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6일, 금
오전 5:28, 산장여관의 창문으로 통해 붉은 해무리가 보인다.
30여년 아니 40여년 전인가 높은 산 위에 있던 어느 절에서 아침을 맞이한 적이 있고..
고딩시절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 새벽에 석굴암이 있는 산을 올라 해돋이를 본 것 같은데..
산에서 해돋이를 본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해뜨는 쪽을 바라보니.. 깜깜하게 보인다]
뉴욕에 온 이후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는 가끔 보지만 산에서 본 적이 없다.
산과 바다나 뭐 별로 차이가 없겠지 하면서도 과연 그럴까?.. 하면서 동쪽을 쳐다본다.
그런데 해가 돋는 방향이 여관 왼쪽으로 치우쳐 잘 보이지 않는다.
[구름 속 달도 보이지만..]
이게 아닌데..
[커피를 들며 해돋이를 보겠다는 야무진 환상이 깨졌다]
[해무리만 있을 뿐 정작 있어야할 해는 보이지 않는다]
이게 전부일까?..
하는 실망이 붉게 떠오른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결국 충분히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해돋이를 제대로 보질 못했다.
이번 여행 목적의 50%를 놓친 허전함.
[해돋이.. Table Rock, CN / 구글에서 펌]
여관을 떠나기 전 프론트에서 물어보니 해돋이는 이곳이 아닌 Table Rock Mountain 으로
여기서 15분 정도 드라이브해 가야 한단다.
오~ 마이 붓다!
추측은 금물
정확한 정보, 또 정보!..
짝에게 폭망은 어제였는데
나에게 폭망은 오늘 아침이었다
[산장여관에서 본 일출.. 중간에는 구름이 산 골을 넘는 게 보인다]
쓰라린 가슴을 삭히며 여관을 나섰다. 씁쓸한 추억을 담고..
참고로 이곳 산 정상에 있으면서 현대적 시설의 편리를 누리려면 Switzerland Inn 에 머물면 된다.
[선전광고 아님]
[사진은 종종 현실을 은폐한다.. 사진은 웃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가 덧붙어 화가 안 풀린 짝은
그 이후 어느 전망대나 관광지를 만나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보고 싶으면 혼자 봐. 요" 하니
맥이 빠질 수 밖에..
그래서일까?.. 할아버지 산과 이어지듯이 있는 Lin Cove Viaduct 는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Lin Cove Viaduct 휴게실에 모형물.. 모형물 대로라면.. 위에 있는 바위산이 굴러떨어지면?..ㅎㄷㄷ]
[숲이 가리고 있어 바위가 보이지 않는데..]
투벅투벅 걸어 다리 근처로 다가가 사진을 담았지만
산 등성을 감싸면서 놓여있는 콘크리트로 만든 다리로만 보인다.
[린 코브 육교다리가 있는 산에서]
모두가 푸른데 홀로 붉은 옷을 입은 그대여..
어찌 그대는 왕따임을 스스로 나서는가..
[남서쪽 방향.. 심 봤어요?..]
[동남쪽 방향]
[우리가 가려는 북쪽 방향은 구름이 끼어 있다]
찝~ 한 마음을 달래려 호수가 보이길래 차를 세웠다.
Julian Price Memorial Park, 이곳에는 엄청 큰 호수가 있어 보트를 타고 낚시를 즐기고 있다.
보트를 랜트해 주는 곳도 있는데.. 보트를 탈 분위기가 아니니.. 사진만 담았다.
즐길 맘과 여유만 있으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곳.
보트는 랜트도 하지만 본인이 갖고 오는 이가 적지 않다
조금 더 나아가니.. 모세 콘 메모리얼 파크가 보인다.
이곳에는 Flat Top Manor 라 블리는 건물이 있는데.. 애쉬빌에 있는 빌리모아를 염두에 두고 지은 건물이라 한다. 그 건물보다는 산책하기 좋은 길이 있다는 것.
지금 상황으론 그림의 떡이었지만.. 해가 쨍하고 무더워 지금 걷기는 어렵다며 위안했다.
[Moses Cone Manor.. 크기로 보아 빌리모아와는 상대가 아니 되지만.. 산 위에 이런 크기의 집을 지었다는 게..]
애팔레치아 산맥에 자리하고 있는 블루릿지파크웨이는 남쪽이 높고[클링멘스 돔 6643 피트]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낮아진다[3000 피트]
이곳을 떠나 다시 블루릿지 파크웨이를 달리는 데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무서울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침 전망대가 보여 그곳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Blue Ridge Parkway를 달리며 곳곳에 풍광을 구경할 수 있는 파킹장(전먕대)을 만들어 놓았는데..
파킹장이 클수록 볼거리가 많다는 것]
거기에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온 팀이 있었다.
비가 올 때 입는 장비가 물론 있겠지만 비 올 때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것은 왠지 초라하게 보인다.
비가 잦아들자 그 자리를 벗어났다.
비는 멈추었다.. 산에서는 이렇듯이 날씨 변화가 무쌍하다.
얼마를 더 달리는데.. 짝이 "이제 산을 너무 보아 지루하다" 하기에
냉큼 산에서 벗어나는 길로 들어섰다.
[이 전망대를 끝으로 18 여름 블루릿지 파크웨이 달리기를 멈추었다]
그 후 81번 하이웨이를 달리다 또 한차례 엄청난 폭우를 만나 시달리기도 했지만..
별 에피소드없이 호텔에 이르렀다.
짝이 하는 말 "호텔이 이 정도는 되어야^^"
산장여관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만일 산장여관이 어떤지 설명을 조금이나마 들었다면 그토록 실망하지 않았으련만..
몽땅 내 실수로..
다음 날(7.7) 집에 도착하니..
7.2일 부터 7.7일 5박6일
2000 만리(2000 마일^^)
스모키 마운틴과 블루릿지 파크웨이 여행이 끝났다
[산장여관 근처 터널]
여행이 아무리 좋아도
여행만 하면서 살 수 없다.
우리 시간의 대부분은 일상 생활
일상을 좋은 곳 여행하듯 마음을 지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