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잡고 가슴을 함께 해요!.

손에 손잡고 가슴을 함께 해요!                    솔향 남상선/수필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가슴 뭉클한 장면을 시청했다. 산시태가 나서 건물이 붕괴되고 도로와 농경지가 매몰된 아수라장을 혼연일체가 된 장병들과 주민들이 복구 작업을 하는 영상이었다, 주민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삽과 괭이를 들고 흙을 파고 나르고 있었다. 개중에는 제방을 쌓고, 붕괴 현장을 수습하는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국이 아닌 지구촌 먼 나라였지만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일심동체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오래 전에 고향에서 있었던 일을 연상하게 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농촌 마을 내 고향의 사건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느 날 김 씨 집에 불이 났다. 잿간에서 시작한 불이 초가 본채에 옮겨 붙어 활활 타고 있을 때 텃밭 쟁기질을 하고 있던 이장이 그걸 목격했다. 순간 이장은 동네가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불이야! 불이야!”     소리를 질러댔다.‘불이야!’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이집 저집에서 뛰어 나왔다. 불길은 심상찮게 번져 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양동이에, 고무 다라에, 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땀 흘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동네 사람들의 헌신적인 땀방울로 불길은 어지간히 잡혔지만 축사와 잿간, 닭 몇 마리를 키우던 닭장은 다 타 버리고 말았다. 화재 당시엔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몰랐는데 화재 진압이 된 뒤에 충격적인 현상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다른 닭들은 불이 나자 모두 달아났는데 병아리를 품고 있던 어미 암탉만은 타죽고 말았다. 새끼를 살리려는 모성애로 병아리를 품고 있다가 불에 타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새끼 병아리만 아녔더라면 다른 닭들처럼 빠져나가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암탉은 그걸 안 해 타죽은 거였다. 천행이었던지 병아리들은 살아 있었다.    병아리 때문에 불타죽은 암탉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미닭의 병아리에 대한 애착은 사람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 세계의‘어머니- 자식’관계, 동물 세계의‘어미- 새끼’관계는 같은 시각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모성애는 인간이나 동물 모두 같다고 해야겠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명언이 왜 나왔는지도 알 거 같았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더니 몇 달이 안 되어 봇물 둑에 인접해 있던 김 씨네 논배미를 홍수가 쓸고 갔다. 그 바람에 김 씨네 논 몇 마지기는 토사에 묻혔고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가 끊어졌다. 그야말로 흙이 쌓이고 무너지고 끊어지고 엉망진창이었다. 아무리 봐도 감당이 안 되는 넋두리에 한숨뿐인 일거리였다. 바로 이때 마을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몇 달 전에 화재를 입은 김 씨네 논배미의 토사부터 걷어내느라 예서제서 가래질이요, 흙을 나르는 동민들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 편에선 군데군데 끊어지고 파인 도로를 복구하는 청년들이 삽으로 곡괭이로 땅을 파고 가래질을 하느라 야단들이었다. 일이 힘든 어르신들은 쉬면서 구경만 하기가 안 됐던지 물주전자를 들고 돌아다니며 갈증을 풀어주고 있었다.    일하는 모습이 정말 진풍경이었다. 삽질하는 사람, 곡괭이로 땅을 파는 청년, 가래질하는 일당들, 제방을 쌓는 이와 그 친구들, 다라에 흙을 나르는 수건 쓴 박 씨네 부인, 새참 광주리를 인 아낙네, 실로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아니, 어떤 백화점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인간 상품들이 실감나게 움직이는 라이브 현장이었다.     동민들 중 누가 제안을 했는지 마을회관에서 동민회의가 개최됐다. 회의 안건은 다른 건도 있었지만 주 안건은 두 번씩이나 재앙을 당한 김 씨네를 도와주자는 것이 주였다. 일률적으로 똑같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집집마다 사는 형편에 맞게 성의껏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도와주자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부터 성금보다 더 소중한 정성들이 모아지고 있었다. 이장은 백미 한 가마. 과수원집은 사과 1박스에 배즙 60포, 구멍가게 박 씨는 라면 1 상자, 가난한 오 씨네 아낙은 달걀 1 꾸러미, 산사람으로 통하는 최 씨네는 산 더덕 반 부대, 약초재배 방 씨네는 마른 구기자 1 됫박에 고구마 1박스, 실로 토산물 박람회를 방불케 하는 현장을 정성으로 맥질한 느낌이었다.     2007년 태안 서해 바다에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떼에도 전국의 자원봉사 123만이 자기 집 청소하듯 유출된 기름을 닦고 걷어내어 절망에서 희망으로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힘을 합하고 마음을 함께 한다’는‘육력동심(戮力同心)’이 이렇게 큰 힘이 된다는 걸 교훈으로 깨달았다. 지금은 인생 소풍 길 마친 아내지만 그 때 태안 바다에 가서 5일간이나 땀 흘리고 왔다.     ‘힘을 합하고 마음을 함께 한 결과’화재로 빈 털털이가 될 뻔했던 김 씨를 살려냈다. 육력동심 덕분에 기름 유출 사고로 파괴가 될 뻔했던 서해안 생태계가 복원되었으며 홍수로 우려됐던 고향 마을 농경지와 도로가 정상을 되찾게 되었다. 육력동심의 힘이 아니었더라면 이 어찌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육력동심(戮力同心)은 참으로 위대하여라.     하나에 열, 스물이 합력하여 땀을 흘리면 천하무적의 힘이 나온다는 걸 알았다. 하나에 열, 스물의 힘을 더하면 열하나 스물하나의 힘이 나오는 게 아니라 태산도 움직일 수 있는 과력이 나온다는 깨달았다.‘힘을 합하고 마음을 같이 한다’는 뜻의‘육력동심’의 위력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육력동심이 작게는 가족에서 시작하여 나아가 동민, 시민, 국민으로 확대된다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 하겠다. 육력동심으로 상부상조하는 사람들이라면 천하에 두려울 게 그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고  ‘열 사람이 한 술씩 밥을 덜면 쉽게 밥 한 그릇을 만들 수 있다’는 ‘ 십시일반(十匙一飯) .’ 이란 한자 성어도 있다. 상생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겠는가!  ‘손에 손잡고 가슴을 함께 해요!.’   하나에 열을 더하면 열하나요,스물에 쉰을 합해 일흔이 되는 건 산술이다.  하지만 힘을 합하고 마음을 함께하는 육력동심은 산술적 계산이 아닌 절망에서 희망, 기적을 낳는다 . 육력동심의 위력은 태산도 옮기나니 우리는 손에 손잡고 가슴을 함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