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오른쪽)가 15일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2007년 7월 성명서를 발표하여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늘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강정마을을 방문하며 다시 한 번 우리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제주의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하는 과정과 절차에서 비민주적이고 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뜻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60여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7년에 걸쳐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무고한 서민 3만여 명의 생명이 무참하게 희생된 4.3사태라는 슬픈 기억과 아픔이 있는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제주가 더 이상 무력으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지역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3만여 명이 피를 흘려 이룩한 평화의 땅 제주를 군사기지로 만드는 일은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로 제주가 평화로운 관광지에서 동북아의 새로운 군사적 긴장의 전초기지로 변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을 단순히 국가 안보상 필요한 국책사업에 대해 비현실적인 평화주의를 내세운다고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남방해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해양패권 다툼을 하는 현실에서 제주에 건설되는 해군기지가 우리나라의 안보에 필요한 역할보다는 중국에 대응하는 미국 함정의 전초기지로 변질되어 군사적 긴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최소한의 안보를 위한 대비는 필요하겠지만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갈등은 군사적 대응이 아니라 평화적인 대화와 상호 협력의 외교적인 방법으로 풀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제주는 유네스코에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 자연유산,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록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아름다운 자연유산입니다. 특히 연산호 군락지, 구럼비 바위 등이 있는 강정마을은 절대보존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한 번 파괴되고 바닷가가 매립되면 다시는 회복될 수 없습니다. 제주는 우리 시대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물려줘야할 소중한 자연 유산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소중하게 여기는 제주가 참된 '세계 평화의 섬'으로서 길이 남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방부, 국회는 해군기지건설 사업을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분께서 수많은 백성 사이의 시비를 가리시고 멀리 떨어진 강한 민족들의 잘잘못을 밝혀 주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미카 4,3). 군비 생산과 경쟁으로 평화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전쟁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보장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허구요 위선입니다. 우리는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상실된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아픈 기억과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께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드립니다.
2011년 9월 15일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