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독서 기회 제공 취지로 신병교육 수료생에 책 선물 감동한 부모들 책 기증 자처
GP·GOP 소초에 도서실 열고 전 장병에게 책읽기 기회 확대 “새롭게 태어나는 돌파구 마련”

기사사진과 설명
육군7사단의 병사들이 ‘자기계발 시간’을 이용해 ‘골든 브리지’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부대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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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7사단의 ‘아미 북 스타트 운동’ 홍보 이미지. 사단 병사의 한 부모님이 책읽기 운동에 감동해 직접 만들어 줬다. 부대제공 |
● 육군7사단 ‘아미 북 스타트 운동’ 주목
육군7사단의 ‘아미 북 스타트(Army Book Start) 운동’이 새로운 병영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책 읽기 운동을 넘어선 캠페인이다. 사단은 ‘독서 생활 습관화’를 통해 생산적 군 복무를 정착시키고 있다. 병사들은 책을 통해 군 복무 자체를 생산적 투자기간으로 전환시킨다. 세상과 소통하고 미래의 꿈을 위해 노력한다. 삶의 가치를 깨달은 만큼 병영생활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출발은 간부들의 작은 정성이었다. 병사들에게 책과 접할 수 있는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2011년 11월부터 전입 보충병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5월부터는 그 적용대상을 신병교육대 수료생으로 확대했다. 부대 군종장교인 조경대 대위(원불교 교무)가 5000권의 책을 기증받은 것이 계기였다. 도서 처리에 대한 고민이 신병 수료식 선물이란 기막힌 아이디어로 발전했다. ‘괜찮을까?’라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현장 반응은 놀라웠다. 신병과 부모들은 뜻밖의 선물에 감동했다. 부대 관계자는 “사단이 신병교육 수료생들에게 책을 선물하자 참석한 부모들이 깜짝 놀라며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사단이 선물한 책은 총 1만3000여 권. 올해 2월부터는 전역 병사에게도 마음을 담은 책을 전하고 있다.
신병 수료식의 도서 전달식은 이제 사단의 전통이 됐다. 도서 확보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기우일 뿐이었다. 신병수료식에서 감동한 부모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사단으로 책을 보내왔다. 소문이 나자 기증 단체도 나타났다. 자매결연 단체, 종교계가 자발적으로 수집한 도서를 기증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약 2만2000권의 책이 부대로 전해져 병사들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도 매주 수십 권의 책이 배달된다.
● 단순한 책 전달 넘어 독서 병영문화 창달
사단은 책 전달식이 단순한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진정한 독서문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했다. 사단 전 장병들에게도 책과 접할 수 있도록 최전방 GP와 GOP소초 수십 곳에 ‘골든 브리지 (Golden Bridge)’ 도서실을 개관하고 책을 가득 채웠다. ‘골든 브리지’는 ‘최전방 부대와 사회를 연결해 주는 도서실’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작명했다. 사단은 독서 환경이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작은 강제(?) 조치도 병행했다.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은 ‘자기계발 시간’으로 정하고 일과시간에 반영했다. 그리고 이 시간만큼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절대 보장한다. 7사단 GOP 소초에서 근무하는 하인모(21) 상병은 “지난해 신병수료식에서 책을 받은 것을 계기로 독서 습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며 “GOP 투입 후에는 독서 여건이 안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골든 브리지’ 도서실에서 책을 읽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기존 사단의 병영 독후감 경연 대회도 ‘아미 북 스타트 운동’과 연계해 더욱 확대했다. 기존 3개에 그쳤던 수상작을 10개로 늘렸다. 수상작에 대한 시상은 분대 차원으로 시행해 독서와 독후감 응모가 분대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되도록 했다.
이형주(중령) 사단 감찰참모는 “개인별로 시상할 경우 계급이 낮은 병사들이 고참 눈치를 보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수상작들에 분대 전체 외박과 회식 상품권 등을 상품으로 제시하자 후임병들도 당당하게 책을 읽고 응모할 수 병영문화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현재 사단 독후감 경연대회에는 분기당 약 400~500편이 응모된다.
사단 관계자는 “병사들이 책을 통해 군 입대가 현실과의 단절이 아닌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태어나는 돌파구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감찰참모 이 형 주 중령-“군 생활 동안 책읽기로 인생 목표 세운다”

“책과 친해지면 꿈과 목표를 갖게 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육군7사단 이형주(중령·사진) 감찰참모는 ‘아미 북 스타트(Army Book Start)’ 운동을 생산적 군 생활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병영문화 운동이자 생명사랑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아미 북 스타트’ 운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요즘 병사들은 예전 병사들과 다르다. 예전 병사들이 복종심과 충성심이 강한 반면 지금 병사들은 목표와 당위성에 대한 납득이 될 때 더욱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차원에서 군 생활 동안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기회를 주고 싶었다.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찾기 위해서는 독서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소요되는 책이 엄청나게 많을 것 같다. 충족하는 데 문제는 없는지?
“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수많은 기증이 들어온다. 사단 신병수료식에서 책 전달식을 직접 본 부모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병사들의 여자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기관들도 동참해 준다. 이 같은 분들 덕분에 현재는 문제없다.”
-‘자기계발 시간’에는 책만 읽어야 하는지?
“아니다. 자기 취미나 학습 등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 된다. 실제 영어공부, 악기연습 등을 하는 병사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병사들에게 외국어보다는 독서를 권유하기도 한다. 군에서 영어책 몇 권 본 것이 인생에 있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책을 가까이하고 읽으면 인생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자기 발견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현재 ‘아미 북 스타트 운동’ 은 병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점차 간부들에게도 확대하고 싶다.” 육군7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생들은 이등병 계급장과 함께 또 하나의 선물을 받는다. 사단장이 직접 수여하는 한 권의 책이다.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꿈과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병사들은 뜻밖의 선물에 감격한다. 늠름한 아들 모습에 눈물을 머금던 수료식 참관 부모들은 사단 정성에 또다시 눈시울을 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