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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正喜 (1786~1856)
忠南 禮山 生. 本貫 慶州. 號 秋史, 阮堂, 禮堂. 字 元春. 書藝家, 畵家, 實學者
(1) 水仙花
一點冬心朶朶圓 ~ 한 點 겨울 마음처럼 송이 송이 둥근 꽃이여
品於幽澹冷儁邊 ~ 그윽하고 澹澹한 氣品 冷徹하고 빼어났네.
梅高猶未離庭砌 ~ 梅花꽃은 高尙해도 뜰을 떠나지 못하지만
淸水眞看解脫仙 ~ 넌 淸水에서 眞實로 解脫한 神仙을 봄이야.
(2) 秋牧丹
紅紫年年迭變更 ~ 紅色 紫色 꽃으로 해마다 番갈아 피니
牧丹之葉菊之英 ~ 牧丹의 꽃잎, 菊花의 꽃봉오 리구나.
秋來富貴無如汝 ~ 가을날 富貴로는 너 같은 이 없는데
橫冒東籬處士名 ~ 東쪽 울밑 處士란 이름은 걸맞지 않구나.
(3) 村舍
數朶鷄冠醬瓿東 ~ 몇송이 맨드라미 醬독臺 東便에 피었고
南瓜蔓碧上牛宮 ~ 푸른 호박넝쿨 소외양間 위를 타고 오른다.
三家村裏徵花事 ~ 조그만 마을에서 꽃 消息 묻노라니
開到戎葵一丈紅 ~ 접시꽃 한 길 높이 붉은 꽃을 피웠네.
(4) 秋庭
老人間黍席 ~ 老人은 기장멍석을 바라보고 있고
滿屋秋陽明 ~ 집안엔 가득 가을볕이 밝구나.
鷄逐草蟲去 ~ 닭들은 풀벌레를 쫓아
菊花深處鳴 ~ 菊花떨기 깊은 곳에서 울어 댄다.
(5) 配所輓妻喪
聊將月老訴冥府 ~ 月下老人더러 冥府에 하소연하여
來世夫妻易地爲 ~ 來世에는 우리夫婦 바뀌어 태어나
我死君生千里外 ~ 나는죽고 當身은 千里밖에 살아있어
使君知有此心悲 ~ 當身에게 이런 슬픔 알게 하리라.
(6) 戲贈晩虛
涅槃魔說送驢年 ~ 涅槃이라는 妖邪스런 말로 永遠히 산다고 하니
只貴於師眼正禪 ~ 다만 스님에겐 눈에 바른 禪이 稀貴하도다.
茶事更兼參學事 ~ 茶 일과 參禪하는 일을 함께 배우시고
勸人人喫塔光圓 ~ 사람들이여 勸하노니 마실때는 둥근 저 塔光도 마셔 주었으면.
(7) 謝菊
暴富一朝大歡喜 ~ 하루 아침 벼락富者라 너무도 기쁘고
發花箇箇黃金毬 ~ 송이송이 피어난 꽃 黃金덩이 어라.
最孤澹處穠花相 ~ 너무도 외롭고 맑은 華麗한 너의 얼굴
不改春心抗素秋 ~ 봄날 마음 變치않고 가을 추위 버틴다.
(8) 重陽黃菊
黃金蓓蕾初地禪 ~ 黃金 꽃봉오리는 禪의 첫째 境地라
風雨籬邊託靜緣 ~ 風雨에도 울타리 곁에서 淸靜한 緣 맺었구나.
供養詩人須末後 ~ 詩人을 供養함이 맨 나중 일이지만
襍花百億任渠先 ~ 百億의 꽃 中에서도 너를 最高로 꼽는다네.
(9) 題 村舍壁
禿柳一株屋數椽 ~ 잎 떨어진 버드나무 옆, 몇 칸 오막살이 집
翁婆白髮兩蕭然 ~ 白髮의 老夫婦는 쓸쓸도 하다.
未過三尺溪邊路 ~ 석자도 않되는 개울가 길가에
玉薥西風七十年 ~ 옥수수로 가을바람에 七十年을 살았네.
(10) 題 草衣佛國寺 詩後
蓮地寶塔法興年 ~ 佛國寺 多寶塔은 法興의 年代인데
禪榻花風一惘然 ~ 禪塔의 꽃바람은 너무도 아득하다.
可是羚羊掛角處 ~ 이 곳은 羚羊이 뿔 걸어 두던 곳
誰將怪石注淸泉 ~ 그 누가 怪石에 맑은 물 쏟았나.
(11) 隱仙臺
黃葉空山打角巾 ~ 空山 의 丹楓잎 角巾을 두드리고
長歌何處采芝人 ~ 저 멀리 어딘가에 藥草꾼의 노래소리
鞭鸞鶴駕還多事 ~ 鸞새 몰고 鶴을 타는 것은 日常事인데
旣是神仙又隱淪 ~ 그럼에도 神仙은 隱遁해 사는구나.
(12) 玉筍峯
照映空江月一丸 ~ 빈 江에 비치는 둥그런 저 달
如開萬籟起蒼寒 ~ 天地는 차가운데 온갖소리 들리는 듯.
人間艸木元閒漫 ~ 人間들과 草木은 本來가 閒暇하여
不學芙蓉與牧丹 ~ 芙蓉과 牧丹은 배우지 않는다네.
(13) 上仙巖
行行路轉峯廻處 ~ 걷고 또 걷고 산봉우리 굽은 길 돌아 드니
一道淸泉天上來 ~ 한 줄기 맑은 샘물 天上에서 흘러오네.
縱使有方能出世 ~ 무슨 方度있어 世上으로 나간다면
異時歸海亦蓬萊 ~ 훗날에 그곳 또한 바다건너 蓬萊이리라.
(14) 鷄鳴
年少鷄鳴方就枕 ~ 젊어서는 닭이 울어야 잠자리에 들었는데
老年枕上待鷄鳴 ~ 늙어지니 베개 위에서 닭 울음 기다린다.
轉頭三十餘年事 ~ 지난 三十年을 回想하니
不道銷磨只數聲 ~ 없어졌다고 말하지 않는 건 오직 저 소리 뿐이로다.
(15) 果寓卽事
庭畔桃花泣 ~ 뜨락에 복사꽃이 흐느끼며
胡爲細雨中 ~ 어찌 이슬비 속에 울고 있느뇨.
主人沈病久 ~ 主人이 病이 깊은지 오래라
不敢笑春風 ~ 봄바람에도 함부로 웃질 못한다오.
(16) 棲碧亭秋日. 1
幽洞螺旋入 ~ 그윽한 골짜기 돌고돌아 찾아드니
細泉潑乳紅 ~ 가느다란 한 줄기 샘 붉은 젖을 뿜어 낸다.
禽鳥似持世 ~ 새들은 제 世上을 만난것 같고
晝陰石壇空 ~ 한 낮에도 어둑하고 石壇은 비어있다.
春日厭繁華 ~ 봄날의 繁華함이 싫어
愛此秋玲瓏 ~ 이 가을 맑고 산뜻함을 좋아한다네.
人癯如枯木 ~ 사람이 너무 야위어 枯木 같은데
前身應老楓 ~ 應當 저 오래된 丹楓나무가 前身일께야.
(17) 棲碧亭秋日. 2
孤亭同菌小 ~ 외로운 亭子는 버섯 마냥 작은데
佳景似遮甘 ~ 아름다운 景致는 갈수록 甘味롭다.
將身欲入石 ~ 몸을 일으켜 石段으로 나아가자
人語出碧嵐 ~ 푸름한 嵐氣속에서 사람소리 들려 온다.
(18) 楊州途中
霜晨搖落歎征衣 ~ 落葉지는 새벽 서릿 길 나그네는 凄涼한데
極目平原秋草稀 ~ 視界內 넓은 들판엔 가을 풀이 드물다.
天地蕭蕭虛籟合 ~ 天地는 쓸쓸하고 自然의 바람소리만 空虛한데
山川歷歷數鴻歸 ~ 山川은 뚜렷하고 기러기 떼는 돌아 간다.
淡煙喬木圍孤㙒 ~ 맑은 안개속 외딴 農幕은 큰 나무들이 둘러 섰고
流水平沙易夕暉 ~ 모랫벌의 흐르는 물위로 저녘 햇살 반짝인다.
淮北江南何處是 ~ 淮北江南(中國 楊州 땅)은 어디메뇨
二分明月夢依微 ~ 天下第一 楊州 明月이 꿈속에 어른거린다.
(19) 山寺
側峯橫嶺箇中眞 ~ 비껴 선 山봉우리 잿마루는 좋은데
枉却從前十丈塵 ~ 엉뚱한 길에서 열길 紅塵에 해맸다.
龕佛見人如欲語 ~ 龕室의 佛像은 사람 보고 얘기하려 하고
山禽挾子自來親 ~ 새끼 데리고 날아온 山새는 사람을 반긴다.
點烹筧竹冷冷水 ~ 대홈筒으로 흐르는 맑은 물에 茶를 끓여 마시고
供養盆花澹澹春 ~ 花盆마져도 좋은 꽃 길러내는 澹泊한 봄이로다.
拭涕工夫誰得了 ~ 눈물 훔치는 그 工夫를 누가 攄得했던가
松風萬壑一嚬申 ~ 솔바람만 온 골짝을 쓸어가누나.
(20) 甁花
安排畵意盡名花 ~ 잘 꽂아 두자 모두 이름난 꽃인데
五百年瓷秘色誇 ~ 五百年 묵은 瓷器 빛도 神秘를 자랑한다.
香澤不敎容易改 ~ 꽃의 香氣, 瓷器의 潤澤 또한 쉬이 바뀜없으니
世間風雨詎相加 ~ 世間의 비바람이 어찌 서로 害치리오.
(21) 紫霞洞
小谿幽洞自層層 ~ 좁고 깊은 谿谷 절로 層層이루고
一道名泉雨後勝 ~ 외 길가 이름난 샘 비온 뒤 더 좋을시고.
夕照近人松籟起 ~ 夕陽 빛이 사람 가까이 이를 때 솔바람 일어
老身石上聽冷冷 ~ 바위 위에 늙은이에게 맑고 시원한 소리 들려준다.
(22) 初涼 (초가을)
楞楞山出瘦靑意 ~ 楞楞마다 山봉우리는 푸른 빛 衰해가고
瑟瑟波明經穀流 ~ 슬슬 소리내는 물살은 穀食 물결 같구나.
的的遙天孤夢直 ~ 또렷또렷 먼 하늘은 외로운 꿈으로 곧게 뻗고
頭頭露地百蟲秋 ~ 여기저기 이슬내린 땅에는 이 가을 온갖 풀벌레 소리.
(23) 立秋
野情老去最宜秋 ~ 시골 사는 늙은이는 가을이 最高이고
冷逕蓬蒿少熱流 ~찬 오솔길 다북쑥은 熱氣가 줄었다.
卽看曳履歌商處 ~ 노래소리 나는 곳으로 신 끌고 나아가니
已放唫蟬出一頭 ~ 한마리 매미가 이미 목을 빼고 노래를 한다.
(24) 義林池 (提川市에 있는)
濃抹秋山似畵尾 ~ 말쑥한 가을 山은 마치 눈썹을 그린듯 하고
圓潭平布碧琉璃 ~ 둥그런 못은 파란琉璃를 골고루 펴 놓았구나.
如將小大論齊物 ~ 萬若 크고 작은걸 가지고 齊物을 論한다면
直道硯山環墨池 ~ 바로 硯山이 墨池가 된다고 하겠네.
(25) 下仙巖 (丹陽에)
陰陰脩壑似長廊 ~ 어둑어둑한 깊은 골짜기는 길다란 行廊같고
流水浮廻日月光 ~ 해와 달은 그 흐르는 물에 떠 돈다.
一點缁塵渾不着 ~ 검은 먼지 한 點 全혀 붙지 않았고
白雲深處欲焚香 ~ 흰 구름 깊은 곳에 香불이나 사르고 싶다.
(26) 仙遊洞
碧雲零落作秋陰 ~ 푸른구름 조각조각 가을 그늘 이루고
唯有飛泉灑石林 ~ 날아내리는 샘물만이 바위며 숲으로 뿌려진다.
一自吹簫人去後 ~ 玉퉁소 불던 사람 떠난 뒤로는
桂花香冷到如今 ~ 차가운 桂花香氣만 오늘에 으르렀네.
(27) 驟雨
樹樹薰風葉欲齊 ~ 나무마다 薰風불어 잎들은 가지런하고
正濃黑雨數峯西 ~ 西山봉우리로 시꺼먼 비가 몰려온다.
小蛙一種靑於艾 ~ 작은 靑개구리는 쑥보다 더 푸른데
跳上蕉梢效鵲啼 ~ 芭蕉잎 끝에 뛰어올라 까치처럼 울어댄다.
(28) 題 羅兩峯 梅花幀
朱草林中綠玉池 ~ 붉은 풀속 가운데 푸른가지
三生舊蒙證花之 ~ 三生(前.現.後生)의 오랜 꿈이 꽃으로 맺혔네.
應知霧夕相思甚 ~ 應當알리라, 안개 낀 저녁 짙은 그리움을
惆悵蘇齊畵扇詩 ~ 蘇齊 그림부채의 詩가 슬프고 또 슬프다.
(蘇齊 翁方綱 ~作家의 25歲때의 스승. 淸國 書藝家 1733~1818)
(29) 水落山寺
我見日與月 ~ 나는 해와 달을 보며
光景覺常新 ~ 빛이 만들어 내는 모습은 늘 새롭게 느껴진다.
萬象各自在 ~ 森羅萬象이 저마다 스스로 存在하고
刹刹及塵塵 ~ 절이란 절도 마침내 먼지와 티끌이 되나니.
誰知玄廓處 ~ 누가 境界없는 宇宙를 알겠으며
此雪同此人 ~ 이 하얀 눈이 이 사람과 같다는 것도.
虛籟錯爲雨 ~ 빈 바람소리가 빗소리로 잘못 들리기도 하지만
幻華不成春 ~ 가짜 꽃은 봄을 피울 수 없지.
手中百億寶 ~ 손 안에 數많은 寶物이 있는데
曾非乞之隣 ~ 또 남에게 求乞할 일 없지 않은가.
(30) 無題
藥徑通幽窅 ~ 그윽한 오솔길 저 먼 곳으로 通하고
蘿軒積雲霧 ~ 칡넝쿨 감긴 처마에 안개구름 쌓이네.
山人獨酌時 ~ 山사람 저 혼자 盞을 들적에
後與飛花過 ~ 꽃잎은 흩날리며 그 앞을 지나간다.
(31) 無題
淸晨漱古井 ~ 맑은 새벽에 엣 우물에서 양치질하니
古井紅如燃 ~ 옛 우물이 불붙은 듯 붉네.
不知桃花發 ~ 복사꽃 핀 줄도 모르고
疑有丹沙泉 ~ 붉은 鑛石 샘이 있는가 생각했네.
綠溪行且止 ~ 푸른 개울 따라 걷다가 쉬어 가는데
芳綠近人情 ~ 芳草와 綠陰이 사람의 마음에 다가오네.
愛到源深處 ~ 마음에 끌려 그 깊은 根源을 찾아가니
有村花柳明 ~ 한 마을이 나타나는데 꽃과 버들이 밝구나.
(32) 北園初夏
天氣正熟梅 ~ 날씨는 梅實이 잘익을 만한 하고
陰晴摠不眞 ~ 흐렸다 개니 모두 眞實치 않구나.
近峯一圭出 ~ 가까운 봉우리 한 모퉁이 보이고
雨雲還往頻 ~ 비 구름은 자주 오락 가락 하누나.
綠陰合巾裾 ~ 푸르름이 頭巾과 옷자락에 드리고
啼鶯如可親 ~ 지저귀는 꾀꼬리는 親한것 같구나.
玟瑰雜刺桐 ~ 薔薇에 가시梧桐(엄나무)이 섞여서
紅白表餘春 ~ 붉고 흰색이 남은 봄을 나타내누나.
來結靑霞侶 ~ 와서 푸른 안개의 짝을 맺으려니
自是芳杜身 ~ 스스로 꽃다운 杜身이라 여기누나.
(33) 苦炎熱
雨天披雲曾無奈 ~ 비 오는 날 구름 걷어낼 妙數가 아예 없듯이
熱處招風亦不能 ~ 무더운 곳에 바람 부르는 일 당최 不可能하지.
雖未開幬進禮蚊 ~ 모기帳 걷고 모기에게 살을 대주지는 못해도
寧敎拔劍怒微蠅 ~ 힘없는 파리 보고 칼을 뽑아서야 되겠는가.
灑竹纖凉稍可喜 ~ 대숲에 이는 산들바람에 적잖이 기뻤건만
射窓斜陽苦相仍 ~ 窓門에 쏟아지는 夕陽빛은 호되게 괴롭구나.
知是君來當辟署 ~ 잘 알겠네, 그대가 와주면 더위가 물러나겠지.
神若秋水眸如氷 ~ 가을 江물 같은 精神에 얼음 같은 눈瞳子라서.
(34) 重興寺次黃山. 1
(重興寺에서 黃山의 詩를 次韻하다)
上方明月下方燈 ~ 上方에는 달, 下方에는 燈불
法界應須不已登 ~ 法界란 모름지기 쉼 없이 오르는 것.
鍾鼎雲林非二事 ~ 벼슬과 處士 두 가지 다른 일 아닐텐
名山空自與殘僧 ~ 名山은 부질없이 남은 중만 許與하네.
(35) 重興寺次黃山. 2
十年筇屐每同君 ~ 나막신 그대와 같이 한지 十 年 (屐. 나맏신 극)
衣上留殘幾朶雲 ~ 옷 위에는 몇 떨기 흰구름이 배었구나.
吾輩果無諸漏未 ~ 우리들 煩惱가 果然 모두다 없어졌나
空山風雨只聲聞 ~ 空山에는 비바람에 소리만 들리는구나.
(36) 南窟
千秋幽怪歎燃犀 ~ 南窟에 千 年 숨은 怪物, 燃犀가 두려워 歎息하고 (燃犀~事物을 充分히 꿰뚫어 봄)
肅肅靈風吹暗溪 ~ 神靈한 바람 을씨연럽게 어두운 개울로 불어온다.
彈指龍蛇皆化石 ~ 어느새 龍과 뱀들 모두 돌로 바뀌었고
燈光猶作紫虹霓 ~ 燈盞 불빛은 오히려 紫色 무지개를 만드는구나.
(37) 玉美人
裁玉方能敎性眞 ~ 玉으로 다듬은 性情 眞實케 하고
美人强得艶情勻 ~ 美人을 끌어다가 고운 情艶을 고루었구나.
恰如五色羅浮蝶 ~ 恰似 저 다섯 빛깔의 羅浮山 나비 떼 같아
放繭今朝滿院春 ~ 고치 뚫고 나온 오늘 아침은 집안에 가득 봄빛이구나.
(38) 奉寧寺題示堯仙
(奉寧寺에서 堯仙에게 써 보임)
野寺平圓別一區 ~ 들판에 있는 절, 平平하고 둥글어 特別한 이 區域
遙山都是佛頭無 ~ 먼 봉우린 도무지 부처像이라고는 全혀 없도다.
虎兒筆力飛來遠 ~ 宋나라 虎兒의 筆力이 멀리도 날아 와서
淸曉圖成失舊樵 ~ 淸曉圖가 이뤄지니 그져 無本無色하도다.
(39) 送紫霞入燕. 1
(燕京에 가는 紫霞를 餞送하며)
墨雲一縷東溟外 ~ 먹구름 한 오라기 東쪽 바닷가
秋月輪連臘雪明 ~ 둥근 가을달 臘雪과 함께 밝았습니다.
聞證蘇齋詩夢偈 ~ 蘇齋의 詩, 꿈, 偈頌을 證據삼아 들어보니
苔岑風味本同情 ~ 苔岑의 풍기는 멋인양 本來 같은 마음이지요.
(40) 送紫霞入燕. 2
漢學商量兼宋學 ~ 漢學을 헤아리고 宋學도 헤아려
崇深元不露峯尖 ~ 높고 깊어 봉우리 끝도 드러나지 않았지요.
已分儀禮徵今古 ~ 儀禮를 나누어서 今ㆍ古文을 證憑하시니
更證春秋杜歷添 ~ 또 春秋를 證據하고 杜歷도 添加하셨지요.
(41) 送紫霞入燕. 3
混侖元氣唐沿晉 ~ 混侖한 元氣 唐이 晉을 踏襲하고
篆勢蒼茫到筆尖 ~ 篆字 氣運 아득히 붓 끝에 옮겨 왔었지요.
邕塔嵩陽拈一義 ~ 邕塔이랑 嵩陽이 一義란 걸 찾아내어
都從稧帖瓣香添 ~ 모두 王羲之의 蘭亭書 稧帖을 嵩陽帖의 瓣香에 더한 것이라 했지요.
(42) 送紫霞入燕. 4
詩境軒中風雨驚 ~ 翁方綱의 詩境軒에서 비 바람 놀라게 하니
南窓埽破鳳凰翎 ~ 南窓補竹圖에서는 鳳凰 꼬리 쓸어 깨뜨렸지요.
江秋史去留完璧 ~ 江秋史는 떠났는데 完璧帖은 남아 있으니
黃小松來搨石經 ~ 小松 黃彛가 찾아 와서 石經을 搨本했었지요.
(43) 送紫霞入燕. 5
樓前山日澹餘紅 ~ 樓臺 앞 山의 해는 남은 붉빛 묽게 하고
快雪粉箋說異同 ~ 粉箋紙와 快雪이 같고 다름을 말했지요.
萬里許君靑眼在 ~ 萬 里 먼 곳 그대에게 靑眼 있음을 認定하니
曾於扇底覓春風 ~ 일찍이 부채 그림 아래서 봄바람을 찾았었지요.
(44) 送紫霞入燕. 6
百摹雨雪摠塵塵 ~ 百 番 낀 雨雪詩本 모두 재가 되고
又一九霞洞裏春 ~ 九霞洞 東坡像은 막대를 짚은 봄속의 그림.
顴右誌傳松下供 ~ 顴右誌本은 松下가 提供한 것이니
何如子固硏圖人 ~ 趙子固의 벼루에 그린 사람과 어떠한가요.
(45) 送紫霞入燕. 7
東坡石銚今猶在 ~ 東坡 先生 石銚, 只今도 남아 있어
圖壓蘇齋書畫船 ~ 그 그림이 蘇齋의 書畵船을 눌렀다.
淮泗道中明月影 ~ 淮泗 땅의 길과 밝은 달 그림자
松風夢罷尙涓涓 ~ 솔바람에 꿈을 깨니 如前히 아른아른.
(46) 送紫霞入燕. 8
三百年來無此翁 ~ 三百 年이 가는 동안 이 늙은이 다시 없어
石帆亭上聞宗風 ~ 石帆亭 亭子 위에서 王漁洋의 높은 風貌 들었다.
團成八月生辰日 ~ 八月 生辰 날에 여러 사람들 모여 앉아
祝嘏碧雲紅樹中 ~ 푸른 구름 붉은 나무숲 속에서 福을 빌었다.
(47) 送紫霞入燕. 9
自從實際覰精魂 ~ 實際를 밟아 보고 精魂을 엿보시어
底事滄浪禪理論 ~ 무슨 숨은 일로 滄浪은 禪理를 따지는가.
一世異才收勿騁 ~ 한 世上의 異才를 받아 달리지 말고
十年浮氣掃無痕 ~ 十 年의 뜬 氣運은 쓸어내어 痕跡마저 없었다.
(48) 送紫霞入燕. 10
唐碑宋槧萃英華 ~ 虞世南 牟唐碑 宋槧은 모두가 英華로워
漢畫尤堪對客誇 ~ 漢畵는 손님들에게 더욱 자랑할 만하도다.
拱璧河圖曾過眼 ~ 拱璧 같은 河圖는 진작 눈을 거쳤는데
雪鴻怊悵篆留沙 ~ 봄 눈 기럭 발톱처럼 모래 남긴 글字 서글퍼다.
(49) 題澹菊軒詩後 (澹菊軒 詩 뒤에 쓰다)
卄四品中澹菊如 ~ 二十四詩品 中에 澹澹하기 菊花같아
人功神力兩相於 ~ 사람 功과 神의 힘 모두가 여기 있도다.
墨緣海外全收取 ~ 바다 건너 붓으로 쓴 것 모두 가져다가
讀遍君家姊妹書 ~ 그대 집안 姉妹의 글들 두루 다 읽었다오.
(50) 寄上淵泉丈 (淵泉 洪奭周어른께 부쳐 올립니다)
萬壑千峯悵獨遊 ~ 온 골짝 온 봉우리를 혼자서 노니는데
白雲一抹夢中秋 ~ 흰구름은 꿈속의 한 가을을 발라버리는군요.
若於此境甘枯寂 ~ 萬若 이 境地에서 枯寂을 즐긴다면
還敎人人羨八州 ~ 도리어 사람마다 八州를 부러워할 것입니다.
(51) 送鍾城使君. 1 (鍾城 使君을 餞送하다)
秋風送客出邊頭 ~ 가을 바람에 客을 邊方으로 보내니
蓋馬山光着遠愁 ~ 蓋馬山 빛에 먼 아득한 시름 어리는구나.
天上玉堂回首處 ~ 天上의 玉堂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 곳
雙旌應過幘溝婁 ~ 두 깃발은 應當 咸鏡道 幘溝樓를 지나리라.
(52) 送鍾城使君. 2
苔篆剝殘漫古墟 ~ 이끼 글字 부서진 아득한 옛 터
高麗之境問何如 ~ 高麗 나라 之境이 어떠한가 물어본다.
尋常石砮行人得 ~ 尋常찮게 行人이 돌 화살䃚 줍는데
此是周庭舊貢餘 ~ 이것이 바로 周 나라 朝廷 옛 貢物이라.
(53) 雪夜偶吟
酒綠燈靑老屋中 ~ 綠黃色 술, 푸른 燈불, 낡은 집 안
水仙花發玉玲瓏 ~ 玉玲瓏처럼 水仙花 피었구나
尋常雪意多關涉 ~ 尋常한 저 눈의 뜻과도 關聯 많아
詩境空濛畫境同 ~ 詩의 境界 空濛한데 畵境도 마찬가지로다.
(54) 午睡. 1
一枕輕安趁晩涼 ~ 베개자리 便安하고 저녁에 서늘한 바람 불어오니
眼中靈境妙圓光 ~ 눈 안의 神靈한 地境에 둥근 빛이 神妙하구나.
誰知夢覺元無二 ~ 누가 아는가, 꿈꾸는 일과 깨어 있는 일은 둘이 아닌 것을
蝴蝶來時日正長 ~ 나비 날아 올 때는 해도 길어지는구나.
(55) 午睡. 2
苽花離落粟風涼 ~ 울타리 속 오이꽃에 서속 바람 서늘하고
住在玲瓏怳惚光 ~ 玲瓏하고 怳惚한 빛에 집이 있구나.
富貴神仙饒一轉 ~ 富貴라 神仙이라 한 마당 꿈에 醉하여서
炊煙漫敎枕頭長 ~ 밥 짓다 부질없이 베개머리 늘여본다.
(56) 午睡. 3
松風分外占恩涼 ~ 分數 밖의 솔바람 恩惠롭게 서늘하여
攝轉葡萄現在光 ~ 攝理를 따라 葡萄는 只今 빛깔 띠고 있네.
特地家鄕成尺咫 ~ 이 特別한 땅, 내 故鄕의 咫尺이니
靑山一髮未曾長 ~ 靑山의 한 區域이 먼 곳이 아니었네.
(57) 看山
山與大癡寫意同 ~ 山은 大癡와 描寫된 속뜻은 같으나
匡廬詩偈杳難窮 ~ 匡廬의 詩의 偈頌처럼 妙하여 다 찾기는 어려워라.
都無冬夏靑蒼氣 ~ 여름과 겨울 푸른 氣運은 全혀 없고
陡壑脩林一樣紅 ~ 險한 골짜기 늘어진 숲은 같은 貌樣으로 붉은 빛이 돈다.
(58) 題翁星原小影
端莊雜流麗 ~ 端正하고 씩씩함에 流暢하고 아름다움이 섞여있다면
剛健含阿娜 ~ 굳세고 健壯함에 곱고 軟弱함을 머금었구나.
坡公論書句 ~ 蘇東坡가 評論한 글句들
以之評君可 ~ 그것들로 그대를 評하는 게 옳은 것 같네.
此圖十之七 ~ 이 그림의 十 分의 七은
莊健則未果 ~ 씩씩하고 健壯하다고는 못하겠노라.
弗妨百千光 ~ 決코 妨害되지 않노니, 百 가지 千 가지 빛깔이여
都攝牟珠顆 ~ 牟尼의 淸淨한 구슬 한 덩이로 모두 거두어버리는구나.
惟是致君來 ~ 옳도다. 이곳으로 그대를 불러서
共我一堂中 ~ 나와 함께 한 집에서 마주 보는구나.
烏雲萬里夢 ~ 검은 구름이라 萬 里 먼 곳의 꿈
海濤廻天風 ~ 바다에는 거센 물결, 하늘에는 바람 회오리치네.
覃室儼侍歡 ~ 覃室은 恭遜히 모심이 기쁘고
蘇筵執役同 ~ 蘇筵과도 일을 함께 한다.
文字聚精靈 ~ 文字는 精力과 靈魂이 모여진다면
神理合圓通 ~ 神靈스런 理致도 圓滑히 通할 것이다.
愧我慙雌甲 ~ 보잘것없는 내가 짝數의 날을 맞은 것이 부끄럽고
生辰又特別 ~ 태어난 時間 또한 特別하도다.
以君家墨緣 ~ 그대의 집안과 그림의 因緣으로 헤아리면
宜君生臘雪 ~ 그대는 섣달 出生이 마땅하도다.
如何我生日 ~ 何必이면 내가 태어난 날이
而復在六月 ~ 六月이란 말인가.
依然蘇與黃 ~ 蘇東坡와 黃山谷 (黃庭堅의 號)을 偶然하게도
君我各分一 ~ 그대와 내가 하나씩 各其 나눠가졌구나.
飆輪轉大世 ~ 바람바퀴 큰 世上을 돌아다니니
前夢吾夙因 ~ 지난날의 내 꿈은 나에게는 오랜 歲月의 因緣이구나.
笠屐存息壞 ~ 삿갓에 나막신은 저 息壤 땅에 남아있거니
石帆叩梁津 ~ 梁津은 石帆에 물어보는구나.
秋虹結丹篆 ~ 丹篆에 맺혀있는 가을 무지개
吐氣蟠嶙峋 ~ 吐해낸 氣運이 서리어 높이 솟아라.
回首石幢影 ~ 고개 돌려 石幢의 그림자를 바라보니
息息與塵塵 ~ 숨결마다 俗된 일들이도다.
擧似匡廬偈 ~ 似匡廬의 偈頌을 들어 보이니
坡像涪翁拜 ~ 坡像 蘇軾 앞에 涪翁 黃庭堅이 절을 드리는구나.
金石申舊約 ~ 金石에다 옛 言約을 드러내니
銖縷窮海外 ~ 저울 눈금 실오리도 바다 밖으로 다하는구나.
石銚鳴松風 ~ 돌솥에 솔바람이 울리니
琅琴答天籟 ~ 구슬 거문고는 天籟에 答하는구나.
一念逾新羅 ~ 한 생각이 新羅로 들어가니
竟有何人解 ~ 끝내 어떤 사람이 理致를 理解랄 수 있을까.
(59) 偶吟
時候忽已徂 ~ 季節은 벌써 바뀌어
明月又秋風 ~ 밝은 달과 가을바람 이네.
孤懷攬逝雲 ~ 외로운 마음은 지나가는 구름 감싸고
戚戚悲西東 ~ 근심과 걱정으로 모든 일이 서글프다.
風雨日以至 ~ 비바람이 날마다 불어오니
咫尺間山川 ~ 咫尺間도 山川이 가로 막힌 듯하여라.
老槐高百尺 ~ 오래된 槐木은 높이가 百 尺이고
飛花過墻翩 ~ 흩날리는 꽃잎들은 나풀나풀 담장을 넘는구나.
搴花咏所思 ~ 꽃을 뽑아들고 그리운 임 노래하니
悵然心莫展 ~ 너무나 서글퍼 내 마음 풀 수도 없구나.
籜石眷幽寂 ~ 竹筍 난 돌은 閑寂하고 그윽한 곳 그리워하고
菱藻冒淸淺 ~ 마름과 부들은 맑고 옅은 내를 덮었구나.
林蟬破鮮霽 ~ 매미 소리 비 갠 숲 속의 閑寂함을 깨뜨리고
天地一懷新 ~ 天地가 한결같이 새로워지는구나.
澄景畢來集 ~ 맑은 風景 모두 모였으니
緬邈區中塵 ~ 아득히 떠오르네, 俗世의 온갖 생각.
及時須行樂 ~ 모름지기 때를 만나 즐길 것이니
浮生足可惜 ~ 덧없는 人生 너무도 哀惜하도다.
顧結芳杜隣 ~ 생각하건데, 芳杜의 이웃을 맺어
聊以數晨夕 ~ 오로지 朝夕으로 자주 노닐었으면.
(60) 夏夜初集
閉戶常存萬里心 ~ 문 닫고 있어도 마음은 萬 里 먼 곳
雲飛水逝有誰禁 ~ 구름 날고 물은 흘르니 누가 말리랴.
尙憐夏日孤花在 ~ 여름엔 홀로 남은 꽃 있어 예쁘고
閱罷春山百鳥吟 ~ 봄엔 山의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 다 듣는다.
已看靑眸回白眼 ~ 푸른 눈이 白眼으로 돌아가는 것 보았으니
曾將一字易千金 ~ 한 글字 인들 千 金으로 바꾸리오.
詩家衣鉢傳來久 ~ 詩家의 依하면 傳해진 지 오래인데
自是宗何與祖陰 ~ 大槪는 何遜과 陰鏗을 스승으로 삼았다네.
★ 何遜과 陰鏗~南朝時代 人物.
(61) 梅花小幅
看花要須作畵看 ~ 꽃을 보려거든 그림 그려서 봐야하리
畵可能久花易殘 ~ 그림은 오래가나 꽃은 쉬이 시드니까.
詩中香是畵中香 ~ 詩 속의 香氣가 그림 속의 香氣이 듯
休道畵花畵香難 ~ 꽃은 그려도 香氣는 그리기 어려우니.
(62) 不二禪蘭
不作蘭畵二十年 ~ 蘭草를 안 그리지 스무 해인데
偶然寫出性中天 ~ 偶然히 그렸더니 天然의 本性이 드러났네.
閉門覓覓尋尋處 ~ 門 닫고서 찾고 찾고 또 찾은 곳
此是維摩不二禪 ~ 이게 바로 維摩居士의 不二禪이라네.
★ 不二禪이란, 維摩經의 不二法門品에 나오는 말이다.
若有人强要 ~ 萬若 누군가가 强要한다면
爲口實又當以毘耶 ~ 또 구실을 만들고 毘耶離城에 있던 維摩의
無言謝之. 曼香 ~ 말없는 對答으로 拒絶하겠다. 曼香.
以草隸寄字之法爲之 ~草書와 隸書의 寄字의 法으로 그렸으니
世人那得知 那得好之也 ~ 世上 사람들이 어찌 이를 알아보며, 어찌 이를 좋아할 수 있으랴
漚竟又題 ~ 구경이 이 또 題하다.
始爲達俊放筆 ~처음에 達俊에게 주려고 그린 것이다
只可有一 不可有二 ~. 이런 그림은 한 番이나 그릴 일이지, 두 番 그려서는 안 될 것이다.
仙客老人 ~ 仙客老人.
★ 1851年 咸鏡道 北靑으로 두 番째 귀양을 갔다. 濟州道에서 돌아온 지 3年만이다. 達俊은 그 때 시종으로 있던 平民總角이다. 옆에서 먹을 갈아줘서 ‘먹동이’라고도 불렸다.
1年 後 귀양길에서 풀려나면서 達俊을 果川집으로 데리고 왔다. 達俊은 十八史略 等 中國 古書를 즐겨 읽었다. 身分은 다르나 글을 좋아한 達俊이 奇特해서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約條를 했다. 그러다가 일이 틀어진다.
吳小山見而豪奪 ~ 吳小山이 이를 보고 얼른 빼앗아가니
可笑 ~ 可笑롭구나.
(63) 遼野
山到石嶺盡 ~ 石嶺에 이르러야 山이 끝나
萬里橫襟前 ~ 萬 里가 옷깃 앞에 펼쳐진다.
天地空虛處 ~ 하늘과 땅 空虛한 곳임에
儘在此中間 ~ 그야말로 여기 中間에 있다 할 밖에.
水凹與山凸 ~ 움푹한 물이랄까 뾰족한 뫼들
平掃疣贅縣 ~ 군더더기 달린 것을 고루 쓸어내었구나.
乾端入何處 ~ 하늘끝은 어디메로 들어갔는지
地體信覺圓 ~ 땅 形體가 둥글단 것 깨닫겠구나.
視極以爲際 ~ 끝 간 곳을 보고 가라 여겼었더니
到際又茫然 ~ 이르르면 또 다시 아득만하네.
兩曜匪海出 ~ 해와 달이 바다에서 솟아나고
皆從大陸緣 ~ 모두 大陸을 따라 좇아 오르네.
白塔出菌頭 ~ 白塔 따윈 돋아난 버섯 머리라
何以雄塞邊 ~ 저렇고서 邊方에 대단하다 하리.
遊雲弄狡獪 ~ 狡猾한 遊雲은 才弄을 떨어
時自幻遠山 ~ 때로는 먼 山인 양 遁甲을 하네.
千秋大哭場 ~ 千秋에 痛哭 할 만한 자리
戲喩仍妙詮 ~ 戱談 아닌 그게 바로 妙言이로세.
譬之初生兒 ~ 比喩를 하자면 갓난아이의
出世而啼先 ~ 世上에 태어나는 呱呱之聲이리.
十方恒沙佛 ~ 十方은 佛語 恒河沙 같아
無量百億千 ~ 百億, 千億으로 無量이다.
如將此地量 ~ 萬若에 이 땅으로 헤아린다면
還復着一連 ~ 도리어 한 군데만 執着된 걸세.
依舊從線路 ~ 예前 실올 같은 길을 따라가니
人行殊可憐 ~ 사람의 걸음 자못 可憐도 하다.
(64) 山映樓
(高陽市 德陽區 北漢洞 山1의 1番地 重興寺 밑 碑石거리 앞 絶壁 위에 세워진 樓閣)
一一紅林裏 ~ 온통 붉게 물든 숲속에는
廻溪復截巒 ~ 굽이치는 냇물과 솟구친 봉우리들.
遙鍾沈雨寂 ~ 먼 鐘소리는 빗소리에 가려 稀微하고
幽唄入雲寒 ~ 그윽한 讀經소리 찬 구름 속에 스며드네.
石老前生憶 ~ 깎여진 바위는 前生을 되새겨보게 하고
山深盡日看 ~ 山은 깊어 終日토록 바라보게 되네.
烟嵐無障住 ~ 구름 안개는 걷힐 때가 없지만
線路向人寬 ~ 좁은 오솔길은 반가이 사람을 맞아준다.
千峰紛匼匝 ~ 수많은 봉우리 聯이어 서 있고
寒雨滿山樓 ~ 차가운 비는 樓閣에 가득하네.
太古歸東日 ~ 오랜 옛날 東쪽으로 돌아가던 날
眞興狩北秋 ~ 眞興王은 北쪽 邊方을 巡行했네.
險要由地設 ~ 險한 山地에 堡壘를 쌓으며
漫汗作天遊 ~ 드넓은 하늘 아래 遊覽했네.
繡谷知如此 ~ 繡놓은 듯 華麗한 골짜기 이를 아는 듯
林林膩欲流 ~ 茂盛한 숲을 이뤄 매끄럽게 흐르려 하네.
峯影隨橫側 ~ 봉우리 그림자들 멋대로 옆으로 기울고
在樓仍滿樓 ~ 樓閣을 비추니 樓閣 안이 또한 가득하네.
支空團一氣 ~ 虛空을 버티고 있는 둥근 한 氣運
積健束高秋 ~ 힘모아 가을 한 자락 붙잡고 있구나.
石廩聯奇相 ~ 石廩(平平한 돌 같은것)과 하나로 妙한 모습 이루고
天都較壯遊 ~ 天都와 豪快함을 겨루고 있네.
秪應施願力 ~ 宜當 願力을 베풀고 있으니
坤軸鎭西流 ~ 天地의 軸이 西流를 지켜주네.
(65) 戲題示優曇 曇方踝腫 (장난으로 적어서 優曇에게 보이니 優曇에이 막 腫氣가 났다)
抹却毗邪示疾圖 ~ 毗邪의 病을 없애고 病 그림을 보여주니
佛瘡祖病一都盧 ~ 佛의 부스럼 病이 하나의 돌림病이 되었도다.
法華藥草還鈍劣 ~ 法華의 藥草에 조차 도리어 愚鈍劣等하니
不是藥者採來無 ~ 藥 캐는 者가 藥을 캐오지 않아서가 아닐까.
(66) 用元曉故事曇病在腨又戲續示曇
(曇 病이 장딴지에 있기에 元曉 故事를 쓰고 또 장난으로 적어서 曇에게 보이다)
四百四病無是病 ~ 四百 네 가지 病에 이 病은 없거니와
八十毒草無渠藥 ~ 八十 가지 毒草에도 저놈의 藥은 없도다.
可是今日拭瘡紙 ~ 도리어 오늘날에 부럼 닦은 종이에는
金剛三昧經的的 ~ 金剛의 三昧經이 뚜렷이 적혀있도다.
(67) 戲贈晩虛 (晩虛에게 재미삼아 주다)
涅槃魔說送驢年 ~ 涅槃이라는 異常한 말로 永遠히 산다고 하니
只貴於師眼正禪 ~ 다만 스님에겐 눈 바른 禪이 貴하도다.
茶事更兼叅學事 ~ 茶 일과 배우는 일을 함께하여
勸人人喫塔光圓 ~ 사람에게 勸하노니, 마시려거든 둥근 저 塔光도 마셔주었으면.
(68) 戲次兒輩喜雨 (戱弄삼아 兒輩의 “喜雨”에 次韻하다)
村橋呑漲汎村流 ~ 물은 마을 다리를 삼키고 마을로 흘러 넘쳐
上下濃靑處處柔 ~ 위아래로 짙고 푸르러 곳곳마다 부드럽도다.
太守力能廻野色 ~ 員님의 功力이 能히 들 빛을 돌려놓아
婆娑數樹効神休 ~ 婆娑 世界 나무들이 神의 아름다움 비추는구나.
(69) 卽事
日見過橋幾百人 ~ 날마다 몇 百 名이 다리 지나는 것이 보지만
何曾橋力減橋身 ~ 어찌 일찍이 다리 힘이 다리의 키를 줄였던가.
丁之畚土添橋者 ~ 壯丁이라 흙 담아 다리에 붓는 者는
荒落山川報政新 ~ 荒落한 산과 내에 政治가 새로움을 알려 주는구나.
(70) 蕙百將歸病懷甚無憀取其袖中舊白毫書贈 (蕙百이 돌아가려 하므로 病이 난 마음 無憀하여 그 소매 속에서 예前의 白毫筆을 取하여 써서 주다)
山川時雨兩笻晴 ~ 때때로 山川에 비 지나가니, 두 지팡이 깨끗하고
五色毫光漫去程 ~ 五色 붓털 光彩 일어, 가는 길에 가득 차는구나.
料得世間無熱處 ~ 헤아려보니 世上에는 더운 곳이 없을 것 같아
一千里洽萬蟬聲 ~ 一千 里 기나 긴 길에 數萬 마리 매미소리 가득 하다.
(71) 果寓村舍 (果川에 있는 草家)
寒女縣西擁病居 ~ 寒女라 고을 西쪽 病을 끼고 사노라니
溪聲徹夜甚淸虛 ~ 밤을 새는 시내 소리 몹시도 淸虛하네.
羸牛劣馬橋前路 ~ 다리 앞 한길가의 여윈 소랑 조랑말은
畫科蒼茫也屬渠 ~ 蒼茫한 그림 材料 저 들의 차지로군.
兩山靑綠夾晴開 ~ 兩쪽 山 파릇파릇 갠 날 끼고 트였는데
村氣泥醺盡野獃 ~ 마을 氣運 무더워라 모두가 흐리멍텅.
不覺平生牛後耻 ~ 소몰이 되는 부끄러움을 平生에 모르는 듯
城中日日販柴廻 ~ 城안에 가 날마다 땔감 팔고 돌아오네.
(72) 戲贈吳大山昌烈
(大山 吳昌烈에게 재미로 주다)
未窺一字岐軒書 ~ 岐軒의 醫學冊을 한 글字도 못 보고서
白喫人間酒麵猪 ~ 남의 술, 돼지, 국수를 그냥 먹어대는구나.
慾速他年地獄罰 ~ 다른 해에 地獄에 빨리 가고 싶은지
陽陽跨馬又騎驢 ~ 버젓이 말을 타고 또 나귀를 타는구나.
(73) 雪霽窓明書鐵虯扇
(눈이 개어 窓이 밝아 鐵叫의 부채에 글을 쓰다)
雪後烘晴暖似還 ~ 눈 갠 뒤, 하늘은 밝고 맑아 따스한 氣運 돌고
夕陽漫漫小窓間 ~ 一千 里 기나 긴 길에 數萬 마리 매미소리 가득하다.
稻堆庭畔高於塔 ~ 뜨락의 볏가래는 塔보다 더 높아 쌓였고
直對西南佛鬘山 ~ 바로 저 西南쪽으로 佛鬘山을 마주 보는구나.
(74) 戲贈浿妓竹香. 1 (平壤 妓生 竹香에게)
日竹亭亭一捻香 ~ 햇빛 아래 亭亭한 저 대나무 一捻香이라
歌聲抽出綠心長 ~ 노랫소리는 푸른 마음에서 길게도 뽑혀 나오누나.
衙蜂欲覓偸花約 ~ 官衙의 벌들이 꽃 훔칠 期約을 찾고자하나
高節那能有別腸 ~ 높은 節槪라 어찌 다른 特別한 마음 있을까.
(75) 戲贈浿妓竹香. 2
鴛鴦七十二紛紛 ~ 鴛鴦새 일흔인데 두 마리가 어지러워
畢竟何人是紫雲 ~ 畢竟에 어느 사람이 바로 곧 紫雲인가.
試看西京新太守 ~ 西京의 새 太守님 한 番 보게나
風流狼藉舊司勳 ~ 風流 所聞 狼藉한 옛날의 杜牧이란다.
(76) 咏棋 (바둑판을 읊다)
局面南風冷暖情 ~ 바둑 판 위의 南風은 차고도 따뜻한데
古松流水任縱橫 ~ 古松에 흐르는 물은 縱橫으로 마음대로구나.
蓬萊淸淺非高着 ~ 蓬萊 바다 맑고도 옅으니 높은 곳이 아니니
橘裏丁丁鶴夢輕 ~ 橘 속의 바둑돌 부딪는 소리 鶴의 꿈이 가볍구나.
(77) 憶吳秀才. 1 (吳秀才를 생각하다)
顯節祠前記舊遊 ~ 顯節祠 祠堂 앞의 옛 놀이를 記憶하니
百年世事不勝愁 ~ 百 年 世上 일에 시름을 못 이긴다.
淡雲微雨依然處 ~ 옅은 구름 보슬비 아득한 그곳은
佳菊衰蘭又一秋 ~ 아름다운 菊花 시들은 蘭草 또 가을이겠지.
(78) 憶吳秀才. 2
木正西風菊正霜 ~ 나무에는 가을 바람 菊花에는 하얀 서리
一簾秋影澹詩坊 ~ 발에는 가을 그늘 차고 詩坊은 澹朴하리.
翻憐佳境還愁絶 ~ 可憐하다, 좋은 곳이 도리어 시름이 깊으니
却向天涯欲斷腸 ~ 먼하늘끝를 바라보면 애肝腸 이 끊어진다.
飴山風雅幷蓮洋 ~ 飴山의 風流에 蓮洋마저 함께하여
明月寒江聽佛香 ~ 밝은 달 차가운 江에 부처의 香氣 들었다네.
那識觀音閣裏夜 ~ 어찌 알았으리, 觀音閣 안 한밤에
一燈秋夢久回皇 ~ 한 외로운 燈불에 가을 꿈 오래도록 서성일 줄을.
(79) 憶吳秀才. 3
五日難於十載離 ~ 닷새 동안 離別이 十 年 離別보다 어려워
酒風詩雨亂愁思 ~ 술의 바람과 詩의 비에 내 근심 어지럽히네.
奚囊定與雲囊滿 ~ 奚囊은 반드시 雲囊과 가득 찼으리니
持贈猶堪自悅怡 ~ 가져다 주면 혼자서 즐기고 기뻐하겠네.
(80) 金仙臺. 1
訣十六條自正陽 ~ 十六 條의 秘訣은 正月부터인데
熙川之郭復堂堂 ~ 熙川의 郭이 있어 다시금 堂堂하다.
西山法印元同偈 ~ 西山의 法印은 元來 같은 偈이니
去證臺前一炷香 ~ 가거들랑 樓臺 앞에 一炷香 피우게나.
(81) 金仙臺. 2
萬木森沉古逕苔 ~ 온갖 나무 우거진 이끼 낀 옛 길은
韓無畏後幾人來 ~ 韓無畏 지나간 뒤 몇 사람이 찾아왔노.
山中知有餘丹在 ~ 이 山 속에 남은 金丹이 있음을 알아
直攝神光鶴背廻 ~ 神靈한 빛을 곧장 끼고 鶴 타고 돌아온다.
(82) 金仙臺. 3
一筇一屐禮金仙 ~ 나막신에 막대 하나 金仙에 禮拜하니
的的誰傳弘正禪 ~ 弘正 禪師 道力을 分明히 누가 傳할까.
試放毗盧峯頂眼 ~ 毗盧峯 꼭대기서 눈 한 番 내려보아라
空山雨雪摠眞詮 ~ 빈 山의 비와 눈이 무두가 眞理의 참된 說明인 것을.
(83) 題泛槎圖 (泛槎圖의 畵題를 붙이다)
秋靜天門兩扇開 ~ 가을 하늘 고요하고 두 짝 門이 열렸는데
千年又見一槎來 ~ 千 年만에 또 뗏목 하나 떠오는 것 보겠구나.
女牛莫敎無端犯 ~ 牽牛와 織女를 無端히 犯하게 하지 말고
此老新從五嶽回 ~ 이 늙은이 새로이 五岳에서 돌아왔노라.
(84) 詠雨. 1
入雨山光翠合圍 ~ 빗속에 들어온 山빛은 푸르게 에웠는데
桃花風送帆風歸 ~ 복사꽃에 부는 바람 돗대에 불어 배 돌아가네.
春鴻程路無遮礙 ~ 봄 기러기 가는 길은 막힐 일 全혀 없어
纔見南來又北飛 ~ 南으로 날아오자 다시 또 北으로 날아가네.
(85) 詠雨. 2
時雨山川破久慳 ~ 때 맞은 비에 山川이 오랜 가뭄 깨뜨리니
東風力斡曉雲還 ~ 봄바람 새벽구름 힘껏 몰고 돌아오네.
一絲一點皆膏澤 ~ 한 올, 한 방울도 모두가 기름과 恩澤이라
草木心情恰解顔 ~ 풀과 나무 心情도 一齊히 얼굴을 펴네.
(86) 詠雨. 3
春雨冥濛夕掩關 ~ 사립 닫힌 저녘에 봄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一犁田水想潺湲 ~ 한 쟁기 논물은 아마도 찰랑이겠지.
任他笑吠黎家路 ~ 黎家의 마을길에 웃거나 짖거나 내맡기고
坡老當年戴笠還 ~ 當年의 東坡老人은 삿갓 쓰고 돌아왔겠지.
(87) 喚風亭
喚風亭接望洋臺 ~ 喚風亭 올라보니 望洋臺와 맞닿고
俯見紅毛帆影來 ~ 굽어 보니 붉은 돛단배 그림자 떠오네.
眼界商量容一吸 ~ 눈 앞의 물을 보니 單 番에 마실 것 같은데
兩丸出入掌中杯 ~ 손 가운데 술盞에 해와 달이 뜨고 진다.
(88) 秋日晩興. 1
稻黃蟹紫過京裏 ~ 누런 벼와 紫色 게 나는 좋은 철을 서울에서
秋興無端鴈江邊 ~ 기러기 날아가는 물가에 가을 興이 끝이 없다.
最是漁亭垂釣處 ~ 漁亭에서 낚싯줄 드리울 때
任放沙禽自在眠 ~ 閑暇히 날던 새들은 모래톱에 내려앉아 졸고 있구나.
(89) 秋日晩興. 2
銀河當屋柳旗斜 ~ 銀河水 지붕에 이르니 버들 깃대 빗겨서고
喜事明朝占燭華 ~ 좋은 일 아침에 있다고 촛불이 알려주는구나.
佳客來時多酒食 ~ 좋은 손님 오실 때는 술과 밥이 많아야지
夜光生白吉祥家 ~ 祥瑞롭고 길한 집엔 밤 빛도 희게 비치는구나.
(90) 秋日晩興. 3
碧花無數出堦頭 ~ 이끼 꽃 無數히 섬돌가에 돋아나니
占斷山家第一秋 ~ 山 속을 차지한 저 집이 製一의 가을이로다.
榴後菊前容續玩 ~ 石榴꽃 뒤, 菊花 앞에는 구경거리 잇따르니
壯元紅是竝風流 ~ 壯元紅 저 붉은 것이 바로 風流를 兼備했구나.
(91) 鵲巢
喜鵲喳喳繞屋茆 ~ 氣分 좋은 까치 까악까악 띠 집을 맴돌다가
窓南直對一丸巢 ~ 窓 南쪽에서 한 둥근 둥지를 마주보네.
新來不唾靑城地 ~ 새로온 新斬은 靑城 땅에 잠 못 들고
透頂恩光敢自抛 ~ 頂上 뚫는 恩惠로은 빛을 敢히 스스로 抛棄할까.
(92) 北壁
兩山斧劈一孤亭 ~ 두 山을 도끼로 쪼갠 사이에 외로운 亭子 하나
步屧何曾到石屛 ~ 내 발걸음 어떻게 돌屛風에 이르렀는가.
十載縱令趨紫陌 ~ 十 年을 아무리 繁華한 거리에 달려가더라도
看山從此眼常靑 ~ 사람보면 이제부터 눈이 恒常 푸르리라.
(93) 庭草
一一屐痕昨見經 ~ 하나 하나 신 자국 어제 지난 자국인데
蒙茸旋復被階庭 ~ 茂盛한 풀들이 다시 자라나 섬돌 위 뜰을 덮었구나.
機鋒最有春風巧 ~ 機鋒에는 가장 봄바람 巧妙하게 불어
纔抹紅過又點靑 ~ 붉은 색 발라 놓고 지나가자 또 푸른 點 찍는구나.
(94) 二樂樓
紅樓斜日拜三字 ~ 붉은 樓閣에 지는 해가 세 글字에 절 하니
二百年中無此君 ~ 二百 年 동안에 이 분 밖에 아무도 없으리라.
想見當時洗硯處 ~ 當時에 벼루 씻던 그곳을 생각해보니
古香浮動一溪雲 ~ 옛 香氣 온 개울에 물안개 속에 떠 흐른다.
(95) 涵碧樓
綠蕪鶴脚白雲橫 ~ 우거진 푸른 풀 위를 날아가는 鶴 다리 사이 흰 구름 빗겨있고
取次江光照眼明 ~ 몇 줄기 江 빛을 보니 눈에 비춰 눈부시네.
自愛此行如讀畫 ~ 그림을 읽는 듯한 이 걸음 대견하니
孤亭風雨卷頭生 ~ 외로운 亭子에 몰아치는 비바람 冊머리에 生動하네.
(96) 寄野雲居士
古木寒鴉客到時 ~ 客이 이르른 古木에선 갈가마귀 울어대니
詩情借與畫情移 ~ 詩情이 일어나 그 情겨움을 그림에 옮기었네.
煙雲供養知無盡 ~ 自然의 供養이 無窮함을 알았으니
笏外秋光滿硯池 ~ 어렴풋한 가을 빛깔 벼루못에 가득하네.
(97) 松京道中
山山紫翠幾書堂 ~ 山마다 푸른데 書堂이 몇이나 있나
籬落勾連碧澗長 ~ 울타리는 닫쳐있고 푸른 내는 길이 흘러간다.
野笠卷風林雨散 ~ 갓은 바람에 날리고, 숲은 비가 흩날리고
人蔘花發一村香 ~ 人蔘꽃 피어나 온 마을이 香氣롭다.
(98) 水雲亭
秋雨濛濛鶴氣橫 ~ 부슬부슬 가을비에 鶴은 비껴날고
松針石脈滿山明 ~ 솔잎과 돌 더미가 山에 가득 鮮明하다.
試從一笠亭中看 ~ 一笠亭 가운데서 그저 한 番 바라보니
環珮泠泠樹頂生 ~ 珮物소리 찰랑찰랑 나무 끝에서 울려온다.
(99) 舍人巖
怪底靑天降畫圖 ~ 怪異하게 낮은 푸른 하늘이 그림에 내려왔거니
俗情凡韻一毫無 ~ 俗된 情과 凡俗한 韻은 털끝만큼도 없구나.
人間五色元閒漫 ~ 人間의 五感의 欲求란 本來 便하고 閑暇한 것
格外淋漓施碧朱 ~ 特別히 질펀하여 붉고 푸른 것이 여기저기 퍼져 있구나.
(100) 龜潭
石怪如龜下碧漣 ~ 돌 貌樣은 거북 같고 푸른 물결 흘러
噴波成雨白連天 ~ 물결 뿜어 비가 되어 흰 氣運 하늘까지 뻗쳤다.
衆峯皆作芙蓉色 ~ 봉우리들 모두 芙蓉色이 되었으니
一笑看來似小錢 ~ 한 番 웃고 바라보니 돈 닢과 같아 보인다.
(101) 石門
百尺石霓開曲灣 ~ 百 尺의 돌 무지개가 물굽이를 열었고
神工千缺杳難攀 ~ 아득한 神의 工力 따라잡기 어렵구나.
不敎車馬通來跡 ~ 말과 수레가 오간 자국 남기지 않게 하니
只有煙霞自往還 ~ 안개와 노을만 스스로 오락가락하누나.
(102) 島潭
徒聞海外有三山 ~ 바다 밖에 三神山 있다는 말 들었는데
何處飛來學佛鬟 ~ 어느 곳에서 날아와 부처머리 배웠는가.
格韻比人仙骨在 ~ 韻致와 格調 사람에게 견준다면 仙骨이니
恰如中散住塵寰 ~ 이야말로 中散처럼 俗世에 사는 것이네.
★부처머리 ~: 山의 別稱.
★中散 ~: 晉나라 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中散大夫 嵇康을 말함.
(103) 禮山
禮山儼若拱 ~ 禮山 땅은 두 손을 맞잡은 듯 의젓하고
仁山靜如眠 ~ 仁山은 잠자는 듯 조용하구나.
衆人所同眺 ~ 사람이 모두 같이 보지마는
獨有神往邊 ~ 따로 神이 다니는 곳이 있다네.
渺渺斷霞外 ~ 아득히 멀리 떨어진 노을 밖이요
依依孤鳥前 ~ 아련히 외로운 새 날고 있는 앞이라네.
廣原固可喜 ~ 넓은 언덕은 참으로 기쁘고
善風亦欣然 ~ 좋은 바람도 滿足스럽구나.
長禾埋畦畛 ~ 벼가 길게 자라나 밭두둑 묻어버려
平若一人田 ~ 모두가 平平하여 한 사람의 논과 같구나.
蟹屋連渙灣 ~ 게는 여기저기 물 골에 흩어져 있고
蛩雨襍雁煙 ~ 메뚜기는 비 내리듯 기러기 날아가는 안개 속에 섞여있네.
秋柳三四行 ~ 가을 버들은 서너 줄 늘어져
顦悴蒙行塵 ~ 憔悴하게 길 먼지를 다 덮어쓰고 있구나.
紛紛具畫意 ~ 이것저것 그림의 意味를 다 갖추었고
夕景澹遠天 ~ 저녁 風景이 저 먼 하늘에 해맑게 젖어있네.
(104) 重三日雨
花心齊蓄銳 ~ 꽃 마음 가지런히 銳敏함을 기르니
麗景千林積 ~ 華奢한 볕 온 숲에 쏟아진다.
平生曲水想 ~ 平生을 曲水놀이 생각하다
庶幾酬素昔 ~ 옛 생각 이제 거의 이루리라 믿었다네.
朝雨如俗士 ~ 아침 비는 俗世의 선비 같아
雲禽遭鎩翮 ~ 구름을 나는 새도 날개를 부딪는다.
閉戶慙笠屐 ~ 門 닫으니 나막신이 부끄럽고
林邱山川隔 ~ 숲 언덕은 山川이 가로막혔네.
人生天地間 ~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으로 나서
遂爲風雨役 ~ 이제 비바람의 부림이 되고 말았네.
賞春足他日 ~ 봄 구경은 다른 날도 좋지만
重三不可易 ~ 삼짇날을 바꿀 수는 없도다.
奈此獨命酌 ~ 이 홀로 마시는 술 盞을 어찌할까
朋素並離析 ~ 親舊들도 아울러 서로 떨어져 사는 것을.
焚香當聽花 ~ 香 사르며 꽃들의 소리를 들으려니
細煙縈爐栢 ~ 가는 煙氣는 잣나무 火爐를 싸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