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소릿결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빈 식 사운드’, 즉 비너클랑슈틸(Wiener Klangstil) 때문이다. 빈 필은 다른 오케스트라와 차별화된 그들만의 악기를 사용하고 연주한다.
오보에부터 다르다. 전 세계인들이 나긋하고 고혹한 사운드의 프랑스식 콩세르바투아르 시스템을 쓸 때, 그들은 빈식 오보에를 고수하고 있다. 소릿결은 뻣뻣하고 건조하며, 어조는 높고 빨라 마치 빈의 어느 골목길에서 마주친 할머니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빈 사투리처럼 들린다. 말하자면 높고 까끌거리는 느낌인데, 그러나 독특한 이 사운드에 한번 빠져들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다. 클라리넷도 다르다. ‘대세’인 독일식과 달리 내경과 핑거링, 리가츄어 등에서 차이가 있다. 소리는 대단히 부드럽고 유려하다.
가장 유명한 것이 호른이다. 이른바 ‘빈 식 F조 싱글 호른’을 쓰고 있어 외관상으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령 베를린 필의 호른 수석인 사라 윌리스가 쓰는 악기와 빈 필 주자들의 호른은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 내경이 좁고, 벨이 작으며, 피스톤식 밸브로 작동된다. 다른 악단의 호른이 오토매틱 자동차라면 여기는 수동기어로 운전하는 슈퍼카라고나 할까. 다루기는 매우 어렵지만, 제대로만 연주한다면 약음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깊숙한 소리가, 포르티시모에서는 천둥처럼 포효하는 격정적인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팀파니, 트럼펫 등에서, 그리고 현악기군의 보잉 등에서 독자적인 ‘오직 그들만의 사운드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빈 필이다. 한마디로 ‘유일무이하며 위대한 옛 전통을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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