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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1년 3월 24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10324목] "재벌동물원 들어가면 죽어야 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척박한 기업생태계를 줄곧 비판해온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일상화한 대ㆍ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동물원 세계'에 비유했다.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포럼에서다. 안철수연구소의 설립자로서 쌓아온 명성과 경험에 비춰 그의 발언은 어느 누구의 말보다 가슴에 와 닿는다. 정책당국자나 대기업 총수들은 책상머리에서 동반성장을 강조하기에 앞서 그의 생생한 얘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크다.
발언의 요지는 이렇다. 한국의 중소기업이나 신생업체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독점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순간 '삼성동물원''LG동물원'에 갇히고 결국 죽거나 미이라가 돼야만 거기서 빠져나갈 수 있다…. 그는 구조적 불공정 관행의 사례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꼽으며 "대기업 소속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중소기업에 (불공정) 하청을 주는 식으로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중소기업과 산업인력이 성장하지 못하고 국가경제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위험을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지만 지금 한국에선 중소기업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고 경고하며 중견기업(종업원 300~999명) 비중 역시 0.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감시 당국의 역할과 대기업 총수의 의지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공정거래위에 제소되는 건수의 10배, 100배나 되는 불법적인 일들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데도 공정위가 고발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극소수이고, 대기업 구매담당 조직의 인사시스템 혁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교수의 얘기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과 함께 "1970년대 이후 대기업으로 성장한 중소기업을 찾기 어렵다"고 누차 개탄해온 까닭이다. 특혜와 이권으로 성장한 재벌들이 어른답게 기업 생태계의 번성을 이끌기는커녕 씨를 말리는 착취적 행태를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정부와 대기업은 섭섭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국민의 평균적 인식임을 깨닫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10324목] 학술모임에까지 보안법 들이대는 경찰의 시대착오
낡디낡은 옛날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다. 경찰이 대학생들을 연행하고 집 뒤짐을 한다. 이적단체를 결성해 북한을 고무·찬양했다는 떠들썩한 발표가 이어진다. 이런 일은 대부분 이런저런 정치일정을 앞두고 벌어진다. 나중에 조작이나 무리한 수사로 드러나는 것도 비슷하다.
십수년 전까지 자주 봤던 풍경이 지금 되풀이되고 있다. 경찰은 엊그제 대학생 연합 학술동아리 ‘자본주의연구회’ 회원들을 긴급체포하고, 여러 사람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일을 당한 사람 가운데는 민주노동당 당직자나 당원도 있다. 경찰은 이 모임이 이적단체의 하부조직으로, 국가보안법의 고무·찬양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모양새가 옛날 그대로다.
경찰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지금 도무지 찾기 어렵다. 자본주의연구회의 활동이 위법인지부터 의문이다. 2005년 말 만들어진 자본주의연구회의 누리집을 보면, 이 모임은 경제 쟁점에 대한 특별강연회 개최와 해마다 여는 대안경제캠프 운영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다. 강연 등의 주제도 미국의 금융공황, 남유럽 경제위기, 한-미 자유무역협정, 무상급식과 복지논쟁, 신자유주의 몰락 등 학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이 모임에선 500여명의 교수·지식인 등이 강연을 했고, 6000여명이 캠프를 마쳤다고 한다. 모임의 취지대로 정상적인 학술활동으로 보인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잘못일 수도 없다. 이런 일까지 불법으로 몰아붙인다면 헌법상의 학문의 자유가 위태롭게 된다.
더구나 경찰이 적용하려는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는 권위주의 정부 때 숱한 조작사건을 양산하고 표현의 자유를 짓누른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지난 17대 국회 때는 여야가 없애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 연구활동에까지 이런 낡은 칼을 들이댄다면 시대착오적인 야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경찰이 왜 이렇게 무리한 일을 벌이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보안법 입건자 수는 2.5배 늘었지만 기소율은 절반으로 줄었다. 구속영장 기각률도 40%를 넘는다. 경찰이 실적을 쌓으려 보안법을 남용한 탓이 크다. 이번 사건에도 그런 의심이 벌써 나온다. 선거를 앞둔 색깔공세라거나, 정권 말의 위기를 공안정국 조성으로 돌파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경찰의 행태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조선일보 사설-20110324목] 日 식품 방사능 오염에 경각심 갖고 적정 대응을
후쿠시마 남쪽 이바라키에서 재배된 시금치에서 일본 허용기준치의 27배(국내 허용치의 180배)에 달하는 요오드가 검출됐다. 이 시금치를 50g씩 1년간 매일 섭취하면 CT 촬영을 3번 한 만큼 방사선에 노출된다. 안심할 수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민하게 반응할 수준도 아니다. 그런데도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잎채소는 먹지 말라"고 했다. 일본산 식품 수입량이 미미한 미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FDA)도 22일 방사능 피해지역에서 생산된 채소·과일·우유·유제품의 수입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식품의 방사능 오염이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국내에 들어온 수입 식품류 신고건수 29만4000건 가운데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 15.8%를 차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4일부터 일본산 신선 채소·과일에 대해, 19일부터는 된장 등 가공식품까지 일본 식품에 대한 전수(全數) 검사를 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산물이다. 작년에 일본에서 생태 1만6000t, 냉동명태 1만5000t을 들여왔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은 14일부터 후쿠시마·미야기·아오모리·이와테 등 4개 현(縣)에서 수입한 수산물에 대해선 전체 물량을, 다른 지역 수산물은 1주 1회씩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물고기는 먹이·수온에 따라 넓은 범위로 이동하는 만큼 다른 지역 수산물도 검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저귀·장난감 같은 어린이용품은 공산품이더라도 소비자에게 주는 심리적 불안감이 큰 점을 감안해 샘플 조사 방식으로라도 자주 점검해봐야 한다.
국내에는 방사선 계측 장비가 많이 부족하다. 고(高)순도 검출기는 25대밖에 없고, 신속한 예비검사에 필요한 휴대장비도 이제서야 미국에 주문했다고 한다. 필요 장비를 서둘러 갖추면서 일본산 식품을 들여올 때는 방사능 오염이 없는 지역에서 나온 것이라는 일본 정부 증명서나 방사능 검사 결과를 제출토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일이다.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오염을 가볍게 봐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좋지 않다. 정부는 국민에게 방사능 오염이 어떤 것이고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 지나친 불안감은 피하면서도 경각심은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10324목] ‘인권 침해’ 논란까지 부른 대학 등록금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대해 무분별하고 폭력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고 한다. 고액 등록금으로 학생들의 학업과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등록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바람에 교육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이 고액 등록금과 등록금 고율 인상에 대해 경제적 차원을 넘어 인권 침해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이는 인권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와는 별도로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웅변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인권위 진정은 대학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에 한숨만 내쉬던 대학원생들이 제 목소리를, 새로운 시각에서 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학부생의 등록금에 관심이 쏠려 있는 동안 대학원 등록금은 거침없이 올랐다. 성균관대의 경우 지난 5년새 등록금이 100만원 인상됐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있지만, 대학원은 예외나 다름없다. 대학은 학부에서 덜 올린 등록금을 대학원에서 벌충할 궁리만 하는데도 정부는 팔짱 끼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청년실업의 사회적 위기를 ‘학위 장사’의 호기로 삼는 대학들은 불안한 학생들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으로 살인적인 등록금 고지서를 발부하기 일쑤다. 이런 점에서 대학원생들이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낸 것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어느 모로 보나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입이 아프도록 지적되어 왔다. 현금을 쌓아놓고도 등록금만 올리려는 사립대들과 고등교육 지원을 늘려 등록금을 낮추기는커녕 물가인상률보다 등록금을 더 올리게 해준 정부가 공모한 결과다. 그렇지 않다면 학생·학부모의 아우성이 이처럼 외면당하지 않을 터이고, 등록금 현실화를 요구하기 위한 학생·시민 대회가 금지될 리도 만무하다. 인상률 상한제를 어긴 대학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이나, 등록금 인상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대학이 징계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 등록금은 학부모와 학생의 생존권과 교육권을 위협하고 있다. 인상률 숫자 놀음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대학을 강권하는 사회다. 이번 인권위 진정을 계기로 등록금과 학생 인권문제에 대한 활발한 공론화를 기대한다.
[서울신문 사설-20110324목] 서민 울린 악덕 상조업체 정리 서둘러야
상조 업체들로 인한 피해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제 한국소비자보호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상조서비스에 대한 불만·피해 사례가 605건이나 된다. 전년보다 무려 62%나 폭증한 셈이다. 계약해지 거부나 환급 지연, 과도한 위약금 등 피해 유형도 천차만별이다. 실제 받는 서비스가 계약과 크게 다른 경우는 부지기수라고 한다. 심지어 상조업체가 영업을 중단한 채 잠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가 낸 서민 보호책들이 겉돌고 있는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이런 피해는 실제로는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없는 영세업체의 난립이 큰 원인이다. 2000년 50곳에 불과하던 상조업체가 무려 400여곳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업체 수는 엄청나게 늘었지만 자본금 1억원 미만인 영세업체가 전체의 60%나 되고 파산 시 납입금을 돌려줄 수 있는 회사는 절반도 채 안 된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서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서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미리 받은 선수금을 빼돌린 상조업체 대표들이 줄줄이 구속되지 않았는가. 그 때문에 상조업계엔 최소한의 신뢰감마저 잃게 됐다는 자조감이 팽배한 실정이다.
정부가 상조업을 등록제로 전환하고 업체들이 선수금의 절반을 은행에 맡기도록 했지만 실효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개정 할부거래법대로라면 자본금 3억원 미만의 업체들은 영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정거래 차원의 규제에 머문다면 소비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 유사보험 속성을 지닌 상조업에 더욱 강도 높은 관리·감독이 따라야 한다.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방문판매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상조업체들이 영업·수당 관행을 확 바꾸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서민들이 신뢰할 만한 준(準)사회적 기관들에 상조업무를 맡겨 투명성·신뢰성을 높이는 방안도 찾아봐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10324목] 기상정보를 업자들에게만 주겠다?
기상청이 기상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 기상청 홈페이지 등에서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각종 날씨 관련 정보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기상청이 너무 상세한 기상정보를 공개하다 보니 민간 기상사업자들이 설 땅이 없어져 일반 대중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김성순 국회 환노위원장 주최로 오늘 열리는 '기상산업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히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방안을 추진하게 된 것은 정부가 녹색성장 산업의 일환으로 기상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산업은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상산업 매출액은 644억원에 불과하고 그나마 사업자의 75%가 기상 장비업에 종사하고 있어 기상 콘텐츠나 서비스 제공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날씨 관련 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움직이는 기상청이 민간사업자에게 배타적인 정보를 주기 위해 일반 국민들에게는 제한된 기상 데이터만 공개하겠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발상이다. 기상청은 기상유통업을 새로 만들어 기상청이 생산한 정보를 민간업체를 통해 팔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기상정보가 농업 어업 등 주로 1차산업 종사자들에게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결국 농 · 어민의 주머니를 털어 기상사업자의 배를 채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스마트폰용 무료 날씨 앱을 개발했지만 유료 날씨 앱을 판매중인 민간 업체에 피해를 준다며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비호로 육성된 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음은 당연하다. 기상산업 역시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서서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게 순서다. 섣불리 기상청이 나서 보호막을 쳐주려 하면 장기적으로 관련 산업 육성도 어렵고 괜한 오해를 부를 소지만 커진다. 신임 기상청장이 민간 기상업체 대표와 기상 컨설턴트로 일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서는 안되는 법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10324목] 중국자본 유치에 기여할 '차이나클럽'
중국자본의 국내유치를 위한 '차이나클럽'이 발족함에 따라 한중 간 투자불균형 해소와 함께 자본교류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차이나클럽은 국내에 진출한 150여 중국 기업과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국내 기업 간 정보를 교류하고 투자와 관련한 애로사항 해소를 지원하기 위한 협의체다. 지식경제부는 이 같은 투자유치 확대노력이 성과를 거둘 경우 올해 중국의 국내투자가 10억달러를 넘는 등 3년 안에 중국이 국내 최대투자국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중 교역규모는 2,000억달러를 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만도 4만개에 이를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간 투자규모는 연간 40억달러를 겨우 넘을 정도로 저조할 뿐만 아니라 역조현상도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 중국의 해외투자액 433억달러 가운데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은 1억5,9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투자의 0.3%에 그쳤다. 지난 8년간 중국이 해외투자를 연평균 54%씩 늘려온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4억1,000만달러로 다소 늘어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의 대중 투자액이 39억3,00만달러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외환보유액이 2조8,00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고 글로벌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중국자본을 끌어들이려면 차이나클럽 등과 같은 노력과 함께 중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선호도는 10%에 그쳐 베트남(25%)과 홍콩·마카오(21%), 태국(15%)은 물론 미국이나 호주(15%), 캐나다(13%), 싱가포르(12%), 독일(12%)에 비해서도 크게 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저조한 원인을 파악해 맞춤형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인센티브 제공 등 파격적인 지원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의 관심이 많은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제주ㆍ강원도에서 인천, 새만금 경제자유구역 등으로도 확대하는 것도 투자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다.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인수ㆍ매각과정에서 논란이 된 기술유출 문제 등 중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허승호(편집국 부국장)-20110324목] 가계부채, 새로운 위기의 복병
우범지역에는 순찰경찰도 당연히 많다. 이 통계를 토대로 ‘경찰 수가 늘수록 범죄가 증가한다’고 추론하면서 “경찰밀도를 줄이자”고 주장한다면? 인과관계를 거꾸로 적용한 오류(reverse causation)다.
담배를 피우려면 성냥이 필요하다. 또 담배를 즐기면 폐암에 걸리기 쉽다. 성냥 소비와 폐암 발병률 간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폐암 퇴치를 위한 성냥소비절약 캠페인’을 펼친다면? 흡연이라는 ‘제3의 근본원인’을 못 본 착시다.
* 오류 저지르는 인간
이 같은 상식의 세계에서 우리는 인과관계를 혼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정책 등 좀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인간은 잘못된 추론에 쉬 빠지곤 한다. 예컨대 파생금융상품의 복잡함 때문에 과도한 차입의 위험이 잘 보이지 않게 되면 ‘파생기법이 위험을 중화시켰다’고 오인할 수 있다. 저금리로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뛸 때 ‘IT혁명이 가져온 생산성 향상으로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오판한다면 상황을 그냥 방치하게 된다.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출발이었다.
이처럼 상황판단은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정보가 충분치 않은데도 하루하루 정책을 선택해야 하는 당국은 더 그렇다. 하지만 변치 않는 철칙(鐵則)도 있다. 앞당겨 즐긴 성장은 훗날 침체를 더욱 깊게 하며, 억지로 눌러둔 물가는 머잖아 터진다는 것이다.
경제 당국자들은 “민생을 고려할 때 물가보다는 일자리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팽창을 택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만’ 맞는 말이다. 팽창이 지속되면 물가뿐 아니라 기업-은행-가계의 부실이 함께 부푼다. 누적된 거품이 마침내 터지면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서민이다. 조금만 길게 보면 민생 죽이는 일이다. 여러 번 겪지 않았는가?
시장이 흥청망청할 때 견제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그 일 하라고 존재한다. 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술병 치우기가 이들의 몫이다. 물론 아무도 안 좋아한다. 때론 공적(公敵)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이 제 몫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 부실 저축은행과 건설사, 경쟁력 잃은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한참 늦었다. 물가 대응은 늦었을 뿐 아니라 지금 하는 것조차 억지와 편법 일색이다.
진짜 문제는 부풀 대로 부푼 가계부채다. 작년 9월 말 현재 가계 빚 규모는 770조 원으로 가처분소득의 1.4배를 넘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골칫거리가 됐다. 금융위기 당시의 미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비율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돈과 환율을 넉넉히 풀자 부동산이 꿈틀댔고 너나없이 은행 빚을 내 아파트를 산 후과다. 이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러면 이자 부담에 쓰러지는 가계가 속출한다. 은행도 부실채권 직격탄을 맞는다. 새로운 금융위기의 복병이다. 사실 문제가 지나치게 곪아 마땅한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 옛날식 경제정책, 힘 빠진 시장원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부동산이 아니라 금융건전성을 위한 제도다. DTI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가계 빚을 잡기 위한 조치다. 올바른 접근이다. 그런데 작년 8·29부동산대책 때는 왜 DTI를 완화했나. 그때는 DTI가 금융건전성제도라는 사실을 몰랐는가.
2008년 금융위기를 한국이 남보다 덜 힘들게 넘어온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은행-기업의 건전성을 높여놓은 덕분이다. 또 당장 눈앞의 효과는 미지근하더라도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쪽으로 뚜벅뚜벅 정책이 진화해온 결과다. 그런데 2008년 이후엔 정책이 하나둘 옛날식으로 후퇴하면서 새로운 위기의 싹을 키워온 것 같다. 숨이 넘어가는 국면에서야 돈 보따리를 풀 수밖에 없었지만 그 단맛에 너무 오랫동안 취해 있었다.
어쩌겠는가? 지금이라도 정도(正道)와 원칙으로 복귀해 고통을 감내하는 수밖에….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10324목] 서바이벌 예능
하늘나라에서는 종종 이색 이벤트가 열린다. 세상 걱정을 떠나고 나니 워낙 심심해서다. 온 천당이 떠들썩했던 교향곡 경연대회도 그 중 하나다. 대회에는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하이든과 베토벤, 모차르트는 물론 쇼스타코비치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죄다 출전했다. 참고로 슈베르트는 못 나왔다고 한다. 그의 교향곡이 ‘미완성’이었기 때문이다. 거장들의 자존심이 걸린 서바이벌 경쟁의 결과는 어땠을까. 갑론을박 끝에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이 대상을 차지했다. 신들이 심사를 맡았는데, 마침 심사위원장이 ‘운명’의 신이었다고 한다.
웃자는 얘기지만, 베토벤의 음악에 관한 한 결코 가볍게 들을 수 없다는 이들이 많다. 작가 이윤기도 그런 부류다. 그는 운전 중에는 절대로 베토벤을 안 들었다고 한다. 베토벤을 듣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일이라는 설명이다. 어느 글에서 밝힌 일화다. “문우(文友)의 자동차에 편승해서 여행을 다녀왔는데, 문우는 가벼운 음악만을 골라 틀었다. 운전 중에는 베토벤을 듣지 못한다는 그는 ‘운명’이나 ‘합창’ 같은 음반을 걸어놓고 딴 일을 하는 것은 베토벤에 대한 실례가 아니겠냐고 했다. 한 음악가에 대한 공통점이 서로 기특해서 우리는 단박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어쩌다 이런 얘기를 엿들은 예전의 젊은이들은 이를 제 말처럼 퍼날랐다. 취미를 당연히 “클래식 음악 감상”이라고 답했던 그들은 좋아하는 음악가를 물으면 목소리를 더욱 아래로 깔고 말했다. “처음에는 모차르트였는데, 들을수록 베토벤이던데요.” 모차르트나 다른 음악가를 꼽으면 저보다 한 수 아래쯤으로 치부하던 시절의 얘기다. 음반은커녕 전축조차 중요 재산목록이던 시절의 음악다방 풍경이기도 하다.
“누가 최고냐”는 비단 음악동네만의 호기심이 아니다. 박지성이냐 차범근이냐, 박찬호냐 최동원이냐 하는 갑론을박은 어디서든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걔중에는 하이든에서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점수를 매겨 보자는 축도 있다. 요즘 논란인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도 그 일로 떠들썩하다.
뱀다리 그리기. 그후 천국에서는 대회가 사라졌다고 한다. 베토벤에게 밀린 음악가들이 뒷줄에 서느니 차라리 지옥이 낫겠다고 항의했기 때문이다. 점수 경쟁은 천당도 지옥으로 만든다.
[중앙일보 칼럼-비즈 칼럼/김경묵(덕성여대 경영학과 교수)-20110324목] ‘이익공유제’ 찬반 양측의 몰이해
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초과이익공유제도’를 주장하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건강한 경제 발전을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대편에선 시장경제 논리에 배치되고 실효성이 낮다고 비판한다. 이익공유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면서 2005년부터 지식경제부와 함께 이 제도를 보급해 온 필자는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이 이익공유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기업 간’ 이익공유제도는 정 위원장과 그 비판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엄연히 존재하는 ‘관행(practice)’이다. 이익공유(profit sharing) 제도는 종업원과 기업주가 목표를 초과한 이익을 나누는 것뿐 아니라 기업과 기업이 공동 혁신의 성과를 나누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수요 기업과 공급사가 부품의 국산화, 원가절감, 품질 및 배송 개선,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이익이 나면 사전에 정한 방법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이 제도는 공유 대상 기업이 분명하고, 일상적인 영업활동이 아닌 혁신활동을 대상으로 하며, 공급사의 기여 정도를 측정할 수 있고, 공급사의 혁신 동기를 직접적으로 자극한다는 점에서 정 위원장이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와 크게 다르다.
이익공유제도는 수요 기업과 공급사 간의 신뢰를 촉진하고 공급사의 혁신을 자극한다는 장점 때문에 일본·미국·영국 등 국가의 유수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과 영국 정부는 정부가 발주하는 재화나 용역에까지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관급공사를 수주한 민간 기업이 신공법을 도입해 정부가 최초 발주한 내용보다 품질을 높이고 원가를 떨어뜨렸다면, 정부는 그 이익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민간기업과 50 대 50으로 나눈다.
이익공유제는 성과공유(benefit sharing)제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성과공유제라는 용어가 정착하게 된 것은 이익공유제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이익공유제도를 잘 운용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해소는 물론 산업 고도화를 꾀할 수 있다. ‘초과’이익공유제도가 지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이유로 이익공유제 자체를 배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매일경제신문 컬럼-세상읽기/김병연(서울대 경제학부 교수)-20110324목] 위대한 한국 기업은 없는가
한국 미래를 크게 걱정하게 만드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2009년 말에 유럽연합이 유럽연합 회원국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36개국을 대상으로 각국 기업가 정신을 조사한 통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36개국 중 기업가 정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였다. 기업가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 국민 30%만이 기업가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순위를 기록하였다. 직업 간 상대적인 이미지 비교에서도 한국인은 전문 직, 공무원, 기업가 중 기업가 이미지를 가장 낮게 평가하여 다른 나라와 큰 차이를 보였다. 기업가에 대한 이러한 낮은 평가는 창업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한국 창업률 혹은 창업시도율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 정신은 장기적으로 한 나라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만들어지며, 얼마나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생산ㆍ판매 활동을 하고, 기업이 얼마나 확장되느냐에 따라 그 나라 경제력이 판가름 난다. 따지고 보면 한국이 이만큼 성장한 것도 기업과 기업가 덕분이다. 국가 간 비교에서도 한국 기업 경쟁력 순위는 한국의 다른 기관을 크게 앞선다. 최근 포천 발표에 따르면 삼성은 평판도에서 세계 38위를 차지하였다. 대학이 그 뒤를 이어 서울대는 세계 50위권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 정부 순위도 세계은행에서 내놓은 여러 지표를 종합하면 세계 50위권 정도로 판단된다. 반면 세계 각국의 국회 경쟁력을 조사한 자료가 있다면 한국 국회 순위는 가장 하단 부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 기업 순위가 다른 기관 순위보다 더 높은 것은 그만큼 한국 기업가들이 탁월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 성장에 있어 기업의 기여가 이렇게 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이 기업과 기업가에 대해 매우 낮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업, 특히 한국 대기업들과 기업가들 행태에 국민 다수가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국민은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정도를 넘어서 사회적 의무감을 자진해서 떠안는 위대한 기업가를 보고 싶어하지만 아직 한국에는 그런 수준에 달한 자가 거의 없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자본이나 노동력만이 경제 성장을 결정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획득한 성장 과실도 주주와 근로자에게 분배하면 그만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나라 제도가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침을 알게 되었다. 좋은 제도가 형성된 것은 그 나라 국민이 좋은 교육을 받고 오랫동안 세금을 내고 투자한 결과다.
그런데 이 좋은 제도의 덕을 가장 많이 보는 경제 주체는 기업, 그중에서도 규모가 큰 대기업들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1년에 600만원을 약간 넘는 등록금을 내지만 학교가 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들이는 돈은 그 4배가 넘는다. 이는 나중에 이들이 사회나 이웃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학교나 국민이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가에 대한 국민의 낮은 평가는 우리 국민의 채워지지 않은 갈증을 반영한다. 이는 좋은 기업 수준을 넘어서는 위대한 한국 기업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갈망이다. 포천 조사에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 같은 기업 혹은 그 이상을 추구하는 기업이 더 나타나야 한다.
위대한 기업, 감동을 주는 기업가가 생겨야 한국 기업가 정신도 살 수 있다.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 살아야 한국 경제 중흥이 가능하다. 이는 무엇보다 한국 기업, 그중에서도 대기업의 책임이다.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체제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