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소비되는 초콜릿의 25%가 이날 판매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런데 이런 날에도 초콜릿을 즐기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당뇨병 등으로 당 수치를 관리해야 하거나 체중 조절을 위해 식이 요법을 하는 사람들이다. 초콜릿엔 ‘달콤한 맛’을 위해 설탕을 듬뿍 넣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달콤한 무설탕 초콜릿’을 만들 수는 없을까.
초콜릿은 재료가 지극히 단순하다. 가장 기본적인 초콜릿은 카카오닙을 가공한 원료에 설탕만 넣으면 된다. 그 다음부터는 가공의 영역이다. 온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템퍼링(초콜릿 결정을 만들기 위한 열처리) 과정을 거쳐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게 만들 수도 있고, 견과류나 과일을 넣을 수도 있다.
설탕을 대체할 후보는 많다. 다른 식품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인공 감미료를 쓸 수 있다. 초콜릿은 빵을 만들 때처럼 높은 온도에서 작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고온에 약한 아미노산 계열 감미료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대표적 인공 감미료는 아스파탐이다. 코카콜라 제로의 단맛 재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열량은 설탕과 유사한 g당 4Cal이지만 설탕보다 200배 더 달다. 200분의 1만 써도 설탕과 같은 수준의 단맛을 낼 수 있다. 게다가 당이 아닌 아미노산이어서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단점은 입 안에 단맛이 머무르는 시간이 짧다는 것. 코카콜라 제로와 일반 코카콜라의 맛 차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초콜릿이나 사탕, 껌 등 가공 식품의 원료에서 자주 보이는 수크랄로스 역시 설탕을 대체할 인공 감미료다. 설탕에 비해 무려 600배나 단맛을 갖고 있다. 게다가 설탕을 가공해서 만드는 감미료라 맛과 성질도 설탕과 비슷하다. 단,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과자에는 kg당 1.8g, 추잉검에는 2.6g, 잼류에는 0.4g 이하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초콜릿의 설탕 대체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감미료는 말티톨이다. 자일리톨과 유사한 당알코올 계열 물질로 전분을 효소분해할 때 얻어지는 물질을 가공해서 만든다. 당도는 설탕의 60~70% 수준에 불과하지만 맛이 설탕과 매우 비슷해 초콜릿 재료로 많이 쓰인다. 초콜릿 브랜드로 유명한 고디바도 무설탕 제품에 말티톨을 사용한다. 초콜릿 종주국인 벨기에에서는 초콜릿을 만드는 쇼콜라티에를 위해 말티톨 커버처 초콜릿(재료 초콜릿)을 생산한다.
채여준 리듬앤바디 대표는 “시중에 잘 알려진 스테비아 같은 천연 유래 감미료를 쓸 수도 있지만 특유의 화한 맛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며 “말티톨은 초콜릿에 쓸 경우 일반 초콜릿과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설탕과 비슷한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말티톨이 설탕을 대신한다고 해도 초콜릿의 당분과 열량으로 인한 걱정을 모두 내려놓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말티톨을 많이 섭취하면 배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할 수 있다. 초콜릿 원료 자체가 가진 기본 열량도 무시할 수 없다. 초콜릿의 부드러운 맛을 담당하는 카카오버터는 지방 계열 물질로 g당 칼로리가 9Cal나 된다. 비만을 걱정한다면 카카오버터가 함유량을 줄인 다크 초콜릿을 먹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