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며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동산이 있다.
나는 시간이 나면 자주 산에 오른다.
삶이 무료하거나 답답한 일이 생기면 무조건 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에 가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가벼운 옷을 입은 것 같이 한결 마음이
홀가분하다.
요사이 산에 오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건강을 위해서일 것이다.
자주 매스컴에서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특집방송을 하는 걸
보았다.
그만큼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친구나 아는 사람을 만나면 건강에 대해서 묻고, 운동을 하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운동에는 걷는 것이 제일 좋으며 자기는 아침저녁으로
30분씩 걸으며 가까운 곳은 꼭 걸어 다닌다고 한다.
그 덕에 감기 한번 앓은 적이 없다고 자랑까지 한다.
사실 운동 하는데 크게 돈 안 들이고, 힘들이지 않고 하는 것에는
걷기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산을 오른다.
날씨도 맑고 공기도 좋고 발걸음도 가볍다.
아직 추운 겨울인데 나뭇가지 끝이 푸른빛을 띠는 것 같다.
벌써 성급하게 봄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봄은 소식도 없는데 말이다.
길가 나뭇가지에 무엇이 매달려 있는 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한 두 가지에만 있는 게 아니고 나무 전체에
무수히(많이) 자루 모양을 하고 거꾸로 매달려 있다.
지난해에 자란 가지인가 하고 손을 가까이 가져가 본다.
감촉이 부드럽고 생명감을 느낀다.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나무 잎이 떨어지고 없으니 나무 이름도 모르겠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그때 내 곁을 지나고 있는 연세가 드신 분에게 물으니
나무 이름은 개금나무이고 가지에 늘어진 것은 꽃이라고
일러준다.
정말 신기한 게 자연 현상이다.
굳이 이 추운 겨울 눈바람 속에서 꽃을 키우고 있다니 신비
하기도 하고 경이로움을 느낀다.
개금나무 꽃
마침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기에 한 컷을 찰칵하고 담았다.
이 나이가 되도록 오래 살면서 이것도 모르고 살았단 말인가.
이 길을 여러 번 지나다니면서도 한 번도 눈에 띠지 않았다니
내가 너무 자연에 대해 무관심 했던 게 아닌가 하고 반성을
해 본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산을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치악산이
보인다.
동남쪽을 향해 시내를 병풍처럼 길게 둘러싸고 있다.
어려서는 호기심으로 쳐다보고 자랐으며, 젊어서는 정신없이
사느라고 바라보기만 했으며, 나이 들어서는 산을 보며 아름
다움을 즐기고, 고마움을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나는 12살 까지는 치악산 너머에서 서북쪽을 향해 뻗은 산을
보고 살았으며, 그 후부터는 지금까지 시내로 이사를 한 후
동남쪽을 향한 산을 쭉 지켜보고 살고 있다.
어려서는 산을 등지고 살았고, 젊어서부터는 산을 마주보고
살게 되었다.
태어나면서 산을 보고 산과 함께 살았으며 산속에 묻혀 살았고
하늘이 높은 건 알았지만 넓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도시에 나와 살면서 사는 곳에 따라 하늘이 크기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산이 없는 곳을 보게 되어, 내가 어려서 살던 곳의 하늘은
한 3000평정도 되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약 7000평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사방이 산이다.
그리고 눈만 뜨면 산이 보인다.
산과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근면하며, 마음이 온순하고 정이
많고 순박하다.
그러나 낯선 사람에게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사람을 사귀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한번 마음을 주면 배반 할 줄 모른다.
그래서 이웃사촌이란 말이 생겼는지 모른다.
단점도 있다.
고집이 세다.
옹고집이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바꾸기가 어렵다.
대체로 내성적이다,
나는 산길을 걸으며,
이 길을 걸어간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나갔을까 하며 생각해 보기도 한다,
올라 올 때는 많은 사연을 가지고 왔다가 내려 갈 때는 다
홀가분하게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내려가지 안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걱정한다고 어려운 문제가 해결이 되겠는가, 근심 있다고
속 썩이지 말고, 산길을 한번 걸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걷다 보면 머리도 시원해지고 문제도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무엇인가.
해가 바뀌면 누구나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
나이가 많아지면 점점 욕심을 줄이게 된다.
모든 문제는 욕심에서부터 시작 된다고 본다.
모든 욕심을 버리는 게 안심이고 마음에 평화가 온다고 본다.
그리고 점점 욕심을 버리고 단순하게 사는 게 올바르게 나이
먹는 비법인 것 같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지나가는 자동차를 잘 보려면 정지해야 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을 때 움직이는 것이 잘 보인다.
내가 조용히 하고 침묵 할 때 주위가 잘 보이고 판단이 바로
선다.
그리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요사이 정치권에서 말이 많다.
대선을 앞두고 너무 말이 많고 시끄럽다.
우선 나부터 조용히 하고, 말을 좀 아끼자.
모두 나이를 한살씩 더 먹지 않았는가.
침묵하면서 먼저 정치하는 법부터 배우자.
아침에 창을 열면 치악산이 보인다.
늘 보는 산이지만 나는 치악산이 좋다.
산을 보면서 하루가 시작되고 산을 보면서 하루가 지나간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 말이 없다.
침묵하며 사는 법을 일깨워주고 있다.
욕심 없이 조용히 한 해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