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께서 과제를 내주시고 난 후 꽤 오랫동안 직관 경험을 생각해보았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결정할 때 과장해서 경우의 수 100까지 생각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옷을 하나 사도 어울리는 신발과 가방은 있는지, 다른 곳에서 더 싸게 팔진 않는지, 내가 사서 어느 상황에 입을 건지 등등 다 고민한다.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다가 지쳐서 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계절이 바뀌기도 하였다. 이런 나의 성격과 오랜 고민의 시간에 짜증이 나서 결국 충동구매를 한 적도 많다. 어쩌면 나는 합리적이려고 노력했던 직관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직관 경험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올해 초에 갔던 제주도 여행이다. 우선 여행을 가기 전부터 우리는 합리적이기보다 직관적이었다. 숙소의 가격, 동선 등을 생각하지 않고 오션뷰하나가 이뻐서 예약했고 그 숙소에 맞춰서 동선을 생각했다. 동선을 계획했다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우리는 대충 어디 갈지만 생각해두었다. 둘째 날은 우도, 셋째 날은 동백군락지 등 아주 간단하게만 계획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제주도에 도착했고 직관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숙소에서 아주 즐거운 첫날을 보냈다. 둘째 날은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던 우도를 가는 날이었다. '우도를 가자!'만 정해놨었기에 우도를 가지 않는 상황은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전날부터 비가 많이 온 탓에 둘째 날까지 강풍이 불었다. 그 결과 배는 당연히 뜨지 못했고 우리는 우도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만약 우리가 여행을 가기 전부터 합리적으로 우도에서의 계획을 완벽하게 세웠더라면 우리는 우도를 가지 못하여서 아주 실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도를 가자!' 만 계획했을 뿐 가서 무엇을 할지는 계획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우리는 별로 아쉽지 않았던 거 같다. 그렇게 우리는 바로 동선을 변경하여 성산 일출봉에 갔다. 여기서 우리의 여행모토가 생겼다. 바로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보자!"는 것이었다. 성산 일출봉에서도 바다로 내려가기까지 계단이 무척 많았다. 강풍이 불었고 우리는 너무 추웠지만, 우리의 여행모토대로 행동하였다. 그렇게 내려갔더니 장관이 펼쳐졌다. 제주도만의 풍경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합리적으로 사고하여 춥고 바람이 많이 부니깐 내려가지 말자 했더라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행동한 덕분에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고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아직도 친구들끼리 제주도 여행을 말하면 다들 성산 일출봉에서의순간이 여행에서 가장 기억이 많이 난다고 한다. 그만큼 잊을 수 없는 장면이자 추억이다.
두 번째는 대학에 진학하고 소모임을 결정할 때이다. 우리 과에는 소모임이 5개 있다. 그 중 내가 현재 속한 소모임은 치어리딩 소모임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춤을 춰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춤에 흥미도 없었다. 일명 목각인형처럼 삐걱거리기만 했다. 이쯤 되면 내가 왜 치어리딩 소모임을 선택했는지 의문이 들것이다. 나는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나름 합리적인 사고로 결정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되돌아보니 나의 직관대로 선택한 결과였다. 합리적으로 고민하고 선택했더라면 나는 절대 치어리딩 모임에 들지 않고 영어 혹은 토론 모임에 들어갔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춤을 좋아하지도 않고 못 추기 때문이다. 카페 게시글 중 교수님께서 합리는 내가 이미 남긴 발자욱을 연결하고 설명하는 일이라고 하셨다. 이 말이 나의 경험과 완전히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직관이 앞서서 소모임을 선택하였고 그 선택을 합리적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직관이 앞서서 한 결정 덕분에 나는 평생 해보지 못할 경험을 하였다. 무대를 끝내고 난 뒤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고 같이 연습하며 친해진 선배, 동기들 덕분에 즐거운 1년을 보냈다. 만약 내가 직관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무대를 끝내고 난 뒤 성취감은 어쩌면 평생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뛰어난 실력도 아니고 연습할 때 나만 따라가지 못해서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 아니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이고 얻은 것이 많기에 절대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우리 삶은 직관이 앞서서 발자욱을 내면, 그 뒤를 쫓아오며 발자욱들을 연결 짓고 설명하는 일을 합리적 사유가 해낸다는 교수님의 말씀처럼 앞으로 내 인생에서 많은 선택을 직관이 앞서서 할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직관적으로 살았고 그 후 합리적 사유를 하였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았으니 더욱 과감하게 직관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기로 하였다. 제주도와 소모임 결정처럼 예상치 못했던 경험과 행복들이 더 많이 내 삶에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