무를 베어다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내놓았다. 얼마뒤 초봄에 역시 마을 아우의 도움으로 버섯목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다음 읍내 종묘상에서 조금 사다놓은 표고버섯 종균을 넣었다. 그때부터 지금껏 카페 뒷쪽 단풍나무와 낙엽송 숲, 비가 오면 물길이 지나고 늘 나뭇그늘 지는 곳에다 눕혀놓았다. 이제 머잖아 선선한 가을이 시작될 것 같아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우선 버섯목을 비스듬히 세워놓을 수 있게 지탱하는 버팀목을 만들어야 하는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온갖 궁리끝에 예전에 쓰던 파라솔 받침대를 놓아둔 것이 생각나 가져다 나뭇그늘에 말뚝처럼 세워서 박았다. 그리고 지난해 잘라놓았던 기다란 나뭇가지 두 개를 이용하여 가로대를 만들었다. 피복을 입힌 전선으로 말뚝처럼 밖아놓은 세로대에 칭칭 묶어 고정을 시켜 놓았더니 그럴듯한 버팀목인 거치대가 만들어졌다. 비록 버섯을 전문적으로 기르고 있는 곳에 가본적은 없지만 대충 어떤 형태로 만들어 세우면 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벌써 두세번 버섯목을 준비해봤었고 지금은 바로 아래쪽에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 인접한 데크옆에 버섯목을 세워놓고 표고버섯을 기른다.
지금껏 표고버섯을 따는 데크옆 버섯목은 4년전에 준비한 것이라서 아마 올가을이 지나면 수명을 다할 것 같다. 버섯이 나오는 것이 서로 겹치게 버섯목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대규모로 버섯을 기를 형편은 못된다. 그저 우리가 자급자족을 할 만큼만 기른다. 이제부터는 해마다 조금씩 버섯목을 준비하여 세워 놓을 수 있는 적당한 위치를 잡아 표고버섯을 길러볼 생각이다. 버섯목을 준비하는 것 외는 크게 힘드는 것이 없으니까 길러서 우리도 먹고 또 아우들에게도 나눔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고버섯은 건강에 좋은 영양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아주 좋은 식재료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우리는 봄, 가을에 조금씩 따는 표고버섯을 생으로 조리를 하여 먹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을 햇볕에 말려 건표고버섯을 만들어 보관하여 연중 먹는다. 햇볕에 말린 건표고버섯에는 비타민 D와 같은 좋은 영양성분이 농축되어 있다고 한다. 생표고버섯보다 더 깊은 향과 맛을 내는 건표고버섯은 그 자체로도 요리를 해서 먹어도 좋지만 다른 식재료와 아주 잘 어우러져서 음식의 맛을 감칠맛 나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표고버섯으로 만드는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잡채와 버섯전은 아내가 좋아하여 즐겨 만들어 먹곤 한다. 뿐만아니라 각종 찌개에도 건표고버섯을 물에 불려 넣어 먹는다. 식감이 고기보다 더 좋다고 하면서... 이렇게 우리는 산골살이를 하면서 남다른 체험이라고 할 수 있는 표고버섯을 길러서 먹는다. 우리가 표고버섯 재배를 하리라고는 예전엔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산골살이의 흐뭇한 보람이다.
첫댓글 늘 새로운 것을 만드시고
새로운 준비를 하시는 촌부님 존경합니다.
수확하는 모습과 새로운 버섯농사를 위한
준비에 경이로움으로 지켜봅니다. 늘 건승하세요~~
뭐든 할 수가 있는 것은 다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산골살이를 하며 가능한 자급자족을 위한 것은 이것저것 해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스케줄이
보는 우리를 스릴 넘치게 합니다~ㅎ
버섯 자라는 모습 기대가 되요
파이팅 하세요
근정님!
산골살이는 늘 그렇습니다.
일을 만들기도 하지만 보이는 것이 일이라서... 버섯 나오면 또 포스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