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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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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기다리던 방학이지만 내게는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시기다. 침부터 저녁까지 부산을 떨며 세 끼 식사를 챙겨주고 마감에 시달리며 촉각을 다투는 나의 일을 해내야 하는 번잡함이 기다린다. 방학이 시작 될 무렵부터 여기저기에서 어린이캠프의 일정을 알리는 소식을 접한다. 난 은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방학 중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 캠프를 보내곤 했다. 장애가 있는 은혜에게 독립심도 기르고 엄마 없이 혼자 낮선 곳에서 생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나에겐 조금은 홀가분한 시간을 줄 수 있기에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라 적응을 못할 것이라 단정하고 조바심과 겁부터 내서 도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너무 소심한 처사라 생각되었다. 어떤 캠프인지 사전 조사를 하고 너무 배려되어 놀기만 하는 캠프인지, 아이들이 너무 많은 곳은 피하고, 나름대로 생태적 의미가 있고 소박한 캠프를 골라 보냈었다. 처음엔 힘들겠지만 자주 참석하다 보면 적응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의미와 목적들은 시간이 지나며 달라졌다. 캠프장에서 돌아올 때의 은혜의 초췌해진 얼굴, 약간은 시무룩한 모습 속에서 아이가 그다지 즐겁게 시간을 보내지 못했으리라 예측 했고, 어떤 캠프에 돌아오면서 더듬거리며 말하는 은혜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그것은 다시는 여기 오지 말자는 말이었다. 분노와 화가 치밀었다. 지리산자락에서 열리는 어느 생태 캠프에서는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우시더란다. “왜?”냐고 물으니 은혜는 “선생님이 내가 불쌍해서 운다”고 말하더란다. 내게 묻는다. “엄마 내가 그렇게 불쌍해?” 그 선생님은 장애인 아이는 불쌍한 존재라는 걸 그곳에 온 아이들에게 확실히 인식시켜 주신 것 같다. 더위에 시달리며 극성스런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선생님들은 장애인 학생을 배려하기 너무 힘들었던 것이고 규율을 잘 지키지 못하고 행동이 느린 아이를 기다려 줄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은혜는 예정된 프로그램에서 제외되기 일쑤이고 식사시간에 은혜가 없어도 아이를 찾아 식당으로 데려가주는 친구도 선생님도 없었던 것이다. 은혜가 캠프에서 배우고 오는 것은 비장애인들의 거침과 팍팍함 그리고 그런 곳에서 버텨내기를 경험하고 오는 것이다. 사람을 견뎌내는 극기훈련이다. 학교에서도 그런 일들은 일어나고 있다. 교실에서 혼자 목 놓아 울고 있는 아이를 그저 내버려 두고 간식시간이어서 다른 아이들은 식당에 모여 간식을 먹고 있다. 은혜의 물건을 숨겨 아이를 억울함에 울부짖게 한 장본인도 즐겁게 간식을 먹고 있다. 그 시간 담당 보조교사에게 따져 묻는 내게 은혜에게 물어봐도 대답은 안하고 울기만 하니 할 수 없더라는 것이었고 지금은 간식 시간이니 나중에 이야기 하란다. 다른 아이들이 먹어야 하니, 그 곳이 앞으로 은혜가 살아갈 세상의 일부분이 아니겠는가.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내 지쳐 잠이 드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 슬픔으로 온 몸의 힘이 빠지는 듯하다. 그래도 씩씩함을 잃지 않는 아이가 대견하다. 이 만화는 은혜가 다녀온 가장 좋았던 캠프였고 캠프장에서 그렇게 지냈으면 하는 나의 바램의 만화다. 모두들 만화를 보며 안도감을 가졌겠지만 실상 그렇지 못해 힘든 현실은 나와 은혜만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캠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은혜는 조금은 지루하지만 평화롭게 지낸다. 그리고 자연 속에 자리한 작고 아담한 집, 우리를 살리는 작은 테두리 안에서 세상의 거침을 견뎌내며 마음속의 긍정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만화가 장차현실의 여성으로서의 세상살기에 관한 소솔한 이야기
장차현실 현재 물 맑은 양수리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으며 1988년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1997년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에 <색녀열전>을 연재하면서부터, 프리랜서 만화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도서출판 이프 <색녀열전>, 한겨레출판부 <엄마 외로운거 그만하고 밥먹자>가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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