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엄정화(33)가 돌아왔다.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싱글즈’, K2TV 드라마 ‘아내’로 쉴틈 없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배우로서의 성공시대에 빠져 팬들은 그가 무대를 잊은 줄 알았다. 지난 가을 새 영화 ‘홍반장’을 시작했다는 소식에 엄정화의 음반은 더욱 멀게 느껴졌다. 2년4개월 만에 가수로 돌아온 엄정화가 안겨준 8집 ‘셀프 컨트롤’ 두장짜리 앨범은 그가 배우와 가수 양쪽에서 보여준 욕심처럼 음악에 엄청난 욕심을 드러냈다. 음악인으로서 새롭게 자리를 잡겠다는 뜻에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시도하고, 또 기존 팬에 대한 배려로 엄정화표 댄스음악을 담았다(일렉트로니카 사운드란 전자음악을 표현하는 말로, 기계적인 전자음의 반복과 가수 목소리의 변조로 미래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2년4개월 만에 내는 음반인데.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동안 ‘아내’와 ‘싱글즈’가 계속 이어져 음반 작업에 엄두를 못냈다. 이번에도 ‘홍반장’ 촬영 때문에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녹음하느라 많이 늦어졌다.
-마돈나가 2000년 ‘뮤직’ 음반에서 일렉트로니카를 시도하면서 뮤지션으로 자리를 굳혔다. ‘아이들 스타’인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마돈나와 함께 작업을 한 뒤 일렉트로니카에 심취했다. 카일리 미노그도 지난해 재기 음반을 내면서 일렉트로니카로 돌아섰다. 국내에서는 하리수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영향을 받은 3집 음반을 내놨다. 이번 앨범에서 이를 선보이게 된 계기는.
이번에 시도한 건 유로 일렉트로니카다. 평소에 즐겨듣고 좋아하는 음악이다. 새로운 음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일렉트로니카의 장점은 무한한 표현력이다. 목소리 변화도 자유자재로 담아낼 수 있다. 마음에서 나오는 대로 전부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점에서 일렉트로니카가 잘 맞았다.
-타이틀곡이 ‘이터너티’인데 무대 컨셉트가 어떻게 되나.
13일 쇼케이스 공연을 했다. 앞으로 뮤지컬 형식으로 스토리가 섞인 안무를 보여주려고 한다. 건강하면서 편안하고 섹시한 의상으로 미래적인 분위기를 표현할 것이다. 지금은 라디오에만 출연하고 있는데 3월 중순쯤 본격적으로 TV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섹시 가수’ 하면 역시 엄정화였다. 지난해에는 이효리의 섹시 열풍이 강했다. 후배들이 이제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선배로서 어떤 느낌인가.
열심히 활동하는 후배들을 보니까 기분이 좋았다. 내가 나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 다만 ‘서른살이 넘은 여자 가수도 멋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도록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 멋있고 섹시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 자리에 충실하고 싶다. 그러면 후배들에게도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게 되지 않을까.
-‘싱글즈’로 영화배우로서도 완전히 자리를 잡았는데 영화배우라고 불러야 하나, 가수라고 해야 하나.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다. 사실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할 때는 영화배우라는 생각만 하고 가수였던 건 잊는다. 지금은 내가 가수라는 것만 생각할 따름이다.
-영화 촬영과 음반 작업을 동시에 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들 텐데.
99년 ‘몰라’를 부를 때부터 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근육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헬스클럽에 가면 보통 2~3시간씩 운동을 하면서 땀을 낸다. 심장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러닝머신에서 달리다 걷다를 서너 차례 반복한다. 그리고나서 기구운동을 해 근육을 만들었다.
-팬 사이트에서 팬들과 교감을 많이 나누던데.
힘들 때 많은 위로를 받는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글을 쓰는 것도 즐겁다.
-나이를 느낀다면 언제인가.
이번 음반 작업을 하는데 전과 달랐다. 감정이 그대로 살아났다. 연륜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같다. 괜히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 건 두렵다.
-지난해 결혼 이야기가 나왔는데 언제쯤 할 건가.
오랫동안 만나온 남자친구가 있는데 아직 계획은 없다. 하지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당장 할 수도 있다. 내가 찍은 영화들이 ‘결혼은 미친 짓이다’‘싱글즈’ 같은 유여서 그런가. 지금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