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26. 레지오 훈화- 밤중에 더욱 빛나는 별
찬미예수님!
우리는 지금 사순 제 2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주일에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입니다. 사순을 보내는 우리에게 이 영광을 잊지 말고 살아가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광을 보기 전에 우리는 고난의 밤을 묵상해야 하며 컴컴한 어둠일 때 더욱 빛나는 별을 기억해야 합니다.
“죄와 벌”의 저자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큰 아픔과 상처와 고난을 다 겪으며 살다간 사람입니다. 그의 부친은 그가 어릴 때 살해당했고, 고아로 성장한 그는 청년 시절에 급진적인 혁명당에 가담했다가 체포되어 사형선고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형을 당하려는 그 순간에 황제의 특사를 받아 사형은 면하고 시베리아로 유배를 당합니다. 그의 결혼은 실패였고, 재혼해서 낳은 아들은 가난과 추위로 병들어 죽고 맙니다. 또한 그는 간질병으로 평생을 시달리게 되는데, 오히려 그는 자기의 병을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해서 “거룩한 병”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사도 바오로의 “가시”(2코린12,7)를 생각나게 하는 말입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이런 역경을 “섭리의 밤”이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이런 고통과 고난이 우연히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라고 생각했고, 이는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하느님의 시련이라고 믿었습니다. 토스토예프스키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한 밤중에 노래를 부르게 하는 하느님의 섭리를 배운 사람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어느 누군가는 어둔 밤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께서 이 밤중을 통해서 보여주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찾아야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요 한 나라의 운명도 마찬가지여서 캄캄한 한 밤중이 있습니다.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고 방향도 알 수 없는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대로 서 있어야 할지, 뒤로 물러나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삶의 한 밤중은 우리를 하느님의 뜻대로 만드시기 위해서 주시는 복된 시간이라는 사실을 놓칠 수 없습니다.
마이어라는 사람은 말하기를 “캄캄한 밤중일수록 별빛은 더욱 더 찬란하게 빛난다”했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는 동안 생긴 대나무 마디는 그 대나무가 더욱 더 곧게 뻗을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캄캄한 밤중과 매서운 추위가 오히려 별의 아름다움과 마디의 단단함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너무나 힘들고 고난이 가득한 삶일지라도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을 더욱 사모하고 주님을 더욱 닮아간다면, 이 밤중은 우리의 시간 가운데 가장 큰 복으로 가득 찬 기쁨의 시간들이 될 것입니다.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