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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그러니까 내가 결혼하기 전, 내 여조카가 소개팅으로 만나게 해준 한 아가씨.
대학로에서 만났는데 새내기 학교 선생님이었다.
진짜 괜찮은 친구라고 몇번이나 입에 침튀기며 칭찬한거에 비해서
외모는 그냥 특색없는 수수한 아가씨.
잔잔하게 편안한 일상을 살아갈것 같은 성격, 재미없는 대화에 지루했다.
그날 만나고 안만났다.
정확하게 말하면 예의상 다시 만나자는 말조차 꺼내질 않았다.
[예브게니 오니겐 중 '당신을 사랑합니다' / 닐 쉬코프]
시간이 흘러 한참 뒤 그 여조카의 결혼식에서 그 아가씨를 다시 만났다.
아니!
이 사람이 그때 본 그 수수한 여 선생님 이었나?
세련된 헤어스타일 부터 옷 차림까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멋진 여자가 거기 있었다.
그러나 그 옆에 남편인듯한 남자와 시종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 우아한 아가씨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저런 멋진 여자를 내가 별로라고 생각했다니...
참 아쉬운 생각이 내내 들었다.
저 여선생이 세월이 흘러 멋지게 변신한것 인가?
아니면 내가 그동안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관점이 바뀐것인가?
알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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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이 실화는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푸쉬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에서의 줄거리의 그 상황과 흡사한 설정이 되어버렸다.
[예브게니 오게닌 / 푸쉬킨]
예브게니 오네긴.
여기서 예브게니 오네긴은 소설중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삼촌에게 물려 받은 유산으로 고급진 생활을 하고 있던 예브게니 오네긴은 도도한 남자.
친구 렌스키의 애인 올가집에 놀러가서 올가의 언니 타티아나를 처음 만나게 된다.
잘생긴 청년 오네긴을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 타티아나는
그날 저녁 밤을 새워서 연모하는 맘을 담은 편지를 쓰게된다.
다음날
편지를 들고 온 예브게니 오네긴은 우월한 자만심으로 냉정하게 거절하는 뜻을 밝히고
아울러 함부로 이런 편지를 남발하지 말라는 훈계를 남긴다.
무참히 짓밟힌 타티아나의 자존심.
이후 장난삼아 올가마저 유혹하는 나쁜남자 오네긴에게
친구 렌스키는 결투를 신청하고
결국 결투에서 렌스키는 오네긴의 권총에 합법적으로 죽게된다.
세월이 흘러
예의 허무주의에 고독한 오네긴은 공작의 집에서 벌어지는 파티에 참석하나
그곳에서 공작의 부인이 되어있는 타티아나를 발견하고
기품있고 고고한 그 모습에 순식간에 사랑을 느낀다.
같이 떠나자고 유혹하는 오네긴
그러나 타티아나는 예전 오네긴이 그토록 냉정하게 자신을 훈계했던 그때를 상기시키며
당신을 아직도 사랑하긴 하지만 이미 남편이 있는 몸 이기때문에
오네긴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
푸쉬킨이 작가 시점으로 시로 쓴 이 소설은
각주가 너무 많고, 러시아어 특유 음율도 알아채기는 어렵지만
그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러시아 상류사회의 분위기,
지구상 어느곳에서도 보편적으로 벌어지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알수없는 매직을
느낄수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소설속에서도 특히 타티아나의 편지쓰는 장면에서 감동을 받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오페라를 만들게 되니
바로 차이코프스티의 오페라중 가장 유명하게되는 '예브게니 오니겐' 이다.
여기서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들을 한번 정리한다.
1868 지방장관[원작 A. N. 오스트로프스키]
1869 운디나[원작 모트 푸케, 미공연, 1873 파기]
1872 오프리치니크[원작 라셰치니코프]
1874 대장장이 바쿨라[원작 고골리]
1878 예프게니 오네긴 [원작 푸시킨]
1879 오를레앙의 소녀 [원작 실러]
1883 마제파[원작 푸시킨]
1887 마녀
1890 스페이드의 여왕[원작 푸시킨]
1891 요란타[원작 N. 헤르츠]
이 오페라에 대한 나의 주목 할 만한 점은 이렇다
1. 손편지와 뗄수 없는 인연
차이코프스키가 이 소설의 편지 대목에서 감동받고 심혈을 기울여 작곡을 하던중에
모스크바 음악원 여제자 안토니아 밀류코바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받게 된다.
그때 차이코프스키는 이 소설속의 오네긴처럼 비정한 남자가 되는것이 싫어서 그만 덜썩
그 제자와 결혼을 하게 되고 이후 불행한 결혼생활과 이혼을 하게되며,
오랜 후원자인 폰메크 부인과 정신적인 교분을 나눈것은 14년간 계속된 손편지를 통해서 였으니
이래저래 차이코프스키를 중심으로 한 손편지가 운명의 중심에 놓여있었다.
2. 푸쉬킨의 운명이 되어버린 결투 신
이 오페라에서는 렌스키가 장갑을 벗어 던지는것으로 결투를 신청하지만
원작에서는 렌스키가 결투를 신청하는 편지를 보내서 오네긴이 승락하는것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푸쉬킨은 이 결투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어느새 권총은 번쩍거리고
탄약을 넣는 망치 소리 울려 퍼진다.
육면체 총신 안에 탄환이 들어가고
첫 번째 격철 튕기는 소리.
그러자 약실에서 피어나는
화약의 잿빛 연기.
단단히 틀어박힌 톱니 모양의 규석이
다시금 젖혀진다.
황당해진 기요는 (예브게니 오네긴의 하인, 입회인으로 데리고 간다)
근처 그루터기 뒤에 멍하니 서 있을 뿐.
두 적수는 망토를 벗어던진다.
자레츠키는(렌스키의 친구 입회인) 놀라운 정확도로
서른두 발짝을 잰 후
두 친구를 양쪽 끝에 세웠고
둘은 각자의 권총을 집어 들었다.
'이제 서로를 향해 나오시오' 냉혈한처럼.
총은 아직 겨누지 않고,
두 적수가 확고한 발걸음으로 조용히, 정확하게
네 걸음을 내딛었다.
죽음의 네 계단을.
그리고 계속해 움직이며
예브게니 쪽에서 먼저 권총을
조용히 쳐들기 시작했다.
다석 발짝 내딛었을 땐
렌스키도 왼쪽 눈을 감으면서
겨냥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발사한 예브게니....
그 시간의 종소리가 울린것이다
시인은 말없이 권총을 떨어뜨리며
가슴에 가벼이 손을 얹고
쓰러진다.
흐릿한 시선이 말해주는 건
고통이 아니라 죽음.
푸쉬킨이 이 소설을 처음 시작한게 1823년 24세 때이고
이후 무려 9년동안에 걸쳐 조금씩 만들어가서 1832년 33세때 완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6년뒤인 은 1837년 38세때
자신의 아내를 탐하는 프랑스 장교, 단테스 와의 권총 결투로 사망하게 되니,
결국 이 소설에서 렌스키가 자신의 연인 올가를 탐하는 오네긴과의 결투에서 죽는것 처럼
푸쉬킨도 자신의 아내 곤차로바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졌던 단테스와의 권총결투에서 그만 38세의 나이로 허망하게 죽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의 결투씬은 푸쉬킨의 운명이 되어버렸다.
[예브게니 오네긴과 블라디미르 렌스키의 결투 - 레핀]
3. 훌륭한 원작에 매력 넘치는 오페라
짧은 생을 살고간 푸쉬킨이지만
그의 소설을 러시아의 음악가들이 오페라 등 음악으로 옮긴 작품들은 상당히 많다.
루슬란과 류드밀라 - 글린카
모짜르트와 살리에리 - 림스키코르사코프
술탄 황제 이야기 - 림스키코르사코프
알레코 - 라흐마니노프
보리스 고두노프 - 무소르그스키
마제파 - 차이코프스키
스페이드 여왕 - 차이코프스키
예브게니 오네긴 - 차이코프스키
러시아의 음악가들은 훌륭한 자국의 시인, 문인인 푸쉬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훌륭한 원작을 바탕으로한 오페라라고 하는 종합예술 작품들을 손쉽게 만들수 있었던것 같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소설의 원작 내용을 충실하게 전개하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색을 입혔다.
주체할수 없는 첫사랑의 감정을 한순간에 쏟아내는 타티아나의 편지신
냉정하고 나쁜 남자인 오네긴의 냉정과 열정의 변화
문학 청년 렌스키의 순진무구하고 불같은 성격 등
주인공들의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을 지극히 적절한 음악으로 이 세상으로 끄집어 냈으며
뿐만 아니라
1막에서 마을 소작인들의 합창을 통해 슬라브 민속적인 선율들을 소개하고
2막에서 선보인 왈츠와
3막에서 아름다운 폴로네이즈를 부가하여 한번만 듣더라도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다.
참으로 훌륭한 원작에 아름다운 선율을 더해 가치를 한층 더 높인 오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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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졌으니,
오늘은 이 오페라의 주인공인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유명한 아리아들을 다 빼고
차이코프스키가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그 유명한 편지의 씬 조차 과감하게 생략하고.
대신 이 오페라중
폴로네이즈 한곡
렌스키의 아리아 한곡
그리고 조연급인 라리나와 필리피예브나가 만드는 멋진, 가슴이 따뜻해지는 아리아 한곡을 소개한다.
1. Polonaise (폴로네이즈)
이곡은 3막이 시작되면서
타티아나의 남편이 된 제르민 공작이 주관하는 연회장에서 울려퍼지는 춤곡이다.
아마도 듣게 되면 "아~ 이곡이었어" 할,
참 아름답고 멋진 폴로네이즈를 소개한다.
[예브게니 오니겐 중 폴로네이즈 / 아바도 베를린필]
2. Ya lyublyu vas (당신을 사랑 합니다)
1막 렌스키가 처음 오네긴을 데리고 온날
렌스키는 오네긴에게 타티아나를 소개해주고 자신은 그동안 사랑했던 올가에게 사랑한다고 노래하는 대목으로
위에 맨처음 소개한 아리아이다.
주체 할 수 없는 마법의 감정!! 렌스키는 절절한 사랑의 마음을 이 아리아로 노래한다.
렌스키의 아리아라고 하면 사실 이곡보다는
오네긴과의 권총결투를 앞두고 죽음을 예감했는지 무척 구슬프게 부르는
"어디로 사라졌나 내 젊은 날의 화려했던 시절은..." 이지만
그래도 난 꿈과 사랑을 가진 청춘의 피어오르는 환희에 찬 밝은 이 곡을
렌스키 최고의 아리아로 꼽고 싶다.
3. Slykhali l vy za roshchei glas
서곡이 끝나고 무대가 올라가면
멀리 두자매 타티아나와 올가의 아리아가 들리는 가운데
두 자매의 어머니인 라리나, 유모인 필리피예브나가 젊은시절을 회상하는 아리아가
이제 본격적으로 마이크 가까이에서 읊조리듯 등장한다.
차이코프스키는 이대목을
원작에서 푸쉬킨이 서술한 라리나의 처녀시절, 결혼과 남편에 대한 이야기들이지만
두사람의 회상하는 대화를 통해 설명하는것으로 바꿔 놓았다.
비록 알아 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로 노래하지만
그 선율 만큼은 무척 감미롭고, 아름다워서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대목이다.
"무슨 이런 곡을 좋다고 소개했어"
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반복해서 들을수록 멋지고 아름답다~
[프레니 / 오터 / 랭 / 엥게르트]
이제 이 멋진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을 녹음한 음반들은 많지만, 몇개 안되는 음반을 소개할까 한다.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스타츠카펠레의 1987년 녹음.
예브게니 오네긴 - 토마스 알렌
렌스키 - 닐 쉬코프
타티아나 - 미렐라 프레니
올가 - 안네 소피 폰 오터
마담 라리나 - 로즈마리 랭
필리피예브나 - 루틸드 엥게르트
우선 예브게니 오게닌의 명반중에 이 음반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워낙 잘 된 녹음으로 두툼한 관현악과 아리아의 정확한 발음을 제공하며 볼쇼이의 느린 템포에 비해 빠르고 다이나믹하게 때론 서정적으로 전개해 간다.
러시아어로 만들어진 이 아리아들을 지극히 아름다운 목소리에 감정을 넣어 흠뻑 빠지게 만들어 버리는 프레니, 참으로 원더풀에 멋진 소프라노라는 생각이 내내 든다.
닐 쉬코프 또한 청명하고 절절한 목소리로 렌스키의 아리아들을 불러주며, 토마스 알렌 또한 교양넘치는 나쁜 남자의 본색을 여실히 들려준다.
도입부 마담 라리나와 유모 필리피예브나의 듀엣은 이 대하드라마의 문을 열며 처음 관객의 주목을 끌어 당기며 프레니, 오터의 카리스마와 함께 이 4중창과 듀엣으로 시작더니,
뒤이어 내내 워낙 출중한 배역들의 아름다운 아리아들이 즐비하게 기다리고 있는 강추하는 멋진 음반이다.
솔티가 지휘하는 로열 오페라하우스 코벤트가든의 1974년 녹음
예브게니 오네긴 - 베른트 바이클
렌스키 - 스튜어트 버로우즈
타티아나 - 테레사 쿠비악
올가 - 율리아 하마리
마담 라리나 - 안나 레이놀즈
필리피예브나 - 에니드 해르틀
서방세계 역시 이 위대한 오페라를 즐겨 연주했는데
테레사 쿠비악은 서방에서 손 꼽는 타티니아중 한사람이고 베른트 바이클 역시 멋진 오네긴을 연기한 리릭테너 이다.
렌스키의 좀더 울컥하는 절절함이 러시아 출신의 성악가들에 비해 못 미치고 소작농들의 합창 또한 정교한 맛이 덜하지만,
솔티의 산뜻한 관현악이 내내 장중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음반이다.
세묜 비치코프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1992년 녹음.
예브게니 오네긴 -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렌스키 - 닐 쉬코프
타티아나 - 누치아 포실
올가 - 올가 보로디나
마담 라리나 - 사라 워커
필리피예브나 - 이리나 아키포바
레닌그라드 출신 세묜 비치코프가 지휘하는 서방세계의 파리 오케스트라,
그리고 다시 합창단은 러시아의 생 페테르부르그 챔버 코러스.
오네긴은 러시아의 자랑 흐보로스토프스키에 렌스키는 뉴옥출신 닐 쉬코프,
타티아나는 이탈리안 소프라노 누치아 포실에 러시아의 메조 소프라노 올가 보로디나.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어벤져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저 국적만 달리했다고 어벤져스가 아니라
지극히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와 합창,
오네긴과 렌스키.
그리고 타니아나와 올가를 두고 한 말이다.
중후한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흐보로스토프스키에 수줍은 소녀같은 누치아,
순수한 열정에 청년의 심장을 가진 목소리 닐쉬코프, 모두 판타스틱한 아리아였다.
강추하는 음반이다.
로스트로비치가 지휘하는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의 1970년 녹음.
예브게니 오네긴 - 유리 마주록
렌스키 - 블라디미르 아틀란토프
타티아나 - 갈리나 파블로브나 비쉬네프스카야
올가 - 타마라 시냐프스카야
마담 라리나 - 타티아나 투가리노바
필리피예브나 - 라리사 아프데예바
다 아시다시피 그 유명한 첼리스트인 로스트로비치가 볼쇼이를 지휘하고
로스트로비치의 부인, 무척 긴 이름인 갈리나 파블로브나 비쉬네프스타야가 타티아나 역을 연기한 음반이다.
볼쇼이 극장 최고의 인기 소프라노와 당대 최고의 첼리스트 로스트로비치는 이 공연이후1974년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이후 두사람은 왕성하게 서방세계의 활동을 하다가 2007년 로스트로비치의 사망에 이어 2012년 뷔쉬네프스카야도 뒤를 따랐다.
볼쇼이의 호화진인 비쉬네프스카야와 유리 마주록과 그리고 아틀란토프의 출연만으로
혹자는 이 음반을 최고의 에프게니 오네긴 음반으로 꼽기도 하지만,
워낙 템포가 느리다 보니 긴박한 긴장감이 떨어져서 몰입을 깨는 아쉬운점도 있다.
마크 에름너가 지휘하는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의 1979년 녹음.
예브게니 오네긴 - 유리 마주록
렌스키 - 블라디미르 아틀란토프
타티아나 - 타마라 밀라스크키나
올가 - 타마라 시냐프스카야
마담 라리나 - 타티아나 투가리노바
필리피예브나 - 라리사 아프데예바
1974년 로스트로비치와 비쉬네프스카야의 망명으로
이 음반의 배역을 보면 다른 주인공들은 그대로 인데 타티아나만 바뀐것을 알수 있다.
마크 엘름너가 지휘하는 볼쇼이 극장의 연주는 역시나 특유의 느린템포로 한구절 한구절을 서정적으로 들려주며 미려하게 연주한다.
유리 마주록, 아틀란토프
정말이지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테너와 바리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고, 신예 타티아나인 타마라 또한 편지신에서 고뇌하는 감정이 묻어나는 멋진 아리아를 선보인다.
그러나 난 느린템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마크 에름러가 지휘하는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의 2000년 녹음.
예브게니 오네긴 - 블라드미르 레드킨
렌스키 - 니콜라이 바스코프
타티아나 - 마리아 가브릴로바
올가 - 예레나 노박
마담 라리나 - 이리나 우달로바
필리피예브나 - 갈리나 보리소바
볼쇼이가 역사적인 공연이었던 1944년의 무대를 리바이벌한 실황 녹음으로
그동안 음악으로 만 듣던 볼쇼이 극장의 무대와 러시아 성악진들의 연기를 엿볼 수 있는 영상물이다.
에름러의 과장되지 않은 장중한 지휘에
올가역의 예레나 노박이 천진난만한 아가씨역으로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
하지만 항상 바위같이 강한, 오만한 오네긴이 일순간에 맘을 바꿔 함께 도망가자고 매달리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타티아나의 비쥬얼이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던 음반이다.
오페라는 역시 차라리 음악으로만 듣는것이 나을때가 많다.
나의 음반을 소개한다
게르기에프가 지휘하는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의 2007년 실황.
예브게니 오네긴 -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렌스키 - 라몬 바르가스
타티아나 - 르네 플레밍
올가 - 엘레나 자렘바
마담 라리나 - 스베틀라나 볼코바
필리피예브나 - 라리사 쉐프첸코
잘 만들어진 한편의 공연이다.
시종일관 나쁜남자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흐브로스토프스키의 귀족적인 연기.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결투를 신청하고 마는 순수한 바르가스의 아리아도 아주 훌륭하고,
자렘바 역시 천진난만한 올가역을 시종일관 훌륭하게 연기해 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배역에 잘 어울리면서 동화되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이름이 어려운 유모인 필리피예브나역의 라리사 쉐프첸코였다.
특히 난 오페라의 시작과 함께 나타나는 라리나와 유모 필리피예브나의 대화 아리아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 둘이(아마도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할것 같은) 나누는 아리아는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게 하는 우아함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제일 아쉬운것은 르네 플레밍이다. 소프라노로서는 훌륭하지만, 편지 씬에서 소녀의 설렘도, 귀족부인이 되어서 오네긴의 절규를 받아들일 만한, 확 달라진 외모의 매력이 실감나지 않는다.
도대체 그럼 누구를 타티아나 자리에 갖다 놓아야 이 아쉬움이 채워질수 있단 말인가...
혹시 누가 예프게니 오네긴을 보고 싶다고 한다면
당장 뉴욕행 왕복 티켓을 끊어서 메트 극장에 가서 보거나, 아니면 이 영상물을 보는것중 하나를 택하라고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