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The BLACK HOLE (1979)
참고로 어렴풋이나마 이 작품의 존재를 아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1980년대 공중파 TV를 통해 방영됐던 디즈니 관련 프로그램(Major Effects/1979)의 배경 역할을 했던 작품인데다가 유년기 때 기억이 맞는다면 AFKN 채널에서도 최소 1번 이상은 틀어준 적이 있었다. 해적판일 것 같긴 하지만, 1980년대 미니 칼라 백과 시리즈 중 Sci-Fi(공상과학) 작품들을 다룬 권에 이 작품의 스틸 컷이 실린 적도 있었다. 작품의 서사 자체가 SF 공포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1997)과 많이 흡사했다. 우연이긴 하지만, 2130년 별도의 목적으로 우주를 여행하던 소형 우주선(USS Palomino)이 20년쯤 전 사라진 대형우주선(USS Cygnus)을 근처의 블랙홀에서 발견하게 되고 이후 접근 과정에서 파손돼 결국 해당 대형우주선에 착륙하게 되면서 겪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디즈니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 포함 설정 자체가 고어 틱한 편이다. 메인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인하르트 박사는 처음에는 은근히 다정한 인물로 나오지만, 실체는 블랙홀 건너편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자신과 뜻을 달리했던 대원들을 영혼이 없는 휴머노이드로 개조시키는 일까지 서슴지 않게 저지른 매드 사이언티스트 이다. 그리고 부하 로봇으로 나오는 막시밀리안의 경우 디자이너의 성의가 의심될 정도로 굉장히 단순한 외양을 지니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의 행동은 다스베이더의 로봇 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섬뜩한 행보를 걷는다. 비록 스톰 트루퍼 효과가 연상될 정도로 보초 로봇들의 사격 실력이 형편없긴 하지만, 상대편 소형우주선의 대원들이 - 이들을 도와주는 별도의 깡통 형 로봇들이 있긴 하지만 - 제대로 대항이나 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될 정도로 1970년대 말 디즈니 작품의 세계관치고는 악역 캐릭터들이 꽤 오버 스펙이란 생각이 든다. 하여튼 영화 자체는 권선징악적 결말로 끝나긴 한다. 라인하르트 박사의 블랙홀 진입은 유성 폭풍과의 충돌로 인한 대형 우주선의 파손과 함께 전반적인 구조 강도 저하 및 과도한 에너지 출력을 이기지 못한 반 중력장 장치의 파괴로 파국을 맞게 되고, 상대편 소형 우주선의 대원들은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형 우주선의 탐사선으로 옮겨 타 블랙홀을 무사히 통과하게 된다. 그들이 저 너머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는 지 개개 일식 같은 장면을 보여준다. 단, 라인하르트 박사의 최후가 굉장히 기괴한데, 설정 상 명계(지옥)로 떨어진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게 진짜 사후 세계인지 / 실체화된 우주의 다른 공간인지 / 아니면 본인의 망상인지가 불분명해 당사자의 운명 관련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 채 끝나게 된다. 동시대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봤을 때 그리 썩 잘 만든 작품은 아니다. 상당히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음에도 라인하르트 박사 정도를 제외하곤 캐릭터들의 묘사가 밋밋한 편이고, 미술/소품/디자인 관련해서도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다만 디즈니 제작 치곤 은근히 B급 감성적인 측면이 배어 있고, 디즈니 최초의 PG 등급 작품답게 파격적인 면들이 존재한다. 미국의 대표적 비디오 영화 가이드에서는 이 영화를 빵점(BOMB=Turkey)으로 매겼는데 시각 효과면에서 그냥 빵점까지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상영시간: 98분)
p.s. 다른 미디어매체는 모르겠는데, 해당 작품의 디즈니 플러스 버전은 초반 2분 30초 정도 암전과 함께 음악만 나온다. 이에 대한 참조와 함께 추가로 이 작품을 맡은 존 배리의 음악이 의외로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